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08)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아바타 연주(108/287)
아바타 연주
윤제이는 네 번째 입시생의 연주까지 보고 흉내 내는 것을 마쳤다. 그가 바이올린을 어깨에서 떼자, 숨죽이며 지켜보던 사람들이 허탈하게 웃었다.
“와, 어떻게 저게 되지?”
“진짜 재주 많으시네요.”
<인터미션>을 촬영하면서 외계인 보듯이 바라보는 시선도 익숙해졌다.
한진우는 ‘역시 우리 형’이라는 표정이고, 그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정승우와 최태양은 입을 쩌억 벌리고 있었다.
“번외편도 하나 갑시다.”
제작사 측 제안을 듣고 떨떠름했던 채널 스태프의 표정에는 의욕이 넘쳐흘렀다.
안 그래도 이런 식의 깜짝 카메라를 많이 진행해서 심사로 초빙된 교수들이 더는 속지 않을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어떤 거로요?”
“도중에 연주자가 바뀌었는데 우리 교수님들은 알아차릴 수 있을까?”
스태프들의 표정에서 흥미가 일었다.
“중간에 어떻게 바꿔치기하죠?”
“너무 긴장해서 다시 한다고 중단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 뒤에 제이 씨를 투입하는 거지. 괜찮으시겠어요?”
윤제이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무언의 승낙을 했다. 스태프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교수님들 모실게요!”
“여러분, 저기 안쪽으로 들어가세요.”
윤제이는 입시생들과 함께 장막 안에 들어갔다. 옆에 앉은 입시생들은 아직도 윤제이를 괴물 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교수님들.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거 그거죠? 깜짝 카메라?”
두 교수는 앞선 컨텐츠에서 이미 된통 당한 적이 있었다.
지금과 비슷한 형태였다. 입시생들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사이에 프로 연주자가 끼어 있었다.
흥분해서 내가 키우고 싶다고 주장하다가 정체를 까보니 제자로 받을 수 없는 잘나가는 연주자였을 때의 그 기분이란······.
“에이, 아니에요. 교수님. 이번엔 진짜 입시생들만 모았어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일단 믿어보죠.”
두 교수 뒤로 등장하는 나이 지긋한 중년의 교수가 가운데에 앉았다. 윤제이는 장막 안에 설치된 모니터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척 봐도 존재감이 남달라 보였다.
“이 교수, 장 교수는 이런 거 많이 해 봤댔죠?”
“마이튜브도 완전 방송국이랑 똑같아요. 속으면 안 돼요, 선생님.”
“그래요?”
저명한 두 교수가 선생님이라 부르며 깍듯이 대하는 한 교수가 있었다.
박희선 교수. 우리나라에서 바이올린을 좀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모두 저 교수의 지도를 거쳐 갔다.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이고, 두 교수의 스승이기도 했다.
‘진짜 오시다니.’
섭외 요청을 하면서도 거절할 줄 알았는데 흔쾌히 승낙했다. 채널 피디는 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저분까지 속일 수 있을까?’
흰머리가 슬쩍 보이는 박희선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클래식 음악으로 꽉 잡은 신 씨 패밀리의 가까운 친척이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신주원의 첫 스승이자, 그 외에도 많은 천재를 배출해냈다.
“그냥 편안하게 입시생들 연주를 평가해 주시면 됩니다.”
“아마 저 중에 프로 연주자가 있을 거예요. 선생님은 들으시면 딱 알 거예요.”
“장 교수님, 벌써 그러시면 저희는 어떻게 해요.”
“내가 한두 번 속나요?”
장 교수는 ‘내 말이 맞지?’라는 태도를 고수했다.
하지만, 이건 예상 못 했을걸? 채널 피디가 히죽 웃었다. 입시생 평가 시리즈의 첫 동영상이 천만 뷰가 넘었다. 아마 이 녹화분이 공개되면 그것보다 더 잘 나올지도 모른다.
“어차피 편집 다 할 테니 평가는 가감 없이 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입시생들도 그거 바라고 온 거니까요.”
“음, 재밌겠네요.”
“그럼 1번 입시생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윤제이가 1번 입시생인 척 앞으로 나섰다. 몸매가 워낙 남달라서 장막 안 실루엣은 공개 안 하는 것으로 진행했다.
그가 1번 입시생의 연주를 그대로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 했는데 연주를 중단하라는 종소리가 울렸다.
“세다.”
“너무 활에 압력을 주는 느낌이에요.”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가차 없네. 윤제이는 카메라를 향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어서 그는 2번 입시생의 연주를 흉내 냈다.
“너무 서두르는 느낌이 있죠?”
“템포가 너무 급해요. 박자감부터 다시 익혀야겠어요.”
그중에서도 박희선 교수는 정말 가차 없는 평가를 남겼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입시생들이 마른 입술을 축였다.
