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24)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영구동토 (2)(124/287)
영구동토 (2)
5년 전에 남극 기지를 습격한 괴물은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그리고 총책임자인 진영도 대위에게 뒤집어씌웠다.
웅성거리던 사람들 사이로 위 준장이 손을 들었다.
“그래서, 남극에서 보내온 자료가 쓸만했나요?”
“쓸만한 정도가 아닙니다. 현재는 변이 바이러스가 수백 가지이지 않습니까? 남극에서는 그 원류를 찾은 데다가 이미 백신의 초기 알고리즘을 연구했······.”
“간단히, 간단히 설명하세요.”
“그거만 가져올 수 있다면······ 완벽한 백신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아니, 있습니다. 평화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회의실의 모인 사람들의 눈빛이 얽혔다. 누군가는 기회로, 누군가는 위기로 받아들였다.
“만약 그때 그 프로젝트가 갑자기 중단만 안 되었더라면······.”
배 박사가 안경을 벗으면서 한탄했다. 배 박사 역할로는 연기 경력만 40년이 넘는 대선배, 고광일이 맡았다.
그때 남극 기지의 참사를 부랴부랴 덮지만 않았더라면, 연구소에 전송된 데이터를 더 빨리 확인할 수 있었을 테고, 지금쯤 바이러스가 종식됐을지도 모른다.
국무총리는 헛기침을 했다.
“우리로서는 그게 최선이었네.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
“······.”
“왜들 그래? 그땐 다들 동의했으면서.”
국무총리는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미래를 생각하자며 남극으로의 긴급 파견을 결정한다.
그리고 회의가 끝났음에도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이게 공개되면, 알지?”
“네.”
“우리 선거가 코앞이야. 다들 어디 가서 남극의 남자도 꺼내지 말게.”
재난 상황 때문에 선거는 미뤄지고 있었다. 국가는 이제야 조금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선거를 재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이러스 초기 대응 때문에 현 정부에 관한 신뢰는 점점 바닥으로 치닫고 있었다.
하지만 권력을 맛본 사람들은 이걸 계속 움켜쥐고 싶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일단 백신을 손에 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연구소에 아는 사람 없어요?”
회의실에 모인 이들은 같은 편으로 묶이긴 했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알력 다툼은 존재했다.
임지환이 연기하는 여당의 박철문 의원은, 호시탐탐 위를 노리는 사냥꾼이었다.
그는 여기 모인 사람들보다 먼저 백신을 확보할 필요성을 느꼈다. 쓸모없는 사람들을 치우고 본인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망이다.
그들이 회의실을 나섰을 때, 어떻게 알고 온 건지 야당 의원들이 밖에 포진해 있었다.
“아이고, 박 의원님.”
“······국민한이, 여긴 어쩐 일이야?”
“나도 눈과 귀가 있다고요. 그래서, 무슨 작당 모의를 하시길래 이렇게 많이들 모였을까?”
문창민이 연기하는 야당의 국민한 의원과 박철문 의원의 눈빛에 불꽃이 튀었다.
“쥐새끼처럼 엿들으려 하는 건 여전하시네?”
“이렇게라도 안 하면 박 의원님이 저를 안 봐주시지 않습니까.”
“뭐?”
“저는 우리 박 의원님이 뭘 숨기는지 궁금한데요?”
두 사람은 정치적 라이벌이자 차기 대권 주자였다.
“국 의원님은 알 거 없어요.”
능글거리며 신경을 살살 긁던 국 의원에게 평소처럼 짜증을 부리진 않았다. 박 의원이 코웃음을 쳤다.
계속 그렇게 엿듣기나 하시지. 난 백신을 확보할 테니까.
박 의원은 제 사람들을 이끌고 밖으로 향했다.
‘자신만만한 걸 보니 뭔가 있었나 보군.’
박 의원의 뒷모습을 국 의원이 날카로운 눈으로 좇았다.
그러다가 이 자리에는 정말 안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을 발견했다.
“김 비서.”
“네.”
“저 양반, K.I 연구소의 배 박사 맞지?”
“맞는 거 같습니다.”
쭈뼛거리며 회의장 밖을 나서는 배 박사에게 국 의원은 시선을 떼지 않았다.
위 준장은 멀리서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어딘가로 향했다.
***
도심 대학병원 응급실, 바이러스 때문에 의사들의 대우는 좋아졌지만, 워라밸은 좋지 않았다.
돈을 더 많이 받으면 뭐 하는가, 일하느라 쓸 수도 없는데.
오늘도 구급차에 실려 온 사람이 응급실 침대를 꽉 채웠다.
“와 콧대 죽인다.”
“잘생긴 사람이 왜 그랬대?”
“그러니까요. 몸매 죽이네.”
