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5)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방심했어.(105/287)
방심했어.
제이 젠킨스, 과거 이름은 윤제희. 18세가 되자마자 군에 입대했고, 여러 작전을 성공시킨 전쟁 영웅이었다.
특이한 사항으로는 과거 연기를 했으며, 최연소로 국제 시상식에서 남우 주연상을 타기도 했다. 물론, 이건 그에게 있어서 지우고 싶은 과거였다.
‘도착했나?’
군용기를 타고 본토로 귀환한 그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환영 인사는 바라지 않았는데.”
윤제이는 자신을 향해 경례하는 군인들의 길을 지나 전역을 보고하러 갔다.
“젠킨스 상사.”
“소장님.”
그가 네이비씰에 있을 때 그의 능력을 알아본 사람이 필 중령이라면, 눈앞에 이 사람은 그가 델타에 있을 때 그의 능력을 보고받아 이런저런 파격적인 대우를 해 준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사람과는 조금 친근했다. 아마 이 사람도 곧 전역하고 정계로 진출할 거라는 얘기가 있던데······ 그래서 그런지 속내가 좀 투명하긴 했다.
“바깥이 요란하더군요.”
“영웅의 귀환이다. 당연히 요란해야지. 이것도 축소한 거야.”
“아예 안 하시면 더 좋았을 건데요.”
“어련하시겠어. 내가 자네였다면 스포트라이트를 즐겼을 텐데 말이지.”
소장에게서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간파했지만, 이제 알 바 아니다. 그는 군 소속이 아니게 되었으니.
아마 LIS 관련된 일이 마무리된다면 이 사람이 먼저 나서서 제이를 이런저런 일에 이용할지도 모른다. 이쪽은 영웅 만들기를 좋아하니까. 하지만 몇 년은 걸릴 거다.
“조국을 위해 애쓴 귀관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한다.”
조국? 하긴, 이제 한국에서 살았을 때보다 미국에서 산 시간이 더 길다.
그중 절반을 군에서 보냈다. 휴가는 몇 번 나왔지만, 사회로 나오는 건 너무 어색했다.
‘이제 어디로 가지.’
제이는 누군가에게 받은 서류를 넘겨보았다. 전역 군인을 위한 여러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다. 일단 여기 중 하나에 전화라도 해볼까.
“아들.”
“······아빠? 어긴 어쩐 일이세요?”
“전역 날인데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아들 잡으러 왔지.”
제이는 마중 나온 아버지와 뜨거운 포옹을 했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타라.”
“어디 가는데요?”
“우리 집이지. 갈 데도 없을 거 아니냐.”
딱딱하게 굳었던 제이의 표정이 이완되면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좋은 일이다.
“다 큰 아들 데려가서 평생 눌러앉으면 어쩌시려고요?”
“나야 좋지. 나도 나이를 먹어서 예전처럼 힘을 못 쓰더구나.”
“엄마는 아세요?”
그렇게 그리운 집에 도착하니 그리운 분이 집 앞에 서 있었다.
“JJ.”
“엄마.”
“내 아들.”
감동적인 해후를 마치고 가족끼리 단란한 식사 시간을 가졌다.
“그래, 괜찮니? 무슨 극비 작전이라고 연락도 잘 안 됐었잖니.”
“뭐······ 별거 없었어요. 늘 했던 것처럼 테러리스트 때려잡고, 그런 거죠.”
“그랬니?”
헨리와 마리아는 제이의 말을 믿지 않았다. 제이는 훌륭한 아들이었다. 사고 한 번 치지 않았고, 동생들에겐 든든한 형과 오빠였다.
하지만 그렇게 안심하다가 훌쩍 군으로 떠나버린 경험을 이미 겪었지 않은가.
“아, 이거. 두 분이 보관해 주시겠어요?”
윤제이는 전역 전 받았던 훈장과 액자에 넣은 기념사진 등을 부모님께 넘겼다. 그걸 천천히 살펴보던 두 사람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게 별거 아니라고?!”
“아니, 이걸 언제 받았어?”
“극비여서요. 행사도 약식으로 진행했고요.”
“어디, 다친 데는 없고?”
“괜찮아요. 엄마.”
“내가 안 괜찮아. 일어나 봐.”
마리아는 다급히 제이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그를 살폈다. 홧김에 티셔츠의 목 부분을 아래로 끌어내리자, 그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흉터가 가득했다.
“이, 이건······.”
“아들.”
제이는 셔츠를 잡은 어머니의 팔을 부드럽게 떼어냈다.
“······진짜 별거 아니에요. 이미 다 나았어요.”
“그, 그러니?”
“네. 먼저 올라가 볼게요.”
