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0)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기억의 끈 (6)(150/287)
기억의 끈 (6)
(강필현 감독님) 이 장면 대충 합성해줄수 있어?
CG 담당 스태프는 느닷없이 연락한 강필현 감독의 메시지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2분 단위로 급하다고 빨리해달라는 메시지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벌써 촬영이 끝났을 리는 없고.’
뭘 확인하고 싶으신 건가? 그는 컴퓨터를 켜고 강필현이 보낸 영상을 확인해보고 프로그램을 켰다. 합성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한잔해.)
오사준이 내민 잔에 오범준이 마지못해 잔을 들어 부딪친다. 스태프는 짧게 감탄했다.
“오······.”
어떻게 위치까지 딱 맞을 수 있지? 우연인가?
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흐름이 자연스러워서 우연이 아니라 배우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게 느껴졌다. 한쪽이 안주도 먹으라며 젓가락으로 상대를 가리키면, 다른 쪽이 숟가락을 들고 국물을 먹는다.
‘왜 이렇게 자연스러워?’
스태프도 윤제이라면 잘 알고 있었다. 잘생기고 연기 잘하고 요즘 인기 많은······ 하지만 직접 편집하는 입장이 되니 새삼스러웠다.
분명 따로따로 찍었을 텐데 정말 눈앞에 있는 것처럼 연기한다. 양아치처럼 생긴 쪽이 상대를 향해 애달픈 미소를 지으면, 상복을 입은 쪽은 조금 슬픈 듯 고개를 숙인다.
‘이거 편집이 빨리 끝나겠는데?’
배우의 기량에 따라 편집이나 제작비가 대폭 감소하기도 한다. 스태프가 가장 놀라웠던 건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의 변화였다.
‘여자가 한쪽이랑 러브 라인인가 본데?’
(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래?)
자신과의 사이가 부정당하자, 상복을 입은 쪽이 양아치 쪽을 쳐다본다. 눈빛으로 말하는 게 마치 ‘서로 잘 돼 가는 사이라며, 그런데 반응이 왜 이래’라고 추궁하는 것 같다.
그러자 양아치 쪽이 멋쩍은 듯 상대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린다. 정말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이야, 진짜 다 계산해서 했네.”
스태프로부터 결과물을 받은 강필현 감독이 크으, 감탄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뇌리를 강타하는 깨달음을 얻어서 그동안 촬영했던 영상을 뒤적였다.
오사준이 무심코 주먹을 쥐는 행동이라거나, 손태린에 초점이 맞춰져서 뒤에는 날아갔지만, 미세하게 슬픈 듯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라거나······ 이거, 설마.
“······언제부터 안 거지?”
***
오범준의 실종 시기에 맞춰 휴가를 썼다가 돌아온 유준후 경장. 오사준은 뱀 같은 시선으로 유준후를 훑었다.
‘대놓고 수상한 인물이긴 하지.’
그러니 믿을 수 없다. 오범준이 사실 오사준이라는 사실을 아는 건 손태린과 한재호로 충분했다.
‘아니면 유준후도 이미 알고 있는 지도?’
윤제이는 무의식적으로든 생각에 또 위화감을 느꼈다. 자아가 충돌하는 느낌, 가면이 깨지는 느낌은 언제 겪어도 더러웠다.
“컷!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물 좀 마시고 다시 할게요.”
“괜찮아요.”
지금은 오사준과 오범준의 자아가 충돌하는 느낌이었지만, 그는 여기서 또 NG를 냈다.
촬영이 지체될수록 스태프들 입장에서는 별로 좋지는 않지만, 불만스럽진 않았다. 윤제이가 가끔 저렇게 끊어도, 한 번 흐름을 타면 또 좋은 연기를 보여서 빨리 끝나게 하니까.
“오 팀장님, 몸은 괜찮으세요? 병가 냈다고 들었는데······.”
“괜찮습니다.”
다시 촬영이 재개되고, 손태린은 유준후 앞에서는 완벽한 오범준의 연기를 하는 오사준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은, 정말 실종된 오범준이 돌아온 것 같은 착각이 일게 한다.
“이야, 저렇게만 보면 누가 누군지 모르겠네.”
“뭐가요?”
“저 기도하는 것 같은 버릇 있잖아요.”
한재호는 기도하듯 손을 모으고 엄지에 턱을 괸 오사준을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그는 오사준을 잊지 않고 계속 의심하는 존재였다.
“오 팀장님이 전에 동생은 고딩 때 이후 만나지도 못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네, 저도 그건 들었어요.”
“보통 쌍둥이가 습관까지 동기화되나?”
“······그럴 수도 있죠. 어릴 때 버릇 오래가니까.”
손태린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오사준을 보는 시선에서 의심을 섞었다.
‘수상해.’
