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1)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이러면 애매한데.(131/287)
이러면 애매한데.
“시상식이라······.”
곽도현이 말한 문제는 윤제이의 시상식이었다.
“드라마 부문이야 그······ 옛날 시절 경력 합쳐도 아슬아슬하게 허용됐잖아요? 근데 영화 부문은······.”
“그러게. 와, 나도 잊어먹을 뻔했어.”
윤제이가 <아롱아롱>으로 재데뷔한 해, 드라마 방영 방송국에서는 신인상 건너뛰고 최우수상을 수여해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
혜성같이 등장했지만, 비주얼도 좋고 연기력도 좋아서 그가 데뷔한 해 참여했던 시상식에서는 전부 신인상을 받았다.
백산예술대상에서도 신인상을 받았는데, 드라마 부문이라서 윤제희의 경력을 합쳐도 켕길 게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인터미션>은 지금까지 2024년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상영관에서 내려갔지만, 아직도 화제성이 높았다. 벌써 재개봉 논의까지 오갈 정도였다.
‘게다가 ‘영구동토’도 괜찮을 거란 말이지······.’
이서원은 <영구동토>의 투자자로서 이미 영화의 편집본을 봤다. 그의 타고난 감이 말하는데, 이 영화도 꽤 잘 될 거다.
아무튼,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윤제희로서의 영화계 경력이다.
“이번 황룡영화상부터 노미네이트 되나?”
“네. 작년 10월부터 올해 10월 초까지 작품이니까요.”
“잠시만.”
이서원이 핸드폰을 들었다.
“교수님, 잘 지내셨어요?”
(이 대표. 오랜만이야.)
그가 전화를 건 사람은 K 대학교 예술원의 교수, 최지예였다.
(근데 이 시기에 우리 이 대표가 왜 전화를 했을까? 마침 이 대표 얘기했는데.)
“교수님 올해 황룡영화상 심사위원이시죠?”
(우리 이 대표가 뭘 청탁할 사람은 아니고, 무슨 일이야?)
“그냥 후보자 선정 어떻게 됐나 궁금해서요. 미리 스포일러 좀 해 주세요.”
(아직 제대로 선정된 건 아니고, 우리도 논의 중인데······ 이 대표 소속 배우들이야 자잘한 상에 연연할 사람들은 아니고. 윤제이, 그 친구 때문이지?)
최지예의 목소리에서 웃음이 섞였다.
이서원이 오랜만에 키우는 배우 윤제이를 싸고돈다는 건 업계에서 너무 잘 알려져 있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어떻게 이런 원석을 어떻게 찾았어? 장난 아니던데?)
“이게 다 제 능력이 좋아서죠.”
(어이구, 안 봐도 입이 귀에 걸렸겠네. 윤제희는 잊은 거야? 그러고 보니, 이름이 비슷하네? 예명 이 대표가 지어준 거지?)
“아뇨, 예명 아니고 한국식 이름이 그렇다고 해서요.”
(윤제희 그렇게 좋아하더니 이름 비슷한 사람을 발굴했네.)
“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사실 그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이랍니다.
‘그리고 내가 찾아낸 것도 아니지.’
윤제이는 친부의 장례식부터 경호원으로 일할 때 대한민국에 있는 거의 모든 연예 기획사의 명함을 받은 거로 안다.
당시 이서원도 그를 간절하게 원한 건 아니고 명함 한 장 줬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잘 되긴 했지만, 그때 제이 씨가 다른 회사로 갔으면······.’
이서원이 몸을 움찔 떨었다. 그 많은 회사 중에 윤제이가 골라서 온 게 자신의 회사다. 그냥 자기가 제 발로 온 거나 다름없었다.
“아무튼, 아직 후보 선정 안 됐어도 대충 사이즈 나오잖아요.”
(그거야······ 우리끼리 미리 의논해 보고 있지. 윤제이, 그 친구는 ‘인터미션’으로 신인남우상은 당연히 확정이라고 볼 수 있지.)
“신인남우상 후보라······.”
(후보가 뭐야. 이미 트로피에 각인까지 마칠 기세던데. 윤제이는 만장일치였어.)
아, 근데 그러면 곤란한데. 이서원이 인상을 썼다.
“근데 우리 배우 정도면 남우주연상까지 갈 수 있지 않겠어요? 그 얘긴 안 나왔나 보죠?”
(우리도 그거 가지고 얘기 중인데, 딱히 결론은 안 났어.)
“왜요?”
(‘인터미션’이 올해 최다 관객에, 작품성도 정말 좋았잖아? 윤제이 외에 다른 배우들도 연기 제법 잘했고.)
최지예가 이어서 말했다.
요약하자면, <인터미션>의 다른 세 배우도 충분히 후보감이었는데, 윤제이가 신인남우상에 후보로 오르면 다른 세 배우는 위치가 애매해진다는 거다.