자신들이 직접 연주하는 건 아니지만, 윤제이가 워낙 똑같이 따라 해서 직접 피드백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3번 입시생은 테크닉은 괜찮은 거 같은데 일정한 톤 유지가 안 되네요.”
“맞아요. 뒷심이 약해요. 연습 제대로 안 했나? 체력부터 기르는 게 낫겠어요.”
이어서 4번의 연주, 여기서도 혹평이었다.
드디어 5번의 차례가 되었다. 5번은 다른 입시생의 연주를 흉내 내지 않는, 윤제이의 오리지널 연주였다.
“오?”
첫 마디에서부터 세 교수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들은 연주를 도중에 중단하지 않고 황홀한 표정으로 연주를 감상했다.
‘지원이? 아냐. 조금 다르긴 한데······.’
박희선 교수는 더 놀란 상태였다.
윤제이가 <인터미션>을 위해 참고했던 바이올린 연주의 대부분은 다 소싯적 신지원 감독의 연주였다. 유태혁의 과거 바이올린 신동 시절을 연기하기 위해서였다.
연주자들의 연주를 보고 흉내 내고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냈지만, 그래도 영향을 준 연주자들의 향기는 없어지지 않았다.
“······이게 정말 입시생의 연주라고요?”
“혹시 조슈아 크레머 내한했나요?”
“난 왜 자꾸 지원이가 생각날까······.”
노련한 박 교수는 어렴풋이 나는 옛 제자의 향기를 단번에 간파했다.
“지원이요? 아, 신지원 씨요?”
“듣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근데 다른 두 교수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놀람을 숨기지 않는 박 교수의 모습을 카메라가 가만히 찍고 있었다.
소란스러웠던 세 교수는 이윽고 윤제이의 연주를 조용히 감상했다.
“진짜 잘 들었습니다.”
“제대로 된 평가를 해 주세요.”
“아니, 너무 놀라서······.”
“5번이 정말 한국 고3 입시생이라면, 제 제자로 키우고 싶은 심정이에요.”
마지막은 박 교수의 입에서 나왔다. 양옆의 두 교수가 깜짝 놀랐다.
박 교수가 점찍은 제자들은 하나같이 천재거나, 훗날 이름을 알리게 될 연주자가 됐으니까.
“근데 두 교수님 말씀 들어보니 아마 이미 이름이 알려진 연주자 같은데······ 맞겠죠?”
채널 피디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아까부터 입이 근질거리던 것을 쏟아냈다.
“앞선 다섯 분의 연주는 놀랍게도, 전부 한 사람에게서 나왔습니다. 전부 5번 입시생이 연주했습니다.”
“네?”
세 교수가 놀라서 반문했다.
“피디님, 장난치지 마세요.”
“이거 방송이니까 약간 조작 들어간 거죠?”
“진짜예요. 저희도 막상 기획하고 놀랐습니다.”
이 교수와 장 교수는 대체 그 사람이 누구냐 빨리 공개해달라고 급하게 요구했다.
오로지 중앙의 박 교수만 침착하게 손을 들었다.
“정체를 알기 전에, 진짜 입시생들 연주를 듣고 싶은데요. 혹시 안 왔나요? 난 입시생들 평가하러 왔는데······.”
“당연히 왔습니다.”
타고난 교육자인 박 교수라면 그럴 줄 알았다. 입시생들이 황급히 자신의 악기를 챙겼다.
그리고 다시 입시 평가의 장이 열렸다. 윤제이는 긴장해서 떠는 입시생들의 등을 토닥이며 격려했다.
“황급히 단점을 보완한 느낌이 드네요. 괜찮았어요.”
윤제이의 아바타 연주로 이미 평가를 받은 상태였다. 짧은 사이 보완한 연주를 하기도 했고, 너무 피드백을 신경 쓰느라 전보다 연주를 더 망치기도 했다.
세 교수는 듣다 보니 이상함을 눈치챘다.
“근데 설마······ 5번 연주자가 입시생들 연주를 다, 따라 했나요?”
“네.”
“그게······ 되나요?”
“저희도 교수님들이라면 알 줄 알았는데요······.”
세 교수는 얼떨떨해졌다. 깜짝 카메라가 존재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식일 줄은 몰랐다.
“녹음한 건가?”
“녹음한 것 치곤 너무 현장감이 느껴지던데요.”
교수들이 수군거리는 사이, 다시 윤제이가 나섰다. 이미 평가를 마친 3번 입시생이 긴장한 척 연주를 망쳤다.
“아이고, 긴장한 것 같네요.”
“괜찮으니 다시 해보세요.”
그리고 다시 들어가는 연주는 윤제이가 맡았다. 그는 3번 입시생과 똑같은 연주를 펼쳤다.
