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9)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너 진짜 괜찮은 거 맞아?(139/287)
너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아니 떡밥 제대로 소화되지않았는데
이건또머선일이야
└추모행사 나온다고 했었어?
└방금 소속사 공카에 스케쥴 추가됨
└이거 어디서 볼수있어?
└케사에서 중계함 지금 광고중
-근데 윤제이 덕질 넘 재밌지않아?
진짜 예상못한 거로 떡밥드는거 어이없고 웃겨
└개꿀잼임ㅋㅋ
└이제 필모만 다양해지면 된다
└차기작 소식 많았으면
-우리 근데 너무 좋아하지는 말자
아직도 참사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 많으니까
└ㄹㅇ
└맞아 조용히 앓기만해
추모 행사는 차분하고 엄숙하게 진행되었다. 한겨울이지만, 오후 날씨는 햇빛이 강해서 비교적 따뜻했다.
대통령에 주한미국 대사까지 참석해 연설하고, 유명 발라드 가수가 추모곡을 불렀다.
윤제이는 제이든의 옆에 반듯이 앉아 행사에 집중했다.
추모사는 강남 참사로 한쪽 다리를 잃은 고등학생, 지금은 대학을 졸업해 사회인이 된 한 청년이 맡았다.
그 청년은 윤제이에게 작은 꽃다발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뭘 감사한다는 걸까. 복수를 해 줘서? 기분이 묘했다.
아마 이런 일로 감사를 받아본 적이 처음이라 그럴 것이다. LIS의 부지도자, 아사드 야신 카디르는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끔찍한 과거였으니까. 그건 참사의 피해자들도 마찬가지겠지.
“어때?”
“뭐가.”
“기분 말이야. 이상하지?”
“그러네.”
“내가 마스코트로 전직할까 하는 이유지.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제이든이 윤제이의 등을 쳤다.
“관심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지. 그 새끼들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은 놈이긴 한데······ 그 과정에서, 많은 민간인이 죽었잖아. 우릴 살인자라 부르는 사람도 있고.”
군인이라면 으레 겪는 후유증이다. 윤제이는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어깨에 힘을 풀었다. 역시 이들과는 공감대가 맞아서 편했다.
“어쨌든, 나도 네 작품을 봤어. ‘악의 동산’이던가.”
“어땠어?”
“토할 거 같던데.”
제이든의 날카로운 눈빛이 윤제이를 훑었다. 그가 이 행사를 적극적으로 참석한 건 윤제이 때문이기도 했다.
“그 사자 새끼 같았고.”
“······.”
“너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대답을 듣기도 전에 오웬과 라이언이 두 사람의 등을 덮쳤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빨리 JJ가 말한 식당이나 가자.”
“갈비! 불고기!”
“친구들, 유감스럽지만 점심은 미 대사관에서 하게 되었어.”
“안돼!”
“난 빠져도 되지 않을까?”
“JJ, 당연히 너도 가야지.”
***
“이 대표, 나 섭섭하다?”
“보자마자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아니 윤제이, 그 친구가 윤제희라는 얘기는 왜 안 했어?”
투자계의 큰손 중 하나인 홍지웅 사장은 이서원을 보자마자 툴툴거렸다. 그도 <어린이>의 흥행 이후 영화 투자에 뛰어든 사람이었다.
“그러니까요. 소식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와 눈여겨보는 배우가 알고 보니 윤제희라니······.”
몇몇 배우는 투자자들과 골프를 치거나 식사를 자주 하면서 교류했다. 윤제이도 몇 번 이들과 교류했지만, 자주 만나는 편은 아니어서 그 자리를 대신한 건 이서원이었다.
“저도 안 지는 얼마 안 됐어요. 갑자기 사무실에 와서 트로피를 딱, 하고 내놓는데!”
“곽 실장 말로는 영혼 나간 거 같다고 하던데?”
