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49)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기억의 끈 (5)(149/287)
기억의 끈 (5)
오사준은 사건 현장 근처에 영업 중인 포장마차를 찾았다.
잔인한 살인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손님이 꽤 많았는데, 다들 인상이 험악하다. 오사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
시끄럽게 떠들던 덩치들은 오사준을 흘끔 바라보다가 그의 분위기와 눈빛에 쫄아서 그를 못 본 척했다.
“주문!”
“예예.”
자연스레 포장마차 주인도 긴장해서 몸을 굳혔다.
“잔은 두 개 줘요.”
두 개? 일행이 오나? 포장마차 주인은 오사준의 앞에 소주병과 잔 두 개 그리고 우동을 내려놓았다.
오사준은 수저를 꺼내 맞은편 자리에 두고, 빈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마치 앞에 누가 있는 듯이.
“야.”
비스듬히 앉아있던 오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의 눈앞에 오범준이 보였다. 몇 분 전에 연기했던 자신의 모습이다.
“한잔해.”
허공에 잔을 들고 말하는 모습에 주변에 있던 덩치들이 황급히 몸을 돌렸다. 저거, 보통 미친놈이 아니다.
‘······어?’
그 모습을 모니터로 지켜보던 강필현 감독은 위화감을 느꼈다. 이윽고 핸드폰으로 찍었던 몇 분 전 오범준을 연기했던 윤제이의 모습을 띄워 옆에 놓았다.
마치 상복처럼 검은 정장을 입은 오범준이 마지못해 오사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친다. 그 위치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설마 그걸 다 계산한 건가?’
따로 연기한 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동작이 자연스럽다. 오범준은 자세가 꼿꼿하고, 오사준은 삐딱하다. 묘한 눈높이 차이에도 시선 처리가 완벽하다.
‘내가 한번 해보라고는 했지만,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는데.’
어색한 부분은 따로 오려 붙이면 된다. 손을 클로즈업한다던가, 앞에 대역을 세우고 다시 한다거나······ 하지만 저렇게 그냥 붙여만 놔도 자연스러우면 그냥 원경으로 빼도 근사한 장면이 나올 거 같다.
화면 속 오사준은 어딘가로 걸어가는 손태린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장님, 저 잠시 요 앞에 다녀올 테니까 치우지 말아요.”
“······예예.”
이미 오사준이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아챈 사장은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빨리 내 형 죽인 놈들 찾아.] [아직까지 단순 실종으로 알고 있는 건 아니죠?]오사준의 그 말 때문에 잠이 안 온 손태린은 이럴 바에 사건 현장이나 다시 가보자는 생각으로 온 것이다.
3층에 걸린 시체는 이미 수습되었지만, 벽에 흐르는 핏자국은 그대로여서 공포 영화에서나 볼 법한 상황이었다.
“······!”
안 그래도 음산한 분위기 때문에 긴장했는데,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손태린은 돌려차기를 했다.
“매서운데?”
“······오사준 씨?”
손태린은 오사준에게 한쪽 발목을 잡혔음에도 흔들림 없이 서 있었다. 발목을 놓아준 오사준이 손을 털었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서. 우리 손 경위님처럼.”
사실 정말 오범준이 죽은 걸까? 생각에 잠이 안 오는 거지만, 그거까지 알려줄 필요는 없다.
손태린은 떨떠름한 얼굴로 오사준을 바라보았다.
“오사준 씨는 뭐가 석연치 않은데요?”
“시체 내걸린 거 말이야. 옛날 돌고래파 방식이거든.”
“네?”
그때, 뒤에서 뭔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인기척이다.
참혹한 현장에 주변 사람들도 쉬쉬하는 사건 현장에 나타난 기척? 범인은 현장에 나타나기도 한다. 두 사람은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동시에 뛰었다.
“아! 아야야!”
“가만히 있어!”
짧은 추격전 끝에 붙잡힌 감자 머리는 벽에 고개를 처박혔다. 조직의 핵심이라고는 보기 힘든 앳된 모습이었다.
