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19)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이렇게 바뀔 수 있나?(119/287)
이렇게 바뀔 수 있나?
윤제이는 옷장에 있는 옷을 꺼내 침대에 올려놓았다.
<기억의 끈> 속 쌍둥이 형은 경찰대를 수석 졸업하고 여러 사건을 해결해 표창장도 많이 받은 엘리트 경위로, 사무실에서 냉철한 프로파일링을 하면서도 현장에서 뛰는 걸 꺼리지 않는 차갑지만, 열혈인 경찰이었다.
“형님.”
“음?”
윤제이는 거울을 통해 정승우를 바라보았다.
정승우는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몇 달 같이 살면서 저 완벽한 형님이 패션에 이상하게 무지하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동생들이나 소속사 코디가 교육한 대로만 입고 다녀서, 윤제이 또 그 옷 세트 입었다. 무슨 마네킹이냐 같은 소리를 들었었다.
“설마 그거 입고 밖에 나가려는 건······.”
“아아, 아니야.”
화려한 꽃무늬 셔츠는 <기억의 끈>속 동생 역할에 맞는 옷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특출난 형 때문에 차별받은 동생은 엇나갔다.
일찍이 집을 나가서 깡패짓을 했는데, 그래도 천재 형의 피를 나눠서 그런지 어엿한 사업체까지 꾸린 기업형 조폭으로까지 발전했다.
“배역 때문에.”
“아 맞다. 오늘 미팅이죠?”
윤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개인 경호원까지 데리고 다닌다는 소식은 업계에 금세 퍼졌다.
벌써 탑 배우 병 걸렸냐, 유난 떤다. 같은 소리도 나왔지만, 의외로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영구동토’ 촬영 접을 뻔했다···스토커 방화 시도 뒤늦게 ‘화제’
‘영구동토’ 촬영장 서 범인 잡은 사람은 윤제이?
└아니 이런 일이 있었어?
└미친ㅠㅠㅠ 아무도 안다쳐서 다행이다ㅠㅠ
└윤제이는 뭐냐? 불도 잡고 방화미수범도 잡고
윤제이가 <영구동토>에서 권민재의 스토커를 잡았다는 게 뒤늦게 밝혀져서였다.
당시 촬영장에 있던 인원이 꽤 많았다. 이 많은 사람의 입단속을 하기란 쉽지 않았겠지.
그래서 윤제이가 경호원을 데리고 다닌다는 것도 쟤도 스토커에 시달리나······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시간을 확인한다고 휴대폰을 드니, 톡 메시지가 또 쌓여 있었다.
같은 작품에서 만난 배우들이 친분을 쌓는 거야 특별한 게 아니었다. 주기적으로 모임을 하거나 MT를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윤제이도 비슷했다.
그가 지금껏 작업해 왔던 작품의 톡방은 늘 활발했다. 심지어 <아롱아롱> 단체 톡방도 아직 활발히 운영 중이었다.
윤제이는 그중에서 가장 쌓인 대화 수가 많은 톡방을 눌렀다. <인터미션>의 배우 톡방이었다.
(백도경) 죽겠다
(남찬희) 왜?
(백도경) 예능 나갔는데 자꾸 기타연주 시켜
(백도경) 하준이 너는 어때?
(강하준) 곧 차기작 촬영 들어가는데 걱정이다ㅠㅠ
영화가 성공한 건 좋은데, 차기작 때문에 부담감 장난 아니라는 대화가 많았다.
<인터미션>은 1127만 관객 수를 달성하고 영화관에서 내려갔다. 인기가 대단해서 미디어에서는 <인터미션> 속 대사를 변형해서 패러디하기도 했다.
천만이 넘은 기념으로 주, 조연 네 사람은 추가 스케쥴을 소화했다.
마치 공연에서 앵콜을 하듯이, 아지타토로서 무대에 오르거나, 예능에 나가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거리에서는 아직 영화에 삽입됐던 아지타토의 타이틀 곡이 울려 퍼졌고, 2집 안 내느냐는 사람도 있었다.
아마 이런 인기는 다른 히트작이 나올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아마 그쪽도 그걸 먼저 보겠지.’
유태혁의 이미지를 벗고 <기억의 끈> 속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지 말이다.
심지어 극과 극인 쌍둥이를 소화해야 했다. 드라마 현장은 촉박하게 돌아가니 아마 동시에 연기를 할 텐데······.
‘덧씌우는 작업을 좀 더 탄탄히 해야겠는데.’
아직 PTSD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아, 비교적 멀쩡했던 과거로 포장하는 현재의 자아, 작품 속 배역.
세 개의 자아가 충돌해서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태가 된 건데, 이번엔 형과 동생, 배역이 두 개다. 윤제이로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래도 해 봐야지.’