“아, 곽 실장 그렇게 안 봤는데 회사에 스파이가 있네.”
조유경이 깔깔 웃었다. 윤제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모인 거긴 한데, 이젠 윤제이가 없어도 괜찮았다.
윤제이의 투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거물들이라, 윤제이를 투자하려는 게 아니라, 이 거물들과 연을 맺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았다.
“어휴, 아무튼 그거 때문에 바빠 죽겠어요. 이래서 너무 잘난 배우를 두면 피곤하다니까요.”
주변인들은 이서원의 로판 영애 화법에도 익숙해져 있었다.
“무슨 미국 대사관에서 전화가 오질 않나······ 매니지먼트 난도가 너무 높아진 거 같지 않아요?”
“좋으면서 왜 그래.”
“나, 참······ 강남 참사라니.”
홍지웅이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강남 일대의 부동산 부자로, 사건이 벌어질 당시 가까이 있었고, 아끼던 직원을 잃어야 했다.
그 참사의 원흉을 사살한 사람이 윤제이고, <어린이>의 윤제희다. 약간 인지부조화가 온다.
“이번에는 그 일 때문에 무슨 할리우드 영화 제의를 받아서.”
“할리우드요?”
<악의 동산>에서부터 윤제이를 눈여겨봤던 레이나 양이 반응했다.
엔플릭스에서 일했던 그녀는 지금도 꾸준히 윤제이의 뒤를 지원하고 있었다. 할리우드 쪽이라면 그녀가 잘 아는 동네다.
“아아, 아직 제의만 오간 거예요.”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그쪽은 사기꾼이 많아서요.”
레이나 양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아! 대표님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서원이 요새 윤제이 때문에 가볍게 행동하긴 했어도 영화계에서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사람이었다.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으면 우선 이서원부터 찾아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아, 괜찮아요. 그쪽은 제가 모르는 게 많긴 하니까.”
“어느 회사던가요? 제가 한 번 알아봐 드릴 수 있는데.”
“사기라고는 믿을 수 없는 회사던데요. 팔라스 필름 컴퍼니에서 왔어요.”
“팔라스? 거기 미국 메이저 영화제작사 아닌가요?”
다른 투자자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어떤 제의던가요? 액션? 히어로 영화?”
“솔직히 동양인이 비중 높은 배역 받을 일이 거의 없잖아요. 일회성 빌런 정도였지.”
“요즘은 OTT 작품이 흥해서 해외 진출 당하는 게 베스트 아닐까요?”
“윤제이, 그 친구도 ‘악의 동산’으로 잠깐 유행 탔었잖아요?”
할리우드 얘기에 투자자들이 활발히 대화를 이어갔다.
이서원은 1224 참사의 추모 행사를 다녀온 윤제이를 회상했다.
[아, 대표님.] [워, 뭐야······ 행사 끝나고 바로 온 거예요?] [다현 씨가 시간 되면 회사에 와줄 수 있냐고 하셔서요.]이다현은 윤제이의 근처를 돌면서 연신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사진은 홍보 자료 돌리느라 여럿 봤는데, 역시 실물로 보니 더 압도적이었다.
[너무 받아주면 버릇 안 좋아지는데······.] [대표님! 다 들려요!] [저 때문에 야근에 철야까지 하셨다면서요. 이 정도는 뭐.]윤제이를 둘러싼 비밀이 워낙 많아서 사실 확인 중이라 둘러대야 했고, 이런저런 뒷말이 안 나오게 눈에 불을 켜고 단속했다. 다른 직원들 야근시킬 순 없어서 이다현이 직접 나선 거다.
게다가 추모 행사를 위해 찾아온 친구들을 위해 이런저런 맛집이나 관광지를 찾아주기도 했다.
여기 온 것도 이다현이 소개해 준 한정식집에 친구들을 데리고 가기 전에 들른 거다.