“아, 누구신데요!”
“경찰이다. 저 살인 사건 현장은 왜 찾아왔어?”
“······짭새한테 알려줄 정보는 없거든?”
오사준이 감자 머리의 얼굴을 살폈다. 포장마차에 있던 얼굴은 아니다. 나를 뒤따라온 게 아니고, 진짜 현장을 찾아온 놈이라는 건데.
“내가 경찰로 보이냐 새끼야?”
“그, 그럼 뭔데요.”
감자 머리는 으르렁거리는 오사준에 쫄아서 말을 더듬었다. 오사준은 대뜸 셔츠의 목을 쭉 내려 쇄골과 어깨에 길게 늘어진 뱀 문신을 보였다.
손태린이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경찰공무원은 몸에 문신을 할 수 없다. 살인 현장 근처라 누가 보기라도 하면······.
“······왼쪽 어깨에 빨간 뱀과 꽃 문신.”
띠껍게 굴던 감자 머리는 오사준의 문신을 보자마자 어깨를 흠칫 떨었다.
이쪽에서 마치 구전설화처럼 이어진 행동 강령이 있다. 왼쪽 어깨에 뱀 문신이 새겨진 남자는 건들면 안 된다.
“어, 어어······.”
“갑자기 왜 이래요?”
경련하듯 몸을 떨던 감자 머리가 무릎을 쾅! 꿇었다.
“뭐든 말씀만 하십쇼 형님!”
이윽고 바닥에 머리를 쿵 찧는다. 그 소리에 손태린이 인상을 썼다. 엄청 세게 박았는데?
“내가 이런 사람이야.”
“아, 네네. 차암 대단하십니다.”
“야, 뭘 그렇게 쫄고 그러냐. 일어나. 뭐 좀 물어보게.”
“넵!”
감자 머리의 이마는 붉게 까져서 곧 피가 흐를 정도였다. 손태린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오사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대체 저 남자가 뭐길래 이렇게 쫄아?
“너네 조직에 대해서 말해 봐.”
하지만 이어지는 대화에서 손태린은 표정을 굳혔다. 돌고래파가 분열해서 싸우고 있고, 살인 사건은 본보기용이라고.
“내부 분열?”
공교롭게도 낮에 오사준에게 들었던 말과 일치한다.
“운라 건설 용역하는 애들이 내부 분열이라······ 내 말이 맞지?”
“잠시만, 돌고래파가 운라 건설 하청이라니요?”
“어, 이쪽 세계 정보인데. 아직 거기까지는 모르나?”
손태린이 흠칫했다.
[저쪽도 의견이 맞지 않아.] [어쩌면 내부 분열이 있을 수도 있고.]단순 추측이라기에는 뭔가 확신하고 말했던 오사준의 음성.
‘대체 뭘 알고 있지?’
두 사람은 오범준의 실종을 밝힐 동맹이다. 하지만 자세한 정보는 공유하지 않는다.
너무 오사준을 믿지 말라는 한재호의 말이 어디에서 들리는 것 같다. 손태린은 멍하니 몸을 돌리고 걸었다.
“어디 가요?”
“집으로 가야죠.”
“벌써?”
감자 머리를 보낸 오사준이 뒤늦게 따라붙었다. 그는 마침 자신이 있었던 포장마차를 가리켰다.
“잠 안 오면 저기 가서 한잔하고 갈래요?”
나 참, 반말을 할 거면 계속하든가 애매하게 존댓말이다. 손태린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이러고 집에 가도 밤을 새울 거 같다. 오범준이 정말 죽었나? 에 이어서 오사준에 관한 의심까지 추가되니 생각만 많아질 테지.
“누구 있었어요?”
“응? 아······ 있었지.”
손태린은 오사준의 맞은편에 누군가 다녀간 것 같은 흔적을 바라보았다. 잔은 채워져 있고, 수저는 깨끗하다. 뭐지? 그녀는 그 자리를 피해고 옆에 앉았다.
