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23)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영구동토 (1)(123/287)
영구동토 (1)
LIS와의 전쟁 작전에 윤제이도 있었다···사진·문건 유출
LIS 부지도자 사살, 윤제이가 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해당 분대의 유일한 동양인 대원이 윤제이밖에 없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동양인 선교사로 위장한 오퍼레이터가 윤제이가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오퍼레이터에 사살된 LIS 부지도자 아사드 야신 카디르는 강남 1224 참사, 인천공항 폭탄 테러, 부산, 경기 북부 인근 군부대 테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 진짜 맞는가보다
-와 미친ㄷㄷㄷ
-부지도자 사살했으니 훈장도 받았겠지 아다리 맞지 않냐?
-아니근데 이게 진짜 가능한일이야?
-ㄹㅇ 주작 아님? 미국놈들 영웅만들기 좋아하잖아
저들끼리 추측해서 믿는 것과 명백한 증거가 나오는 것은 달랐다. 여기저기서 자신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도 모르고 윤제이는 대기실의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왔어?”
“네,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윤제이는 제게로 꽂히는 눈빛이 어제와는 다른 것을 눈치챘다.
‘이쪽도 알았나 보군.’
그런데도 별 질문을 안 하는 것을 보니 아마 문창민이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말라고 먼저 분위기를 잡은 것 같았다.
“완성본 기대된다.”
“어떻게 나왔으려나······.”
다들 워낙 대단한 배우들이라 모르는 척하는 연기는 수준급이었고, 그게 진짜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 그들의 삶에 직결된 <영구동토>가 우선이었다.
“이 감독님, 제 분량 다 죽이면 가만 안 둬요.”
“나도!”
“아이고, 다음에는 떼주물 하지 말아야지. 제이 씨 왔어요?”
임지환과 허성익 사이에 껴 있던 이한림이 벌떡 일어나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윤제이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다른 배우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했다.
“제이 씨 분량은 내가 많이 챙겨줬어요.”
“······? 감사합니다.”
분량이 많을 게 있나? 그냥 괴물이랑 싸우다가 전사하는 역할인데. 윤제이는 일단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한림이 윤제이의 옆모습을 흘끔 바라보았다.
‘이야, 그게 다 사실이었단 말이지?’
공개된 것만 보면 무슨 게임이나 영화에서 볼 법한 이야기인데······ 출처가 신빙성 있는 곳이라고 한다.
하필 오늘 터진 것도 공교롭다. <인터미션>의 성공으로 급부상한 윤제이를 이용해 <영구동토>도 진영도 대위를 크게 띄웠었다.
‘우리 영화 많이 보러 와줬으면 좋겠는데······.’
-그래서 지금 윤제이 뭐함?
-이쯤되면 그냥 인정해도 되지않냐?
-윤제이 지금 영구동토 언론시사회 중일걸? 누가 물어봐주면 좋겠다
-근데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 누추한 한국에서 배우활동이라니
-ㄹㅇ진짜 개뜬금없긴하다 연기를 예전에 했었나?
-아무튼 배우해줘서 고맙ㅠ
-배우 윤제이 봐서 다행이야
배우들이 조용히 자리에 앉고, 기자들이 웅성거리며 뒤를 흘끔 쳐다보았다.
윤제이는 얼굴이 제법 따가운 것을 느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스크린을 응시했다.
‘어떻게 편집됐을까.’
<인터미션>도 촬영장에서 상상했던 것과 결과물이 달랐던데, 이한림 감독의 연출은 어떨지 궁금하다.
***
상영관의 조명이 서서히 꺼지고, 남극 기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첨단 시설 주변에는 초록 잔디가 눈에 띈다. 도저히 남극이라 상상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아니 이놈의 남극 날씨는 추웠다 더웠다 지랄이야.”
“펭귄 보셨습니까?”
“코빼기도 안 보인다. 저번 주에는 봤다매.”
“북극곰도 굶어 죽는 마당에 펭귄이 보이겠습니까?”
빙하는 점점 녹아내린 남극 날씨도 찌는 듯한 여름 날씨와 살을 에는 듯한 겨울 날씨가 변덕스럽게 왔다 갔다 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 대원들이 윤제이, 진영도 대위에게 고개를 돌렸다.
진영도는 한 손으로 무거운 아령을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는 몸에 달라붙는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드러나는 맨살 곳곳에 흉터가 보였다. 분장이 필요 없어서 조연출이 좋아했었다.
“대위님.”
“왜.”
