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46)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기억의 끈 (2)(146/287)
기억의 끈 (2)
“이야, 눈빛 좋아요!”
사진작가가 호들갑을 떨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윤제이는 <기억의 끈> 관련 캐릭터 화보를 찍고 있었다.
단순 드라마 홍보 촬영이라고 해도 드라마 공개 전 캐릭터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그래서 윤제이는 사진을 찍는 와중에도 연기를 놓치지 않았다.
오범준은 철두철미한 엘리트였다. 단추는 항상 목까지 다 채웠고, 옷은 주름 없이 단정했다.
쌍둥이의 이름이 아직 없을 때 윤제이는 오범준을 맹금류와 같은 눈빛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름을 따라 호랑이와 같은 눈빛을 연출했다.
“와 진짜······.”
“눈빛이 좋은데?”
단정한 차림새나 꼿꼿한 자세를 보면 그렇게 위협적이진 않아 보인다.
하지만 눈빛을 보면 저절로 오금이 저린다. 직접적인 폭력을 쓰는 게 아니라, 다른 쪽으로 은밀히 사람을 조질 거 같은 느낌이다.
“사진으로는 다 안 담겨서 아쉽네.”
근처에 있는 스태프들이 수군거리는 소리에 한진우는 뿌듯한 듯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형이 좀, 잘나긴 했지.
“오범준은 된 거 같죠?”
“좋아요! 제이 씨, 의상 갈아입으세요.”
오범준 버전의 촬영이 끝나고, 윤제이는 천막이 쳐진 간이 탈의실에서 거침없이 상의를 벗었다.
흉터가 많지만, 워낙 몸이 좋다고 소문일 날 정도라서 몇몇 사람들이 아닌 척 흘끔거리고 있었다.
“옷 입기 전에 이거 먼저 입으세요.”
“문신인가요?”
“네.”
“요즘 되게 잘 나오네요.”
“그래도 티는 약간 나더라고요.”
그는 살구색 타이즈 같은 것을 입었다. 거울을 보니 조잡하지만, 가슴팍에 문신이 새겨진 것처럼 보였다.
물론 촬영에 들어가면 전문 분장사가 붙어서 일일이 다 그리겠지만, 지금은 그저 사진만 찍는 거기에 사진작가가 보정하면 될 일이었다.
“사준이는 좀 퇴폐적으로 갈까요?”
오사준일 때는 일부러 눈두덩에 옅은 스모키 화장을 했다. 오범준일 때 뒤로 반듯이 넘긴 머리는 이리저리 헤집어 놓아 눈썹을 덮게 했다. 뒷머리는 헤어피스를 달아 살짝 길게 연출했다.
“됐다.”
“오······ 오랜만에 긴 머리 하신 거 보니까 유태혁 생각나는데요?”
그러면 안 되는데······ 윤제이는 화려한 패턴의 셔츠를 입었다. 가슴팍은 문신이 보이게 단추 몇 개를 풀었고, 소매를 걷었다.
‘뱀은 교활하지.’
그의 눈빛이 돌변했다. 오사준이라는 이름처럼. 윤제이는 그를 생각했다.
“와······.”
솔직히 얼굴이 워낙 잘생겨 눈에 띄는 건 연기에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미묘한 눈빛의 차이로 같지만 뭔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오범준은 사무적이지만, 제 영역 안에 들어간 사람에게는 정이 많다.
반면 오사준은 능글거린다. 일부러 가볍게 행동해 상대의 방심을 유도하고, 빈틈이 보이는 순간 목을 콱 물어뜯는다.
윤제이는 과하게 입을 찢어 빈정거리듯 웃기도 하고, 오범준과 똑같이 무표정을 지어도 눈이 살짝 반달로 휘어져 누군가를 조롱하는 것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좋아요!”
뱀을 생각하고, 뱀과 같은 눈빛을 연출하고 있으니 어디서 뱀이 쉭쉭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갑자기 집중이 깨진 윤제이는 가만히 서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바뀐 것을 조리개를 통해 보고 있는 사진작가는 알았다.
“제이 씨?”
사진작가가 몇 번을 불렀는데 미동도 없었다. 그 작은 소란에 스태프들이 웅성거렸다.
‘무슨 일이지?’
맨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최태양이 팔짱을 풀고 스태프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윤제이의 저런 이상 행동은 <기억의 끈>의 대본을 받은 이후부터 조짐이 보였다.
갑자기 멍하니 있다가 눈빛이 묘해지는데, 최태양과 정승우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윤제이의 정신을 깨웠다.
두 사람은 이게 윤제이가 윤도준을 위협할 뻔했다던 모종의 사건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 만약 그 상태라면 큰일이다. 하지만 최태양이 나서기도 전에 윤제이의 눈빛이 돌아왔다.
