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1)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기억의 끈 (7)(151/287)
기억의 끈 (7)
“야, 태양아.”
“엉?”
윤제이가 <기억의 끈>에서 오사준의 정체를 의심하게 된 건 1회 대본에서 걸린 한 마디의 대사로 시작됐다.
“너 형이 있다고 했지?”
“있지.”
“너희 형은 어떤 분이셔?”
“우리 형? 그냥 아저씨지.”
윤제이는 가만히 최태양의 말을 듣다가 중얼거렸다.
“······보통 형을 ‘내 형’이라고 부르진 않지.”
하지만 ‘내 동생’이면 자연스럽다. 오사준은 오범준을 부를 때 늘 ‘내 형’이라고 불렀다.
[빨리 내 형 죽인 놈들 찾아.] [내 형 죽인 놈들 뒤를 쫓을 거 아니야.]이건 단순 말투의 차이라 넘어갈 수 있다. 윤도준도 버스터 멤버들 앞에서 자신을 ‘우리 형’과 ‘내 형’을 섞어서 불렀다.
캐릭터 시놉시스에서 오사준은 갖고 싶은 건 다 가져야 하는 성격이라 쓰여 있으니 이런 말투는 캐릭터 성을 보여주려는 작은 디테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1회의 초반부에 들어갈 건설 현장에서 추락한 쌍둥이의 시체, 오범준과 오사준은 성향이 달랐고, 옷차림마저 달랐다.
하지만 그때만큼은 누가 누군지 특정할 수 없게 옷이 똑같았다. 흰 셔츠에 검은 재킷.
[형님분이 뒤를 캐고 계실 줄은 몰랐네요. 공교롭게도.]여기서 나온 지문은 ‘해열, 눈을 아래로 내리깔아 사준을 바라본다. 사준도 그를 올려다본다. 의미심장한 눈빛 교환이 이어진다.’였다.
[놈이 살아있습니다. 이거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놈한테 쌍둥이가 있어요.]그리고 임채명과 박현도 의원의 통화 장면, 두 사람은 쌍둥이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놈이라고 통칭했다. 왜 오사준이라 부르지 않았을까? 누구를 말하는 걸까?
[현장이 조작되어 있네.]그리고 오사준의 본질을 은유하듯 나타내는 사건 현장. 한 현장에서 두 가지의 상반되는 특징이 발견됐고, 그걸 프로파일링에 문외한인 오사준이 제일 먼저 눈치챘다.
[흠, 사람이 갑자기 인텔리해지긴 했죠?] [요새 메시지로만 틱틱 지시하는 것도······ 예전처럼 우리랑 안 놀아주고.]손태린이 오사준을 의심하면서 족제비 남자 일당들에게 들었던 말도 하나의 떡밥이었다.
그리고 윤제이가 가장 확신했던 건, 대본을 읽고 캐릭터를 상상하고, 몰입하면서 느꼈던 부조화였다. 마치 육감과도 같은 그 감각은 오사준이 안 맞는 옷이라 판단했다.
‘왜 자꾸 가면이 깨질까?’
평소보다 NG를 자주 낸 것도 이 때문이었다. 왜 이렇게 안 맞는 거 같지? 만약 오사준이 오범준이라면? 이라는 가설을 세우니 왜 가면이 깨지는지 쉽게 이해됐다.
[사람을 곤죽으로 만들면 어떡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죽기 직전까지 폭력을 쓰는 건······!]하지만 오사준은 손태린과 자잘한 사건을 해결하면서 폭력성을 드러냈다. 이건 도저히 오범준이라 볼 수 없는 오사준의 성격이었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작품의 제목.’
쌍둥이는 기억의 전달로 소통했다.
타인의 기억을 받는다는 건, 단순히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게 아닐 거다. 기억은 그 사람 고유의 전유물이다.
오범준은 오사준의 기억을 받아 가면서, 오사준에게 물들지 않았을까?
“그래서······ 대본 받아본 순간부터 알고 계신 거예요?”
한때 애정을 품었던 손태린을 붙잡으려다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쥔다던가, 맨 뒤에 서 있어서 포커스가 날아가도 저절로 눈빛이 애절해진다던가······ 이건 대본에도 나오지 않은 지문이고, 그가 의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었다.
눈앞의 강필현 감독은 윤제이가 다 계산하고 한 건 줄 알겠지만, 적어도 윤제이는 의도치 않은 무의식의 발로였다.
“확신한 건 아니고, 그때부터 의심하긴 했죠.”
“이야······.”
그리고 쌍둥이의 어머니인 박현아한테 듣기로는 강예진 작가는 막 꼬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다.
반전의 반전 요소를 좋아한다고 했으니 오사준이 단순 오범준의 대역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몇몇 행동이 수상하긴 했지.’
윤제이가 처음부터 알았다는 걸 알고 보니 모든 행동이 의심스럽다. 강필현은 밤도 새면서 그동안 찍었던 오사준의 모습을 훑었다.
오사준이 오범준임을 흘리는 자잘한 떡밥이 그때서야 눈에 띄게 된다. 작은 행동들이지라 촬영 중간에는 눈치 못 챘던.