“한국 가면 뭐부터 하실 겁니까?”
“뭐 하긴, 집에서 잠이나 자야지.”
“에이. 낭만 없으십니다?”
이름보다 막내라고 불리는 일이 더 많은 순한 얼굴의 남자는 태블릿 패드 화면을 살살 쓸었다.
“저는 오랜만에 딸내미랑 놀이공원 갈 겁니다.”
화면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막내의 딸이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아내가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로 사망했다고 했었나? 온몸에 종기가 퍼졌다고.
“기다려, 아빠가 곧 갈게······.”
“어허, 사진 꺼라.”
“아이씨 재수 없게 어디서 아련한 척이야.”
주변에 있던 대원들이 막내의 뒤통수를 가차 없이 가격했다. 막내는 그렇게 처맞아도 좋은지 바보같이 웃을 뿐이었다.
(영상을 보여드리기에 앞서, 노약자, 임산부, 심약자분들은 시청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새벽 6시경,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정체불명의 괴물이 도시를 습격했습니다.)
아령을 내려놓고 묵묵히 칼을 손질 중이던 진영도가 볼륨을 높였다.
(괴수에 물린 사람들이 크게 경련하더니 일어나 근처에 있던 사람들을 무작위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뭐야?”
“무슨 좀비도 아니고······.”
저들끼리 낄낄대던 대원들이 하나둘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동양인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인종, 국가의 사람들이 남극에 파견 왔는데, 이들의 총책임자가 진영도였다.
(다음은 미국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서부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창궐했습니다. 가칭 ‘포자 바이러스’라 불리고 있는데요.)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온몸에 염증이 퍼지는 심각한 질병을 겪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팬데믹이 오는 거 아니냐는 반응도 있는데요,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들은 각 협력 국가에서 보낸 요원들로,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었다.
빙하가 녹으며 고대 바이러스의 사료를 채취하는 별거 아닌 임무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요새 남극 기지 근처에서 보이는 수상한 그림자라던지, 감염으로 정신 착란이 온 대원이라던지 의미심장한 사건이 많았다.
“우리가 여기 온 것도 설마······.”
“시간 됐다.”
자리에서 일어난 진영도가 손가락을 딱딱 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소지품 챙겨서 14시 30분까지 집합한다.”
같은 말을 영어로 반복했다. 그리고 이제 지긋지긋하니 다들 집으로 꺼지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이변이 생겼다.
쾅!
“으아악!”
“뭐야?!”
무언가가 기지를 공격했고, 천장이 종잇장처럼 찌그러져 진영도와 대원들을 덮쳤다.
서로 농담이나 던지면서 평화로웠던 일상은 방심을 유도한 것이었다. 영화를 보고 있던 언론인 몇몇도 어깨를 흠칫 떨었다.
삐- 이명이 들리고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진영도가 크게 외쳤다.
“보고해!”
“김용택 하사 이상 없습니다!”
“여기도 이상 없습니다!”
“막내는?”
“여, 여기요!”
다행히 가벼운 타박상 외에 모두 무사했다. 그들은 황급히 장비를 챙기고 기지를 공격한 적에 대응하러 다른 구역으로 향했다.
“이게 다 막내가 이상한 말만 안 했어도······.”
“아이, 하사님. 제가 뭘요.”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려고 했으나, 오래가진 않았다. 그들의 기지를 습격한 괴물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대위님.”
“대기.”
대원들의 표정에서 공포감이 번졌다.
“저, 저거······.”
TV에서 보던 그 괴물이었다. 촬영 때는 초록색 인형을 얹은 스태프였는데, 시각 효과로 멋들어진 괴물이 되었다.
CG도 놀라운데, 윤제이의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웠다.
“대열 유지해.”
괴물을 확인하고도 침착한 진영도의 등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용기를 되찾은 대원들이 총을 견착했다.
진영도의 수신호를 시작으로 전투가 벌어졌다.
“저 빨간 부분이 머리 같다! 집중 사격해!”
“쏴!”
“막내야! 뒤로 가!”
몇 년을 호흡을 맞춰온 사람들이다. 이들의 사격 공세에도 집채만 한 괴물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괴물의 손짓 한 방에 세 명의 대원이 날아가 땅에 처박혔고, 으드득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상, 하체가 분리된 대원도 있었다.
“으아아악!”
“김용택! 뒤로 빠져!”
동료의 처참한 사망에 김용택 하사가 이성을 잃고 돌격했다. 하지만 괴물의 손아귀에 으드드득 잡혀 쥐어짜졌다.