“그냥 앉아도 되는데.”
“됐어요.”
“그래?”
자연스레 오사준의 옆에 앉은 모양새가 되었다. 갑자기 얼굴을 훅 들이미는 오사준에 손태린은 놀라서 뒤로 고개를 쭉 뺐다.
“아, 쫌. 그렇게 훅 들어오지 마요.”
“반했나?”
“내가 그 쪽한테 반할 거 같아요?”
“그럼 다른 쪽은?”
잔을 쥐던 손태린의 손가락이 떨렸다. 오범준을 말하는 것이다.
“애틋해 보이던데.”
“그걸 오사준 씨가 어떻게 알아요?”
“그냥 감으로.”
“······그러면 뭐 해요. 죽었다면서요.”
“내 말을 믿어? 어딘가 살아있을 수 있잖아. 희망은 없는 거야?”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는데. 손태린의 얼굴에서는 체념이 보였다.
“그래?”
오사준은 손태린을 바라보며 소주잔의 입구에 아랫입술을 댄 채 중얼거렸다.
“그렇단 말이지?”
그리고 한입에 털어 넣었다. 그의 시선은 손태린을, 그리고 빈 자리에 앉아있는, 몇 분 전 자신이 연기한 오범준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표정이······.’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약간 허무한 것 같기도 하고, 멋쩍은 거 같기도 하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일 것 같은 묘한 표정 연기에 강필현은 팔뚝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야, 설마······.’
그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외쳤다.
“컷!”
***
조폭 조직의 내부 분열 사건에 끼어버린 터라 곤란해졌지만, 그래도 아예 손을 놓을 순 없었다.
손태린과 한재호는 어떻게 해야 문제없이 이 살인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생각했다.
“근데 오······ 팀장님 어디 갔어요?”
“그러게, 어디 갔지?”
그리고 다른 장소, 오사준이 골목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이윽고 조폭임이 틀림없는 덩치들이 오사준을 둘러쌌다.
오사준에게 앙심을 품고 공격하려는 걸까? 숨 막히던 분위기를 연출하던 덩치들이 실실 웃었다.
“아이고, 형님! 너무 오랜만에 불러주신 거 아닙니까?”
오사준이 고개를 돌렸다. 장난스럽게 웃으며 가벼운 행동으로 상대를 방심시켰던 태도는 어디 가고 무표정으로 스윽 훑어보고 있었다.
“······형님, 맞죠?”
족제비처럼 생긴 놈이 의미심장한 듯 물었다. 오사준은 푸하!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오사준이 아니면 누군데?”
“아이, 깜짝이야. 갑자기 무게 잡으셔서 놀랐잖아요.”
“야, 새끼야. 나는 무게 잡으면 안 되냐?”
“아니 그건 아니고······.”
족제비 남자는 오사준에게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다. 마치 드럼을 치듯 툭툭거리는 모습에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남자는 오히려 영광인 듯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오사준은 그들의 하늘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너도 감투 하나 써 봐라. 없던 무게가 생긴다.”
“맞다. 회사 먹었다면서요? 축하드립니다. 형님!”
“축하드립니다! 형님!”
남자의 말에 맞춰 덩치들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오사준은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적였다.
“아직 먹은 거 아니고, 그 영감이 뒈져야지. 아무튼, 동네 소란하게 하지 말고 빨리 처리해라.”
일만 잘 처리해 준다면 너희들도 섭섭지 않게 챙겨주겠다는 말에 히죽 웃은 덩치들은 내부 분열로 소란스러운 돌고래파를 급습했다.
“얘들아. 잡아라.”
“네!”
손태린과 한재호가 보면 경악할만한, 물리력을 행사해서 범인을 잡는 무식한 방법이었다.
“이래서 인맥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하는 거야.”
오사준이 씨익 웃었다.
“당신 미쳤어요?!”
그리고 범인을 잡아 온 오사준에게 손태린이 크게 소리쳤다.
