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4)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신비주의로 갑시다.(14/287)
신비주의로 갑시다.
<악의 동산>은 글로벌 OTT 플랫폼 엔플릭스에서 투자하고 이서원의 신생 회사 아스트라가 제작하는 6부작 드라마다.
-내년 엔플릭스 라인업 봤냐?
뭐가 제일 기대됨? 난 악동산
└악의동산ㅇㅇ 문창민 첫 드라마 아니냐?
└근데 드라마라고 볼수있나? 그냥 영화로 만들긴 넘 길어서 드라마된거같던데
TV 드라마와는 다르게 정해진 날짜에 전 편이 공개돼서 촬영은 사전 제작으로 이루어진다.
아스트라는 영화계 쪽이 탄탄해서 그런지 스태프 대부분이 영화계 쪽이고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윤제이? 신인인가?’
캐스팅에 힘이 있는 건 감독이 아니라 제작사와 투자사다.
1년 전, 한국 드라마의 세계적 흥행 덕분인지 엔플릭스는 막대한 투자금을 흔쾌히 투자했고, 아스트라에서 캐스팅을 담당했다.
그리고 제작사에서 교통정리를 미리 정하고 촬영에 들어가는데, 아무래도 문창민이라는 탑 배우가 주연이기에 나머지 배우들은 그보다 살짝 아랫급 배우들이었다.
‘권민재를 꽂을 줄 알았는데. 이서원이랑 친하니까.’
감독이 의외인 건 ‘백진리’역에 아예 새로운 배우가 들어왔다는 점이다. 후반부에 터뜨릴 배역이라 인지도 있는 배우를 특별 출연시킬 줄 알았다.
‘흠, 오히려 좋을지도?’
아예 새로운 얼굴이면 효과가 더 극대화된다. 연기를 잘한다면 더 좋고.
‘그럴 실력이 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 이서원이 생각 없이 꽂지는 않았을 거고. 감독은 커피를 마시며 눈으로는 윤제이를 훑었다.
태도가 바르고 곧다. 너무 굽히지도 않고 그렇다고 건방지지도 않다.
<악의 동산> 속 사이비 종교 교주 ‘백진리’는 잘생긴 얼굴과 화술을 이용해 열렬히 신도를 모으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다.
일단 배역과 이미지는 딱 들어맞는다. 다른 연예인과 비슷한 느낌 없이 잘생겼고, 풍기는 분위기도 좋다.
“이렇게 제이 씨를 따로 뵙자고 한 건, 그냥 가볍게 시나리오 얘기나 하자고 부른 거니 너무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윤제이가 신인임에도 감독의 태도는 정중했다. 업계가 좁아서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제이의 소속사는 <악의 동산>의 제작사 이서원의 회사고, 데뷔도 전부터 조유경이 점찍어놨다는 소문을 감독도 들은 적 있었다.
“아무래도 백진리 역이 후반부에 중요한 키포인트라······.”
“저야말로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윤제이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악의 동산>의 감독을 맡은 박현승이 등받이에서 몸을 떼고 제이와 거리를 좁혔다.
‘일단 첫인상은 괜찮았나 보군.’
명백한 호감, 호의, 관심의 몸짓이다. 윤제이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시나리오는 어떻게 보셨어요?”
“재밌었습니다. 밑바닥에서 차근차근 올라오는 주인공의 서사나 후반부에 모든 떡밥이 풀리며 몰아치는 부분이요.”
“후반부는 아무래도 백진리가 나오는 부분이라?”
“그런 것도 있죠.”
“솔직해서 좋네.”
<악의 동산>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주인공, ‘김연석’이 수상한 제안을 받게 되면서 시작한다.
바지사장만 되어 주면 막대한 돈을 준다는 제안. 어차피 죽을 몸, 남겨질 가족들을 위해 승낙했는데, 알고 보니 사기꾼 집단에 넘어간 것이다.
하지도 않은 일로 교도소에 수용된 김연석은 하루하루 죽을 날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시한부 선고도 거짓이었고.’
의사도 사기꾼 집단에게 매수당한 것. 모든 진실을 알게 된 그는 다시 사회로 나오면 자신을 이렇게 만든 이들에게 복수하리라 다짐한다.
복수를 위해 교도소에서 인맥을 만들고, 김연석이 알고 보니 전직 요원이라는 비밀이 밝혀져 사기꾼 집단에게 시원한 복수가 예상되는 게 초반 전개다.
윤제이가 맡을 ‘백진리’는 김연석이 천천히 밟아 올라가는 사기꾼 집단 전총교의 수장으로, 세력을 불리는 신흥 종교 그리고 뒤로는 온갖 더러운 사업에 손대는 기업가로 나온다.