“이······!”
아직 무너지지 않은 천장에 와이어를 던져 허공으로 튀어 오른 진영도가 김용택을 집어삼키려던 괴물의 입에 수류탄 세 개를 던졌다.
“개새끼가!”
바닥에 빠르게 착지한 진영도가 벽 뒤로 숨었다.
퍼어엉! 괴물의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허억······ 헉······.”
진영도는 끔찍한 현장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집에 간다고 신났던 막내의 짓이겨진 모습, 근처에 놓인 태블릿 패드를 켜니 배경 화면에 그의 딸과 어머니가 보인다.
처음에는 무뚝뚝해 보였는데, 지금은 표정만으로도 진영도가 이들을 얼마나 아꼈는지, 지금 얼마나 괴롭고 공허한지 알 수 있었다.
처참한 상황 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진영도를 전경으로 보여주면서, 영화의 제목이 화면을 큼지막하게 장악했다.
영구동토
그리고 장소가 변했다. 화면 하단에 자막이 나온다.
5년 후, 서울.
우리가 평소에 알던 모습은 아니었다.
삭막한 환경을 보여주려는 듯 대기는 황사가 낀 것처럼 누렇다.
곳곳에 잿빛의 폐허가 즐비했고 거리에는 쓰레기와 구걸하는 사람이 늘었다.
귀로는 민방위 훈련 경보음으로 익숙한 소리가 저 멀리서 울리는 듯했다. 다른 지역 어딘가에서 무슨 일이 생겼음을 암시했다.
제설차가 바닥에 눌어붙은 괴물의 지방 덩어리를 걷어낸다.
벽면에는 ‘우리 손으로 자유를 쟁취하자’ ‘정부는 뭘 하고 있는가’ 등의 문구가 쓰인 선전물이 붙어 있는데, 공무원에 의해 곧 떼졌다.
어수선한 길거리를 직장인들이 두꺼운 방독면을 쓴 채 출근하고 있었다.
(안내해 드립니다. 괴수의 선로 침입으로 열차가 지연될 예정입니다······.)
“아!”
“오늘도 지각하겠네.”
지하철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탄식했다.
그에 관객석 곳곳에서 작게 웃음이 터졌다. 재난 상황에서도 출근하고 싶나? 근데 왠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나온 웃음이다.
“백령도에서 괴수의 그림자를 봤다고 합니다.”
“아직 섬까지 바이러스가 퍼지진 않았잖아?”
“제주도에서······.”
현 한국의 상황을 보고받는 컨트롤 타워였다. 큰 상황실 화면에는 한국의 지도와 문제가 생긴 곳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는데, 국토의 30%가 빨갛다.
한창 전화를 붙들고 있던 과장이 벌떡 일어나 어딘가로 향했다.
“총리님, K.I 연구소의 배 박사가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배홍익 박사? 바쁘다고 해.”
문창민이 연기하는 국무총리는 누가 봐도 ‘나 나쁜 놈이오’ 같은 느낌이었다.
고집 센 듯 일자로 다물어진 입, 근처에는 입이 심심할 때를 대비해 주전부리와 캔맥주가 쌓여 있다.
밖에는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구걸하고 있는데, 본인은 호화 생활이었다.
“그게······ 바이러스 백신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합니다.”
“뭐라고?”
그렇게 긴급회의가 열렸다. 연구소 핵심 인원과 대통령 대행인 국무총리, 각 행정부 인사, 각 정당 대표 등 많은 사람이 긴 테이블에 앉았다.
“5년 전 남극 기지에서 보내온 자료입니다.”
“잠깐, 5년 전이요?”
“연구원이 괴물에 습격당하기 전에 전송한 데이터입니다.”
“근데 왜 지금에서야 발견됐죠? 설마······.”
이걸 너희 혼자 먹으려고 했느냐는 의심이었다.
배 박사는 당황해서 손사래를 쳤다. 딱 봐도 공돌이인 게, 정치와는 멀게 생겼다.
“아뇨! 5년 전 영구동토 프로젝트가 갑자기 중단돼서 연구소를 닫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프로젝트 재승인받아서 연구소를 다시 가동하다가 발견했습니다.”
“그때 왜 닫았었지?”
국무총리가 국방부 장관을 바라보았다. 장관이 위 준장을 바라보았다.
위 준장은 추영미가 연기하는, 진영도의 상관이었다.
“진영도 대위 말입니다.”
우리가 걔한테 덮어씌웠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