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26)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영구동토 (4)(126/287)
영구동토 (4)
“배 박사?”
뉴스에서는 전문가를 초빙해 남극 파견 작전이 성공하면 괴물과 감염 걱정이 없던 평화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열변을 토하는 전문가는 K.I 연구소 소장 배홍익 박사였다. 국무총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화면을 응시했다.
“저 양반······ 정치에 관심 있나?”
“알아보기로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그럼 왜 저기서 저러고 있어?”
“학자로서의 명성 때문 아니겠습니까. 뭐, 자기가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겠죠.”
“쯧쯧, 이래서 학자들이란······.”
국무총리는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몹시 거슬리지만, 배 박사가 있어야 백신과 치료제 연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방송국을 나서는 배 박사가 한숨을 쉬었다.
‘부디 내가 시선을 끌어주는 것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사실 배 박사는 남극 파견팀이 정상적으로 꾸려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각자 이권을 위해 파견팀에 자기 사람을 꽂았겠지.
그의 예상은 맞았다. 첫날부터 채설환이 암살당할 뻔했으니까.
그는 제자들을 위해 서울의 시선을 자기에게 돌린 것이다. 최대한 이목을 집중시켜서 남극은 잠시 잊도록.
하지만 배 박사는 자신의 말이 불러올 파장을 몰랐다. 평생 연구실에만 박혀 있던 사람이 뭘 알겠나.
국민도 이 뉴스를 시청 중이었다.
“우리 그럼 저 괴물 새끼들 다신 안 볼 수 있는 거야?”
“이미 감염된 사람도 치료할 수 있다던데요?”
“우와······.”
빈민촌, 작은 TV 앞에 수십 명이 모여 있었다.
배 박사가 물러나고, 뉴스 앵커도 희망적인 목소리로 마무리 인사를 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희망이 생겨났지만, 누군가에게 찬물이 끼얹어졌다.
“하! 그게 제대로 되겠어?”
빈민촌의 고참 아저씨. 투덜대지만 어린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음식을 나눠주는 호인이다.
“남극 파견 비밀리에 보냈다는 게 뭐겠어. 백신 만들어지면 자기들끼리만 쓰겠다, 이 말 아니야?”
“그건······.”
“에이 설마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못했다. 그동안 기득권이 했던 차별이 생각나서였다.
괴물에 빈민촌 사람들이 몇 명 죽어도 늦장 대응하는 정부군은 강남 부촌에 나타난 괴물을 순식간에 처치했다.
“전에도 식량 없다고 우리가 조금 참으라고 입 털었다가 어떻게 됐어?”
“······국무총리는 집에서 스테이크 썰었다고 누가 폭로했죠.”
이 힘든 시기에 우리 정부가 진짜 노력했다고 생색내듯 적선하는 빵 쪼가리에 고마워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기득권은 소고기를 썰고 있으니까.
가만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괴물의 선관위 침입이라는 핑계로 또 미뤄진 선거라던가······ 현 상황을 계속 유지하려는 움직임까지.
“백신이 개발된다고 해서 그걸 우리가 온전히 쓸 수 있을 거 같아?! 괴물 때문에 물자도 부족한데? 부자 놈들 먼저 쓰고, 우리 다 죽은 뒤에나 선심 쓰듯 던져줄걸!”
“그건······ 좀 그러네요. 우리도 같은 국민인데······.”
불만 가득한 아저씨, 그리고 그의 말에 점점 태도가 바뀌는 젊은이.
두 사람은 사실 반란군 소속이며, 선동꾼이었다.
“여기 계속 이래봤자 달라지는 거 없어!”
“맞아!”
“옳소!”
“그러면 이제 어떡하죠?”
“광화문 함 갑시다!”
선동에 넘어간 사람들이 점점 들고일어났다.
서울에 분란의 불씨가 생겨나고 있다.
***
한편, 남극 파견 팀은 두 군데의 베이스캠프를 거쳐 폐허가 된 연구소에 도착했다.
전기 시설을 가동하고, 중앙 연구동 근처에 비교적 멀쩡한 주거지를 찾아 다들 지친 몸을 풀었지만, 진영도 만은 달랐다.
그는 이 기지를 습격한 괴물을 잊지 않았다. 어떻게 복수해야 속이 시원할까? 꿈에서도 나왔다.
다들 곯아떨어졌는데 혼자 깨어있는 사람이 진영도 말고 더 있었다. 채설환은 데이터를 옮기면서도 그 자리에서 해석해 백신과 치료제를 즉석에서 만들고 있었다.
“채설환 씨.”
“네?”
“좀 쉬었다 하시죠.”
“그럴 순 없죠.”
채설환은 얼굴이 피로에 절어 있어도 눈빛만은 반짝거렸다.
“제 손에 사람들 목숨이 달렸는데요.”
“부담스럽진 않으십니까?”
