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11)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인터미션 개봉(111/287)
인터미션 개봉
시사회 이후 신지원 감독은 제작팀 식구들과, 배우들은 각자 가족과의 시간을 위해 흩어졌다.
어차피 무대 인사나 GV 일정으로 이들과 함께할 일은 많이 남았다.
윤제이는 이영창과의 약속을 위해 정승우도 돌려보내고 자주 가던 식당으로 향했다.
“뭐지?”
“왜 그래?”
“자꾸 따라붙는 차가 있어서요.”
한진우는 핸들을 현란하게 꺾으며 그 차를 따돌리려 했다. 하지만 차는 금세 그들 차의 뒤꽁무니를 따라왔다.
“쓰읍······ 좀 돌아갈까요? 저건 떼고 가야 할 거 같은데.”
“괜찮아. 감독님 기다리게 하시면 안 되지. 알아서 할게.”
괜찮겠냐고 말하려던 한진우는 입을 그냥 다물었다. 누가 누굴 걱정해. 저런 미행쯤이야 간단히 따돌릴 수 있는 사람인데.
[오빠. 기자들을 조심해야 해. 누가 따라온다 싶으면······.] [맞아. 형은 이제 맛있는 먹잇감이라고.]누군가와 비밀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차기작은 이영창과?’라는 설레발 기사나 나올 테지만, 윤제이는 방심하지 않았다.
그는 동생들에게서 들은 주입식 연예계 교육을 철저히 따랐다. 차에서 내린 그는 일부러 천천히 걸어가며 기자를 유인했다.
‘여긴, 조유경 단골집으로 유명한데······.’
강창훈 기자는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영화 끝나고 이영창이랑 대화하길래 그를 만나는 줄 알았는데······ 어느 쪽이든 좋다.
‘윤제이 벌써 거장 감독과 차기작을?’ 같은 기사보다 ‘윤제이 거물 여성 스폰서와 단둘이 밀회?’ 이게 더 어그로 잘 끌리겠지.
설레서 윤제이를 미행하던 강창훈 기자는 모퉁이를 돌았을 때 아무도 없는 모습에 당황했다.
“어, 어디 갔지?”
윤제이는 이미 다른 쪽 벽 뒤에 숨어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얼굴을 기억해둬야겠군.’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
기자를 가볍게 따돌린 윤제이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이미 이영창이 식당에 앉아 있었다.
“제가 늦은 건 아니죠?”
“아니야.”
“영화는 어떠셨어요?”
“좋더구나. 근데 거기 나온 연주는 정말 직접 했니?”
“네.”
“드럼도 하고 베이스도 하고 바이올린도 하던데······.”
게다가 노래도 수준급이지 않았는가. 이영창이 신기한 듯 윤제이를 쳐다보았다.
“사실······.”
이미 <인터미션>을 찍으면서 밝힌 거, 이영창에게 못 밝힐 이유는 없다.
그가 가진 특유의 재능을 들은 이영창은 별로 놀라 보이지 않았다.
“어쩐지, 네가 어릴 때부터 남다르긴 했지.”
그리고 실망하지도 않았다. <어린이> 때의 그 연기는 단순 누군가를 흉내 낸다고 해서 나오는 연기가 아니다.
오죽하면 아직도 <어린이> 얘기를 해서 ‘어린이 망령들’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람들이 많은 게 아니다.
“네가 바이올린을 보던 그 장면 말이다.”
“네.”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지?”
이영창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 장면을 찍었을 때의 윤제이의 속마음이 궁금했다.
“그 전에, 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전에 제 출신 부대 때문에 시끄러웠던 거 아세요?”
“언론에 뜬 만큼만 안다.”
“궁금하지 않으셨어요?”
“네가 먼저 말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단순 감독과 배우의 관계가 아니라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가족의 관계와도 같았고, 어쩌면 얘기를 들어주는 상담사와 환자의 관계이기도 했다.
‘나를 위한 헌정 영화를 만든다고 하셨지.’
그걸 이용할 수 없을까? 생각한 윤제이는 자신이 겪은 일을 간략히 말했다.
자신의 위치가 붕 뜬 것 같아 일찍 입대했고, 이런저런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아사드에게 납치돼 모진 일을 당했다고 얘기했을 때, 이영창은 손을 들어 윤제이의 말을 끊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기사로 뜬 게 제법 그럴듯한 추측이어서 믿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본인의 입으로 직접 확인받는 건 또 다르다. 이영창은 손으로 입가를 덮어 참담한 표정을 가렸다.
‘그래서 여름에도 긴소매를 고수했어.’
이영창이 윤제이와 다시 재회한 지도 2년이 넘었다.
그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렇게 만나서 얘기했는데, 윤제이는 늘 답답할 정도로 껴입었었다.
