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42)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자네를 심사했던 사람이야.(142/287)
자네를 심사했던 사람이야.
“영화 정말 좋은데?”
“재밌었어요.”
음악 영화라는 장르에 맞게 심혈을 기울여 세팅한 음향과 OST. 서로를 향해 갖는 복잡하고도 다양한 감정의 형태, 그리고 모두가 공감할만한 스토리가 인상적이었다.
“진짜 JJ잖아······.”
박수하는 관객들 사이에는 윤제이가 과거에 연을 맺었던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은 도시에 붙은 선댄스 홍보물에서 <인터미션>의 포스터를 발견했고, 진짜 우리 친구가 맞나? 직접 확인하러 온 것이다.
<인터미션>은 선댄스에서도 호평받았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끼리 입소문을 타다 보니 <인터미션>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까지 있었다.
“영화 진짜 좋았어. 형은?”
“나도. 중간에 그 장면 있잖아······.”
<인터미션>의 네 배우는 선댄스에 출품한 다른 영화를 보러 다니며 온전히 영화제를 즐겼다.
중간중간 인터넷에 올릴 사진을 찍기도 했고, 감독과 배우들이 단상 위에 올라와 Q&A를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참여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너무 봐서 지겨우신가요?”
신지원 감독은 이번이 두 번째기에 제법 노련하게 관객들의 질문을 상대했다. 윤제이도 마이크를 들어 배우로서 관객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
윤제이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카페로 나와 바깥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 이렇게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았다.
“혹시 ‘인터미션’ 배우신가요?”
“네.”
“영화 정말 잘 봤어요!”
윤제이는 체격도 체격인데 얼굴도 잘생겨서 눈에 띈다. 그를 알아본 몇몇 사람들이 그에게 아는 체를 하고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정말 좋은 풍경이야. 그렇지 않나?”
“네, 그렇네요.”
노인을 알아본 곽도현이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빠졌다.
‘누구지?’
윤제이는 일단 곽도현이 앉았던 자리에 노인을 앉게 했다. 노인은 고맙다고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주세페 아르젠토라고 하네.”
“윤제이입니다.”
윤제이는 노인의 손에 제 손을 맞잡으면서도 기시감이 들어 고개를 기웃거렸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그 모습에 노인이 희미하게 웃었다.
“자네는 날 모르겠지만, 난 자네를 잘 알지.”
“혹시 어떤······.”
윤제이는 몸을 살짝 굳혔다. 그는 슬쩍 본 것만으로도 이 사람이 위험한지 아닌지 파악하는 편인데, 일단 수상한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곽 실장이 자리를 비켜준 걸 보면 영화계 인사 같은데······ 유명한 사람인가?
“자네를 심사했던 사람이야. 칸에서.”
“아. ‘어린이’ 말씀이시군요.”
다른 의미로 과거와 걸쳐 있던 사람이군. 윤제이는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인터미션’도 보셨나요?”
“봤지. 애초에 그걸 보러 여기까지 늙은 몸 이끌고 온 거니까.”
단순 영화제 참석차 왔다가 내게 말을 건 게 아니라 애초에 나를 보러 여기까지 온 거다.
윤제이는 조금 생소했다. <어린이>가 한국에서 유명한 거야 알지만, 이런 외국인까지 그의 복귀작을 보러온다고 여기까지 온 게······ 심사를 맡았던 작품이라 특별해서 그런 건가.
“영화는 어떠셨나요?”
“좋았네.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했는지 들어볼 수 있겠나?”
“유태혁은 개인적으로 몰입하기 좋은 캐릭터였습니다.”
두 사람은 초면임에도 영화에 관련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주세페 아르젠토는 윤제이의 모습을 훑었다. 정말 잘 자랐다.
“실망하진 않으셨나요?”
“어떤 면에서 말인가?”
“과거의 저를 아신다면 과거와 지금을 비교하실 거 같아서요.”
사실 한국에서의 평가는 객관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린이>에서 박동화는 눈에 보이는 특징이 많았기에, 그걸 표현만 잘하면 반은 먹고 들어가니까. 그걸 표현한 자신도 어렸으니 이런저런 강점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인터미션>도 마찬가지다. 유태혁과 윤제이는 닮은 부분이 많아서 표현하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문화권이 다른 외국 감독의 시선은 어떨까. 직접 심사했던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다.