[대표님, 이거······.] [명함? 누구예요?] [제이든, 친구한테서 받은 건데······ 할리우드에서 좀, 독특한 제안이 왔어요.]제이든이라면 그 제이든 나이트 원사인가. 나, 참. 직접 할리우드 일거리를 물어오는 배우는 또 처음이네. 이서원이 명함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 명함을 확인한 레이나 양이 눈을 크게 떴다.
“어머, 이 사람은······.”
“아는 사람이에요?”
“너무 유명한 영화 제작자라 저랑은 안면은 없긴 한데, 이름은 잘 알죠. 와, 이거 개인 명함이네요?”
“개인 명함?”
레이나 양에게서 명함을 건네받은 조유경도 놀랐다. 그녀는 한국 영화의 해외 캠페인을 많이 다녔다. 어쩌면 레이나 양보다 더 많이 알 것이다.
“제이, 걔가 할리우드 진출 욕심이 있었나?”
“없지. 근데 딱 잘라 거절하는 것도 아니고 고민 중인 거 보면 하고 싶은 거 같아 보이던데······.”
“그래?”
“누나는 어떤 거 같은데?”
“이건······ 너무 좋은 기회다.”
그 사람이 그렇게 대단한가? 이서원은 일단 명함을 소중히 품에 집어넣었다.
***
윤제이는 홀로 연말을 보내게 된 동지이자 이젠 제법 가족이라 말할 수 있는 박현아를 찾았다.
쌍둥이는 연말 무대 일정으로 방송국에 있었다.
“왔어?”
“와, 이게 다 뭐예요?”
“오랜만에 힘 좀 썼지.”
박현아는 뿌듯한 얼굴로 식탁에 차려진 음식에 감탄하는 윤제이를 바라보았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깍듯이 말하던, 그래서 조금 거리감이 느껴졌었던 윤제이는 이제 제법 편한 티가 났다.
“와인 사 왔는데, 드라이한 거 좋아하시죠?”
“좋지.”
사실 윤제이는 박현아를 생각해서 그동안 거리를 조금씩 좁혀 왔다.
그는 이미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겪었다. 일반 가정에서 재혼 가정, 그리고 친모의 사망 후 유사 입양 가정을 겪었다.
누가 봐도 친형제로는 안 보이는 두 동생도 있고, 이복형제의 존재와 그들의 어머니라는 존재는 대하기 어려운 게 아니었다.
“글 쓰고 계셨나 보네요.”
“그걸 어떻게 알았니?”
“안경 자국이 진해서요.”
“아······ 관찰력도 좋네.”
박현아는 제 코를 문질렀다.
“슬슬 복귀해야지. 너무 오래 쉬었어.”
그녀는 드라마 판에서는 제법 인지도 있는 작가였다. 로맨스와 로맨스 코미디 전문으로, 시청률도 제법 준수하게 잘 나오는 편이었다.
“슬럼프는 지나간 것 같으세요?”
“그걸 아직 모르겠어. 계속 써 봐야 알지.”
최근에 방영한 드라마가 혹평을 받아서 긴 슬럼프에 빠졌었다.
박현아는 훤칠하고 잘생긴 윤제이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 비주얼에 로맨스 남주면 폭력적이긴 할 건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네가 주연할래?”
“네. 할게요.”
“너무 바로 수락하는 거 아냐? 내가 시놉 사기를 치면 어쩌려고?”
“그것도 경험이죠. 어머니라면 서브 닥빙해도 이해할게요.”
“됐다. 그러다가 욕 엄청 먹겠어.”
박현아는 윤제이를 제 자식으로 받아들이긴 힘들었다. 어릴 때부터 키워왔다면 모를까 너무 다 커서 만났으니까.
하지만 제 자식들의 믿음직한 형, 오빠라는 인식은 있다. 유사 조카를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자식 비슷한 사람을 남주로 두고 로맨스 극본을 쓴다? 그거 참······ 묘하다.
“너 주연으로 쓰면 잘 나올 글도 안 써지겠어.”
