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48)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기억의 끈 (4)(148/287)
기억의 끈 (4)
“잘할 수 있겠어요?”
“해 봐야지. 새 서장이란 놈은 어떤 성향이야?”
“저희도 몇 번 못 봤어요. 맨날 오범준 어디 있냐고 사무실 난입해서 소리나 지르고.”
“형이 실종된 걸 확신하고 있다는 거네?”
“뭐, 그렇죠.”
손태린은 한숨을 쉬었다. 오범준이 없으니 그렇게 난리를 쳤던 거다.
오범준은 화려한 공적으로 위 상관과 팀원을 승진시키고, 대통령까지 서로 찾아와서 격려할 정도였다.
그 오범준이 사라졌으니 저쪽에서는 압박을 가해 팀을 공중분해 시키려고 한 거고.
“일단 가볼까?”
서장실로 불려간 오사준은 거만히 앉아있는 서장을 훑었다.
“오 팀장, 나는 처음 보지?”
“······네, 서장님.”
아까는 오범준의 기세에 밀려 무심코 존댓말을 했지만, 여기는 서장의 개인 사무실이고 자신의 공간이었다.
“앉아.”
오범준은 무심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오범준처럼 행동하려고 했다.
‘잠시만······.’
무언가를 떠올린 윤제이가 멈칫했다.
“컷! 잠시만요.”
강필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제이가 NG를 내는 건 드물기에 감독이 직접 나선 거다.
안 그래도 촬영 중에 윤제이의 컨디션이 떨어진 게 보였다. 막상 촬영 들어가면 자신의 역할을 다하긴 했지만,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다.
“제이 씨? 뭐 어려운 거 있어요?”
“감독님.”
윤제이는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던 착각이 떠올랐다.
“여기서는 ‘진짜 범준’처럼 하면 되는 거죠?”
“음?”
“오사준이 연기하는 오범준이 아니라, 정말 오범준인 것처럼?”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강필현은 눈을 깜빡이면서 윤제이를 응시했다.
그는 윤제이의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설마······ 가볍게 고개를 털어낸 강필현이 나지막이 물었다.
“두 연기가 다른가요?”
정확히는 다르게 할 수 있냐는 말이었다. 윤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둘 다 보여주세요. 처음은 오범준 버전으로 갑시다.”
윤제이는 서장 역할의 배우에게 양해를 구했다. 베테랑 조연인 그는 괜찮다며 손을 휘저었다.
사실 그도 윤제이와 감독의 대화를 엿듣고 흥미가 일었다. 다른 버전의 연기를 하겠다니,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그리고 다시 촬영이 재개되었다.
“오 팀장, 나는 처음 보지?”
“네, 서장님.”
“앉아.”
진짜 오범준이면 자신을 지지해줬던 전 서장을 밀어낸 현 서장이 어떻게 보일까? 윤제이는 서장을 약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서장이 앉으라고 했지만, 바로 앉지 않고 슬쩍 바뀐 서장실을 훑었다. 오범준은 대통령도 찾아왔을 정도로 촉망받는 경찰이다.
서장으로서는 그 모습이 건방져 보이고, 도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는 게 약간의 적개심이 보인다.
‘오, 제법······.’
솔직히 이 장면을 그대로 써도 된다. 오범준과 오사준은 기억을 공유했다. 서로의 습관 같은 것을 공유했을 테니 완벽히 오범준을 흉내 내도 상관없다.
손태린과 있을 때의 엉성한 오범준 흉내와 다른 이와 있을 때의 완벽한 오범준 흉내로 갭 차이를 보여주려고 했고.
“다음, 오범준을 연기하고 있는 오사준으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오사준이 연기하는 오범준 버전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오사준이 서장실의 문을 연다.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가지만, 어깨가 미세하게 굽어있다. 비밀을 숨기려는 사람의 방어 자세였다.
캐릭터 시놉시스에서 오사준은 거대 기업을 장악했지만, 길거리의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고 나왔다. 골목의 건달부터 시작한 그는 경찰이 두려운 존재였을 것이다. 천성은 바뀌지 않는다.
“오 팀장, 나는 처음 보지?”
“네, 서장님.”
“앉아.”
진짜 오범준이 서장을 향한 불편함을 보이고 있다면, 오사준은 그냥 이 상황 자체가 불편한 것 같다.
내 공간이 아니니 갑갑하고, 자신이 오범준이 아님을 들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기에 괜히 목깃을 매만진다.
‘미세하게 다르다.’
강필현의 눈에 이채가 띈다. 두 사람은 생활 방식 그리고 태도와 자세가 극히 달랐다. 단정한 오범준과 약간 천박한 오사준.