살짝 걷은 팔에는 흉터가 보였다. 이영창이 한숨을 쉬었다.
<인터미션> 속 초반부 유태혁이 끝까지 바이올린에 미련을 못 놓으면서도 버릴까 말까 갈등했던 것처럼······.
“사실 전역 이후부터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었어요.”
“아직도 과거가 널 괴롭히니?”
“······네.”
최근에는 윤도준까지 공격했다고 차마 말하지는 못하겠다. 윤제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래서 연기라는 수단을 다시 잡았어요.”
어릴 때 괴롭힘을 받으면서 자신을 이런 상황에 빠뜨리게 만들었던 연기가 싫었다.
하지만 살기 위해 얼굴에 가면을 덧씌우는 연기는 그의 지금을 지탱하게 만드는 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아마 이영창은 이미 유태혁과 자신이 닮았음을 눈치챘을 것이다.
“아무튼, 그 장면에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난 아직도 과거를 사는 사람인데······.”
“······.”
“과거는 버릴 수도 바꿀 수도 없다는 것을요. 근데 태혁이는 그걸 인정하고 떨쳐냈죠.”
“넌 아직 아닌가 보구나.”
“네. 사실 <달동네> 촬영장에서 느꼈던 감각을 기대했는데, 제가 부족한 건지 그 이상으로는 못 가더라고요.”
하지만 성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래도, 방향을 찾았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삶을 대하는 자세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마음먹는 건 그의 몫이다.
다만, 신지원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해소한 것처럼 이영창이 그 역할을 대신해주길 바랐다.
“그래서 신 감독과 스승을 그렇게 바라봤구나.”
“보셨어요?”
“보였지.”
“뭐, 저도 나중에 그렇게 되기를 바라니까요.”
과거의 짐을 덜고 앞만 바라보는 삶으로 말이다.
조유경이 합류하면서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금세 풀렸다. <인터미션> 영화 너무 잘 나왔다며 관객 수가 얼마나 될지 추론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즐거운 식사가 끝나고 자리를 일찍 파했다. 이영창은 점점 멀어지는 윤제이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하긴, 제이가 함께 시상식에 서고 싶다는 얘기는 안 했지.’
이영창은 사실 윤제이와 함께 레드 카펫을 밟기 위해 시나리오 작업을 계산적으로 접근했었다.
그는 이미 많은 시상식에서 수상해온 경력이 있었다. 심사위원이 어떤 걸 원하는지 꿰고 있었다. 어릴 때는 함께 서지 못했던 칸의 레드 카펫을 다시 선다는 서사도 꽤 좋지 않은가.
하지만.
‘방법이 잘못됐어.’
윤제이는 수상 욕심이 없다. 이미 최연소로 이뤄낸 기록도 있고, 본인도 연기 자체를 즐기는 거지 성적에 그렇게 목숨 걸지는 않았다.
함께 서는 레드 카펫이 유명 시상식이 아니라 오늘처럼 시사회 같은 데서 나란히 서는 것만으로도 족하다면······.
집이 아닌 작업실로 향한 이영창은 그동안 작업했던 시나리오를 미련 없이 삭제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윤제이는 그가 맡은 배역이 과거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응어리진 감정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녀석의 시작은 역시······.’
그리고 아직 <어린이>에 관해서 응어리진 게 많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가족을 남들보다 더 특별히 생각하는 것 같았지.’
가족이니 뭔들 안 그렇겠냐마는, 윤제이는 일반적인 가정에서 자란 게 아니었다.
아이의 정서를 위해 미국행을 택한 친모, 그리고 피가 섞이지 않았음에도 최선을 다했던 새어머니의 사랑을 들었다.
하지만 윤제이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두 아버지였다.
‘윤수헌, 그 친구가 욕심이 많긴 했지만······.’
친부는 윤제희의 재능 개화에 큰 역할을 했다. 처음 재능을 알아보고 연기에 길에 입문하게 했고, 지금의 윤제이에게 있어서 연기는 PTSD를 일시적으로 덮고 하루하루를 버티게 하는 수단이었다.
그리고 직접 만나보진 않았지만, 입에 담는 음성만으로도 애틋해 보이는 새아버지는 윤제이의 멘토였으며 든든한 지지자였다.
[아빠는 제 카메라 공포증을 치료하기 위해 카메라를 응시하게 하셨죠.]충격 요법. 과거를 차근차근 답습하는 방법으로.
이영창은 만년필의 뚜껑을 열었다. 흥행, 작품성, 수상실적 등을 배제하고 오로지 윤제이를 치유하기 위한 헌정 영화의 이름은······.
<아버지>
‘이게 좋겠군.’
