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13)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GV(113/287)
GV
연기도 좋았다는 반응이 많지만, 지금의 인기는 작품의 그룹으로, 캐릭터에 더 주목되고 있었다.
지금 윤제이의 상황도 비슷했다. 연기 잘하고 유명한 건 알지만, 워낙 과거가 특이해서 과거 자체에 주목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미 밝혀진 거 어쩌겠어.’
아마 2년 전, 미국에서 막 돌아온 윤제이라면 이런 관심을 달갑지 않게 느껴졌을 거다.
연기가 아닌 다른 측면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니······ 이런 관심을 바랐다면 윤제희라는 이름을 다시 썼겠지.
‘아지타토나 유태혁을 향한 관심은 뭐, 그만큼 배역을 잘 표현했다는 의미도 되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는 여러 작품을 찍으면서 마음의 짐을 덜고, 깨달음을 얻었다.
이제는 <어린이>라는 그늘에 가려진 게 아니라 배우로서 작품의 완성도와 흥행을 신경 썼다.
그만큼 그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아직 윤제이 본인은 알지 못했다.
오늘은 무대 인사와 GV를 겸하는 일정이었다.
“우선 인사부터 하겠습니다. ‘인터미션’의 감독, 신지원입니다.”
“와!”
“잘생겼다!”
영화관에서도 공연장과 같은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이크를 들고 자기소개하는 와중에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간절한 눈빛으로 손에 든 꽃다발을 흔들고 있었다. 제발 가져가 달라고 말이다.
“어? 또 보네.”
꽃다발을 받고 보니 얼굴이 눈에 익은 팬이다. 아마 전에 생일 카페를 열어준 팬이었지? 윤제이가 알아보자, 상대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든 채 자지러졌다.
“워······ 손 드신 분들이 많네요.”
“저기, 저분은 어때요? 되게 간절해 보이시는데.”
“여기 안 간절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인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GV가 시작되었다. 지목받은 관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영화 진짜 너무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 주세요.”
“인터뷰에서는 감독님의 자전적인 얘기가 섞였다고 하셨잖아요? 태혁이가 감독님의 자전적인 캐릭터라는 건 알겠는데, 영화를 보다 보니 이현이도 감독님의, 뭐라고 해야 하지?”
아는 만큼 보이는 사람들은 영화의 준수한 연출과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좋았다는 것을 알았다.
“색깔? 이 섞여 있는 거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요, 어떠신가요?”
“정확히 보셨네요. 맞습니다.”
신지원 감독은 크게 숨을 내뱉었다.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제가 바이올린을 내려놓았을 때 들었던 소리가 뭔 줄 아세요?”
“뭔데요?”
배우들이 중간에 어색하지 않게 추임새를 넣었다.
“저 새끼, 저거, 천재라 포장하더니 인생 끝났네.”
“진짜요?”
“너무하네.”
“신씨 성을 쓰는 사람이 고작 슬럼프도 못 이겨내는 게 말이 되냐며 저를 까내리는 사람도 많았죠. 그래서 방황도 많이 했습니다.”
주목받는 천재의 몰락은 다른 사람들의 먹잇감이 되기 충분했다.
심지어 가족조차도 그를 나약하다 했다. 정 못 하겠으면, 애들이나 가르치라면서 그의 미래까지 마음대로 정했다.
“이현이가 부모에게 들었던 말은 방황했던 동안 들은 말을 살짝 변형했습니다. 근데 영화 보신 분 중에 공감하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그 장면은 저도 이현이에게 완벽히 녹아드는 계기가 되었죠.”
“그렇죠. 우리 하준 씨가 연기를 워낙 잘하셔서.”
“감독님의 디렉팅 덕분이죠.”
신지원과 강하준의 훈훈한 모습에 다른 배우들이 미소를 지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사회가 정한 궤도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마 영화를 보고 마음이 쓰인 분들도 이현이가 들었건 것과 비슷한 얘기를 많이 들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관객 중 누군가가 ‘맞아요!’라고 소리쳤다. 제법 감정이 실린 음성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제가 영화감독을 한다고 했을 때 들었던 말도 그랬습니다. 너도 나이가 30대인데, 이제 와서 도전하면 뭐가 달라지겠냐. 그냥 하던 거나 잘하라고요.”
“······.”
“그걸 다 이겨내고 감독이 된 제가 바이올린을 연주했을 때보다 초라해 보입니까?”
마지막 공연 장면에서 과거와 벽을 허물어낸 유태혁과 정이현의 모습은 누구보다 빛나 보였다.