“와 몸에 이게 다 뭐야? 뒷 세계 사람인가?”
유독 한 침대에 모인 사람들이 많다. 임 교수는 그런 사람들을 양옆으로 치웠다.
집에서 발견됐는지 상의 탈의한 남자가 의료진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임 교수님.”
“잘생겨······ 약물 과다 복용이요.”
레지던트는 임 교수의 호통이 무서워 말을 바꿨다. 임 교수는 침대를 꽉 채운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아······ 또 이 사람이야?”
“아는 사람이세요?”
임 교수는 말없이 태블릿 패드로 진료 기록을 보여주었다. 진료 기록에는 그가 몇 번이나 자살 시도를 했고, 그때마다 가장 가까운 이곳으로 맨날 출근했다.
“이야······ 상습범이시네.”
“안 그래도 바이러스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너흰 다른 일 봐.”
사람들을 물린 임 교수는 커튼을 쳐서 시선을 차단했다. 이윽고 초췌한 진영도의 모습을 복잡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 진영도가 눈을 떴다. 비척비척 상체를 일으킨 그의 표정은 실망이 역력했다.
이번엔 확실히 죽을 줄 알았는데, 또 살았다는 감정이었다.
“······.”
진영도 본체, 윤제이의 모습은 이전 필모그래피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유태혁도 추락을 맛봤다. 하지만 일면에는 음악, 천재인 정이현을 따라잡고 싶은 열정 그리고 꿈을 좇는 활발한 생기가 있었다.
하지만 진영도는 여러 번의 죽음을 겪었고, 더 깊고 어두운 절망을 맛봤다. 그에게서는 메마르고 버석한 분위기가 풍겼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진영도는 링거를 거칠게 뽑아냈다.
그리고 누가 준비했는지 발치에 놓인 티셔츠를 입고, 슬리퍼를 신어 병원 밖으로 나갔다.
“야! 진영도!”
다른 환자를 보고 온 임 교수는 침대에 진영도가 없어서 황급히 병원 밖으로 달려 나온 참이었다.
그녀는 진영도의 뒤통수에 다 먹은 수면제 통을 던졌다.
“내가 너 잠 좀 자라고 처방해 준 거지, 죽으라고 처방해준 줄 알아?!”
“······.”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임 교수가 대답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진영도는 한숨을 쉬고는 돌아서서 임 선생을 바라보았다.
“영도야.”
“······왜.”
“네가 그런다고 내 남편이 돌아온다니?”
임 교수의 말에 울먹임이 섞였다. 진영도는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
남극에서 잃은 대원 중에는 진영도의 친구이자 임 선생의 남편인 김용택도 있었다.
“계속 그렇게 자살 시도할 거면, 어디 멀리 가서 죽어. 알았어? 다신 내 눈에 띄지 마.”
“······그래.”
진영도는 희미한 웃음을 띠고는 다시 갈 길을 갔다.
임 교수는 본인이 그렇게 매몰차게 말해놓고 진영도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임 교수 역할로는 30대 여배우 중 탑에 묶이는 천세희가 맡았다. 배우들이 하나같이 다 초호화 캐스팅으로 불릴 만한 사람들이었다.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거리를 걷던 진영도는 으슥한 골목길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진영도 씨?”
“······.”
“맞죠? 사진에는 맞는데······ 5년 전 남극 기지의 유일한 생존자.”
“뭐냐?”
남자는 반란군의 오른팔, 유현 역에는 권민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30대 탑배우, 최우주가 특별 출연했다.
유현이 진영도를 향해 손을 날렸다. 그걸 가볍게 피한 진영도는 바로 반격했다. 갑작스러운 격투는 진영도가 유현의 뒷덜미를 잡아 벽에 처박으면서 끝났다.
“아, 아야야······ 역시 명성대로 입니다.”
“뭐냐고.”
“자, 잠깐만요!”
진영도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남자는 켁켁거렸다. 손아귀에서 벗어나 멀리 떨어진 유현이 애써 숨을 골랐다.
“저희 보스가 진영도 씨를 만나 뵙고 싶어 합니다.”
“나를 왜.”
“형님도 나처럼 국가에 버려진 사람이잖아요. 기분 안 나쁘십니까? 복수 안 해요?”
“내가 왜 네 형님이야.”
“한 번 주먹을 나누면 우리 모두 다 친구죠.”
유현은 빙긋 웃기만 했다. 반란군의 접촉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진영도는 남극 기지의 진실을 밝혀 현 정부를 곤란하게 할 훌륭한 선전물이자, 전투 자원이었다.
“그렇게 만나고 싶으면 직접 찾아와.”
어차피 그때 나는 이 세상에 없을 거다. 다음 시도는 실패하지 않을 거니까.