이영창은 그제야 막힌 게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
-영화 <인터미션>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이 영화는 청춘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담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특히 후반부의 ‘그 장면’에서는 별 대사 없이 관객을 휘어잡는 눈빛과 표정 그리고 숨소리까지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배우들의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특히 윤제이.
-인터미션 시사회 당첨돼서 다녀옴(노스포)
방금 막 끝나자마자 글씀
긴말 안한다 그냥 보러가라ㅇㅇ 나 또 볼거임
└아 기대 안하려고했는데 평 좋아서 기대하게만드네ㅋㅋ
└음악 좋다는 얘기는 많은데 연기는 어때? 괜찮음?
└└연기 진짜 좋음ㅇㅇ 솔직히 윤제이가 유명한건 알겠는데 영화 주연은 처음이잖아? 근데 화면 장악력이 진짜 좋아 차기작 기대됨
-지금까지 뜬 시사회평 괜찮은데?
전에 블시평도 좋았고ㅇㅇ
└근데 언시평은 웬만하면 다 좋지않냐?
└언시평이 아니라 일반인들 데리고 했던 시사회 말하는거ㅇㅇ
사전 시사회 평이 좋아서 기대했다가 까보니 별로인 작품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인터미션>은 한결같이 시사회 평이 좋았다.
-지금 영화방 시사회평 진짜 알바티난다ㅋ
너무 바이럴냄새 진한데? 이런건 얼마받고 글올리냐?
└내말이
└인터미션 홍보대행사 어디냐?ㅋㅋ 잘못계약한거같은데
-무지성으로 바이럴 의심하는것도 좀 그럼ㅇㅇ
아니 찐으로 보고 온 사람들 평이 다 좋은데 어떡하라는거임??
└불호평이 너무 없잖아 이게 말이 되냐? 사람마다 호불호 취향 다 갈리는데
너무 평이 좋아서 알바를 푼 거 아니냐, 역시 조유경이 광푸쉬하는 영화라서 그런가 너무 티 난다는 반응도 있었다.
-주연이 윤제이라서 더 말나오는 거 같음
라이징 망하길 비는거 한두번이냐?
└하여튼 인간들 진짜 악의적임
└무지성 망염불이 아니라 영화 평이 다 좋은게 말이 안되지않음? 어디서 좌표 찍은것처럼
윤제이는 너무 단기간에 떠 버렸다. 그만큼 시기 질투하는 사람이 많았다.
호의적인 시사회 평이 아니꼬운 사람들이 트집을 잡고, 영화 게시판은 개싸움으로 번졌다. 어디 흥행 성적이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윤제이 첫 주연작 ‘인터미션’ 개봉
‘인터미션’ 예매율 1위로 산뜻한 시작
그렇게 <인터미션>이 정식 개봉했다.
윤제이의 팬이라면 당연히 영화관을 찾았고, 누군가의 전기 영화가 아니라 순수 창작으로 만든 음악 영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영화관을 찾았다.
-인터미션 재밌는데?
영화 끝나자마자 2차 예매함ㅇㅇ 근데 무조건 사운드 특화관 찾아가라
└야 벌써 사운드지관 자리 없어
└ㅅㅂ 엘비사운드관 괜찮은 좌석은 다 나갔다
└└ㄹㅇ??
-제발 락덕이면 인터미션보자
아직도 여운에서 못빠져나오고 있음ㅠ 어디 락페에 무대는 안서나ㅠ
└음원 언제풀리냐 ㅅㅂ
└영화 홍보로 음방도 나와주면 안되냐..ㅠㅠ
-인터미션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다
윤제이 얼굴이 진짜 장난아님 큰화면으로 보니까 더 압도적
그 얼굴로 노래도 개잘하는데 진짜 정신이 혼미해짐
└진짜 씨지같음ㅠㅠ 저런사람이 같은 하늘아래 있다니
└게다가 캐릭터도 좋았음 사고뭉치 리더가 알고보니 비극적인 과거를 가지고 있었고ㅠㅠ
└오타쿠 많이 붙을 설정이긴 한데 배우도 연기를 잘했음ㅇㅇ
└ㄹㅇ캐릭터 잘받아먹은거 같아
└아 ㅅㅂ 댓스포 밟았네 주말에 보러가기로 했는데
하지만 이런 알바나 바이럴 의혹은 영화가 개봉하고 서서히 사라졌다.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이 하나둘 좋은 후기를 남기고, 벌써 아지타토 자체를 덕질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영화를 보면 주는 오리지널 티켓은 금세 매진됐고, 홈페이지를 새로 고치며 주마다 풀리는 특전과 무대 인사 일정을 기다렸다.
“대박 났다······.”
<인터미션>의 제작사 사무실, 초반 관객 수를 확인한 최수진이 입을 틀어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