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5)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제가 맞습니다.(135/287)
제가 맞습니다.
“형은 부담 안 됐어?”
“뭐가?”
<인터미션>의 배우 4인방은 시간이 빌 때마다 주기적으로 만나 회포를 풀었다.
“형은 데뷔부터 주목받았잖아.”
“음······ 그랬지.”
“차기작 들어갈 때 괜찮았어?”
이들은 <아롱아롱> 이후를 말하는 거였지만, 윤제이는 자연스럽게 <어린이> 이후를 생각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다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았고, 천재라더니 별거 아니라며 조롱하는 것 같았다.
믿었던 친구는 안티 카페를 개설해 그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 글을 올렸고, 기자라는 사람들은 그의 부모님을 두고 어린 아들을 돈벌이 수단에 이용하는 아동학대범으로 만들었다.
그건 부담이라는 간단한 단어로 설명이 안 되는 압박감이었다.
“부담됐지.”
“어떻게 극복했어?”
“아직 극복 못 했어.”
“엥? 진짜?”
그렇다기에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거 같은데? 세 사람의 의문에 윤제이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다음 작품에 관한 부담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너희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부터 생각해야지.”
“무슨 말이야?”
“연기가 좋아? 재밌어?”
세 사람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별거 아닌 말인데도 이상하게 가슴을 울리는 게 있었다.
“재밌지.”
“굳이 말하자면?”
“형은 어떤데?”
윤제이도 바로 답할 수 없었다.
예전에는 재밌었는데······ 지금은 그게 첫 번째 이유는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연기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게끔 만드는 수단이었으니까.
“······재미있었지.”
그렇게 답하는 윤제이의 모습은 어딘가 절박해 보였다.
그리고 황룡영화상에서 만나게 된 강하준과 백도경, 남찬희는 인사를 생략하고 주변에서 수군거리던 주제를 꺼냈다.
“기사 봤냐?”
“엉.”
“진짜 맞겠지?”
<인터미션>을 촬영하면서 느낀 동료 배우이자 멋있는 형인 윤제이는 유태혁이라는 배역 자체에 큰 애착을 보였었다.
어쩌면, 유태혁이 가진 배경이 자신의 과거와 비슷해 보여서가 아닐까?
세 사람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제이 형이 먼저 말하기 전까지는 그냥 닥치고 있자.”
***
“와, 형. 이거 보셨어요?”
“뭔데?”
황룡영화상 시상식을 위해 샵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던 문창민은 매니저의 호들갑에 고개를 들었다.
[단독] 윤제이, 과거 ‘어린이’ 윤제희와 동일 인물이다“으잉?”
기사 내용은 오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세했다.
윤제이의 가계도를 그려 첨부하고 친부 윤수헌 이사와 이영창 감독의 인연, 그리고 경호원 시절부터 관심을 가지고 후원했던 투자자 조유경 등을 조명했다.
“형도 아셨어요? 둘이 친하잖아요.”
“아니?”
“진짜요? 걔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하네.”
“오바하지 마. 제이가 내 후배지 네 후배냐?”
“아니, 그래도 형한테는 말해줄 줄 알았죠. 형이 얼마나 걔를 신경 써 줬는데요.”
문창민의 매니저가 계속 구시렁거렸다. 그는 문창민과 자주 만나는 윤제이를 가까이서 봐 왔었고, 참 됨됨이가 괜찮고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숨기는 게 있었다니······ 게다가 문창민은 인생 영화로 <어린이>를 자주 꼽았었다.
이건 사람 바로 앞에서 기만한 거나 다름없지 않나?
“사실 난 예전부터 알았어. 걔가 뭐 숨기고 있다는 거 말이야.”
“진짜요?”
“그게 이런 건지는 몰랐지만.”
문창민은 허탈한 듯 웃었다. 어쩐지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뭔가 친숙했다.
뭐 하나 챙겨주고 싶었고, 이 후배의 앞길을 응원하고 싶었다.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후배라서가 아니라 그냥 이끌림이었다.
‘어쩐지 요새 뭔가 고백하고 싶어 하는 거 같더니.’
걔는 애가 예의도 바르고 착하니까 나를 속이는 것 같았겠지······ 의외로 배신감은 없었다.
윤제이가 자신을 기만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고, 몇 살 더 먹은 어른으로서 포용력이 넓은 것도 있었다.
‘민재랑 다은이 걔네는 괜찮을까? 친해 보이던데.’
하지만 다른 애들의 생각은 어떨까? 문창민은 배우 석에서 자리 잡은 사람들을 보고 귀찮다는 듯 웃었다.
“어우, 우리 너무 자주 보는 거 아니냐?”
“오셨어요?”
