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4)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그거 우리 같은데?(154/287)
그거 우리 같은데?
“왜 그랬어요?”
“······뭐가.”
애매하게 존대를 섞어 쓰던 그의 말버릇이 바뀐다. 손태린은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우릴 이용해서 임채명을 잡게 하면서 박 의원을, 그쪽이······.”
손태린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근처에 경찰 관계자와 조폭들이 살벌하게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현도는 죽어야 했어.”
오사준의 뱀 같은 눈동자에 손태린은 흠칫 놀랐다. 잠시나마 이 사람을 오범준이라 의심한 게 어이가 없을 정도다. 죽은 오범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왜요? 이미 우리가 찾은 증거는 완벽했는데······ 그냥 우리 손에 맡기면 안 되는 거였어요?”
“뒷배가 강해 쉽게 빠져나갈 테니까.”
“하지만······.”
“박현도가 몇 년 형을 살 거 같나?”
횡령에 배임 그리고 뇌물수수. 동생을 죽인 살인 교사까지 쳐야겠지. 하지만 항소에 항소를 거치면 점점 줄어들 거다. 박현도는 끈이 많았으니까.
손태린도 그걸 짐작해서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임채명은 끄나풀이야. 교도소에 수용되어서도 편하진 않겠지. 내가 그렇게 만들 거고.”
“······.”
“하지만 박현도는 그렇게 잡혀서는 안 돼.”
임채명이 수용될 교도소에 이미 사람을 심어놓았다. 살아있는 지옥이 뭔지 보여줄 거다.
하지만 박현도는? 그가 갈 교도소는 정·재계 인사들이 수용되는 곳이다. 끽해야 2~3년 형을 살고 풀려날 테지. 그것도 안락한 독방에서, 기분전환 한 셈 치고 시간을 보낼 것이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되지.”
오사준의 눈에서 언뜻 광기가 엿보였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차분해졌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모습이 혼란스럽다.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니까.”
“우리는 심판자가 아니에요.”
“우리? 아니지. 넌 그렇겠지.”
“······당신과 나는 애초에 협력할 수 없었군요.”
손태린과 오범준이 서로를 향해 애정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은 가치관이 잘 맞아서였다.
죄를 지은 사람을 잡는 것. 그 상대가 박현도 의원이든 요즘 잘나가는 건설사 사장이든 가리지 않았다. 법의 심판을 받게 하기 위해서였다.
‘살인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어. 하지만······ 박현도가 금세 풀려날 거라는 건······ 맞는 말이야.’
이 남자 앞에 있다 보면 자신의 신념이 송두리째 무너질 것 같다. 손태린은 숨이 막혀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나?”
“가야죠. 어쨌든, 그동안 협력에 감사합니다.”
다분히 사무적인 행동으로 오사준에게 작별을 고한 손태린, 오사준은 뒤늦게 그녀를 배웅하려다가 입구에서 멈췄다.
그의 옆으로 유준후 경장이 섰다.
“손 경위님께는 말씀 안 드려도 되겠습니까?”
“······됐습니다. 그나저나, 제안은 생각해 봤습니까?”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런 과격한 성정은 경찰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제 밑으로 오시죠.”
“제가 오 팀장님 밑으로 가면······ 오 팀장님은 떠나지 않으실 겁니까?”
전부터 모든 상황을 이해한 유준후 경장은 모든 일이 풀린 뒤의 오범준이 어딘가로 떠날 것 같다고 직감했다.
“글쎄요.”
떠날지 말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나는 누구일까.
확실한 건 예전의 오범준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영정 사진을 흘끔 바라보았다.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범죄자를 직접 단죄할 수 있는 맛을 알아버린 유준후는 금세 이쪽으로 올 것이다. 아마 자신이 아니어도 류해열이 잘 쓰지 않을까.
그렇게 유준후는 손태린과 한재호를 따라갔다.
“준후 너, 저 사람이 오사준인 거 알고 있었지?”
“저도 임채명 수갑 채운 직후에 알았는데요? 진짜 오 팀장님인 줄 알았어요.”