평소처럼 쩍 벌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차마 서장 앞에서 다리를 꼴 수는 없으니 다리가 살짝 움찔한다. 마치 안 맞는 옷을 입은 거 같다. 소소한 디테일이 있었다.
“컷!”
감독의 외침에 윤제이의 눈빛이 돌아왔다.
“어떠신가요?”
“음······ 좋네요. 좋은데.”
강필현은 두 버전의 연기를 각 모니터에 띄우고 생각에 잠겼다.
‘이거 둘 다 버리긴 아까운데······.’
둘 다 극에 잘 어울린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다른 장면을 써도 어울리겠다. 게다가 짧게 지나가는 장면임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다.
‘두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뭔가 알아챘나?’
강예진 작가는 스토리를 비비 꼬는 것을 좋아했다. 아직 대본도 끝까지 안 나와서 나도 잘 모르는데······ 강필현 감독은 일단 다른 각도로 한 번 더 찍자고 했다.
‘이거 강 작가한테 보내봐야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강필현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모니터를 찍었다.
(나) 강 작가 이거 빨리 봐봐
읽었다는 표시는 금방 나타났다.
(강강강) 헐
(강강강) 대박
이어서 속사포처럼 나오는 메시지에 강필현이 고개를 저었다. 스토리를 너무 꼬는 작가에 맞춰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
서장을 만나고 온 오사준에게 한재호와 손태린이 따라붙었다. 그들은 안절부절못하면서 서장실 앞을 서성거렸었다.
“서장이 뭐래요?”
“들키지는 않았습니까?”
오사준이 서장에게 받은 파일을 테이블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손태린과 한재호가 기분 나쁜 듯 표정을 굳혔다.
“이 일 좀 해결하라는데?”
두 사람이 황급히 파일 속 내용물을 훑었다.
“형사과 일을 왜 우리한테······.”
“거기 인력이 딸린다고 지원 좀 하라더라.”
“아니 그래도 그렇지 덜컥 받아오면 어떡해요.”
“그럼, 하기 싫다고 할까요? 그러다가 밑천 다 드러나면 어떡하라고?”
“들킨 건 아니죠?”
“모르지. 들켰는데 그쪽에서 모른 척하는 걸 수도 있고.”
오사준은 손가락으로 귀를 파면서 이제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듯 굴었다. 그는 얼굴마담만 잘하면 된다. 수사는 이 두 사람이 하기로 했으니까.
“뭘 짬 처리했는지 보기나 하자고.”
한숨을 쉰 한재호와 손태린이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두 범죄 조직의 주기적인 부딪힘 때문에 골치라는 내용이었다.
“이건 뭐야, 돌고래파?”
“꽃놀이파는 뭐야?”
“아, 요즘 애들 네이밍 센스가 영······.”
마지막은 오사준에게서 나왔다. 그도 조폭 출신이다. 괜히 멋쩍은 것처럼 보였지만, 한재호와 손태린은 그 말을 무시하고 계속 서류를 넘겼다.
‘얘네는 운라 건설 용역 해주는 애들인데······.’
오사준이 주목한 건 돌고래파였다.
하필 내 형이 죽고, 형이 조사하던 운라 건설과 박 의원이 얽혀있는 와중에 운라 건설의 하청이 걸린다? 우연인가?
‘서장은 어느 쪽 사람이지?’
고개를 숙인 두 사람 너머로 오사준의 눈빛이 돌변한다. 뱀 같은 눈빛. 오사준의 진짜 모습이었다.
“아······.”
“하필 줘도 조폭 사건을 주냐.”
좌절하는 두 사람을 내버려 두고 슬쩍 밖으로 나온 오사준이 류해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임채명 쪽은 어때?”
(아직 조용해. 공격적이었던 입찰도 갑자기 멈췄어.)
“내가 뒤진 줄 알았으니까.”
회사 로비에서 봤을 때 임채명은 꽤나 놀란 것 같았다. 마치 죽었다고 확신한 사람이 돌아온 것처럼.
이거와 오범준의 실종이 관련이 있을까? 우린 쌍둥이니까. 얼굴만 보면 누가 누군지 모른다.
‘형은 뭘 알고 있지?’
오사준은 운라 건설이 골칫덩이였다. 사사건건 내가 하던 일을 방해했으니까. 그건 기억의 교환으로 오범준도 알고 있을 거다.
‘설마 날 위해서 운라 건설의 뒤를 캐다가 나 대신······.’
오사준의 손이 살짝 떨렸다. 옛날에는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형이 미웠다. 하지만 형은 오사준을 감싸려 노력했다.