그렇게 집에 온 진영도는 유현이 언제 넣었는지 모를 쪽지를 주머니에서 발견했다.
그걸 휴지통에 버리려다가 다시 손을 회수한 진영도는 쪽지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윽······.”
안주도 없이 미지근한 술을 병째로 들이마신 진영도가 제 머리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남극 기지를 습격했던 괴물의 끔찍한 모습이 잠깐씩 나오며, 괴물에 의해 죽기 전에 자신에게 도움을 구하는 대원들의 애처로운 눈빛이 지나간다.
진영도는 신음하며 몸을 경련하듯 떨었다.
공교롭게도 진영도 본체, 윤제이의 과거사가 밝혀진 지 몇 시간 안 돼서 보는 영화다.
윤제이로 거의 확실시 된 오퍼레이터는 아사드 야신 카디르에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도 살아남아 그를 사살했다.
아사드의 고문을 버티지 못하곤 살해당한 사람 중에는 유명 기업인과 정치인이 있었다. 그걸 견디고 멀쩡히 살아있다니······.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스크린 속 윤제이는 정말 PTSD에 시달리는 전직 군인의 역할을 실감 나게 연기하고 있었다.
‘저런 연기는 경험에 기반한 걸까?’
이따가 한 번 질문해야지. 기자는 수첩에 질문거리를 휘갈겨 적고는 다시 스크린에 집중했다.
그 사이 위 준장이 진영도 대위의 집을 찾았다.
위 준장 역할의 배우 추영미는 연기 잘하고 기가 세기로 정평이 난 배우인데, 윤제이도 만만치 않았다.
서로 밀리지 않는 두 사람의 신경전, 그리고 위 준장의 제안.
“진 대위, 응급실에서 깨어난 게 몇 번째야? 지겹지도 않아?”
은근히 도발하면서 진영도의 사기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이왕 죽을 거, 복수하고 싶지 않아?”
유현이라는 남자의 제안은 별로 끌리지 않았다. 이미 다 잃었는데, 정부를 상대로 복수해봤자 뭐가 남겠나.
하지만 남극 기지로 다시 가서 대원들을 죽인 괴물에게 복수할 기회가 온다는 건, 죽어가던 그의 심장을 다시 울리게 했다.
“한 번 생각해 봐. 이번에는 영웅으로서 죽게 해 줄게.”
***
국민한 의원은 K.I 연구소에서 배홍익 박사를 찾았다.
배 박사는 국민 편에서 이런저런 복지 정책을 펼치는 국 의원을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남극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배 박사에게 사건의 진실을 듣게 된 국 의원이 제 이마를 매만졌다.
“그게······ 여태껏 밝혀지지 않았다니······ 박사님은 뭘 하셨습니까?”
진영도라는 육군 대위의 총알받이로 묻힌 남극 기지의 참사. 그리고 완벽한 백신 제작의 희망.
만약 그때 진실이 밝혀졌더라면, 지금쯤 백신 다 맞고 평화로워질지도 몰랐다.
“지금 과거에 잘못했던 게 밝혀지는 게 무섭습니까?!”
“무서운 게 아닙니다!”
국민한이 쏘아붙이자, 배 박사가 벌떡 일어났다.
완벽한 백신의 실마리가 저기 있는데, 누구든 도움이라도 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현 정부가 믿음직스럽지 않은 걸 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힘을 못 쓰는 야당? 반란군? 누구한테 손을 벌리는가.
“저보고 어떡하라고요! 정부 파견밖에 없잖아요! 게다가 말 잘못 놀리면 테라셀 바이오 박 교수처럼 암살당할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박사님만큼은 진실을 알렸어야죠! 그때 희생당한 사람들이 무려 54명입니다!”
“그러는 의원님도 개인 영달을 위해 이러시는 거 아닙니까!”
“그래요.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건 배 박사님도 통감하시지 않습니까.”
배 박사가 안경을 벗고 제 눈을 꾹꾹 누르며 마사지했다.
“······저도 방법이 있습니다.”
“어떻게요.”
배 박사는 버튼을 눌러 누군가를 호출했다. 등장한 사람은 권민재였다.
“제 제자입니다. 설환아. 인사해라.”
“어······ 네. 안녕하세요. 국 의원님. K.I 연구소 선임 연구원 채설환입니다.”
어수룩해 보이는데 선임 연구원이라고? 국 의원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가히 천재라 불려도 모자랄 친구입니다. 저보다 더 실력이 좋은 놈이고요. 남극 기지의 5년 전 데이터를 해석한 것도 이 친구입니다.”
“그런······.”
“이 녀석을 남극 파견단에 함께 보낼 겁니다.”
배 박사의 말에는 굳은 신뢰와 믿음이 있었다. 천재 채설환, 그가 백신 제작의 키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