“왜? 어쨌든 범인 잡았잖아.”
“아니 이러면 보고서를 어떻게 쓰냐고······!”
“내가 할 일은 아니지. 난 광대잖아?”
손태린과 한재호가 주먹을 꽈악 쥐었다. 그리고 유치장에서 얻어터진 얼굴의 남자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놈은 경찰서에 막 도착했을 때부터 자기가 죽인 거 맞다고 고래고래 자백했었다.
“근데, 쟤는 누구예요?”
“이럴 때만 존댓말이지······ 우리 팀원, 유준후 경장이요. 오 팀장님 그렇게 실종되고 휴가 썼거든요.”
오사준은 마침 자신을 발견하고 반갑게 웃으며 다가오는 유준후를 보고 자세를 똑바로 했다.
표정도 오범준과 같이 변했는데, 그 감쪽같은 변화에 손태린과 한재호가 헛웃음을 지었다. 연기력 아주 일취월장이다?
“오 팀장님! 오셨어요?”
“······휴가는 잘 다녀오셨습니까?”
“네! 오랜만에 부모님 뵈니까 좋더라고요.”
오사준은 쫑알쫑알 떠드는 유준후를 의미심장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
운라 건설의 임채명 사장은 임채명은 대뜸 자신을 찾아와 사사건건 훼방을 놓은 놈을 생각하고 이를 으득 갈았다.
“그놈이 살아있다?”
임채명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 리 없는데.
“왜 살아있지?”
분명히 처리 했다고 들었는데······ 그는 뒤에서 묵묵히 서 있는 남자를 향해 쏘아붙였다.
“야, 최 실장. 일 처리 확실히 한 거 맞아?”
“네.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놈이 왜 살아있어? 뭐, 부활이라도 한 거야?!”
“그건······.”
“말이 안 되잖아!”
괜히 부하에게 신경질이나 부린 임채명은 핸드폰에 뜨는 전화를 신경질적으로 받았다. 박현도 의원, 오범준의 팀이 뒤를 캐고 있던 비리 국회의원이다.
“의원님.”
(임 사장, 잘 지냈는가?)
“놈이 살아있습니다. 이거 어떻게 된 일입니까?”
(뭐?)
박현도 의원은 잠시 말이 없다가 허허 웃었다.
(아아······ 이런. 헷갈렸나 봅니다.)
“예?”
(이럴 수가······ 그 변수를 생각 못 했네.)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답답한 임채명이 버럭 소리를 쳤다. 이윽고 박현도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듣는다.
(그놈한테 쌍둥이가 있어요.)
“예?”
(너무 걱정 마십시오. 임 사장님이 눈독 들이던 그 땅은 운라 건설이 입찰하게 될 테니까.)
통화를 끊은 임채명이 허탈한 듯 말했다.
“······쌍둥이였다고?”
임채명의 표정이 복잡해 보인다. 이윽고 누군가를 향한 분노를 드러낸다.
“이 새끼고 저 새끼고······!”
“컷!”
그리고 강필현 감독의 만족스러운 사인. 윤제이는 멀찍이서 팔짱을 끼고 그 광경을 구경했다.
“제이 씨. 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확인이요?”
윤제이의 눈이 수수께끼를 다 풀어낸 사람처럼 반짝 빛나고 있었다.
“지광현 선배님 연기요. 배울 점이 많잖아요.”
“지 선배님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제이 씨가 배울 게 어디 있어요? 이미 완성형이신데.”
“아직 멀었죠.”
연기 잘하는 배우는 모든 스태프가 좋아했다. 칼퇴를 유발하게 하니까.
하지만 윤제이는 다른 의미로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얼굴도 얼굴인데 연기 자체를 맛있게 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으니까.
그런 사람이 자신의 콜타임도 아닌데 와서 극 전체를 훑어보는 건 나쁠 게 없다. 스태프는 퇴근하는 윤제이의 등을 보고 작게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