최근 기억의 교환으로 감정까지 전달받을 수 있기에, 오사준도 나름 오범준을 혈육으로서 걱정할 수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려고?)
“글쎄······.”
오사준은 저 멀리서 황급히 차를 타려는 손태린과 한재호를 바라보았다.
“일단 광대놀음이나 해볼까?”
(뭐? 야, 회사 일이 지금······.)
“나 대신 수고해라.”
(야. 오사준. 야!)
통화를 끊은 오사준은 차가 출발하려던 때에 뒷좌석 문을 열고 쏙 들어갔다.
“어디 가요?”
“아이 깜짝이야!”
갑자기 뒷자리를 급습한 오사준에 한재호와 손태린이 놀라서 어깨를 떨었다.
두 사람은 오사준이 괜히 나섰다가 정체라 탄로 나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그냥 사무실에서 대충 팀장님인 것처럼 무게나 잡지.
“따라오실 필요 없는데요. 우리 둘이서 할 수 있어요.”
“광대놀음 하라며. 가서 형처럼 무게나 잡고 있어야지.”
“······그러시든가요. 대신, 너무 튀면 안 돼요.”
“그래서, 무슨 사건인데?”
“대유동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어요.”
“그런데? 단순 살인사건이면 우리가 안가잖아?”
“우리가 서장한테 받았던 조직원들 구역이에요.”
“흠, 그래?”
사실 오사준도 다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물었던 거다. 그렇게 사건 현장으로 향한 세 사람은 충격적인 장면을 맞닥뜨렸다.
“워······ 뭐야.”
“요즘 애들 살벌하게 노네.”
4층 상가 중간에 걸려 있는 시체는 끔찍했다. 얼마나 많이 찔렸는지 피는 건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뒤로 물러나세요!”
“찍지 마세요!”
세 사람은 폴리스 라인을 넘어 사건 현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시체가 내걸린 3층 사무실로 향했다.
“흠······.”
오사준은 형사 흉내를 내려는 듯 사건 현장을 가볍게 훑었다.
“현장이 조작되어 있네. 이걸 스테이징이라고 하던가?”
“그건 어떻게 알아요?”
“광대 역할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책 좀 봤습니다.”
책은 이론만 나와 있다. 그런데 사건 현장을 슥 훑어본 거로 확신한다고? 손태린은 의심의 눈빛으로 오사준을 바라보았다.
“밖에 내걸린 시체는 증오가 느껴질 정도로 난도질 되어 있는데, 막상 내부는 이렇게 깨끗하다? 말이 안 되잖아.”
“그 짧은 사이에 시체 파악까지 하셨어요?”
“내가 저렇게 찔린 시체를 얼마나 봤을 거 같은데?”
마주치는 눈동자가 섬찟해서 고개를 돌린 손태린이 한재호에게 사건에 관해 지시하려 했다.
“한 선배님, 우선 시체 신원 파악부터······.”
“우선, 왜 서장이 이 사건을 넘겼는지부터 생각해야지.”
“당신 정체를 의심해서 아니에요?”
“그래, 서장이 이 사건을 왜 줬을까? 나를 의심해서? 내가 진짜 오범준임을 확인하기 위해?”
옆에서 듣고 있던 한재호가 무심코 대답했다.
“······시간을 끌려는 속셈이네요.”
“그래. 왜 시간을 끌려고 하는 걸까? 우리가 확보한 증거가 될 만한 건 그냥 다 뒤집어엎으면 되는데. 그걸 일일이 다 엎으면 손해겠고.”
이렇게 되면 한 가지를 추측할 수 있지. 마치 명탐정에 빙의한 것처럼 으스대는 모습이 조금 재수 없어서 한재호의 목소리가 삐딱하게 튀었다.
“뭔데요?”
“저쪽도 의견이 맞지 않아. 우리를 어떻게 처리할지 난감하니 시간을 끌려는 거지. 어쩌면 내부 분열이 있을 수도 있고.”
“그건 너무 추측 아니에요?”
“그럴듯하긴 하잖아?”
“음······.”
그럴듯하긴 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오사준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빨리 내 형 죽인 놈들 찾아. 아니면 당신들이 조사한 거 다 휴짓조각이니까.”
“죽이다니······ 실종이거든요?”
“우리 손 경위님, 아직까지 단순 실종으로 알고 있는 건 아니죠?”
손태린이 숨을 삼켰다.
“당신······ 뭘 알고 있죠?”
오사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건설 현장에서 추락한 자신과 똑 닮은 사람을 떠올렸다. 그건 단순히 꿈이 아니다. 두 사람은 기억을 전달할 수 있다.
다만, 오범준이 죽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처절하게 무너지는 손태린의 표정에 오사준은 무심코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