그 때문에 정승우와 최태양을 고용한 거고, 이제 도망칠 순 없으니까.
***
“윤제이는 왜 물어봐?”
“이번에 미팅하기로 했거든.”
“어머, 진짜?”
오랜만에 <기억의 끈>으로 복귀하는 강예진 작가는 친분 있는 작가들에게 윤제이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복귀작에 윤제이라니, 계 탔다 얘.”
“아직 확정된 건 아닌데?”
“가서 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크라운>의 최혜란 작가와 <아롱아롱>의 임현희 작가였다.
“나 원래 영화 자주 보는 사람 아닌데 ‘인터미션’은 세 번 봤잖아.”
“연주나 노래도 직접 했다며,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재주도 많지?”
두 사람은 윤제이라는 화제가 나오자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재잘재잘 떠들었다.
“아니, 근데. 내 차기작은 고려도 안 하면서 그새 다른 작품을 잡았네. 나랑 첫 작품 한 의리가 있지.”
“엄연히 말하면 첫 작품은 아니잖아.”
“아무튼, 내가 거의 먼저 발견했다고.”
“그 사람이 인맥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보였지.”
“하아······ 아쉽다.”
강예진은 두 사람이 너무 과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서 멋쩍게 웃었다.
“꽤 괜찮나 보네? 이렇게 얘기할 정도면.”
“괜찮은 정도가 아니야. 훌륭하지.”
“영화 잘 돼서 계속 영화만 할 줄 알았는데, 드라마도 하려고 하네?”
그럼 내 차기작도 가능성 있겠지? 임현희 작가가 눈을 반짝 빛냈다.
강예진이 작게 웃었다. 제법 인지도 있는 작가들이 이렇게 군침을 흘려대니 점점 흥미가 생긴다.
“근데 네가 고른 게 아니야?”
“나야 그냥 제작사가 추천해 주길래 한 번 만나보겠다고 했지.”
“너 정도면 같이 하고 싶은 배우 꽂을 수 있잖아?”
“그러다가 한 번 크게 데였잖아.”
아아······ 두 사람은 강예진의 사연이 생각나 입을 다물었다.
3년 전, 강예진의 주장으로 꽂힌 주연 배우는 갑자기 촬영을 펑크내고, 이런저런 물의를 빚었었다.
그 배우는 복귀 각을 잡고 있지만, 이미 업계에 소문이 다 나서 다시 써주는 사람은 드물 거다.
“아무튼, 만나 보면 너도 생각이 달라질 거야.”
“놓치지 마라. 시청률 잘 나올 거다.”
두 사람과 헤어진 강예진은 약속 장소에서 강필현 감독을 만났다.
“강 작가, 왔어?”
“웬일로 지각쟁이 강 감독이 일찍 왔을까?”
두 사람은 강강콤비라 불리며 많은 수작을 배출해냈었다.
“그 윤제이라잖아. 궁금해서 이곳저곳 전화해 봤지.”
“뭔 얘기를 들었길래?”
“사람이 참 좋다, 연기도 잘한다. 뭐 그런 얘기지. 너는?”
“나도 비슷해.”
솔직히, 믿기 어려운 말들 뿐이었다.
그들이 3년 동안 작품을 쉰 이유 중에는 막무가내인 한 배우 때문도 있었으니까. 그 배우도 작품 말아먹기 전까지는 업계에서 평판이 좋은 배우였었다.
결국 그 작품은 강강 콤비의 필모 중에서 역대급으로 망한 작품이 되었다.
“일단 한번 보자고. 어차피 이 사람 아니면 할 사람 없는 것도 아니고······.”
윤제이 외에도 만날 배우가 두 명은 더 있었다.
일부러 창가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연예인의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이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오?”
미팅 장소는 파인 다이닝, <기억의 끈> 속 ‘형’ 역할에 어울리는 장소였다.
윤제이는 하얀 셔츠와 검은 슬랙스, 현장에서 뛰기 위한 스마트 워치, 반쯤은 뒤로 깐 머리를 했다.
걸음걸이도 눈에 띈다. 당당하면서도 어딘가 위압적인 느낌. 일단 첫인상은 좋다.
“안녕하세요, 윤제이라고 합니다.”
윤제이는 따로 안내도 안 받았는데 거침없이 걸어가 두 사람에게 악수를 청했다.
뒤늦게 직원이 달려와서 그를 붙잡았다. 직원은 뒤늦게 윤제이의 얼굴을 확인하고 놀란 표정이었다.
‘윤제이를 모르는 사람이 적을 텐데······.’
강필현 감독은 이상함을 눈치챘다.
