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45)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기억의 끈 (1)(145/287)
기억의 끈 (1)
<기억의 끈>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배우 정하윤은 어릴 때 잠깐 아역 배우 생활을 한 적 있었다.
어린이 화보를 찍거나 CF 광고를 찍었고, 시트콤에 나와 한때 국민 딸내미로 이름을 알렸었다.
하지만 주목은 잠깐이었다. ‘윤제희 특별법’의 시행으로 그녀의 소속사가 노예 계약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부모님은 그 계약에서 딸을 빼내고 연예계에는 발도 붙이지 말자고 했다.
[쟤가 걔래.] [쟤 무슨 드라마 아역 아니었어?]학창 시절을 애매하게 주목받으며 보냈고, 대학에 들어가고서는 대학 주간지의 표지 모델로도 주목을 받았다.
‘연기······ 다시 해볼까?’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다시 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어릴 때는 멋모르고 한 건데, 다 크고 보니 연기의 매력을 느꼈다.
안녕하세요. 기억의 끈 제작진입니다. 3차 오디션 합격하셨으며······.
“됐어!”
극단에서 연기력을 쌓고 매체의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기억의 끈>은 좋은 기회였다. 무려 여자 주인공 역할, 경쟁도 치열했다.
경력 있는 작가와 감독의 복귀작, 게다가 주연이 윤제이에 공중파 드라마는 아니지만, 엔플릭스 공개작이다. 요즘 OTT 작품의 퀄리티도 상당하고, 그에 눈을 돌리는 배우들이 많다고 한다.
며칠이 지나 <기억의 끈> 리딩 날이 다가왔다. 정하윤은 경직된 몸을 이끌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하윤아. 너무 긴장하지 마. 네가 해석한 대로 잘 보여주기만 하면 돼.”
“네, 네······.”
대학 때부터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그녀를 캐스팅하려 했던 소속사는 영세하지만, 연극배우들이 주축인 소속사였다.
매니저가 아니라 실장이 따라온 리딩 현장, 벌써 사람이 많은 것 같은 느낌에 심호흡을 했다.
“저······.”
“네?!”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훤칠한 남자가 먼저 타 있었다.
그는 오사준의 오른팔, 류해열 역할을 맡은 배우 선유석이었다. 그는 자신보다 더 긴장한 것 같은 정하윤을 보고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기억의 끈’ 리딩하러 가시는 거죠?”
“아! 네! 안녕하세요! 정하윤입니다!”
“여주인공 역할 맡으신 분 맞으시죠? 전 선유석입니다.”
선유석은 아이돌로 데뷔했지만, 그룹은 망했다. 두세 번 컴백을 했지만, 성과는 없었고, 전속 계약이 끝나자마자 배우 소속사로 옮겨 연예계 생활의 제2막을 시작했다.
‘와 그래도 나 같은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선유석은 자꾸 땀이 차는 손바닥을 허벅지에 슥슥 문질렀다.
류해열은 4롤 정도 되는 조연임에도 비중이 꽤 컸다. 그만큼 경쟁률도 치열한 것으로 아는데, 왜 자기가 캐스팅됐는지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저 긴장해서 토할 거 같아요.”
“저도요······.”
애매한 경력직인 두 사람은 이렇게 큰 자본이 들어간 작품은 처음이었다.
긴장한 게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했는지 두 사람의 경직된 어깨가 점점 풀렸다.
“와, 무슨 사람이······.”
그런데 리딩장으로 다가갈수록 다시 긴장했다.
언론 공개 리딩이기 때문에 초청된 기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엔플릭스의 채널에 올라갈 추가 컨텐츠를 찍는다고 카메라도 많았다.
잠시 얼어붙은 두 사람이 뻣뻣하게 제 자리를 찾아갔다.
“신인이구나.”
“풋풋하네.”
노련한 조연 배우들은 그들의 긴장을 알아챘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웃는 사람이 있었고, 저래서 리딩을 잘 할 수 있냐고 못마땅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윤제이, 그 사람은 언제 올까?’
정하윤은 물을 마시면서 눈동자를 굴렸다. 어릴 때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궁금했다. 윤제이는 일단 잘생겼으니까.
괜히 물을 마시며 대본만 살피고 있을 때, 입구 쪽이 술렁거렸다.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입구 쪽에 셔터를 촤라락 연사했다.
‘와······.’
키도 워낙 크고 보폭도 큰 탓에 다가오는 속도가 빨랐다. 가벼운 맨투맨에 청바지 차림임에도 풍기는 분위기가 ‘진짜 연예인이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슬쩍 옆을 보니 선유석도 그녀와 비슷한 선망의 시선으로 윤제이를 보고 있었다.
윤제이는 제 자리를 찾아가다 눈에 띄는 사람을 발견해 상체를 숙였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이야.”
<백스테이지>에서 서 회장 역할을 맡은 지광현과 <영구동토>에서 배홍익 박사를 연기한 고광일이 반가운 듯 몸을 돌렸다.
