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3)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기억의 끈 (9)(153/287)
기억의 끈 (9)
오범준과 오사준은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타고난 천성이 달랐다. 가히 천재라 칭할 수 있는 형과 폭력성만 남은 동생.
“우리 범준이는 누구 닮아서 이렇게 공부도 잘할까?”
“근데 사준이 그 새끼는······ 쯧.”
부모는 둘 다 제 자식임에도 두 사람을 차별했다.
어린 자식이 조금 이상하다고 상담을 다니며 치료를 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오범준이라는 완벽한 자식이 있으니까.
“야, 형. 너는 좋겠다.”
“뭐가?”
“엄마 아빠가 좋아해 주잖아.”
오범준은 타고난 천성이 정의롭고 선했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동생이 부모의 사랑을 받기 위해 사고를 치는 걸 알았다.
[너! 이건 어디서 났어! 훔쳤어?!] [그, 그게······.] [너 이놈 새끼!]형만 보지 말고 자기도 봐달라고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매정한 부모는 오사준을 몰아붙였다.
[그만 하세요!]오범준은 그 상황을 방관하지 않았다. 사준이 때리지 말라고 부모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역시 범준이는 달라. 사고만 치는 동생 뭐가 좋다고 감싸나 몰라.] [머리도 좋고 정도 많지. 나중에 우리한테 효도도 잘할 거야.] [너! 형 보고 배워!]자신이 나서면 오히려 오사준에게 큰 상처를 주는 걸 알아서 이젠 말리는 것도 그만두었다.
오범준은 늘 오사준에게 부채감을 느꼈다.
“그럼 너는 내가 좋아해 줄게.”
“뭐야, 존나 오글거려.”
“뭐 어때. 형제인데.”
그는 아직 미성년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집을 나가서 살리라 다짐했다. 오사준과 함께.
“사준이는요?”
“집 나갔다.”
“네?”
하지만 오사준은 한발 먼저 집을 나갔다. 부모는 사회적 평판을 고려해 가출한 동생을 찾는 시늉만 했을 뿐, 애타게 찾지는 않았다.
그런데 하늘이 오사준의 편을 들어준 걸까? 오범준이 스물두 살이 되던 때, 그의 부모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두 사람이 기억의 공유를 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10년 뒤였다.
어떤 시행착오 끝에 알아낸 게 아니고, 그냥 불현듯 떠올랐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잘살고 있었냐?”
그리고, 서로 기억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오범준은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것을 알지만, 그동안 못 챙겨주었던 동생을 위해 기억으로 정보를 전달해 주었다.
“네가 거래하려는 그 기업은 조만간 압수수색 예정이다.”
“형, 네가 찾는 삭월파 두목 은신처는 용인에 있어.”
오사준은 부모에게 받은 정이 없어서 약간의 애정 결핍이 생겼다.
그는 오랜만에 찾은 형의 연락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것도 기억의 공유라는 특별한 연락 방식이라니······ 제법 낭만적이지 않은가.
“야, 형. 살아있냐?”
“살아있다.”
두 사람은 서로가 생각날 때마다 기도하듯 손을 모으고 심호흡하며 집중했다. 한날한시에 잉태되어 태어난 쌍둥이의 유대가 이어지고, 기억이 전달된다.
기억의 소통 방법을 먼저 알아낸 건 오범준이지만, 오사준에게는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아주 가끔이었지만, 기억의 끈이 연결된 대상 오범준에 얽힌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너, 너 이 새끼······!”
“회장님, 많이 해 드셨으니 이제 쉬시죠.”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뱀 새끼 같으니라고······!”
“키우다니, 난 알아서 컸습니다.”
오사준은 일월홀딩스의 회장을 처리하고 실질적 지배자가 되었다. 이제 누릴 거 다 누리며 살겠다고 마음먹었던 그때, 미래의 기억을 읽었다.
<오범준. 왔군.>
<자네는 너무 깊게 파고들었어. 죽어줘야겠네.>
아직 다 지어지지 않은 건설 현장에서 추락한 건 오범준이었다. 마침 건설사 라이벌인 운라 건설과 얽힌 현장이라 눈에 익은 장소였다.
‘형이 죽는 미래?’
오사준은 오범준의 죽음을 막기 위해 건설 현장을 찾았다. 자신이 먼저 가서 형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같은 시간, 오범준은 박현도 의원에게 얽힌 경제 비리를 밝히기 위해 사무실에서 팀원들과 같이 있었다.
“박현도 의원은 운라 건설 임채명과 긴밀한 사이로 보이며······.”
“우선 박 의원부터 잡아야······.”