“······잠깐만요. 마지막 연주자는 3번 입시생과 같은 사람 같았는데, 중간에 바뀐 느낌이 드는데요. 나만 그렇게 느꼈나?”
하지만 역시 거장을 속일 수는 없었다.
“사실 저도요.”
“저도 뭔가 달라진 거 같았어요.”
남은 두 교수도 이상함을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박 교수처럼 확신을 하고 말을 내뱉지는 못했다. 채널 피디가 작게 감탄했다.
“역시 박 교수님은 아시네요.”
“진짜예요?”
“중간에 바뀐 연주자는 교수님들이 정체를 알고 싶어 하는 그 5번 입시생입니다.”
“그래서, 이제 누군지 정체를 알려 주시죠.”
계속 질질 끌다가는 세 교수가 답답해서 뒤로 넘어갈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렇게 장막이 걷혔다.
“안녕하세요, 배우 윤제이라고 합니다.”
“어머.”
세계적으로 이름난 프로 연주자일 줄 알았던 5번의 정체는 뜬금없이 배우였다.
게다가 아예 모르는 배우도 아니었다. 윤제이는 제법 유명했으니까. 세 교수가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 저분이 다 하셨나요?”
“네. 여기 증거 영상입니다.”
채널 피디는 이럴 줄 알고 미리 핸드폰으로 찍어둔 영상을 세 교수에게 넘겼다. 그걸 보고 눈앞의 윤제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저명한 교수들도 저리 놀라는 걸 보니, 이번 깜짝 카메라는 성공이다.
“세상에······.”
“혹시 전에 음악을 하신 적이······?”
윤제이는 고개를 저었다.
“진짜 한 번도 안 해봤다고요?”
“작년에 <인터미션> 연기하면서 처음 잡아봤습니다.”
“허······.”
그렇게 이 영상의 본래의 의도인 <인터미션>의 홍보로 넘어갔다. 세 교수는 정말 기가 막힌다는 듯 윤제이를 쳐다보았다.
“연주 잘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그냥 흉내만 잘 낸 것뿐입니다.”
“그게 그냥 흉내라면 저기 친구들은 뭐가 되겠어요?”
윤제이는 정말 진실만을 말한 건데, 타인은 과한 겸손으로 들린다. 이것도 주의해야겠네. 윤제이는 바이올린을 케이스에 넣어 마이튜브 제작진에게 넘겼다.
자기 악기도 아닌데 그런 연주를 했다는 건데······ 박 교수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런데······ 마지막 연주는 혹시 누굴 참고했나요?”
박 교수는 이런 질문을 하면서도 반신반의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 어려웠다. 참고한다고 그걸 똑같이 따라 하는 게 말이 되나? 하지만 이미 그는 다른 사람을 흉내 낼 수 있다는 것을 연주로 증명해냈다.
“네. 신 감독님 예전 연주 영상을 봤습니다.”
“감독님?”
“신지원 감독님이요. 전에 바이올린을 하셨던.”
“아아, 그러고 보니 이젠 영화를 한다고 했었지.”
윤제이는 박 교수의 눈빛에 그리움을 발견했다.
“좋아 보이던가요?”
말보다는 그냥 보는 게 나을 거다. 윤제이는 한진우에게 건네받은 티켓을 세 교수에게 나눠주었다.
“시사회 초대권입니다. 괜찮으시다면 보러와 주세요.”
“글쎄요, 내가 보러 가면 지원이 그 애가 날 반가워할지······.”
“좋아할 겁니다. 감독님은 이제 바이올리니스트가 아니라 영화감독이니까요.”
“······그렇죠.”
그리고 나도 군인, 소방관 등이 아니고 배우지.
신 감독은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녹여내 과거를 털어냈다. 마지막 촬영 이후 후련해 보이는 신지원 감독의 모습은 윤제이가 훗날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촬영이 끝나고 윤제이는 입시생으로 온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 주었다. 교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저기, 잠시만.”
“네?”
“무슨 힘든 일이 있나 본데······ 괜찮으신가요?”
정해진 시간이 끝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던 때, 박 교수가 윤제이를 붙잡았다.
박 교수가 입시생 연주의 바꿔치기를 알아차린 것은 연주 속에 담긴 감정 때문이었다.
연주는 연주자의 감정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박 교수는 5번의 연주를 들었을 때 신지원의 향기뿐만 아니라 이상하게 먹먹하고 슬픈 느낌이 들었다. 저절로 그를 위로하고 싶어지는 깊은 감정이었다.
웃고 있던 윤제이의 표정이 금세 굳어졌다.
“내가 좀 무례했나요?”
“아뇨, 알아주실 줄은 몰라서요.”
역시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군림해 온 권위자는 달랐다.
“다 잘 될 겁니다.”
“······격려 감사합니다. 시사회 꼭 보러 와 주세요.”
윤제이는 박 교수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