그러니 윤제이를 남우주연상에 올리면 모두가 좋지 않겠냐는 거다.
그 말에 이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원하는 시나리오도 이거다.
(그런데 누가 남우주연상으로는 아직 이르지 않냐고 하더라고. 영화 데뷔작에 바로 올리는 게 싫었나?)
“흠······ 단순 후보로 올리는 건데도요?”
(과연 후보만 될까? 난 수상까지도 유력하다 보는데.)
<인터미션>의 흥행을 굿즈 상술이라 깎아내리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영화 볼 줄 아는 사람들은 <인터미션>의 작품성을 높이 샀다.
각 소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라던지, 연출과 미장센도 훌륭하다.
제작비의 큰 일부를 음악과 음향에 쏟은 만큼 장르적인 면도 탄탄히 챙겼고. 그래서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윤제이는 첫 영화 데뷔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후보에만 든다면 수상까지도 노려볼 정도로.
“교수님은 어떤데요?”
(나야 찬성이지. 강하준, 얘도 잘했잖아? 근데 몇몇 위원들은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더라?)
“허허······.”
이서원은 그 이유를 왠지 알 것 같아서 그저 웃었다.
올해 남우주연상 후보는 대충 감이 잡힌다. 그리고 그들의 소속사와 투자자, 그들과 친한 심사위원이 있었지?
“근데 아까 마침 제 얘기를 하셨다고 했는데, 그건 뭔가요?”
(아아. 우리 심사위원 중에 시네무브 편집장 있잖아.)
“아, 그 형님. 오늘 ‘영구동토’ 언론시사회 가셨나 보네요?”
(이 대표는 투자자라서 잘 알지? 그거 잘 빠졌잖아. 윤제이 얘, ‘영구동토’로 조연상 후보 올리자고 하더라고.)
조연상이라면 우리도 오케이지. 신인상만 아니면 되는 건데······ 남들이라면 넙죽 받았을 상이지만 윤제이는 사실 윤제희라서 곤란한 거다.
너무 잘난 배우가 있으니 이런 게 걸리네. 이서원은 모른 척 되물었다.
“‘영구동토’는 이제 막 개봉할 작품인데요?”
(에이, 이 대표. 지금 좋아서 물어보는 거 티 난다? 심사 기간에는 포함되잖아.)
최지예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언제 한 번 밥이나 같이 하자는 말을 끝으로 통화가 종료됐다.
아직 대표실을 나가지 않고 일거리를 처리하던 곽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뭐래요?”
“신인상은 거의 하이패스라고 하네. 쓰읍, 이거 좀 곤란하게 됐는데······.”
이서원과 곽도현이 동시에 끙, 앓았다. 과연 윤제이를 신인으로 봐야 할까?
“근데, 진짜 우리 제이 씨 정도면 남우주연상까지 노려봄 직하지 않아요? 통화하신 분은 뭐라고 하시는데요?”
“그쪽에서도 말이 갈리나 보던데.”
“설마······ 짬 안 찼다고 후보로도 못 올리겠다는 얘기인가요?”
“아마도?”
그 이유도 있겠지만······ 이서원이 눈을 가늘게 떴다.
올해 황룡영화상 수상작 선정에 관여하고 있는 심사위원 중에는 그와 사이가 좋지 않은 제작사 대표도 있었다.
이서원은 작년 황룡영화제 심사위원이었다. 아마 작년에 자기 소속 배우를 후보로 안 올렸다고 보복을 하려는 모양인데, 다른 의미로 아주 잘 먹혔다.
“그놈의 경력이 뭔지.”
“그러게 말이야.”
게다가 요즘 좀 나아졌다고는 해도, 성골 영화인이라는 자부심이 센 사람이 아직 많았다.
윤제이의 성과는 인정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고집을 피우는 사람이 있을 거다.
“신인 기준이라는 게 몇 작품 하면 봐주더라?”
“독립 제외하고 두, 세 작품까지는 봐주는 것 같더라고요. 수상만 안 했으면.”
“기준은 되긴 하는데, 내 기억으로는 수상했던 거로 알거든? 일단 검색해보자고.”
당시 황룡영화상 위원들 사이에서 윤제희의 신인남우상 수상 관련으로 꽤 많은 이야기가 오갔었다.
[너무 어리지 않아?] [상황이 좀 곤란해졌어요.] [어리면 뭐 어때요. 작품이 못난 것도 아니고.] [나, 참. 애가 좀 잘한 거 가지고 이렇게 머리 아프게 논의 해야 해?]<어린이>는 외국에 선개봉했다. 그리고 매년 5월에 열리는 칸 영화제에서 역대 최연소에 한국에서는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게다가 여름에 열리는 베니스 영화제에서도 최연소 신인상을 받았다.