‘참나, 감독은 나인데.’
나까지 속이다니.
강필현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촬영은 장소 섭외나 기타 등등의 사유 때문에 극의 흐름대로 찍지는 않는다. 그 장소에 맞는 장면이 있으면 그게 마지막 장면이든 첫 회 장면이든 상관없이 일단 찍는다.
하지만 강필현은 일부러 극의 흐름대로 흐르게 촬영 일정을 잡았다. 윤제이의 회당 출연료가 생각보다 적어서 제작비가 남았고, 배우의 몰입을 위해서였다.
그래서 마지막 반전 요소를 주연 배우에게도 숨긴 모양새가 되었는데, 윤제이는 반전 요소를 미리 알고도 극의 분위기를 헤치지 않으면서 능동적으로 떡밥을 뿌렸다.
이건 나중에 작품을 보게 될 시청자도 똑같이 느끼게 될 거다. 오사준이 사실 오범준이었다 밝혀지는 장면을 보고, 떡밥을 찾는다고 1회부터 복습하겠지.
그러면, 극의 완성도가 확 올라갈 거다.
“이럴 거면 미리 알려드릴 걸 그랬어요. 그동안 헷갈리셨겠네.”
“재밌었습니다. 이것도 캐릭터를 알아가는 과정이니까요.”
“좋네요.”
반전의 반전 요소가 있고, 그걸 배우에게도 숨겨서 나중에 배우 본체의 진짜 반응을 끌어낸 건 <악의 동산>에서 문창민이 겪었다.
하지만 윤제이는 그게 필요치 않았다. 그냥, 배역에 몰입하다 보니 자연스레 깨달았을 뿐.
***
오사준은 어두컴컴한 폐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집기가 아수라장으로 흩어져 있고, 쌓인 먼지 때문에 공기는 탁하다.
넓은 공동에 그의 발걸음이 울린다. 이윽고 어느 방으로 들어가니, 제법 깨끗한 장소가 드러난다. 오사준은 불을 켜고, 시체가 안치된 냉동고의 서랍을 열었다.
“······.”
오사준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시신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의자를 가져와 옆에 앉았다.
팔꿈치를 무릎에 얹고, 기도하듯 손을 모았다. 기억으로 소통하는 쌍둥이만의 행동이었다.
“······왜.”
너는 왜 죽었을까. 눈을 감고 둘 사이의 유대를 느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인상을 쓰면서 기억을 이어받으려 했는데, 누가 제 손을 건드리는 느낌에 눈을 떴다. 자신과 똑같은 시신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시신이 입을 쩍 벌린다. 마치 공포 영화처럼.
“······헉!”
그리고 꿈에서 깼다. 악몽이었다.
오사준은 완벽한 오범준의 옷차림을 하고 서로 출근했다.
그의 팀은 새 서장이 떠넘긴 강력계 사건을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뒤로는 완벽히 운라 건설과 박 의원을 엿먹일 증거를 추리고 있었다.
“오······ 팀장님. 피곤해 보이네요.”
“아아······ 잠을 못 자서.”
손태린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본 오사준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디 출동이라도 갔는지 사무실에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그는 대뜸 상체를 숙여 손태린의 얼굴에 제 얼굴을 가까이했다.
“무······ 뭐예요?”
손태린 본체인 배우 정하윤은 175cm로 꽤 장신인데, 윤제이와는 딱 15cm 차이다. 이상적인 키 차이다.
길쭉한 남녀가 나란히 서 있는 건 그 자체로 그림 같다. 게다가 윤제이는 웬만한 상대 배우를 품에 안으면 폭 들어갈 만큼 어깨도 넓은데, 덩치 차이에서 오는 케미가 상당했다.
“유준후 경장 있잖아요.”
“네, 준후는 왜요?”
“믿을 만한 놈이야?”
“그건 왜 물어보는데요? 오 팀장님 실종에 맞춰서 휴가 낸 거 때문에?”
오사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준후는 평소에 착하고, 시키는 일도 군말 없이 잘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범인을 검거할 때는 성정이 과격해졌다.
“쟤가 이상한 데서 좀 과격하긴 해도, 근본은 착해요. 정의롭고.”
“정의롭다?”
“지나치게 정의로워서 그렇지.”
손태린이 한숨을 쉬었다. 유준후 경장은 너무 정의로움이 넘쳐서 용의자를 과격하게 대했는데, 휴가도 그 때문에 받았었다.
[억울하지 않아요? 피똥 싸며 범인 잡으면 뭐 해, 사법부에서 형량 낮게 때리는데.] [우리의 일은 범인을 잡는 거야. 그거만 생각해.]아무튼, 손태린이 궁금한 건 오사준이었다.
“그나저나, 난 당신이 더 수상한데?”
“내가 왜? 우리는 한배를 탄 거 아닌가?”
“나한테 숨기는 거 있잖아요.”
시청자의 흐름은 손태린을 따라가게 될 거다.
손태린이 오사준이 오범준인가 헷갈리기 시작하자, 윤제이는 작정하고 오사준과 오범준의 행동을 섞어서 시청자마저 헷갈리게 한다. 작가가 의도한 대로.