“아, 네.”
“한 번만 더 찍을게요.”
윤제이는 다시 집중을 찾았다. 제게 다가오려던 최태양에게 손을 들어 괜찮다고 표시했다.
평소 가면에 배역 하나 추가하는 건 여태껏 문제가 없었는데, <기억의 끈>은 쌍둥이라 인격이 늘어나니 이게 문제다.
“좋습니다! 이야, 어디서 모델 하다 오셨어요?”
“어라? 작가님 모르세요? 제이 씨 이번에 강남에 런칭한 패션 브랜드 초기 모델이라고 난리 났었잖아요.”
“이리스 스튜디오요? 저 거기도 사진 찍는데.”
윤제이는 그저 웃었다. 뉴욕에 살았을 때 모델 일로 친해졌던 친구는 유명 디자이너가 되어서 세계 각국에 자신의 지점을 내고 있었다.
과거 인연을 생각하니 과하게 두근거렸던 심장이 점점 진정되는 걸 느꼈다.
“일단 느낌 좀 보게 여기서 대충 합성해 볼게요.”
사진작가가 몇 번 클릭하자, 가로로 길게 늘어진 배경에 의자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는 오범준과 오사준이 합성됐다.
앉는 것부터 서로의 성격을 보여준다.
허리를 등받이에 꼿꼿이 세우고 꼰 다리 위에 깍지낀 두 손을 올려놓은 오범준, 그리고 대충 걸터앉아서 의자 팔걸이에 팔을 올리고 손은 턱을 괴고 있는 오사준.
두 사람의 팔목에는 붉게 칠한 수갑이 길게 연결되어 있었다.
“전신은 대충 이렇게, 어때요?”
“진짜 비주얼 대박인데요? 이거 작가님 보여드려야겠다.”
“이제 얼굴만 한 번 해볼게요.”
스태프의 칭찬에 신난 사진작가가 이번에는 다른 느낌으로 사진을 합성했다.
일단 오범준 버전과 오사준 버전의 옆모습을 띄워놓았는데, 두 사람의 자세는 똑같았다.
마치 기도하듯 모여 있는 손은 두 엄지손가락에 턱을 괴고, 검지는 코에 닿아 있다.
눈동자는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합성하니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으로 변했다.
“잘생김이 두 배네.”
“이야, 진짜 대박이다.”
모니터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 감탄했다.
윤제이도 마찬가지다. 저 옆모습을 찍을 때는 일부러 복잡한 생각을 해서 눈빛에 나타나도록 했다. 서로를 향한 복잡한 감정이 느껴지도록. 잘 나온 거 같다.
“제이 씨는 어때요?”
“좋은데요? 역시 사진 작가님이 잘 찍어 주셔서.”
“모델이 좋아서죠!”
사진 촬영은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빨리 공개하고 싶은데······ 드라마 공개는 언제예요?”
“아마 복잡한 CG 작업도 없으니까 올해 안에는 공개될걸요?”
***
한 남자가 밤늦게 아파트 건설 현장을 찾았다. 차단벽에는 토지 보상이 제대로 안 돼서 불만인 시민들의 대자보, 그리고 시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즐비해 있었다.
남자는 잠금이 풀려 느슨한 자물쇠를 열고 공사 현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누군가를 찾는 듯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이쯤이었는데······.’
전달받은 기억에 따르면, 이쯤에서······ 문득 싸함이 느껴져 고개를 드니, 한 사람이 위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안돼!’
다급하게 뛰어갔지만, 이미 늦었다. 제 앞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남자. 맥박을 재 보니, 이미 죽었다.
추락이 원인인 건 아니다. 상체가 피범벅인 것을 보니 이미 칼에 난도질당한 게 원인이다. 남자는 떨어진 사람을 확인했다.
얼굴이······ 똑같았다.
“허억······!”
꿈에서 깬 오사준이 침대에서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카메라는 그의 모습을 멀리 잡았다. 멀리서도 그의 가슴팍이 크게 들썩이는 게 보였다.
이윽고 그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가슴팍과 어깨에 길게 그려진 뱀 문신, 몸에 그림을 그리듯 남겨져 있는 흉터까지. 단번에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보여준다.
의자에 앉은 그는 기도하듯 손을 모으고 엄지에 턱을 괴었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했다.
“야.”
그리고 허공에 대고 말을 걸었다. 손가락이 살짝 떨리는 게 언뜻 절박함 같은 게 보였다.
“······대답해.”
너 아니지? 이건 그냥 꿈인 거지?
하지만 그의 말은 상대에게 닿지 않았다. 그저 혼잣말일 뿐.
오사준은 습기가 찬 공기를 느끼고 커튼을 살짝 열었다. 한두 방울 떨어지던 물방울이 점점 많아진다.