중견 배우인 두 사람은 <기억의 끈>에서 무게감 있는 조연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나, 참. 윤제희라니······.”
“아, 선생님은 황룡 때 안 오셨죠?”
“내가 TV에서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찰싹, 팔뚝에 지광현의 가벼운 손짓이 느껴졌다. 윤제이는 가볍게 웃으며 다시 상체를 일으켰다.
기억의 끈
오범준/오사준 役
배우 윤제이
친분이 있는 사람과 짧게 인사한 윤제이는 정중앙, 자신의 이름이 쓰인 자리에 앉았다.
<백스테이지>에서 주연을 맡은 적이 있기는 해도, 아이돌인 이카로스의 분량도 적지 않아서 그런지 ‘원탑 주연이다!’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했다.
하지만 <기억의 끈>에서 맡은 배역은 극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줄기고, 쌍둥이의 차별점을 둬야 했다.
“안녕하세요.”
“앗, 넵! 안녕하세요!”
“너무 그렇게 딱딱하게 하실 필요 없어요. 내가 형이죠?”
윤제이는 일단 긴장하고 있는 선유석에게 살갑게 말을 걸었다.
슬슬 경력이 쌓이고 있는 윤제이는 주연의 역할이 제법 중요하다 느꼈다.
<아롱아롱>에서는 김현준이 지각을 반복해 촬영장 분위기를 흐렸고, <달동네>에서의 이혜인은 후배 배우들에게 가르침을 아끼지 않아서 분위기가 좋았다.
이번이 주연이 처음이 아니긴 하지만, <백스테이지>에서는 약간······ 학교 선생님 같은 느낌이었다.
이카로스로 나오는 아이돌과 배우들은 무슨 어미 오리를 따라다니는 새끼 오리처럼 그를 따랐는데, 이번 현장에서는 어떤 분위기를 이끌어야 할까······.
우선 과하게 긴장한 것 같은 선유석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류해열은 오사준과 고등학교 동창이며, 서로 욕도 박으면서 스스럼없는 사이였다.
“안녕하세요. ‘기억의 끈’ 극본을 맡은 강예진입니다. 오랜만의 복귀작인 만큼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모든 배우들이 다 모이고, 강필현 감독에 이어 강예진 작가가 일어나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배우님들이 좋은 연기를 펼쳐주실 거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예진의 시선이 윤제이에게 고정됐다.
처음부터 부담을 팍팍 주시는데······ 윤제이는 가볍게 웃으며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안녕하세요. 쌍둥이, 오범준과 오사준의 역할을 맡은 배우 윤제이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어서 여주인공, 손태린 역할을 맡은 정하윤이 벌벌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들었다. 가장 큰 어른인 지광현과 고광일이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긴장했네.”
“편하게 하세요. 편하게.”
리딩장이 가벼운 웃음으로 환기되었다. 자리에 앉은 정하윤은 손부채질하면서 긴장을 풀려고 했다.
조연출이 대본을 넘겼다.
“리딩 시작하겠습니다.”
1회의 시작은 경찰서였다. 정치권과 조폭 기업이 얽힌 경제 범죄 사건을 은밀히 조사하고 있던 오범준의 팀은 드디어 모든 증거를 수집하고 범인의 검거만 남은 상태였다.
“태린, 갑자기 일어나 밖으로 향하는 범준을 잡는다.”
“오 팀장님.”
조연출의 지문 이후 첫 대사를 내뱉은 정하윤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는데, 이를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언론 공개 리딩이고, 가볍게 진행될 예정이었다. 리딩에서 잘 못 하다가 현장 촬영 들어가면 잘하는 스타일의 배우도 있으니까.
정하윤은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여주인공이라 다들 믿는 분위기였다.
‘어떡해. 이상하잖아.’
하지만 제 상태에 만족하지 않은 정하윤은 티 나지 않게 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윤제이의 뒤에서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 기자, 그리고 엔플릭스에서 찍고 있는 홍보용 동영상을 찍는 스태프까지 눈치가 보였다.
정하윤은 약한 패닉에 빠졌다.
‘어?’
그때, 고개 숙인 시야에는 맞은편에 앉은 윤제이의 손가락이 보였다. 책상을 툭툭 두들기는 게, 마치 자기를 보라는 것 같아서 정하윤은 고개를 들었다.
‘아······.’
윤제이의 눈동자를 마주치자마자 뭔가 빨려드는 느낌을 받은 정하윤이 입을 열었다. 다음 대사는 저절로 나왔다.
“······어디 가세요?”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지만, 첫 리딩 때문에 긴장한 게 아니라 갑작스러운 팀장의 부재 때문에 느끼는 불안함이 더 컸다.
짧은 대사지만, 감정은 느껴진다. 제 대본만 보고 있던 배우들이 고개를 들어 윤제이와 정하윤 두 사람을 흘끔 바라보았다.
“잠깐, 일이 생겼습니다.”
“급한 일이세요? 이러다가 박 의원 못 잡으면, 안 그래도 낌새 눈치챈 거 같은데······.”