“······난 연기에 있어서는 배우가 나이가 어리고 늙었고 외형이 어떻고에 관련 없이 오로지 연기만 본다네. 예전에도 마찬가지였어.”
주세페 아르젠토는 윤제이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알았다. 과거의 이름이 가진 무게 때문에 현재의 자신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있나 보군.
“실망하지 않았다네. 오히려 근사했지. 내가 그렇게 차기작을 원했던 어린 배우는, 퇴색되지 않고 여전했으니까.”
이건 윤제이와 윤제희만의 문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겪는 문제였다.
혜성같이 등장한 천재 감독이 슬럼프에 빠져 괴로워하는 모습을 자주 봐 왔다. 주세페도 개인적으로 그런 문제를 겪기도 했고.
“그리고, 자네가 누군가의 평가가 필요한 사람인가?”
“하하.”
“왜 그런가?”
“이영창 감독님도 같은 소리를 하셨거든요.”
“훌륭한 감독이지.”
그는 <인터미션> 속 유태혁을 생각했다. 타인에게 갖는 열등감을 피부에 와닿게 섬세하게 표현했다.
좋은 시나리오에 걸맞은 좋은 캐릭터 그리고 좋은 배우 그리고 연출까지 어우러진 앙상블이 근사했다.
<인터미션>을 좀 더 빛나게 만든 건 주연의 존재감과 표현력이었다. <어린이>에서 윤제희가 그러했듯.
“요즘 배우라는 게 미디어와 밀접해 있다 보니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민감한 건 이해하네.”
“그렇죠.”
“하지만 그런 건 다 필요 없어. 연기가 좋나?”
“음······ 네.”
좋긴 하다. 그러니 다시 돌아왔지. 하지만 어릴 때 느꼈던 재미는 글쎄······ 아직은 모르겠다.
그 망설이는 대답조차 주세페 아르젠토는 놓치지 않았다.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거로 아는데······ 날 원망하지 않는가?”
“원망할 게 있나요? 게다가 심사위원이 어르신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다 어린 제가 잘나서 벌어진 일이지.”
“하하! 그렇다면 다행이구먼.”
윤제이의 너스레에 주세페도 껄껄 웃었다.
“너무 부담 갖지 말게. 어릴 때의 자네도, 지금의 자네도 훌륭한 배우야. 다음 작품이 기대되지. 말이 나와서 그런데, 차기작은 정했나?”
“이영창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 두 천재의 재회라니······ 내가 그때까진 살아있어야겠군.”
아슬아슬한 말장난에 윤제이는 그저 웃었다.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윤제이는 다시 보자는 짧은 작별 인사를 건넸다.
“대화는 잘하셨어요?”
“그래. 너도 가서 인사하지 그랬어?”
“저는 나중에요. 앞으로 볼 일이 많아질 거 같아서요.”
빌 클레망도 스승과 같이 <어린이>를 감명 깊게 본 사람이고, 스승과 <인터미션>을 봤다.
두 사람은 역시 여기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윤제이는 여전히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배우였다. 아직 본인은 자신에게 엄격해서 잘 모르는 것 같지만.
“지금 나보다 젊다고 자랑하는 거야?”
“그러니까 건강 관리 잘하세요.”
그리고 두 사람을 지나쳐 윤제이에게로 향하던 한 남자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자리를 비운 곽도현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방금 저분, 주세페 아르젠토 아닌가요?”
“네.”
“오······.”
“영화 잘 봤다고 하시더군요.”
남자는 당장 가서 인사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윤제이와의 선약을 우선해야지.
“아! 이런. 인사가 늦었네요. 팔라스 필름 컴퍼니의 프로듀서, 마일즈 윌슨입니다.”
“아스트라의 곽도현입니다.”
두 사람이 서로의 명함을 주고받았다. 윤제이는 마일즈와 짧게 악수했다.
“윤제이입니다. JJ라 불러주세요.”
“저도 뵙기 전에 ‘인터미션’ 봤습니다. 연기 정말 잘하시던데요?”
“감사합니다.”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에요.”
마일즈 윌슨은 <인터미션>에서 유태혁이 보여준 모습이 뇌리에 박혔다. 안하무인이지만, 과거와 열등감을 극복하고 일어서는 서사를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했고.