“컷!”
강필현의 컷 사인이 들리자, 배우들의 눈빛이 돌아왔다.
“작가님. 그래서 오사준은 오범준이에요?”
“맞죠?”
손태린을 연기하는 배우 정하윤과 한재호를 연기하는 배우 백중완이 감독의 옆에 앉아있는 강예진을 찾았다.
두 사람은 윤제이가 눈치챈 것을 아직 몰랐다. 사실 대본도 다르게 줬다. 계속 의심하라고.
“마지막 회를 확인하세요.”
“정신 나갈 거 같은데요?!”
“아아······ 유석아!”
백중완과 정하윤이 아쉬운 듯 머리를 쥐어뜯다가 간식 차에서 야무지게 간식을 받아 가는 류해열 역의 선유석을 발견하고 뛰어갔다.
“넌 알고 있지!”
“저, 저는 모릅니다아.”
“일루 와!”
“형! 제이 형!”
선유석이 그들을 피해 윤제이의 뒤로 몸을 숨겼다. 정하윤이 멈칫했다.
안 그래도 직전에 찍었던 장면 때문에 심란했다. 자신의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유준후에 관해 물어보는 모습, 그때 숨결이 느껴져서 조금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그, 아시죠?”
“뭘요?”
“선배님은 아시잖아요. 오사준 정체.”
윤제이는 부드럽게 웃었다. 리딩 때 보였던 경직된 모습은 어디 가고 발랄한 모습이다.
정하윤은 신인답지 않게 연기를 잘 해냈고, 상대 배우가 연기를 잘하면 윤제이에게도 도움이 된다. 흐름이 끊기지 않으니까.
“미리 알면 재미없잖아요.”
“아니 저 나름 여주인공이거든요? 여주인 나도 모르는 게 말이 돼요?!”
“제이야, 형한테는 알려 줘야지 않겠냐?”
손태린이 버럭 소리쳤다. 옆에서 백중완도 거들었다. 그 화기애애한 모습을 작가와 감독이 웃으면서 지켜봤다.
“우리 작가, 사람 헷갈리게 하는 데는 진짜 탁월하시다니까.”
“칭찬으로 알겠어. 감독.”
강필현의 말에 강예진이 씨익 웃었다. 시청자도 강예진의 악명을 잘 알았다.
-그럼 오사준이 오범준인 거야?
-ㄴㄴ 작가가 강예진이잖아 그냥 찐 오사준인데 헷갈리게 하려는 거 아냐?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작감이 의도한 바대로.
그렇게 <기억의 끈>도 마지막으로 향했다.
오사준은 여전히 사람을 헷갈리게 했고, 손태린과 한재호는 오사준의 뒤를 캤다.
“김 선배.”
작전을 결행하기 직전, 오범준이 급히 나가는 것을 박 의원에게 알려준 스파이가 나왔다. 새 서장의 명령으로 지문을 검사하러 왔었던 강력계 김태현. 김 선배.
“왜 그랬어요?”
한재호가 자신보다 한참 어려도 경찰대 출신이라고 직급이 높은 오범준과 손태린에게 아무 감정이 없다면, 김태현은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노력해도 아직 승진하지 못했는데, 쟤네는 시작점부터 다르니까.
[네, 의원님. 오범준이 갑자기 서를 나갔습니다.]그래서 한마디 했던 것뿐이다.
그 말로 인해 오범준이 실종되고, 모든 경찰이 좋아했던 전 서장의 모가지가 날아가고, 손태린과 한재호는 오범준의 대역을 찾아 사건을 재수사했어야 했다.
“그냥, 오범준의 행적을 조금 알려준 것뿐이야!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거야?”
“그걸 말이라고······! 선배 때문에 우리 계획이 어그러져서 다 망했잖아요!”
“그럼 오범준 그 새끼가 그럼 그 중요한 때에 나가면 안 됐지!”
“선배 때문에! 오 팀장님이 실종됐는데······!”
손태린은 감정이 격해져서 무심코 사실을 말해버린다.
같은 공간에 있던 한재호와 유준후가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범준이······ 뭐?”
김태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벽에 몸을 기대고 팔짱을 끼고 있는 오사준을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 없어. 그럼 저, 저 사람은 누군데?!”
“그건 김태현, 네가 알 필요 없고.”
한재호는 눈빛으로 왜 그랬냐고 손태린을 쏘아보았다. 오사준이 오범준의 대역이라는 건 되도록 적은 사람만 알아야 했다.
손태린도 제 실수를 뒤늦게 눈치챘다. 그녀의 눈동자가 떨렸다. 김태현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서 몸을 떨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뭐가요.”
“그거야 지문······!”
급해 사건 현장을 보고 들어와 뒤늦게 확인했던 오사준의 지문 인식 결과는······ 일치였다.
김태현은 오사준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몸을 굳혔다.
‘말하지 마.’
그러지 않으면 넌 죽어. 오사준이 검지를 제 입가에 갖다 댔다. 그러자, 김태현이 숨을 삼켰다.
“헉······!”
연기가 아닌 배우 본체의 진짜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