“글쎄요······ 연구자인 제가 아니면 누가 해요?”
진영도는 벽에 기대 채설환이 하는 것을 묵묵히 쳐다보았다.
“그럼 제가 무섭진 않습니까? 언제 또 적이라 착각하고 공격할지 모르는데.”
“아, 그거요? 그때도 전 무섭지 않았어요.”
“왜죠?”
“제가 아니라 다른 걸 보고 계셨잖아요. 아, 그래서 사연 많으신가 보다 했죠.”
“그게 더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저 구해주셨잖아요.”
겁은 많지만, 정의감 넘치고 옳은 신념이 가득한 채설환을 아니꼽게 보지 않았다. 진영도는 오히려 저런 사람을 좋아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진영도는 증강현실을 건드리며 즉석에서 약을 만들어내는 채설환의 뒤쪽에서 눈이 충혈된 정유나를 발견했다.
‘정유나는 채설환에게 열등감이 있군.’
눈빛이 날카로운 게 무슨 일 저지를 거 같은데.
게다가 남극 파견 팀 구성도 참 자알 모였다.
국가 연구소와 기업 연구소 소속에서 한 명씩. 이거야 뭐,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형수들, 그리고 군에서 사고 쳐서 진급 길 막힌 군인들이 합류했다. 이들 중에는 위 준장의 사람도 있겠지.
전부 한 번 쓰다 버릴 패들이다. 그러는 주제에 자신들은 무사히 살아서 돌아갈 거라고 믿는 꼴이 같잖았다.
다음날, 진영도는 연구소 근처를 배회하는 괴물을 홀로 상대하고 귀환했다.
“정상이 아니야······.”
“그러니까.”
이때까지 살아남은 군인들은 진영도를 사람이 아닌 무언가로 보고 있었다.
자기들은 몇 명이 달라붙어 겨우 죽일 수 있었던 괴물을 단신으로 처치한 사람이다. 두려움과 경외감. 저 사람과 가까이 있으면 적어도 죽지는 않겠다는 안도감까지.
처음에는 무능함 때문에 대원들을 다 죽인 패배자라고 여겼는데, 지금은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불신이 사라져 있었다.
“저기요.”
“······.”
“죽으려면 혼자 죽어요. 괜히 소란 일으켜서 다른 괴물들까지 몰려오면 골치 아프니까.”
하지만 조금 전 행동은 위험했다. 그냥 무시해도 지나갔을 괴물을 일부러 자극해서 죽였다. 소리를 듣고 다른 괴물들이 오면 어떡하라고?
진영도는 병째로 술을 마시려다가 소리 내 웃었다. 정유나가 뚱한 얼굴로 말했다.
“왜 웃어요?”
“아니, 아는 사람이랑 똑같은 말을 해서.”
“누군지 몰라도 현명하신 분이네요.”
“아아······ 그렇지.”
그는 제 뒤통수에 약통을 명중한 임 교수를 생각했다. 잘 지내고 있을까. 그녀를 생각하자 목이 타는 것 같아서 병을 기울였다.
“근데 우리 이렇게 말 길게 섞은 거 처음 아닙니까?”
“······그래서요?”
진영도는 무뚝뚝하고 FM 적인 군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딘가 나사가 빠진 모습이었다.
주변 사람이 정상이 아니라 생각하는 건 이 태도 때문도 있었다. 이 기지에 다가갈수록 사람이 실시간으로 미쳐가는 게 보였으니까.
“내가 재밌는 얘기 해 줄까?”
“근데 왜 반말이세요?”
“정유나 연구원님, 내가 재밌는 얘기해 드릴까요?”
진영도의 말에 웃음이 섞였다. 단순 술에 취해서 이러는 게 아니다. 남극은 그의 트라우마였다. 이 땅은 그를 미치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이야, 케미 좋네.’
이한림 감독은 저절로 크으, 감탄사를 내뱉었다.
자기가 편집해도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위험한 매력을 풍기는 윤제이와 깐깐해 보이는 연구원 백다은의 케미가 심상치 않다.
사실 별로 새삼스러운 건 아니었다. 윤제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케미 요정으로 불렸다. 조금 전 권민재와 대화하는 장면에서도 이상한 기류가 풍기지 않았는가.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압니까?”
“왜 왔긴요, 우리 보호하러 온 거 아니에요?”
“5년 전, 이 연구소를 말아먹고 군법회의에 넘겨진 사람을 다시 부른다고요? 만약 당신이라면 나를 다시 쓰겠습니까?”
“그건······.”
정유나가 할 말을 잃었다. 주변에서 엿듣고 있던 다른 군인들도 행동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그거야······ 이 땅을 경험한 게 진 대위님밖에 없으니까 그렇겠죠.”
“괴물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서울 외곽에도 많을 텐데?”
“······.”
“알고 있지? 내가 누명을 썼다는 거.”