헐렁한 듯하면서 막상 오범준을 시키면 어떻게 잘 소화해낸다. 그리고 가끔 날카로운 직관을 발휘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윗선에서 떠넘긴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도 했다.
‘설마······.’
오사준이 설마······ 오범준 본인은 아니겠지? 하지만 그 가설은 빠르게 사라졌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손태린은 고개를 털었다. 그녀는 며칠 전에 해결한 사건이 떠올랐다.
[사람을 곤죽으로 만들면 어떡해요?] [자백받으려고 한 건데?] [만약 이 사람이 진범이 아니라면요?] [진범 맞잖아? 결과만 좋으면 됐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죽기 직전까지 폭력을 쓰는 건······!]막무가내로 나서서 살인범을 줘패는 오사준은 잔인했다. 눈이 돌아서 말리는 손태린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갔다.
[야, 나랑 뭐 하자는 거야?] [뭐, 뭐가요.] [위에서 떠넘긴 이런 잔잔바리 사건 빨리 해결해야 내 형 죽인 놈들 뒤를 쫓을 거 아니야.] [그건······.] [나를 끌어들였으면, 내 방식대로 해.]그녀가 아는 오범준은 그러지 않았다. 논리와 차가운 이성으로 무장하고 범죄자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단단히 옭아맸지, 저렇게 물리력을 행사하진 않았다.
‘물리력이라······.’
손태린은 서를 벗어나 돌고래파의 살인 사건을 물리로 해결한 오사준의 부하를 찾았다.
“어? 형님 여친이다!”
족제비처럼 생긴 남자는 손태린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범인을 잡으면서 마주친 적 있기 때문이다.
여친은 아닌데······ 하지만 오해하게 두는 게 정보를 뽑아먹기 좋으니까. 그녀는 울렁거리는 가슴을 애써 무시하고 입을 열었다.
“오사준 씨에 관해 물어볼 게 있어요.”
“우리 형님이요?”
“혹시 오사준 씨가 달라지지 않았나요? 최근에 수상한 행동을 했다거나······.”
“설마······.”
족제비 남자는 인상을 험악하게 굳혀 약간의 긴장감을 유발하다가 얼굴 근육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바람 피나 의심하세요? 우리 형님 의외로 한 번 사귀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는 순정파인데.”
손태린은 이를 꽉 깨물었다. 정말 알고 싶지 않은 정보다.
“아무튼, 뭐 아는 거 있으면 말해줘요.”
“흠, 사람이 갑자기 인텔리해지긴 했죠?”
“요새 메시지로만 틱틱 지시하는 것도······ 예전처럼 우리랑 안 놀아주고.”
혹시 언제부터 그렇게 바뀌었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손태린의 뒤에 누군가가 밀착했다.
“여기서 뭐 하십니까?”
“헉! 깜짝이야.”
“안녕하십니까 형님!”
류해열, 오사준의 오른팔. 그는 자신을 향해 상체를 숙여 인사하는 족제비 남자들을 돌려보냈다.
“큼! 오사준 씨가 시킨 일을 하러 왔는데요.”
“사준이 한테 들은 얘기는 없는데요.”
“우리 쪽 사건이라 그래요. 기밀이 생명입니다.”
“저랑 걔는 모든 정보를 공유합니다. 형님 노릇 하면서 해결하는 경찰 사건까지도요.”
말투에 높낮이가 없이 기계처럼 대답하는 모습에 손태린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러다가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면, 상대를 더 곤란하게 만들면 된다.
“허, 끈끈하기도 하셔라. 뭐, 둘이 사귀기라도 해요?”
류해열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정말 역겹다는 표정이어서 손태린은 씨익 웃었다.
“사준이는 손태린 경위님이 자리를 비운 걸 압니까?”
“갈 거예요. 예쁜 사랑 하시고.”
“그런 사이 아닙니다.”
손태린은 다 이해한다는 듯 류해열의 어깨를 토닥였다. 어깨에 얹힌 손을 보고 류해열이 당황했다.
“알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좀 힘든 문제죠.”
“아니라고.”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인 거 아시죠?”
“······갈 길 가십시오.”
결국 한숨을 쉬고 손태린을 보낸 류해열은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지자마자 오사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황한 표정은 어디 가고 날카롭게 빛나는 눈동자가 선연했다. 그도 뱀이었다.
“어, 네 말대로 왔어.”
(그래?)
류해열에게서 손태린이 자신의 뒤를 캐고 있다는 사실을 안 오사준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계속 의심하게 둘 것이다. 손태린도 그가 짠 판의 장기 말이니까.
***
“선배님, 갑자기 지문 검사요? 왜요?”
“나도 모르지. 새 서장 놈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겠냐?”
강력계의 김 선배가 인상을 찌푸렸다. 전 서장은 그들 경찰서에서 인망이 두터운 사람이었다. 모든 경찰이 그를 존경했었다.
“그러니까 너네가 일을 제대로 마무리했어야지.”