‘어린이’ 윤제희, 韓 최초·최연소 3대 국제 영화제 수상
‘어린이’ 윤제희, 천재 소년의 시상식 싹쓸이 국내에서도?
언론은 연일 윤제희 관련 기사를 올렸고, 영화계에서는 유례없는 자본이 들어왔다. 거의 국뽕의 시초나 다름없었다.
국제 시상식에서는 이영창이 대리로 수상했다. 그렇다면 국내 시상식에는 모습을 드러내겠지, 그리고 무슨 상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었다.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데 국내에서 챙겨주지 않는 게 말이 됩니까?] [그래서 아역 상 신설해서 챙겨주기로 했잖아요.] [최초 신설해서 주는 거니까 구색 맞추기 시상이라는 게 너무 잘 보이잖아요. 이러다 질타받으면 어떡해요? 너무 어려서 안 주는 거다, 영화계 꼰대 문화다 해서 투자 주춤하면 어떡하게요?] [그건, 좀 그렇지?] [이러면 다른 배우는 나가리인데······.] [‘어린이’가 워낙 압도적이었잖아요.]그들도 윤제희가 가진 천재성이나 성과를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윤제이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윤제희가 후보 한 자리 차지하면, 다른 배우가 밀리니까.
[어쩔 수 없지. 그럼 신인상으로 줘. 베니스도 그렇게 줬으니까.] [뭐, 그 정도면 괜찮겠네요.]이서원의 화면에 역대 황룡영화상 수상자 목록이 떴다.
2001년 / 신인남우상 / 윤제희 <어린이>
“이미 탔었네······.”
“이러면 애매한데.”
이미 수상했는데 또 수상하라고? 그것도 후보로 오르면 단 한 번 받을 수 있는 신인상을?
“만약 사실이 밝혀진다면 곤란하단 말이지.”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이서원은 윤제희가 어떤 이유로 사라졌는지 알았다. 본인의 입으로도 확인받았다.
지나친 언론의 관심과 루머 때문이다. 솔직히 어린 나이에는 감당 못 할 정도로 심하긴 했었다.
그래서 그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 이상한 소리가 나올 여지가 없는 것을 목표로 했었다.
“흠······ 방법은 의외로 간단해.”
“뭔데요?”
“내가 땡깡 부리면 좀 먹히지 않을까? 어차피 기준은 통과됐으니까.”
“예?”
본인이 사실을 밝히기를 꺼리니, 다른 사람이 총대를 메야지. 이서원은 윤제희······ 아니지, 이젠 윤제이를 위해서라면 평판 정도는 깎일 각오가 되어 있다.
그 말이 뭘 의미하는지 눈치챈 곽도현은 제법 놀랐다.
“그래도 되는 거예요?”
“그동안 제대로 한 거 없으니 이거라도 잘해야지.”
곽도현이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이서원 정도면 엄청 잘 밀어주는 거다. 누가 신인을 그렇게 착착 꽂아주나.
게다가 언론인이 얼마나 많은데 그들 손가락을 어떻게 다 단속해.
하지만 윤제이가 윤제희인걸 안 이서원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가 주소록 스크롤에 누군가를 검색했다. 황룡영화상 위원장이자 스폰서다.
“아이고, 위원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내 배우 신인상으로는 만족 못 해! 주연상 후보 올려줘! 작전이다.
***
‘영구동토’ 윤제이, “과거 참고한 것은 맞다” 논란 일부 시인
윤제이, LIS 문건에 등장한 ‘텐’과 동일 인물?
윤제이 과거 밝혀지자 ‘영구동토’에 관심 ↑
‘사자의 그림자’ 작전 투입 당시 사진 공개에 윤제이 있어···LIS 부지도자 사살 대원 확실시
그 말이 이렇게 와전될 정도는 아니었는데. 윤제이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사실 SNS에서 특수부대원의 정체가 밝혀지는 건 꽤 벌어지는 일이었다. 누군가의 실수로, 해킹을 당해서 등등의 이유가 있었는데, 그 주인공이 내가 될 줄은 몰랐다.
‘이미 밝혀진 거 어쩔 수 없겠고.’
윤제이는 화면을 끄고 침대에 엎드렸다.
그렇게 언론시사회가 끝나고 다음 주, 영화가 개봉했다.
윤제이의 스케쥴은 온통 <영구동토>의 홍보 일정이었다. 첫 주 서울부터 무대 인사를 돌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 그래.”
대기실에서 만난 허성익은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영구동토>에서 김명우는 분량은 짧지만, 멋있고 카리스마 있는 장면이 많아서 주목을 받을 거라 예상했다.
그래서 맡은 건데, 그 강력한 임팩트도 윤제이가 전부 가져가 버렸다. 온통 윤제이 얘기밖에 없었다.
“넌 좋겠다? 소속사 잘 만나서.”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