비가 온다. 그때처럼.
“컷!”
강필현 감독의 컷 사인이 들리고, 윤제이는 한진우가 건넨 셔츠를 받아 걸쳤다.
“이야, 분위기 진짜 좋다.”
모니터를 확인한 감독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동의를 구하듯 뒤에 서 있는 배우와 스태프들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근데 제이 씨 어디 아픈 건 아니죠?”
“아, 컨디션이 조금······ 이상한가요?”
실제 촬영 현장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윤제이는 비 오는 날씨에 약했다. 지친 듯한 눈빛이 카메라에 잡혔나 보다.
“아뇨. 오히려 좋은데요?”
감독은 이렇게만 해달라며 씨익 웃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건가. 윤제이는 괜히 목이 타서 물을 마셨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다. 사무실로 출근한 손태린은 새로운 서장의 압박에 계책을 내놓았다.
실종된 오범준을 대신할 대역을 찾자.
“대역을 세우자니······ 진심이세요?”
“그럼, 우리 이대로 다 접어요?”
손태린이 고갯짓했다. 주변에는 그들이 이 사건을 마무리 짓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서류, 그걸 위해서 얼마나 개고생을 했던가. 게다가 그들 팀은 오범준으로 인해 세워진 팀이다. 오범준이 없으면 다 무용지물이다.
게다가 이 프로젝트를 밀어줬던 사람은 갑자기 모가지가 잘리고 새로운 서장이 부임했다. 너무 꺼림칙하다. 당장 행동을 개시하지 않으면 역으로 당할 거 같다.
“하아······ 그럼 그 쌍둥이 동생은 어디서 찾게요? 저도 팀장님한테 듣기로는 연락도 안 된다고 하던데.”
“이제부터 찾아봐야죠. 저만 믿으세요.”
손태린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어떻게 동생이라면서 연락처 하나도 없냐.”
하지만 별 성과는 얻지 못한 손태린이 투덜거렸다.
연락처가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드라마의 제목에 걸맞게 오범준과 오사준은 기억으로 소통했다. 두 손을 기도하듯 모으고, 몇 번 심호흡하면 두 사람의 기억이 연결됐다.
그래서 서로 은밀한 정보를 교환했고, 각자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손태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포털 사이트에 오사준의 이름을 검색했다.
“에엥?”
그녀가 모니터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일월홀딩스 홍응조 회장 건강 악화···후계자는 오사준 상무이사가 유력
기사 사진에는 오범준과 똑같은 얼굴이 있었다. 일월홀딩스의 본사 건물 위치를 확인한 그녀가 겉옷을 들고 나갔다.
그리고 일월홀딩스의 본사, 오사준은 갑자기 회사 로비를 찾아온 운라건설의 임채명 사장을 맞이하고 있었다.
“뭐야, 살아있네?”
“아이, 사장님. 아침부터 재수 없게 무슨 소리세요.”
“아니 우리 오 이사, 여기저기 적이 많잖아. 무사한가 보러 왔지.”
“역시 내 신원 챙겨주는 건 우리 임채명 사장님밖에 없다니까.”
오사준은 능글거리는 말투로 임 회장을 대했다.
두 사람은 친하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임채명은 계속 오사준의 전신을 훑고 있었다. 마치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면서.
‘아니면 무슨 일이 일어나길 바라거나.’
두 사람은 언제 한 번 골프나 치러 가자는 의미 없는 약속을 잡았다. 오사준은 제 차에 올라타는 임채명을 보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앞으로 저 사람 오면 받지 마.”
“갑자기 로비로 들이닥치는데 어떻게 막냐. 네 사무실로 오는 것도 아니고.”
오사준의 오른팔인 류해열이 투덜거렸다. 오사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게 상하관계가 명확한 것 같지만, 오고 가는 말투는 꽤 친근했다.
“저기요! 잠시만요!”
아침 댓바람부터 재수 없는 만남을 가진 오사준이 제 사무실로 향할 때, 뒤에서 손태린이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류해열이 오사준의 귓가에 속삭였다.
“누구야? 예쁘긴 한데, 네 취향 여자는 아닌데.”
“음, 나도 모르는데?”
“잠시만요.”
대뜸 오사준에게 향하려던 손태린은 류해열에 의해 제지되었다. 하지만 류해열은 갑자기 변덕을 부린 오사준의 힘에 밀려났다.
오사준에게 어깨를 잡혀 옆으로 치워버림 당한 류해열이 뒤에서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오사준은 그저 활짝 웃었다.
“어떤 일로 오셨어요?”
“아······.”
손태린은 짝사랑 상대와 똑같은 얼굴을 한 오사준 앞에서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