“전에 연기를 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데뷔한 지 이제 3년 되셨다고 들었는데······ 학교에서 배우셨다거나?”
“아, 아직 여기까지는 아직 안 알려졌군요.”
“네?”
마일즈 윌슨은 윤제이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후 뒤늦게 윤제이의 과거 이름을 접하고 놀랐다. 최연소 타이틀은 아무나 딸 수 있는 게 아니니.
“아무튼, ‘인터미션’에서의 연주는 직접 하신 건가요?”
“네.”
“그 많은 악기를 다요?”
<인터미션> 속 유태혁은 정이현을 따라잡기 위해 드럼과 기타 등 다른 악기에도 손댔었다.
유태혁도 수준급이었지만, 역시 진짜 천재인 정이현에게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 그의 열등감을 극대화했던 장면이었다.
윤제이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마일즈 윌슨이 작게 감탄했다.
“역시······ 들은 대로 시군요.”
“제이든이 저에 관해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
“아주 재능 넘친다고 하던데요, 뭐 하나 보기만 하면 다 따라 한다고.”
“걔가요? 그렇게 칭찬할 사람이 아닌데······.”
“우리도 가끔 타인에게 친구 소개해 줄 때는 이런저런 칭찬 많이 하지 않습니까.”
짧은 스몰 토크 끝에 마일즈 윌슨이 큼큼 목을 가다듬고 본론을 말했다.
“제가 이렇게 뵙자고 한 것은, ‘악의 몰락’의 영화화에 ‘텐’ 본인의 역할로 나와주십사 직접 부탁하러 온 겁니다.”
“······저 말고도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동양계 배우들이 꽤 있을 텐데요.”
“상징성이 좋잖아요. 그 작전에 직접 참여했던 영웅이면서 마침 배우 활동도 하고 계시니.”
게다가 연기력도 수준급이었고······ 마일즈 밀러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는 윤제이를 보며 씨익 웃었지만, 곽도현은 윤제이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왜 하필 ‘악의 몰락’입니까?”
“네?”
“다른 군 선전 시나리오도 많을 텐데요.”
마일즈 윌슨은 할리우드의 잘나가는 제작자였다. 그의 손을 거친 영화는 항상 성공했다. 무명이었던 배우들은 톱스타가 되어서 수백억의 출연료를 받았다.
그의 별명도 ‘톱스타 제조기’였다. 그래서 솔직히 자신 정도 되는 사람이 직접 왔으니, 어렵지 않게 계약을 따낼 수 있을 줄 알았다.
“단순 국책 사업이라서? 이후 다른 작품에 군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
하지만 윤제이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LIS와 관련된 이야기는 단순 흥미 위주로 흘러가지 않기를 바랐다.
물론 제이든도 그걸 강조했겠지만, 위에서 까라면 까야 하는 군 소속과 캐스팅을 받는 배우의 입장은 다르다.
‘이런 사람에게는 진심으로 다가가야겠구나.’
마일즈는 이 모습조차 매력적이라서 꼭 윤제이를 캐스팅하고 싶었다.
“솔직히 말할게요, 사실 그런 이유도 있긴 합니다.”
“뉘앙스를 보아하니 그게 1순위가 아닌 거 같아 보이시긴 하네요.”
“제 부모님은 LIS가 벌인 테러에 휘말려 목숨을 잃으셨습니다.”
윤제이와 곽도현이 숨을 삼켰다.
“이런, 유감입니다.”
“아뇨, 걱정하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직접 피부로 겪어온 분이시니 단순 선전물로 이용되는 걸 원치 않으시겠죠.”
“······.”
“저는 ‘악의 몰락’의 내용을 각색이 거의 없이 제작할 예정입니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요. 단순 흥행을 위해서, 미국의 위대함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테러 피해자의 일원으로서 투명하게요.”
마일즈는 물론 정부가 개입한다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자신의 숭고한 의도를 알아주십사 윤제이에게 진심을 내보였다. 가벼운 의도로 이 책의 영화화를 추진한 게 아니라고.
“그래서 되도록 JJ, 당신이 출연해주길 원하는 겁니다. 당신만큼 그 집단의 잔인함을 피부로 겪고 표현할만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생각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답이 마음에 든 윤제이는 짧게 고민하고는 대답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