그리고 오사준에게 달려든 남자들이 칼로 그를 찌른다. 생명의 위기를 느껴서인지 그가 의도하지 않아도 기억이 오범준에게 전달된다.
<오범준. 왔군.>
<자네는 너무 깊게 파고들었어. 죽어줘야겠네.>
오범준이라니, 걔는 사준인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이윽고 달빛에 반사되는 칼이 오사준에게 향한다.
동생의 기억을 전달받은 오범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어디 가세요?”
“잠깐, 일이 생겼습니다.”
당장, 당장 그 장소로 가야 한다. 오사준이 위험하다.
중요한 작전을 앞두고 서를 나가려는 모습에 손태린이 오범준을 붙잡았다.
“다시, 다시 오실 거죠?”
오범준은 손태린의 애절한 눈빛을 마주하고는 이제 이 눈빛을 다신 볼 수 없겠다는 묘한 직감이 들었다.
결국 나중에 연락한다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 다급히 찾은 건설 현장, 이미 한발 늦었다.
“안돼······!”
오사준이 추락하고 있었다. 다급히 뛰어간 오범준은 이미 오사준의 몸이 칼로 난도질 되어 있는 걸 확인했다.
“컥, 커헉······!”
“사준아. 오사준!”
오범준이 급히 응급 처치를 하려고 했다. 그런 그의 손을 잡은 건 오사준이었다.
‘하지 마.’
이미 늦었어.
눈빛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오사준은 마지막 기력을 쥐어짜 자신의 기억을 오범준에게 넘겼다.
“헉!”
오사준의 평생을 담은 기억이었다.
오범준이 방대한 기억에 홍수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오사준?”
오사준의 행적이 수상해서 뒤따라온 류해열이었다. 그는 다급히 무릎을 꿇고 오사준의 시체를 흔들었다.
“야, 야! 오사준!”
“······.”
“어, 어떻게 해······ 사준아!”
류해열이 오열하고, 오범준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오사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 때문에 죽었다.’
나의 죽음을 막으려고 먼저 왔다. 그런데 상대가 나로 착각해서······ 나는, 왜 살아있는 거지.
동시에 강력한 살의와 원망이 들끓는다. 오사준의 감정이었다. 그는 복수를 원하고 있었다. 자신과 똑같이.
“너는······.”
오범준은 오열하는 류해열을 알아보고 표정이 변했다.
고등학생 시절, 학교 폭력 사건에 연루된 오사준은 자신의 얘기를 듣지도 않고 희망을 버린 부모에게 더는 기대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고 집을 나갔다.
[사, 사준아! 왜 학교 안 나왔어?] [난 걔 쌍둥이 형인데.] [아, 그, 그래요? 걔 좀 불러주세요.]그리고 류해열은 뒤늦게 집을 찾아왔다.
기나긴 학교 폭력을 당해 위축되어 있던 그는 오사준이 나서준 덕에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왔다고.
[집 나갔어.] [네? 그, 그럼 어디로 갔는지는 아세요?] [걔를 찾으려고?] [돌아가신 우리 보육원장님이, 받은 은혜는 꼭 갚으라고 했어요.]그렇게 류해열은 학교에 자퇴서를 내고 긴 길을 떠났다.
이윽고 오사준의 기억 속 류해열이 떠올랐다.
집을 나간 오사준을 끝까지 찾아내 같이 골목길을 누비며 주먹을 썼다.
물론 류해열은 주먹을 제대로 못 쓰고 얻어터지기는 했지만, 대신 여러 지식을 뇌에 넣었다. 두 사람이 일월홀딩스 회장의 눈에 들기 전까지.
“······사준이 쌍둥이 형이죠?”
“그래.”
“이 새끼 이렇게 만든 놈 봤습니까?”
오범준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눈에 복수를 담는 류해열을 바라보았다.
학폭으로 위축된 청소년은 이제 없었다. 그는 일월홀딩스의 유능한 실장이며 오사준의 두뇌였다.
이놈은, 믿을만한 놈이다.
“······너, 나랑 같이 복수하지 않을래?”
그렇게 오범준은 오사준이 되었다.
오사준이 몸에 새긴 문신을 제 몸에 똑같이 새기고, 임채명의 비서, 박현도의 운전기사 등과 접선해 회유했다. 평소 오범준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뒷세계의 방식으로.
“유준후 경장. 전에 그런 얘기를 했죠. 우리가 백날 범인을 잡아봤자 끝나지 않는다고. 허무하다고.”
(네. 그건······.)
“아직 그 생각 변치 않았습니까?”
(네?)
“나랑 일 하나 합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준후 경장을 포섭했다. 그가 일월홀딩스에 있는 동안 경찰 내부의 정보를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경찰 내부의 스파이도 색출해야지.