“······그건 저도 할 말이 없네요.”
손태린은 김 선배의 뒤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걸어오는 오사준에게 급하게 수신호를 했다.
‘가! 그냥 가!’
하지만 그걸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온 오범준은 김 선배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
“무슨 일 있습니까?”
“아, 오 팀장. 마침 잘 왔네.”
시선에서 적의가 풀풀 풍긴다. 오범준이 갑자기 자리를 비우지 않고 사건을 올바르게 마무리만 했더라면 전 서장의 모가지가 날아가는 일이 없었을 거다.
하지만 오범준은 갑자기 사라졌고, 사건은 흐지부지됐다. 존경받는 전 서장님의 자리를 그렇게 날려놓고도 뻔뻔하게······.
“찍어.”
“지문 검사라······.”
생각에 잠긴 오사준이 손태린을 흘끔 바라보았다. 손태린이 초조해서 제 아랫입술을 씹었다.
‘어, 어떡하지.’
쌍둥이라고 지문까지 같을 리 없다. 새 서장도 그걸 의심하고 지문 검사를 지시한 게 틀림없다. 긴장감 넘치는 시선이 오사준에게 모였다.
‘아, 안돼!’
오사준은 거침없이 손바닥을 검사기에 올렸다. 그때, 김 선배의 팀원이 다급하게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김 형사님!”
“뭐야?”
사건이 잘못됐는지 급히 빠져나가는 김 선배에 손태린과 한재호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사이 결과를 슬쩍 훑고 간 유준후 경장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컷! 잠시 쉬었다 할게요!”
윤제이는 제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스태프들과 동료 배우들은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 않기 위해 발소리도 죽였다.
“제이 씨.”
“작가님. 오셨어요?”
윤제이가 눈을 천천히 뜨고 강예진 작가를 바라보았다. 마지막 회의 대본을 다 쓰고 처음으로 촬영장을 찾은 거다.
“이거. 후반부 대본이에요.”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우리 제이 씨가 했지. 연기하는 데 어렵지는 않았어요? 아무래도 두 인물을 번갈아 하느라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윤제이는 그녀가 건네는 대본을 받으며 미소 지었다.
오사준은 오범준의 대역을 맡아 경찰의 일을 해결하면서도 쌍둥이의 환영을 보았다. 정말 눈앞에 존재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윤제이는 두 사람을 넘나들면서 각자 다른 인물을 연기해야 했다.
포장마차 장면으로 윤제이의 역량을 확인한 감독은 미리 섭외한 대역을 쓰지 않았다. 그냥 ‘제이 씨, 할 수 있죠?’ 한마디로 다 해결됐으니까.
“글쎄요······ 헷갈리긴 했습니다.”
다른 의미로. 그는 대본 사이에 삐죽 튀어나온 인덱스 스티커를 바라보았다.
“표시된 그 부분에서 제가 꼭 보고 싶은 게 있는데······.”
“어떤 겁니까?”
윤제이는 대본의 표시된 부분을 빠르게 읽어내렸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사연이 드러나는 장면.
“한쪽 얼굴로만 울 수 있어요? 한 얼굴에 두 개의 인격이 드러나야 하는데.”
“······이제 시작인가요?”
확신에 가득 찬 대답에 강예진 작가가 탄식했다. 진짜 눈치채다니.
“역시 알았네요.”
“네.”
“어떻게 알았어요?”
“그냥······ 알았습니다. 쌍둥이에 몰입하다 보니······.”
강예진은 대본을 쓰는 와중에도 강필현 감독에게서 촬영본을 확인했는데, 윤제이는 무언가 알고서 일부러 떡밥을 날리는 듯한 행동을 보였었다.
눈썰미가 정말 뛰어난 사람이면 눈치챌만한 그런······.
“제가 너무 티를 냈나요? 사실 저도 계산해서 한 행동은 아닌데······.”
“아뇨. 정말 좋았어요. 사실 미리 알려드리려 했는데······ 저는 제이 씨도 헷갈리길 바랐거든요. 쌍둥이, 두 인물 사이에서 자아의 충돌을 겪는 날것의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
배우가 너무 몰입해서 드러낸 건데 어쩌겠는가.
강예진은 극본을 쓰면서 후반부 반전 요소를 위해 너무 급발진한 거 아니냐는 평을 받을까 봐 오히려 조마조마했었다.
그런데 1회부터 배우가 은근하게 떡밥을 던져서 만족했다.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세세한 떡밥을 찾아다닐 반응을 기대했다. 윤제이는 기대 이상의 포텐셜을 보여줬다.
“어쨌든, 이미 알았다니 좋네요. 작정하고 오범준과 오사준을 헷갈리게 해 주세요. 이젠 나도 속을 정도로.”
“음······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가 <기억의 끈>의 첫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느꼈던 위화감.
‘오사준은 진짜 오사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