<영구동토>의 배우들이 히죽 웃었다. 이들 영화는 황룡영화상 참여 작품 중 가장 늦게 개봉한 영화였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영구동토>의 홍보 일정으로 부대꼈고, 그만큼 자주 했던 뒤풀이로 이미 많은 술잔이 오간 상태였다.
“다은이 오늘 컨디션 안 좋나? 표정이 왜 이래?”
“······제가 왜 이런 얼굴인지 알잖아요.”
백다은은 딱 봐도 ‘나 기분이 안 좋아요’ 같은 분위기와 태도가 보였다.
“선배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너무 뭐라 하지 마.”
“제가 뭐요.”
“걔도 사정이 있겠지.”
백다은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걸 누가 몰라요? 내가 그 사정 때문에 양아치 소속사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는데?
“저도 막상 걔 만나면 무슨 얘기부터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요······.”
백다은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 얘기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그리고 황룡영화상 행사장 대기실.
“어머.”
“왜 그러세요, 누나?”
“너 이거 알았어?”
황룡영화제에서 수년간 MC를 맡은 문혜린은 올해의 MC 파트너 권민재에게 화면을 보여주었다.
“윤제이, 그 친구랑 친하다며.”
“······어?”
“몰랐나 보네?”
권민재는 화면 속 윤제희와 윤제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걔가 윤제희라고?’
***
윤제이는 가장 늦게 입장해서 그런지 배우들은 이미 자리에 앉았고, 관객석에서 큰 환호성이 들리자 배우들이 입구를 쳐다보았다.
“윤제이다.”
“그 기사 진짜 맞을까?”
“맞는 거 같던데요?”
“와, 끝나고 사인받아야겠다.”
곧 시상식이 시작돼서 자리로 찾아가 물을 수는 없었다.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한 귀로 듣고 흘린 윤제이는 가장 중앙에 자리한 두 영화의 좌석을 바라보았다.
<인터미션>과 <영구동토>는 올해 최다 관객 수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작품이라서 그런지 가장 중앙에 있었다.
“왔다!”
“형!”
윤제이는 <인터미션>의 주연으로 그리고 <영구동토>의 조연으로 출연해서 그런지 그의 자리는 두 영화 출연 배우들의 중간에 있었다.
“형, 왜 그렇게 봐? 우리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그냥. 잘 지냈어?”
아지타토 배우들이나 신지원 감독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윤제이를 관찰하기만 했다.
궁금하지만, 스스로 밝힐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배려가 전해졌다.
“······왔어?”
“응.”
반면 <영구동토> 배우들의 분위기는 미묘했다. 가장 반응이 궁금했던 문창민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어린이>에서 엄마 역할을 맡았던 추영미는 묘한 표정이었고, 임지환은 전에 저지른 무례를 미리 사과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직도 업계에 <어린이>나 이영창 그리고 윤제희에 관해서라면 성역 취급하는 사람이 많았으니까.
‘쟤가 진짜 윤제희면······.’
반면 허성익은 그동안 윤제이에게 했던 행동이 생각나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
자신보다 어리고 잘생겼고, 투자자도 빵빵한 데다가 이제는 선배라는 직함도 먹히지 않았다. 그는 2004년 데뷔고, 윤제희는 2001년에 데뷔했으니까.
허성익은 윤제이의 시선을 피했다. 정작 윤제이는 백다은을 바라본 거지만.
“뭘 봐?”
“오늘 예쁘네.”
백다은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플러팅? 아니다. 그저 순수한 감탄일 뿐.
두 사람은 이 정도 장난을 칠 정도로 친한 사이는 됐으니까. 그래서 더 괘씸했다.
“그런 식으로 무마하려고 해 봤자 나한테는 안 먹히거든?”
“이따가 민재랑 같이 볼 거지?”
“봐서.”
윤제이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고, 백다은은 윤제이의 넓은 등을 바라보았다.
‘네가 진짜 윤제희라고?’
과거 풋풋한 첫사랑의 상대가 알고 보니 너라고? 백다은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렸다.
“안녕하세요. 올해에도 황룡영화상의 진행을 맡은 문혜린입니다.”
“권민재입니다.”
그렇게 복잡한 마음을 간직한 채 황룡영화상이 시작되었다.
***
<인터미션>의 음악 감독이 음악상을 받았고, 인기상은 아지타토라는 이름으로 네 배우가 동시 수상했다.
“신인남우상은······ ‘인터미션’의 강하준 씨,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백산에서 아쉽게 신인상을 놓친 강하준은 이번에는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왈칵 눈물을 쏟아낸 강하준은 동료 배우들의 격려를 받으며 무대 위에 올라섰다.