“그 두 사람이 올까요?”
“올 거야.”
손태린과 한재호는 자신이 없으면 팀이 공중분해 될 거라는 것을 안다. 아마 자신에게 대역을 부탁하러 올 것이다.
그들은 임채명을 잡아야 했다. 모든 사람이 눈을 돌린 사이에 자신이 박현도를 죽이기 위해서.
“저기요! 잠시만요!”
그리고 계획대로 손태린이 찾아왔다.
***
회상을 끝낸 오범준의 얼굴이 화면을 꽉 채운다. 이제 동생은 기억을 주지 않는다. 이미 자신에게 다 넘기고 재가 되었으니까.
오범준은 추락한 오사준의 시체를 보고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었다. 모든 복수가 다 끝난 지금에서야 눈물이 나왔다.
그의 오른쪽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지면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오범준의 자아였다.
하지만 왼쪽 얼굴, 오사준의 자아는 평온했다. 모든 게 다 끝나서 후련한 것 같기도 하고, 남겨진 오범준에 대한 걱정이 느껴지는 듯했다.
‘내가 해보라고는 했지만······.’
이를 지켜보던 강예진 작가는 숨을 죽이고 윤제이를 쳐다보았다.
한 얼굴에 오범준과 오사준의 자아를 담아야 했다. 그것도 시청자를 이해시킬 정도로 극적으로 표현해야 했는데······.
‘저게 되네.’
그것도 카메라를 눈앞에 둬서 몰입이 잘 안 될 법도 한데.
비단 강예진 작가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가, 결말이 궁금해 찾아온 배우들이 윤제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말······ 한 얼굴에 두 성격이 보이는 거 같아.’
‘한쪽 얼굴로만 우는 게 가능한 일인가? 아무리 연습했다고 하더라도.’
마치 서로 다른 가면을 반으로 쪼개 이어붙인 것 같았다.
사람들이 숨죽여 감탄하고 있을 때, 윤제이는 몰입을 놓지 않았다.
[너······ 오범준이 아니야?] [글쎄······ 내가 누굴까.]오범준은 오사준의 기억을 받아 두 사람이 혼재된 상태가 되었다.
자신조차도 자신을 정의할 수 없이 이도 저도 아닌 존재로. 두 자아가 섞인 비정상적인 상태로.
“준비 다 됐습니다.”
“······가자.”
류해열의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난 오범준이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고인 오범준
상주 오사준
오늘은 자신의 장례식이었다.
촉망받는 경찰 인재 계속 승승장구하다 보면 청장의 자리까지 어렵지 않겠다고 평판이 자자한 고인 오범준과, 근본이 조폭인 일월홀딩스의 실질적 지배자가 상주다.
장례식의 조문객들은 물과 기름이 섞인 듯한 모습이었다.
“나, 참. 오범준 경감의 동생이 저런 깡패 새끼였다니.”
“더 있을 필요 없으니 그만 일어나시죠.”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이미 많이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 손태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침울한 얼굴로 꽃을 들고, 사진 앞에 놓았다.
“흑, 흐윽······.”
자신의 영정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던 손태린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오범준의 실종이 단순 실종이 아님을 알고도 강인하게 사건의 뒤를 캐던 손태린이 처음으로 보인 눈물이었다.
오범준은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가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울고도······.’
눈물이 남았을까. 오범준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어서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 그는 예전의 오범준이 아니다. 그의 귓가에서 손태린이 자신을 부른다. 호칭은 점점 친밀하게 변한다.
[선배!] [오 팀장님.] [범준 씨.]오범준은 경찰대 시절부터 풋풋한 애정을 품었던 손태린이 생각났다.
아마 일이 잘 마무리됐다면 아마 우리는 연애를 했겠지. 어쩌면 가정을 이뤘을지도 모른다. 그걸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힘겹게 절을 하는 손태린을 바라보는 오범준의 눈빛이 너무도 절절해서 뒤에서 바라보던 류해열이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
절을 마치고 일어난 손태린은 상주와 인사하기 위해 오범준의 앞으로 다가갔다.
오범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맞이했다.
‘실종된 박현도 의원, 아마 이 사람이 죽였겠지. 잔인하게.’
한때 오사준이 오범준이 아닐까 의심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의심이 눈 녹듯 사라졌다.
‘절대 범준 씨가 아니야.’
그가 존경하고 사랑한 오범준은 절대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얼굴에서 슬픔이 가시지 않았지만, 눈빛만은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오범준은 그 눈빛을 보고 미래를 예측했다.
‘아마 이제 더는 보지 못하겠지.’
그리고 아린 듯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