윤제이는 키가 커서 평범한 사람보다 머리가 하나 더 있는 사람인데, 게다가 저 덩치에 얼굴이면 저절로 시선이 가서 알아보지 않나?
“아, 괜찮아요. 저희 일행이에요.”
그렇게 직원을 돌려보낸 두 사람이 윤제이와 악수했다.
“우리가 제이 씨가 찾는 사람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아까 밖에서 뵀습니다. 두 분의 사진은 검색하면 다 나오니까요.”
그건 우리도 봤다. 그런데, 이 사람이 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은 없었는데?
두 사람은 윤제이의 탐색하는 듯한 눈빛에 묘한 느낌이 들었다. 아까 직원이 못 알아본 것도 그렇고······ 분위기가 특이하다.
“아무튼 반갑습니다. 강필현입니다.”
“강예진이에요.”
“두 분은 혹시 가족 관계 신가요?”
“아니, 그냥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어쩌다 보니 콤비로 불리긴 하는데, 서로 가정도 있고.”
“그렇군요.”
눈빛도 눈빛인데, 말투도 딱딱하고 추궁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게, 마치 탐문수사를 하는 것 같다.
두 사람이 자료 조사를 한다고 만나왔던 경찰 공무원의 분위기와 느낌이 비슷했다.
‘처음부터 연기를 하고 있었구나.’
두 사람이 창가에 앉을 거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었다. 그냥 누가 보지 않아도 배역을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미팅을 한다고 해서 캐스팅이 다 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시나리오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해서 좋았다.
“지금 모습이 제이 씨가 해석한 ‘형’인가요?”
“일단은 그렇습니다.”
“일단은, 이라면?”
“아직 완성된 대본을 본 게 아니니까요.”
이윽고 세 사람은 시나리오에 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윤제이는 절대 긴장이 풀리지 않고 무언가 탐문하듯, 예리한 형사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음······ 이렇게 보니까 제법 경찰이나 형사 같은 느낌이 드는데, 연구 많이 했나 보네요?”
“직업적으로 마주칠 일이 많았거든요.”
직업적으로 마주칠 일? 아아, 전직 소방관이었지.
근데, 이 모습 자체가 그냥 윤제이의 모습일 수도 있잖아? 강예진이 입을 열었다.
“일단, 잘 봤습니다. 이제 평소의 모습을 보고 싶은데요.”
“그럴까요?”
윤제이의 눈이 살짝 휘어지면서 그를 감싸는 분위기가 이완되었다.
‘형’도 그렇고 윤제이도 워낙 차분한 성격이라 극적인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변화를 피부로 체감했다. 뭔가, 전후가 확실하다.
‘신기한 사람이네.’
강필현과 강예진이 동시에 생각했다.
그렇게 첫 번째 미팅이 끝났다.
“내일 봅시다.”
“네, 들어가세요.”
윤제이를 태운 차가 주차장 밖을 나가는 것을 확인한 강필현 감독은 다시 레스토랑 안에 들어가 윤제이를 붙잡았던 직원을 찾았다.
“저기, 뭐 하나 물어볼게요. 아까 윤제이 붙잡은 거요.”
“네? 아, 네네.”
“왜 그러셨어요?”
“음······.”
직원은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계속 말을 골랐다.
“그냥, 저도 잘 모르겠는데 분란을 일으킬 것 같은 느낌? 이라고 해야 할까요?”
“마치······ 범인을 잡으러 온 사람 같은?”
“어! 네네! 그런 느낌이 들어가지고 일단 잡았거든요. 다른 손님들도 있는데 소란을 일으키면 안 돼서······.”
직원은 윤제이인 걸 뒤늦게 알아차려서 부끄럽다고, 사인이라도 받을 걸 그랬다며 한탄했다.
이야, 그랬단 말이지? 강필현 감독은 허허, 웃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이번에는 ‘동생’ 역할과 어울리는 싸구려 포차에서 다시 만났다.
‘어제랑 똑같은 옷차림이네?’
눈썰미가 좋은 강필현 감독은 어제와 다른 점을 찾았다.
스마트 워치가 금팔찌로, 머리는 아무렇게나 흐트러져서 이마를 덮은 모습으로, 걸음걸이도 어제와는 달랐다.
‘근데 왜 이렇게 다르지?’
보폭이 일정하지 않으면서 몸을 미세하게 흔들거리는데, 양아치가 건들거리는 것 같다.
마치 어엿한 기업체의 대표가 되었지만, 길거리 깡패의 본성을 숨기지 못하는 ‘동생’처럼.
“안녕하세요, 어제 잘 들어가셨죠?”
말 자체는 공손한데, 이상하게 사람 신경을 긁는 목소리였다. 어제의 그 사람이 맞나?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 있나?’
강필현과 강예진이 서로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