정하윤은 윤제이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덤덤하고, 사무적인 말투였는데 어딘지 절박함이 느껴졌다.
‘뭐지?’
게다가 신기한 건, 윤제이의 눈동자에만 집중해도 그녀를 방해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시야에서 지워진다는 사실이다.
이 장소가 엔플릭스의 대형 사무실이 아니라 범인을 검거하기 직전 긴장감이 넘치는 경찰서 사무실이 된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다시, 다시 오실 거죠?”
“······연락할게.”
사무적이던 오범준이 친근하게 말했다. 윤제이의 목소리가 묘하게 느껴졌다.
캐릭터 설정상 손태린과 오범준은 연애는 아닌데 서로 썸을 타는사이였다. 약간의 애정과 걱정이 느껴지는 대사는 별거 아닌데도 시청자가 상상할 여지를 던져줬다.
일부러 간질간질하게, 음식으로 치자면 꿀을 미세하게 섞은 목소리를 냈다. 강예진 작가가 씨익 웃는 거 보니 괜찮은 거 같다.
“오 팀장 어디 갔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고······.”
“이 건 만큼 급한 일이 어디 있어?!”
오범준이 그렇게 사라지고, 구심점을 잃은 팀은 우왕좌왕했다. 여기서 팀원들은 오범준의 능력에 과하게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시청자에게 알려준다.
결국 행동이 늦어진 오범준의 팀은 범인이 증거를 빠르게 은폐할 시간을 벌어줬다.
“오범준 그 새끼 아직 연락 안 돼?”
“······네.”
오범준의 팀을 은밀히 지원하던 경찰서장은 자리가 날아갔고, 그 자리를 범인 쪽의 사람이 차지했다.
그 와중에도 오범준은 연락 두절이었다. 결국 실종 처리를 하려던 찰나.
“경제 범죄 수사 3팀, 오범준 팀장 어디 갔습니까?”
새로 온 경찰서장이 그들을 옥죄었다. 오범준이 없으면 너희 팀은 해산이라는 은근한 통보로.
“이러다가 우리 1년간 개고생한 거 다 물거품 되게 생겼어.”
“정권이 바뀔 때까지 기다릴 순 없지 않아?”
가장 속이 타는 건 손태린이었다. 믿을 수 있는 팀장, 그리고 약간의 애정을 품고 있었던 존재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녀는 비장하게 말했다.
“대역을 세우자.”
“대역이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오 팀장님, 쌍둥이 동생이 있다고 했어.”
그렇게 쌍둥이 동생 오사준은 오범준의 대역이 되어 우당탕탕 경찰 생활을 한다는 게 <기억의 끈> 초반부였다.
리딩이 끝나자, 분위기는 훈훈해졌다.
“이야, 역시 제이 씨네.”
“어떻게 미팅 때보다 더 는 거 같은데요?”
작가와 감독이 만족한 듯 웃으며 윤제이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작가님.”
“응? 왜요?”
“오사준 관련해서 여쭤보고 싶은 게······.”
“아, 잠시만요. 홍보 사진을 찍으라네요.”
음······ 한참 걸릴 거 같은데. 윤제이도 배우들과 대본을 들고 사진을 찍었고, 슬슬 해산하려던 때에 뒤에서 쭈뼛거리는 작은 인영을 발견했다.
“하윤 씨? 혹시 저한테 할 말 있으세요?”
“네? 아! 아뇨! 인사를 하려고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정하윤이 폴더 인사를 하자, 윤제이도 똑같이 폴더 인사를 했다. 그에 상대가 황송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군기가 빡 들어간 거 아닌가. 내가 잡아먹을 것도 아닌데.
“네. 오늘 잘하셨어요. 대본 통째로 외우신 거 같던데요? 대본은 잘 안 보시길래.”
관찰력이 좋은 윤제이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윤제이와 눈이 마주친 이후 이상하게 긴장이 풀렸던 정하윤은 리딩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아 그······ 외우는 건 잘해서요.”
“좋은데요? 촬영 때 뵙겠습니다.”
윤제이는 정하윤과 비슷한 모습으로 제게 다가오는 선유석을 격려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진우는 퇴근길에 장난을 걸었다.
“크, 우리 형. 이제야 주연 같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그, ‘인터미션’이나 ‘백스테이지’는 약간 남고 분위기였잖아요. 뭐만 하면 형! 형형! 이거는 어떻게 해요! 저건 어때요! 하면서.”
그 분위기가 생각나서 윤제이도 웃었다. 다들 스스럼없이 장난을 걸었고, 편안했었다.
하지만 <기억의 끈>은 달랐다.
천만을 달성한 두 영화, 인지도가 늘 상위권인 윤제이는 이제 명실상부한 탑 배우고, 윤제희라는 과거 경력도 밝혀져서 그런지 그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하윤과 선유석처럼.
“상대 배우의 집중력을 이끄는 카리스마! 어? 막 정하윤 씨랑 선유석 씨 눈빛에서 막 존경하는 눈빛이······.”
“그래그래.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집에 가자.”
“넵.”
윤제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진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