“이게 데뷔작인데,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처음은 아니긴 하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 제 생각을 말했다. 어차피 작품 찍는 동안 다른 스케쥴도 없으니 자신의 콜타임이 아니더라도 꼬박 출석해 현장감을 익히고 싶다고.
“진짜 모든 촬영을 다 보려고 했어요?”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제이 씨 촬영분이 없는 날도 오려고요?”
윤제이는 눈을 깜빡였다. 무슨 문제라도?
감독이 의외라는 듯 그를 쳐다봤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역할이지만, 고작 30분도 안 나올 배역이다.
몇몇 원로 배우들이 젊은 배우를 보고 하는 소리가 자기 촬영할 때만 나오지 말고 작품 전체를 봐야 한다고 주장하긴 하는데······.
‘열정은 대단하네. 요즘은 다 돈 벌고 유명해질 생각만 하니.’
이건 이서원의 생각일까 배우 본인의 가치관일까. 아무튼, 단순 뒷배만 믿고 나대는 게 아닌 진지한 성격은 마음에 든다.
하지만 사실 감독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니다.
“그······ 말이 나와서 그런데, 제이 씨는 신비주의로 가는 건 어때요?”
“네?”
“아, 배제하는 게 아니고요. 작품을 위해서예요.”
애초에 이 말을 하려고 따로 부른 거다. 감독이 설명을 이어갔다.
백진리가 후반부 반전 요소라는 건 제작사와 감독 그리고 윤제이만 알지, 주연 배우인 문창민도 모른다는 거다.
“사실 백진리 역을 기성 배우가 맡았다면 창민 씨가 눈치챌 거 같은데, 제이 씨는 아예 새로운 얼굴이잖아요? 이걸 활용해보면 좋을 거 같아서요.”
후반 반전 요소를 주연 배우에게도 속인다. 다행히 문창민은 성격이 좋다. 밝혀지더라도 화내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연기에 진심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연기력을 끌어낼 수 있다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른 배우 연기 보면서 얻어가는 게 많겠지만, 이번만큼은 부탁합니다. 이 대표님께 듣기로는 연기 잘하신다면서요.”
“음, 네. 알겠습니다.”
작품을 위해서 감독이 따로 요청하는데 거절할 수 있을까? 다만 촬영장에 꼬박 출석해서 알아야 할 게 있어서 그렇지.
‘불안한데.’
***
감독의 요청대로 리딩도 안 들어가고 촬영장에 코빼기도 안 보였던 윤제이는 자신의 콜타임이 돼서야 <악의 동산> 촬영장에 모습을 보였다.
“제이 형. 오늘 첫 촬영인데 긴장 안 돼요?”
아스트라에서 윤제이의 매니저를 맡은 한진우는 고개를 올려 윤제이를 바라봤다.
‘이야, 진짜.’
내가 남자 얼굴 보고 감탄하는 날이 오다니.
게다가 얼굴값 할 줄 알고 긴장했는데 까다롭지도 않고 오히려 매니저인 자신을 배려해주기도 했다.
“······죽을 거 같아.”
“그렇게 안 보이시는데?”
아무래도 전에 훈련을 받아서인지 말과는 다르게 얼굴은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윤제이는 침을 꿀꺽 삼키고 촬영장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짧은 촬영이긴 했다. 신도들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이긴 하지만, 드디어 촬영 카메라가 있다.
‘잘할 수 있을까?’
감독의 요구 때문에 카메라 공포증을 시험해보지도 못했다. 그래도 조유경의 억지를 받았을 때 아예 무섭진 않았던 기억 때문에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막상 와 보니 심장이 크게 뛰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제이 씨 왔어요?”
윤제이는 평소보다 행동이 딱딱해졌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그냥 움직임이 둔한가? 정도였다.
“리허설부터 합시다.”
이윽고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동선을 체크하고 리허설에 들어갔다.
‘어디 아픈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스태프는 계속 손을 쥐었다 펴고 침을 꿀꺽 삼키는 윤제이의 모습을 포착했다.
‘신인이라더니, 이거 칼퇴 못하는 거 아니겠지.’
스태프가 작게 한숨을 쉬었지만, 윤제이는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사방에서, 많은 ‘눈’이 그를 쫓는다.
[쟤가 걔야?] [아, 그 장애인? 야 너 진짜야?] [왜 그걸 말하고 그래!] [하하하하!]자신을 괴롭혔던 아이들의 목소리. 그리고 소름 끼치도록 기분 나쁘게 웃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윤제이는 고개를 홱 옆으로 틀었다. 점점 숨이 가빠진다.