“슬슬 준비하러 가실게요.”
“네.”
1부 마지막의 축하 공연은 아이돌이었고, 2부의 시작은 아지타토였다. 네 배우는 무대를 위해 영화 속 아지타토의 스타일링을 그대로 하고 무대에 섰다.
이윽고 다음 시상이 이어졌다. <영구동토>는 편집상과 기술상을 받았고, 이한림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다.
“이러면 ‘인터미션’이 작품상 타려나?”
“가능성 있겠는데요?”
어느덧 시상식의 막바지가 되었다.
“남우주연상, 후보부터 만나보시죠.”
시상자로 나온 사람은 전년도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추영미였다.
편지 봉투를 열어 수상자를 확인한 그녀가 씨익 웃었다.
“황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은······ ‘인터미션’의 윤제이님, 축하드립니다.”
관객석에서 큰 박수와 환호가 흘러나왔다.
(영화 ‘인터미션’의 윤제이 씨는 추락한 음악 천재 태혁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와 화려한 록스타의 면모를 보여주셨습니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윤제이가 무대로 가는 도중에 성우의 해설이 흘렀다.
“축하해.”
“감사합니다.”
추영미와 포옹하고 트로피를 받는 동안 진행자인 문혜린이 짤막한 소개를 읊었다.
“윤제이 씨는 올해 ‘인터미션’과 ‘영구동토’로 지금도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계시죠. 수상 소감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선 윤제이가 목을 큼큼 가다듬었다. 오늘 수상 소감은 조금 다를 예정이다.
“안녕하세요, 배우 윤제이입니다. 우선······.”
처음은 역시 가족들에게.
하늘에서 보고 계실 친부모와 먼 미국에서 응원하고 있는 부모님과 두 동생, 그리고 한국에서 조언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 어머니, 쌍둥이를 빼놓지 않았다.
“좋은 작품에서 만나게 된 신지원 감독님과 영화 스태프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인터미션’을 위해 재능 기부를 아끼지 않으신 밴드의······.”
워낙 목소리도 좋고 흡입력이 좋아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매력이 있었다.
그는 영화를 위해 고생한 스태프들을 다 읊을 수 있지만, 따로 감사 인사를 전하겠다 말했다.
“특히 작품을 통해 좋은 동료이자 친구, 동생으로 연을 맺은 강하준, 백도경, 남찬희 세 배우분께 이 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화면은 나란히 앉은 세 사람을 비춰주었다. 강하준과 백도경이 감격한 표정을 지었고, 남찬희는 눈물까지 글썽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긴장이 풀린 윤제이는 혀로 마른 입을 축였다.
“그리고, 비밀이 많은 저를 위해 고생하신 소속사 식구들. 대표님, 실장님, 매니저 진우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고요.”
남다른 과거사 때문에 고생했던 직원들, 그리고 후보 선정 과정에서 흘러나왔던 잡음을 의식하고 한 말이 티가 났다.
그리고 아직도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기도 했다.
“음······ ‘인터미션’은 제게도 정말 의미가 남다른 영화였습니다. 작품 속 태혁이처럼 저도 과거의 복잡한 감정을 떨쳐내지 못한 사람이었거든요.”
카메라는 백다은과 권민재 그리고 몇몇 배우들을 비춰주었는데, ‘윤제희 특별볍’의 수혜자로 여태껏 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어린이>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몇몇 사람들을 조명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인터미션’ 속 태혁이는 과거를 상징하던 바이올린을 처분하고 미래를 향한 발판을 마련했죠.”
한 박자 쉰 윤제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윤제이에게 있어서 바이올린은 윤제희라는 이름이었다.
그가 윤제이로서 재데뷔를 마음먹었을 때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내가 사실 윤제희였노라 말하며 보란 듯이 일어서고 싶다는 혈기 넘치는 생각을 했을 때도 있었다.
[넌 나나 누군가의 인정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야.]이영창의 격려는 그에게 크게 와닿았다.
중요한 건 남들의 시선 따위가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가짐이었다. 바이올린을 처분하고 차를 샀던 유태혁처럼.
지금의 나는 과거를 밝혀도 괜찮은 상태인가?
“그래서 저도 저만의 바이올린을 공개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괜찮을 거 같다. 이제 더는 속이고 싶지 않으니까.
윤제이는 배우 석에 앉은 문창민과 백다은 등을 눈에 담았고 무심코 고개를 틀어 MC석에 서 있는 권민재를 흘끔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정면을 쳐다보았다.
“이 자리를 빌려, 제 과거와 관련된 의혹에 답변드리자면······.”
트로피를 쥔 손이 살짝 떨리는 게 중계 화면에 잡혔다.
“제가 윤제희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