“왜요?”
“난 로맨스 전문이잖니.”
“아······.”
윤제이도 그걸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를 마치고 방송사 연말 가요 무대를 틀어 놓았다.
“넌 예진이 드라마 들어간다고 했지?”
“네. 어쩌다 보니 장르물을 계속하게 되네요.”
“장르물 좋지. 방송국은 정해졌어?”
“방송국은 아니고, 엔플릭스요. 그쪽은 사전 제작이라 편할 거 같아요.”
아직 작품 구상 단계에서 윤제이 하나만 캐스팅했던 <기억의 끈>은 글로벌 OTT에서 사 갔다. 곧 촬영에 돌입한다.
“강예진 작가님이랑 강필현 감독님은 어떤 분이세요?”
“음? 미팅해 보지 않았어?”
“미팅 한두 번 해서는 모르죠. 애드리브는 좋아하는 성향이실까요?”
“막 보수적이진 않고, 극에 어울린다면 다 수용하는 편이야.”
박현아가 눈동자를 굴렸다.
“예진이는······ 걔는 막 꼬는 걸 좋아하더라?”
“꼬아요?”
“응. 그거 때문에 방송국이랑도 언쟁이 오간 거로 알아. 왜 이렇게 반전 요소를 넣어 어렵게 만드느냐, 가볍게 가라. 로맨스를 넣어달라 했지만, 걔 성격이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어.”
자기 일에서는 타협하지 않는 성격이라······ 좋은 거 같은데.
“근데 유상현한테 뒤통수 맞은 뒤로 사람이 염세적으로 되었어. 아마 엔플릭스면 자기 취향 팍팍 넣을 거 같긴 하던데.”
“그렇구나······.”
윤제이는 멍하니 티비를 바라보았다. 모르는 아이돌들이 참 많다.
윤제이가 윤제희라는 사실을 터뜨린 강창훈 기자는 계속해서 후속 보도를 했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그게 더 어그로가 끌리니까.
-아 그러니까 윤제희가 사라진게
친부 욕심 때문이라고?
└야 이건 너무 갔다
└근데 맞는거같아 윤도준 윤도화도 어릴때부터 연생했잖아
└보통 아역배우들 말라가는 이유가 부모 때문이긴 하지
-야 소속사 피셜로 가족사가 아니라 지나친 언론의 관심 때문이라 했는데
부모를 때리는 기사는 진짜 아니지 않냐? 심지어 고인도 있는데 기자들 존나 양심없어 ㅅㅂ
└ㄹㅇ
└자기들 욕먹기 싫으니까 가족탓하는거 봐ㅋㅋㅋ
└또 전처럼 ‘누리꾼 반응을 옮긴것’ ㅇㅈㄹ할듯
돌아가신 아버지를 건들면 잘나가는 세 연예인을 동시에 깔 수 있다는 점, 어그로 가성비가 좋아서 그런지 몇몇 악플러 네임드는 신나게 윤수헌을 깠는데, 이런 사람들은 고소장을 받아도 개의치 않았다. 이미 몇 번 받아봤으니까.
“······아버지는 그동안 어땠어요?”
박현아는 멈칫했다. 윤제이가 한국에 온 지도 이제 3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그동안 친부가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네가 그 사람 얘기를 꺼내는 건 거의 처음 아니니?”
“그렇······ 죠.”
“이왕이면 설날에 애들 올 때 다 같이 얘기해볼까? 재밌을 거야.”
“좋아요.”
박현아는 내심 신났다. 함께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일, 아이들도 상처가 아물어 슬퍼하지 않고 추억할 때가 되었으니 그 자리에 윤제이가 함께하는 건 너무 좋을 거 같다.
“근데 애들 왜 안 나올까요?”
“순서가 맨 뒤라고 했어.”
“오······ 그거 대단한 거 아닌가요?”
그렇게 조용히 새해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