“저,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스태프는 의심의 눈을 거두지 못했다. 아, 제작사는 왜 이런 초짜를 꽂아서 퇴근도 빨리 못하게, 빽이 좀 있나?
[윤제희 어린이! 아저씨 물어보는 말에 대답해줄래?] [네가 윤제희니? 잠깐 나 좀 볼까?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야! 너 그렇게밖에 못 해?! <어린이>처럼만 하라고!] [하도 천재 천재 하더니 별거 아니잖아?] [계속 애 이용할 거면 우리, 이혼해!]갑자기 혼란스러워하는 윤제이의 모습을 카메라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몇몇 스태프들이 이질감을 눈치챘다.
“슬슬 슛 들어갑시다. 레디······.”
다들 ‘아, 오늘 촬영 분위기 조졌네. 박 감독님 연기 못하는 사람 싫어하는데. 이거 촬영 지연되는 건 아니겠지?’라고 생각한 순간.
[아들, 무섭다고 계속 피하기만 해서는 안 돼.]언제까지고 이럴 순 없어.
윤제이는 마이크를 들고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아직 공포를 이겨내지 못했으면, 공포를 이용하면 된다.
“큐!”
“······우리는 모두 같은 어머니에게서 생명을 잉태 당해 태어났습니다.”
공포로 감정이 끓어올라 스스로도 벅차하는 목소리는, 군중들 앞에서 흥분에 떨리는 목소리로 들린다.
‘호오?’
‘이야, 아까는 몰입 때문이었나?’
‘느낌 좋고. 잘하면 원 큐에 끝나겠는데?’
어릴 때 트라우마는 생각보다 오래간다. 그가 적진 한복판에서 전우들을 구하고, 테러리스트 소굴에서 인질을 구해 단신으로 빠져나온 전적이 있어도, 아직 저 ‘눈’은 두렵다.
하지만 정신을 살짝 놓고 두려움과 무서움을 정면으로 이용하니, 새로운 모습이 나왔다. 눈, 코, 입, 미세 주름 등 얼굴 표정이 묘하게 안 맞으면서 눈빛이······.
‘눈깔이······ 진짜 돌았는데?’
진짜 사이비 종교 교주 같다.
윤제이에게 동선을 안내했던 스태프가 침을 꿀꺽 삼켰다. 박현승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이것도 괜찮은데?’
원래 이 연설 씬은 그냥 평범한 연설이었다.
원래는 김연석이 점점 복수 대상의 윤곽을 알아갈 때마다 백진리도 점점 사이코적으로 변하는 것을 의도했다.
하지만, 백진리 어차피 사이비 교주인 거 다 알고 분량도 적은데 아예 처음부터 저렇게 화면을 잡아먹어도 되지 않을까? 저절로 연출의 방향을 틀게 만드는 연기였다.
***
(나) 첫 촬영은 어땠어요?
(윤제이) 생각보다 잘 안 나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윤제이는 만족하지 않았다.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보니 어느새 촬영이 끝나 있었다. 이건 연기가 아니다. 그냥, 그냥 한 거지.
이서원은 윤제이의 의미심장한 톡을 받고 곧바로 <악의 동산>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박현승 감독님.”
(우리 이 대표님이 웬일로 누추한 제 번호로 연락을 주셨을까?)
다 알면서 묻기는. 이서원이 웃음만 흘리자, 박현승도 따라 웃었다.
(백진리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서 전화하셨구나?)
“뭐, 그렇죠.”
(잘하던데요? 정말 신인 맞나? 하여간, 이 대표님 안목은 알아줘야 해. 연기 보고 아예 연출 방향도 틀었다니까요?)
“흠, 그래요?”
박현승의 칭찬이 계속 이어졌지만, 이서원은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냥 평타는 친 건가?’
통화를 끊은 이서원은 눈을 가늘게 떴다. 흠, 뭐. 잘했다니 좋긴 좋은데······.
그리고 며칠 뒤, 이서원의 기대를 뛰어넘는 반응이 돌아왔다.
(박현승 감독) 이 대표님 윤제이 이 사람 몇년계약하셨어요?
(나) 3년이요
(박현승 감독) 3년? 그거밖에 안했어요?
박현승은 톡 메시지가 답답한지 바로 전화를 걸었다.
(이 대표님······ 걔 오래 잡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계약 수정하자고 해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오늘 현장 다 죽여놨어요. 걔가.)
“진짜? 어떻게요?”
이서원이 재차 물었지만, 박현승은 흥분해서인지 계속 혼잣말을 하면서 감탄했다.
(와 나 아직도 소름 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