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28)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영구동토 (6)(128/287)
영구동토 (6)
(위 준장, 뭐 하고 있어? 빨리 쏴!)
자신의 약점을 가지고 협박하는 장관의 무전에 위 준장의 눈빛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돌아서서 국 의원에게 통보했다.
“······협상은 끝났습니다.”
“위 준장!”
위 준장이 주먹을 얼굴 옆으로 치켜올렸다. 군인들의 총구가 시위대를 향한다.
겁먹은 시민들을 뒤로 물린 김명우와 유현, 반란군도 혼자 죽지 않겠다는 듯 총을 들었다.
국민한은 뒤에서 물러나라는 측근들의 말을 무시하고 김명우의 옆에 섰다. 몇몇 용기 있는 사람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총알받이를 자처한다.
“설마······ 진짜 아니지?”
“박 선생. 한눈팔지 말고 빨리 거들어.”
“교수님은 이 상황에서······!”
임 교수와 박 선생 앞에는 정부군과 반란군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 이들은 편 나눌 것 없이 부상자 모두를 보고 있었다.
응급 처치하는 임 교수의 흰 가운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위 준장의 주먹이 아래로 내려가려는 순간······.
위이이이잉
근처에 괴물이 출현했다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이윽고 저 멀리서 쿵, 쿵. 괴물의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점점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저, 저건······.”
사람을 발견한 괴물이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지르면서 사람들을 공격하러 다가온다.
“도, 도망쳐!”
“피해!”
***
그리고 남극, 괴물에 둘러싸인 기지. 구조 헬기 도착 시간까지는 아직 23분이나 남았다.
헬기 착륙장까지 가는 길은 좋지 않았다. 곳곳에 괴물이 득실득실했다.
“구······ 구워어억······.”
“좀비?”
“잠시만, 저거 우리 군 장비인데······.”
사람들의 시선이 진영도에게 모였다. 5년 전, 괴물에 의해 습격당한 자신의 대원들은 좀비화가 되어 떠돌고 있었다.
진영도는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을 발견했다. 부하면서, 친구이자, 임 교수의 남편인······.
“······김용택.”
“아는 사람이에요?”
진영도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채설환을 흘끔 바라보았다.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저 애들도 돌아올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살릴 수는 없었다. 이들을 지나쳐야 헬기 착륙장으로 직선거리다.
“······미안하다.”
진영도는 소란이 일지 않게 나이프를 들고, 좀비들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좀비가 된 옛 동료들을 무자비하게 쓰러뜨리면서, 진영도의 눈에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졌다.
“내가 여기서는 생존만 보자고 했지?”
이윽고 옛 대원들을 좀비로 만들었던 괴물이 저 멀리서 쿵, 쿵 모습을 드러냈다.
진영도는 숨을 얕게 몰아쉬면서 겁에 질린 군인들을 바라보았다.
[여기서까지 이용당하지 말라고요.]군인들은 진영도가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위에서 죽으라고 떠밀려진 진영도,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자신들도 진영도와 다르지 않은 처지였다.
“저길 돌파해야 살아서 집에 갈 수 있어.”
“그······.”
“너희들 위에서 뭐라고 했나? 저 연구원들 죽이고 데이터를 빼앗으라고 했나? 아니면, 여기서 다 죽으라고 했나?”
각자 다른 편에 매수됐던 군인들의 눈빛이 동요한다.
“뒈지면 다 끝이야. 알아?”
“······.”
“싸워.”
진영도가 먼저 괴물을 향해 달려간다. 그가 돌아서서 크게 외쳤다.
“싸워!”
“으, 으아아악!”
진영도의 말에 감화된 군인들이 총을 들고 진영도의 뒤를 따랐다.
탕, 타탕, 총소리가 울린다. 총구에서 반짝이는 플래시가 공간을 밝혀 괴물을 더 기괴하게 비춘다.
“이리로!”
한 군인은 채설환과 정유나를 이끌고 안전한 곳에 대피시킨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세요.”
군인은 뒤에 남겨진 진영도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총을 들고 돌아간다.
벽에 기대 숨을 헥헥 몰아쉰 정유나는 제게 물을 내미는 채설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얘는 내가 데이터를 초기화할 뻔했다는 걸 알까? 그걸 알고도 계속 다정하게 대해줄까?
“설환아.”
“응?”
“있잖아······.”
겁 많은 채설환이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알아서 양심이 따끔따끔하다. 그래서 먼저 실토하기로 했다.
“나, 사실······.”
“알고 있었어.”
덤덤한 대답에 정유나가 고개를 들었다. 채설환의 표정은 그저 평온했다. 실망하지도 않았고, 책망하는 느낌도 없었다.