절망하는 부모님의 표정을 보기 힘들어서 제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며칠간 부모님 집에 머물면서 꿈을 꿨다.
[하, 하하! 윽, 쿨럭!] [왜 웃지?] [흐······ 나를 죽인다고 끝날 거 같나?] [······수장의 위치는? 둥지는 어디 있나.] [아니, 난 안 죽어.]더는 들어줄 수 없어서 다시 상대를 고문했다.
LIS의 부지도자이자 고문 전문가. 아사드의 몰골은 처참했다. 눈앞에서 그를 고문하며 간신히 서 있는 제이처럼.
기적적으로 풀려난 제이는 아사드를 제압했고, 자신이 당한 걸 하나씩 갚아주고 있었다.
[허억, 헉······ 쿨럭, 내가 여기서 죽을 거 같나?] [내가 널 살려둘 거 같나? 고개 들어. 죽지 않게만 고통을 가했으니까.] [크큭, 흐하학! 누구한테 배웠는지 훌륭한 선생을 두었군. 나랑 아주 솜씨가 똑같잖아.]그 비범한 능력을 알고 싶었는데 말이야. 상대는 제이를 비웃었다.
[흐흐, 내가 네게 새긴 게 이런 흉터뿐인 줄 아나? 아니야. 네 정신에 나를 각인했지.] [······아흐마드 어딨어. 네 형제, LIS의 수장. 어딨어.] [넌 날 못 잊을 거야. 내가 죽어도. 넌 계속해서 나를 떠올리게 될 거다!]도발에 넘어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 말은 도저히 넘어갈 수 없었다.
분노에 가득 차 아사드를 죽인 그때, 바깥에서 다수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를 잡으러 왔나? 아니면 구하러 왔나.
[······텐!]그리고 나타난 건 그의 동료들이었다.
동료들은 처참한 몰골의 제이를 보고 멈칫하다가 쓰러진 아사드의 얼굴을 확인했다.
[사자잖아. 죽었나?] [죽였지.] [넌 괜찮아?] [둥지의 위치를 알려고 했는데, 끝까지 입을 안 열더군.] [그래, 됐어. 우리가 알아보면 돼. 움직일 수 있겠어?]제이는 고개를 저었다. 간신히 서 있는 게 고작이었다.
제이는 투투, 브라이언의 부축을 받아 그 장소를 빠르게 빠져나갔다. 다른 분대원들이 그들을 엄호했다. 살았다는 안도감 때문에 점점 의식이 흐려졌다.
제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어두컴컴한 그림자가 그의 몸을 휘감는 거 같았다. 이윽고 들리는 그놈의 목소리.
[기억해. 난 안 죽어. 네가 죽기 전까지, 네 정신을 장악할 거야. 내가 새긴 흉터를 기억해.]***
“아들, 너무 급한 거 아니니?”
헨리 젠킨스는 다급히 가방에 제 물건을 쑤셔 넣는 아들의 모습을 안절부절못하며 지켜보았다.
“어제 있던 일은······.”
“제가 엄마를 위협했죠.”
물건이 얼마 없어서 짐 싸는 건 빨리 끝났다. 윤제이는 물기가 어린 눈동자로 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제가, 제가······.”
혼란스러워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어릴 적 제이를 보는 것 같았다. 어린 나이에 낯선 곳에 와서 친모를 잃어야 했던 작은 아이. 헨리는 아들의 어깨를 잡았다.
“실수라는 걸 안다. 네 엄마도 다 이해해.”
“아뇨, 아니에요. 아빠. 이건 정상이 아니에요.”
“집에 있으면서 상담 치료를 받으면 되지 않니. 다른 연고도 없으면서 어디를 가겠다는 거야. 네 외가? 그 사람들에게 가려고?”
“여기만 아니면 돼요.”
절대 가벼운 실수가 아니었다. 증오해 마지않는 그놈으로 착각해 하마터면 어머니를 죽일 뻔했다.
아마 아버지가 없었으면······ 제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전 여기 있으면 안 돼요.”
“JJ, 아들.”
“갈게요.”
제이는 도망치듯 집 밖으로 나섰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차에 짐을 싣고, 차에 타려고 했다.
“나랑, 나랑 약속하자. 꼬박 연락하겠다고, 알았지?”
헨리는 다급하게 제이를 돌려세웠다. 제이는 문득 아버지가 이렇게 작았었나? 라는 생각을 했다. 아들이 어떻게 될까 봐 살짝 떨리는 눈동자와 손끝의 움직임이 어깨로 전해졌다.
“힘들면 언제든지 돌아오는 거야. 대답해. 어서.”
“······노력할게요.”