그리고 <인터미션>이 개봉한 지 2주 차로 접어들었다. 누적 관객 수는 300만 명이 넘었다. 이와 비슷한 추이를 달성한 영화는 천만을 넘었다.
“제가 나름대로 깨달았던 점을 ‘인터미션’에 녹여냈습니다. 이현이가 창문을 깨고, 태혁이가 바이올린을 팔아 미래를 마련한 것처럼, 여러분들도 그런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하세요. 인생은 짧으니까.”
“멋있다!”
“박수 한번 해 주세요.”
백도경과 남찬희가 분위기를 띄웠다. 강하준은 윤제이에게 몸을 돌리며 속삭였다.
“형, 처음부터 저런 대답을 하시면 우린 어떡해?”
“그러게.”
윤제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다음 질문자가 일어나서 스태프에게 마이크를 받았다.
“저도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
“역시 감독님 인기 많네요.”
신지원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사실 영화 자체가 아닌 아지타토나 멤버들에게 관심이 치중된 게 마음에 걸렸었다.
하지만 이렇게 영화에 관해 알아주는 관객의 질문을 들으면 가라앉던 기분은 금세 위로 떠 올랐다.
“방금 전 대답하신 것 때문에 여쭤보는데, 어쩌다 영화감독이라는 새 출발을 하시게 된 건지 계기가 궁금합니다. 바이올린이랑 영화 연출은 분야가 너무 다르지 않나요?”
“이것도 너무 좋은 질문이네요.”
신지원은 입안이 건조해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대답을 이어갔다.
“방황하던 동안 집에서 안 나왔어요. 방구석에서 뭘 했겠습니까. 책을 보고, 영화를 봤습니다.”
“그럼 영화감독을 마음먹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은 어떤 거예요?”
“음······ 하나를 꼽자면, 이영창 감독님의 ‘어린이’입니다.”
윤제이는 마시던 물을 뱉을 뻔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뛰어난 연기력을 활용했다.
“우리 배우분들도 아는 영화죠? 워낙 오래되긴 했는데······.”
“에이, 감독님. 그 영화는 연영과 출신이면 필수로 봐야 하는 영화에요.”
신지원은 <어린이>에서 작은 체구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윤제희와 지금 봐도 세련된 연출에 매료되었다.
영화나 책 등은 보는 사람이 해석하기 나름이다.
신지원은 <어린이>의 마지막에서 엄마를 기다리다가 아이들과 신나게 노는 박동화의 모습을 보고, 나를 억압하는 가족들의 따뜻한 말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행복을 잡겠다는 해석을 했다.
그를 다시 밖으로 나오게 만든 <어린이>를 따라 영화감독의 길에 들어섰다.
“얼마 전에 재개봉도 했었잖아요.”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영화기도 하고요. 형은 어때요?”
백도경의 기습 질문에 윤제이는 그저 멋쩍게 웃기만 했다.
다행히 시간이 많지 않기에 다음 질문자로 넘어갈 수 있었다.
“저는 윤제이 배우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 태혁이가 바이올린을 응시하는 장면이요. 어떤 마음으로 연기하셨을까요?”
“드디어 제게 질문이 들어왔네요.”
너스레를 떤 윤제이의 말에 사람들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음······ 바이올린이 가지는 의미는 다들 알고 계시죠? 과거나 미련 등등이죠.”
“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과거사도 평범하진 않잖아요? 그래서 몰입하기 쉬웠습니다.”
웃고 떠들던 상영관이 금세 가라앉아 윤제이의 말에 집중했다. 과거에 관해 이런저런 말이 오가도 윤제이의 입으로 직접 듣는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배우들과 감독까지 마이크를 내려놓고 윤제이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누구나 벗어나고 싶은 과거 하나쯤은 있지 않나요? 어떠세요?”
“저 있어요. 초등학교 장기자랑 하다가 무대에서 토한 적 있는데······.”
“워어······.”
“흑역사 엄청난데?”
남찬희의 말에 분위기가 금세 가볍게 풀렸다.
“태혁이는 기량이 떨어져 감을 느꼈음에도 바이올린을 놓지 못했고, 그 결과 아버지와 어머니의 비극을 맞닥뜨렸죠.”
“······.”
“저도 태혁이와 비슷합니다. 아직 마음에서 해결 못 한 사건들이 가끔은 불쑥 튀어나오죠. 군인 출신이라면 으레 겪는······ 무슨 말인지 아시죠?”
“네!”