“뭐?”
“알고 있었다고.”
데이터와 자신이 만들고 있던 백신의 초기 도식을 전부 없애려던 정유나의 행동, 이미 채설환은 다 알고 있었다.
그녀가 기업 소속 연구소에서 기업의 이익을 위해 어떤 짓을 했는지도 다 안다.
후견인 박철문에 의해 이용당했다는 것도······ 그 말을 듣던 정유나의 눈동자가 촉촉해졌다.
“알고 있는데도 나한테 이래? 너 바보야? 내가 다 망칠 뻔했는데?!”
정유나는 채설환이 건넨 물병을 손등으로 쳐냈다. 하마터면 백신이고 치료제고 나발이고 다 무용지물이 될 뻔했다.
세계 평화에 도움이 되겠다는 채설환의 대의를 망칠 뻔했다.
“네가 안 누를 것도 예상했어.”
“······어째서?”
“넌 착한 사람이니까.”
정유나가 숨을 삼켰다. 지금, 이 순간 채설환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나도 너한테 말하지 못한 게 있어.”
“응?”
채설환의 의미심장한 말과 더불어 화면은 채설환이 손에 꼭 쥔 데이터 하드를 보여준다.
뒤에서 들리는 소란이 점점 가라앉았다. 피로 얼룩진 군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자.”
그런데 두 명이 없다. 설마 죽은 걸까? 채설환의 손을 잡고 일어난 정유나가 뒤를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은요?”
“우리뿐이야. 달려!”
***
광화문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집채만 한 괴물은 반란군과 정부군, 일반 국민 가리지 않고 학살했다.
“변이체······!”
탱크 미사일을 쐈지만, 괴물은 조금 휘청거릴 뿐이다. 오히려 분노한 괴물이 위 준장에게 돌진했다.
위 준장은 겁먹은 군인의 등을 밀어 괴물의 미끼로 쓰고, 자신은 탱크 뒤에 숨었다.
“뭐 해! 가서 쏴!”
“하, 하지만······.”
“이 겁쟁이 새끼!”
위 준장은 계속 부하들을 미끼로 던지고 도망쳤다. 먼저 괴물을 향해 돌진하는 진영도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헉헉, 숨을 몰아쉬며 달아나려는 위 준장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 자기야.”
반란군 수장 김명우가 발랄하게 손을 흔들었다. 과연 두 사람은 무슨 관계일까?
“······넌!”
“나 보고 싶었지?”
“김 대위······!”
타앙!
김명우가 쏜 총알이 위 준장의 관자놀이에 명중했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무슨 사이인지는 자세히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위 준장에 의해 누명을 쓴 진영도 대위, 그리고 김명우를 김 대위라 부르는 위 준장의 모습은 관객들이 상상할 거리를 던져준다.
“꺄아아악!”
“비, 비켜!”
쓰러진 위 준장의 시체는 도망가는 사람들에 의해 이리저리 짓밟힌다. 자신의 아랫사람들을 제멋대로 이용했던 위 준장의 최후였다.
복수를 마치고 탱크 위에 올라선 김명우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탱크 미사일로도 쓰러지지 않은 괴물 때문에 군인들도 혼비백산이었다.
삐이이이익, 확성기 튀는 소음이 울린다.
“아아, 군인 여러분. 위 준장은 죽었습니다.”
명령권자가 사라진 군인들이 탱크 위를 바라보았다.
“여러분, 무기를 드세요. 저놈을 상대할 사람은 우리밖에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괴물은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고, 사람들이 다친다.
“싸우십시오.”
김명우는 목소리가 찢어질 정도로 크게 외쳤다. 마치 남극에서 진영도가 그랬던 것처럼.
“싸워!”
김명우가 던진 수류탄이 괴물의 어깨를 맞춰 펑! 터진다. 이게 신호탄이었다.
반란군이 괴물을 향해 총을 난사한다. 이윽고 정부 군인들도 합세한다. 집회에 참여했던 젊은 청년들이 서로 도와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괴물을 넘어뜨린다.
서로 총구를 겨누던 사람들이 괴물이라는 공동의 적을 향해 아낌없이 총을 발사한다.
“쏴!”
“버텨!”
그리고 화면은 남극에서 고군분투하는 진영도 일행을 보여준다. 채설환이 꽉 쥔 데이터 하드가 마치 성화처럼 반짝거렸다.
“대체 폭동이라고 규정은 왜 하셨습니까?!”
“국민에게 총구를 들이밀어요? 제정신입니까? 이러다가 지지율 떨어지면 책임질 거예요?”