그렇게 집을 떠나 방랑 생활을 했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과거를 잊으려고 했다.
그는 인복이 좋았다. 여러 좋은 사람들만 꼬였다. 그래서 더 오래 머물기 힘들었다. 언젠가 어머니처럼 이들을 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래서 꼬박 상담도 다니긴 했다.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오늘이 마지막일 겁니다.”
“네? 상담은 이제 막 시작인데요. 설마 포기하시는 겁니까?”
“아뇨, 다른 지역에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요.”
사실 이건 거짓말이다. 지금도 상담 치료사의 뒤로 과거의 잔재가 일렁였다.
“하지만, 선생님. 아직 치료가 다 된 게 아닙니다.”
상담 치료사에게는 최악의 환자였다. 환자와의 라포가 형성되려고 하면 훌쩍 떠나버리니 본격적인 치료도 안 될 판이었다.
“후우······ 어쩔 수 없죠. 거기 가시더라도 상담은 꼭 받으세요.”
“네. 그러죠.”
하지만 제이의 고집은 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제이는 작별 인사도 없이 나름 정들었던 지역을 떠나 다시 방랑했다.
“꺄아아악!”
그가 정착을 진지하게 생각했던 건 그가 해안 경비대에서 안전요원으로 일했을 때였다.
“무슨 일이죠?”
“제, 제 동생이 바다에 빠졌어요!”
제이는 망설임 없이 바다에 뛰어 들어가 어린아이를 해변으로 데려왔다.
아이는 눈을 뜨지 못했다. 제이가 미국에 왔을 때와 비슷한 나이 같았다.
“911 신고했어요?”
“어, 어떡해!”
“제발, 제발.”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이가 물을 토해내 정신을 차렸다. 제이는 아이를 옆으로 눕히고 구급대에 인계했다.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다행이군요.”
제이는 구급대원의 얘기에 잔잔하게 미소 지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윽고 아이의 부모가 병원에 뛰쳐 들어와 경과를 들었고, 아이를 구해준 제이를 끌어안으며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아이의 옆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을 보며 제이가 중얼거렸다.
“······기분이 이상하네요.”
“왜 이상하죠? 좋은 일을 하셨는데요.”
“글쎄요······.”
그는 군에 있을 때 많은 사람을 죽였다. 죽어 마땅한 사람도 있었고, 그가 미처 구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사람을 살리면 조금 나아질까?
제이는 접수대에서 직원과 대화하는 LA 소방 구급대의 티셔츠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
인기척이 느껴진다. 침대에서 조심스레 일어난 윤제이는 눈동자만을 굴려 상황을 파악했다.
조심스레 일어난 그가 문을 열었다. 어둠 속에서 윤제이의 날카로운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기척을 극도로 죽인 채 침입자에 대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그렇게 수상한 사람을 급습하려는 찰나였다.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헉.”
윤제이의 눈빛이 일렁이면서 표정이 변했다. 조금 전이 전장에서의 텐이었다면, 지금은 그냥 윤제이였다.
정신을 차려 보니 바로 앞에 쓰러져있는 이복동생이 보였다.
‘얘가 왜 여기 있지?’
그러니까······ 윤제이는 쏟아지는 두통 때문에 인상을 찌푸렸다.
어제 종방연을 했다.
겨우 맥주 두 잔에 뻗어버린 윤도준이 이대로 숙소로 가면 매니저한테 혼난다고 형 집에서 재워달라고 칭얼거리길래 데려와 손님 방에 재웠다.
그리고, 수상한 기척이 느껴져서 습격자인 줄 알고 대비하다가······.
‘내가 이걸 왜······.’
그는 손에 든 식칼을 내려보다가 화들짝 놀라서 그걸 바닥에 떨어뜨렸다.
내가 설마······.
윤제이는 다급하게 한쪽 무릎 꿇고 앉아 윤도준을 살폈다.
“도준아! 도준아.”
황급히 윤도준의 전신을 살폈다. 일단 보이는 것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그는 손가락을 목에 갖다 대 맥박을 쟀다. 정상이다. 안도의 숨을 내뱉은 윤제이는 주변을 살폈다.
‘대체 어떻게 된······.’
열려 있는 게스트룸과 화장실. 아마 아직 술에 취한 상태로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쓰러진 것 같다.
자세히 보니, 이마에 혹이 보인다. 침대로 돌아오는 길에 이쪽 기둥에 머리를 박고 쓰러진 것 같다.
“으으응······ 다 못 머거······.”
편안한 숨소리와 잠꼬대에 몸에 힘이 풀린 윤제이는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무릎에 얼굴을 묻고 덜덜 떨리는 손을 깍지껴 잡았다.
‘그동안 방심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