진영도의 눈동자가 점점 얘기를 자세히 듣고 싶어 다가오는 군인들을 훑었다. 이들도 이상함을 눈치채고 있었다.
단순 한 사람의 실수로 초토화되었다고 보기엔 남극에 존재하는 괴물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게다가 폐허가 된 기지는 괴물 때문에 무너진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많았다.
“당신도 알잖아. 위에서 나 죽으라고 보낸 거.”
안 그래도 어수선한 한국 상황. 진영도에게 덮어씌우고 아예 프로젝트를 중단하지 않았더라면 백신과 치료제의 단서를 5년 전부터 알았을 거다.
만약 이 사실이 다시 밝혀진다면?
잠시 숨을 삼킨 정유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진 대위님은 왜 왔는데요? 죽을걸······ 알면서?”
“난 기꺼이 죽으러 왔습니다. 겸사겸사 내 대원들 죽인 그 새끼들 머리에 총알 하나라도 더 박으려고.”
“······.”
“근데 당신들은 아니잖아.”
진영도는 고개를 뒤로 젖혀 뒤에서도 엿듣고 있던 군인들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이 땅에서는 살아서 돌아가는 것만 생각합시다. 나 빼고.”
“······.”
“여기서까지 이용당하지 말라고요.”
진영도의 의미심장한 말은 두 연구원과 다른 군인들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갑자기 등 떠밀은 사람을 믿을 것인가. 아니면 당장 자신들을 구해주고 있는 사람을 믿을 것인가.
“우리가 일회용이라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난 사실 여기에 괴물이 있는 것도 몰랐어.”
“나도. 그냥 잠깐 휴가 낸 셈 치고 다녀오라고 했는데.”
정유나는 수군거리는 군인들을 흘끔 본 뒤에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녀가 향한 곳은 연구실이었다. 데이터를 보다가 지쳐 잠든 것으로 보이는 채설환에게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녀는 기계를 조작해서 채설환이 했던 것을 허공에 띄웠다. 정유나가 작게 탄식했다.
“나는, 나는······ 해석도 못 한 데이터인데······.”
정작 데이터는 함께 봤는데, 정유나는 해석조차 못 하고 채설환은 여기서 더 나아가 치료제의 초기 도식을 세우고 있었던 거다.
문득, 박철문의 목소리가 뇌리를 울렸다.
[네가 그걸 가지고 백신을 만들지 못하겠다면······ 아무도 가지지 못하게 전부 없애버려.]별처럼 빛나는 증강현실을 바라보던 정유나의 눈빛이 미약하게 떨렸다. 이윽고 숨소리가 격해졌다.
‘이것만 파기하면······.’
떨리는 손가락이 데이터 초기화 버튼으로 다가갔다.
***
“쯧, 다들 할 일도 없나?”
흐름을 탄 반란군이 기득권의 비리를 공개했고, 광화문에 집결한 시위대는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이들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청와대까지 들릴 정도였다.
“적당히 겁줘서 해산시켜.”
“네.”
국무총리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동안 죽은 듯이 살다가 딱 한 번 벌어지는 집회다. 반응을 안 해 주면 금세 사그라들 거다.
게다가 언제 괴물이 습격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시위 때문에 괴물을 처치하지 못했다고 하면, 더는 들고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겠지.
“선거 재개하라!”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아니다!”
화면은 촛불을 들고 행진하는 사람들 속에서 무기를 숨긴 듯한 수상한 사람을 비췄다. 그리고 진영도와 마주쳤던 반란군의 오른팔 유 현이 보인다.
반란군의 수장, 허성익이 연기하는 김명우도 유현의 옆에서 묵묵히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그림자로만 나오던 반란군 수장 김명우의 등장, 허성익은 유명하고 노련한 배우다.
잠깐의 등장으로도 스크린을 장악했다. 관객들에게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는 예상을 키운다.
그뿐만이 아니라 국민한 의원을 필두로 야당 의원들이 참가했다. 응급실에서 진영도의 얼굴과 몸을 품평했던 S 대학 병원 레지던트들도 보인다.
“우리 촛불 파도타기 합시다!”
집회는 오랜만에 열렸는데도 제법 평화적이었다. 사람들도 그저 우리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기득권에 보여주기 위한 집회였다.
“목마르지? 물 좀 드릴까?”
노인이 방패를 든 경찰에게 말을 걸었다. 경찰은 급히 차출된 것인지 어리벙벙했고, 얼굴도 앳됐다. 노인의 옆에 선 손자와 비슷했다.
“저······ 그, 걸리면 큰일 나는데요.”
“안 걸리면 되지. 우리가 싸우러 왔나? 그냥 외치러 온 건데.”
“그······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영민아. 저분 물 드려라.”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대신 손자가 물컵을 들고 경찰에게 다가가는 순간······.
타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