본인이 너무 대수롭지 않게 말해서 그 말을 주목하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하지만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정승우와 최태양 그리고 한진우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점이 많아서 그냥······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기보다는 저절로 몰입됐어요. 그때는 시야도 뿌옇게 되던 게, 제가 유태혁 그 자체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그 명장면이 탄생했죠.”
아지타토와 멤버들의 인기 때문에 조금 가려진 것뿐이지, <인터미션>에서 윤제이의 연기를 칭찬하면서 꼽았던 것은 바이올린을 응시하는 그 장면이었다.
“그때 바이올린이 저절로 쓰러졌잖아요.”
“우연이었죠. 연출이 담기지 않은. 신이 그를 가엾게 여겨서 깨달음을 줬나? 하는 해석도 어찌 보면 맞겠네요. 저도 놀랐거든요.”
“장난 아니었죠.”
신지원은 그때가 생각났는지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윤제이는 말을 이었다.
“태혁이가 ‘그때 내가 바이올린을 일찍 관뒀더라면 뭔가 달라질까?’라는 미련을 떨쳐낸 것처럼, 아픈 과거도 나중에는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어, 이거 제 대답 표절인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감독님 이상의 대답은 못 하겠던데요. 너무 잘하셔서.”
윤제이는 마이크를 내려놓기 전에 작게 중얼거렸다.
“만약 여러분들도 그런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면, 태혁이처럼 잘 극복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가 치유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마치 자신은 아직 그러지 못했다는 듯이.
***
<인터미션> 팀이 수도권 외 지역까지 돌면서 활발한 무대 인사 일정을 소화할 때, 드디어 ‘솔져스K’가 전파를 탔다.
-나 솔져스 본다고 치킨 시켰다!
-드디어 윤제이 나오냐?
-인터미션 홍보로 나온거니 전같은 활약은 기대 안하는게 낫겠지?
-김하온 또 처발렸으면 좋겠다
전에 아군 쏜거 진짜 별로였어
└과몰입 지리네 예능은 예능으로 보자
└김하온이 밉상컨셉 잡은게 잘못이지ㅋㅋ
-%%%솔져스 불판%%%
벌써 윤제이의 출연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정승우는 마침 욕실에서 나오는 윤제이를 불렀다.
“형, 시작해요.”
“그래?”
소파에 앉은 윤제이가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털어냈다.
정승우와 최태양은 윤제이를 흘끔 쳐다보았다. 그들이 예민하게 윤제이의 변화를 살피는 게 괜한 게 아니었다. 무슨 사건이 있었다.
‘그때 진짜 살벌했지.’
두 사람은 윤제이와 함께 ‘솔져스K’를 녹화했던 때를 회상했다.
<인터미션>의 홍보 겸 남은 투자금을 없애기 위해 스케쥴을 잡은 윤제이가 녹화 세트장을 찾았다. 이번에는 건조한 사막 배경이 아니라 숲도 있었고, 수영장까지 있었다.
“오늘도 세트장이 화려하네요.”
“제이 씨 덕분에 자본이 많이 남았으니까요.”
오로지 윤제이를 위해서만 쓰라던 투자금이다. 프로그램이 잘 돼서 받은 광고 금도 쓰였다. 게다가 윤제이가 또 나온다니 땅을 빌려준다는 투자자, 홍지웅의 제안도 받았다.
윤제이는 이미 녹화가 시작되어 따라다니는 카메라보다 한국영 피디의 뜨거운 시선이 더 신경 쓰였다.
“피디님, 눈빛 부담스러운데요.”
“티 났어요? 그래서, 기사에 뜬 건 사실이에요?”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역시 그 부대 출신은 끝까지 안 밝힌다더니······ 밀리터리 덕후인 한국영 피디는 설레서 잠을 못 잤었다.
“오셨어요?”
“오랜만입니다.”
“드라마 잘 봤습니다. 교관······ 아, 이제 교관님이라 불러도 되겠죠?”
이민규와 하은성이 친근하게 다가오자, 한국영 피디가 고개를 돌렸다.
“교관님? 왜 그렇게 부르세요?”
“군 시절에 잠깐 본 적 있습니다.”
“아, 그래서 승우 씨랑도 친한 게······?”
윤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이제 알다니, 한 피디는 참담한 표정이 되었다. 전 출연진들이 카메라 앞에 모였다.
“그래서, 오늘은 뭐예요?”
“이렇게 모인 거 보니 협력 미션인가?”
전에는 윤제이의 존재가 베일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션 시작 전부터 윤제이와 함께했다.
다들 한 피디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