“어차피 오래 해 드시지 않았습니까. 다음 선거 안 해요?”
“박 의원, 당신은 빠져!”
그리고 밖이 난리가 났는데 청와대 방공호에서 서로 싸우는 국무총리와 장관, 박철문 의원 등을 교차로 보여준다.
이들은 서로의 책임을 떠넘기며 목에 핏대를 세우며 서로 삿대질했다.
이 장면은 여러 생각이 들게 했다. 과연 괴물은 누구일까? 광화문에서 사람들을 학살하는 변이체? 아니면 안락한 방공호에서 자기 이권 다툼을 벌이는 기득권일까?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 그리고 처음에는 각자의 편에 속해 있었던 남극 파견 팀은 괴물이라는 공동의 적을 처치하기 위해 노력한다.
“위험해!”
“여기로! 여기로 오세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를 도왔다. 아직 희망이 있다는 의미일까?
“이 하사님!”
“뒤돌아보지 마! 계속 달려!”
그리고 다시 남극, 두 연구원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던 군인이 괴물에 의해 쓰러진다.
진영도는 멈칫하는 정유나와 채설환을 데리고 뛰었다. 점점 헬기 착륙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때마침 헬기가 허공에서 천천히 착륙하고 있었다.
다시 서울, 임 교수는 괴물을 상대하다가 다친 반란군 유현을 질질 끌어 엄폐물 뒤에 숨기고는 응급 처치를 한다.
괴물이 그녀를 향해 손을 뻗지만, 국민한 의원이 던진 소주병이 괴물의 뒤통수에 부딪혔다.
“여기다 이 개새끼야!”
괴물이 국민한 쪽으로 달려가자, 반란군과 정부군이 괴물을 집중적으로 사격한다.
도망가다 넘어진 어린아이를 한 군인이 안고 달린다. 상처를 입은 한 군인을 시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다.
임 교수와 의사들이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살리고, 그들의 근처를 시민들이 지켰다. 죽은 군인의, 반란군의 손에 든 총을 들고서.
“옆구리의 상처가 약점이다!”
“집중 사격해!”
몇 번의 교전 끝에 약점을 찾은 김명우가 외친다.
약점을 집중 공격하니 비명을 지른 괴물이 비틀거리면서 이윽고 쿵! 쓰러졌다. 순간 정적이 흐르고······.
“돼, 됐다······.”
“됐어!”
불과 몇 십 분 전에는 서로에게 총구를 들이밀었던 사람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환호했다.
***
남극, 헬기 착륙장 지척에 도착한 사람은 세 사람, 채설환과 정유나 그리고 진영도였다. 나머지는 이곳에 다다르다가 다 죽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일렀다. 헬기 소음을 들은 거대한 괴물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진영도는 뒤를 돌아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미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왔다. 자신의 대원들을 죽이고 좀비로 만든 괴물은 아까 다 죽여 복수까지 마쳤다.
“채설환 연구원. 하는 일 잘 되길 바랍니다.”
“진 대위님. 같이 탈 수 있을 겁니다. 다른 거로 유인하면······.”
이건 명백한 작별 인사다. 마음 약한 채설환이 진영도의 팔뚝을 잡았다.
하지만 진영도는 고개를 가로젓고 그 손을 부드럽게 떼어냈다.
“그리고 너.”
“······왜요.”
“끝까지 살아남아.”
정유나는 고개를 돌려 진영도의 시선을 피했다. 저 꿰뚫어 보는 듯한 눈을 보면 마음이 더 약해질 것 같다.
[난 저기 저 안경잡이보다는 정유나 씨가 백신을 개발했으면 좋겠네.] [네가 쟤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거 같아서.]라고 말하던 과거의 모습이 겹친다. 이 사람은 내게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신호하면, 헬기를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
철컥, 5년 전에 남아있던 유탄 발사기를 주워 어깨에 걸치고 괴물을 향해 탄을 날린다.
“가!”
채설환과 정유나가 헬기를 향해 달려간다. 괴물은 두 사람을 쫓으려다가 탄에 맞고, 탄을 쏜 진영도에게 몸을 돌렸다.
두 사람이 무사히 무인 헬기에 타고, 버튼을 조작하자 금세 떠올랐다. 두 사람은 동시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진영도는 그냥 죽어주지 않겠다는 듯 괴물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바리케이드에 유인해 넘어뜨린다. 이윽고 총알을 다 소비한 진영도는 괴물의 손짓에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
“커헉!”
벽에 박힌 진영도의 시야에 채설환과 정유나를 태운 헬기가 저 멀리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피와 땀에 절은 진영도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