“그렇다기에는 꽤 친해 보이던데?”
“뭐, 저랑 말이 잘 통하더라고요.”
“하긴······ 그럴 만도 하다.”
‘백날 고생해서 범죄자 잡아봤자 뭐하나, 사법부에서 술에 취했다~ 초범이다~ 뭐다 해서 형을 깎아주는데~’라고 염불을 외는 유준후와 죽음으로 죗값을 치르게 만드는 오사준은 사상이 잘 맞아 보이긴 한다.
손태린은 깊은숨을 토해냈다.
박현도가 의문의 실종을 당해서 반쪽짜리 성과인 것도 그렇지만, 오범준이 정말 사망했다는 게 너무도 슬프고 허무하게 다가왔다.
“어우,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네.”
“분위기 장난 아니었잖아요. 저도 제대로 안 넘어가더라고요.”
“그럼 우리끼리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러 갈까?”
“좋죠.”
한재호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조문객을 맞이하는 오사준을 빤히 바라보던 그의 표정에 의심이 섞인다.
“혹시······.”
설마, 저 사람이······.
“에이, 아니겠지.”
***
장례식을 마친 오범준이 홀로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포장마차의 사장은 이젠 익숙한지 오범준의 앞에 소주와 잔 두 개를 가져다줬다.
원래라면 와인이 익숙했던 오범준은 이젠 익숙한 듯 소주의 뚜껑을 따고 두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
“한잔······.”
건배하듯 허공에 잔을 내밀었지만, 환영으로라도 나마 나타났던 오사준은 이제 없다.
‘살아있을 때 한 번 같이 올 걸 그랬어.’
기억으로만 소통하는 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서 그동안 잘 지냈냐며 가벼운 포옹을 하고, 술잔을 맞댈걸.
오범준은 건배하려던 손을 거두고 씁쓸하게 웃으며 술잔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카메라가 서서히 뒤로 빠진다. 혼자 자작하는 모습이 이젠 자연스럽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이후 오범준이 오사준의 대역이 되어 일월홀딩스의 젊은 회장이 되는지, 아니면 아예 다른 선택을 할지는 시청자의 상상에 맡긴다.
“컷!”
“고생하셨습니다!”
윤제이는 감독의 사인이 떨어졌지만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눈을 감고 고개를 위로 올렸다.
“하아······.”
그리고 깊은숨을 뱉었다. 몇 달간 몰입했던 캐릭터와의 작별이다. 허탈함이 밀려 들어온다.
잠깐의 숨을 고르고 눈을 뜬 그는 그제야 그를 찍는 카메라와 스태프들이 보였다.
“형! 빨리 와요!”
“진짜 대박.”
배우들은 결말이 궁금해서 자신의 콜타임이 아닌데도 촬영 현장을 찾았다.
이후에 바로 전체 회식이 있으니 겸사겸사 일찍 온 것 치고는 <기억의 끈>에 참여하는 거의 모든 배우가 있었다. 오로지 극의 마지막을, 윤제이의 연기를 보기 위해서.
“이야, 그새 또 늘었네.”
“어떻게 이러지.”
지광현과 고광일은 신기하다는 듯한 얼굴로 모니터 속 윤제이의 모습을 관찰했다.
특히 한 얼굴에서 두 개의 인격이 드러나는 연기는 수년의 경력을 가진 두 사람도 오랜 연습 끝에 간신히 흉내 낼 정도인데, 윤제이는 며칠 만에 해냈다.
“쟤는 천재잖아. 어릴 때부터.”
과거 윤제희라는 이름을 썼던 사람이니······ 두 사람은 몰입에서 해방되어 점점 다가오는 후배 배우를 향해 잘했다며 미소 지었다.
“극이 끝난 뒤에 범준이는 어떻게 살아갈까요?”
“글쎄······ 오사준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나는 태린이한테 돌아갈 거 같은데, 저 애절한 눈빛 봐라.”
“에이, 이미 장례식까지 치렀는데요?”
이윽고 조연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한데 모여 결말에 관해 토론했다.
“저는 오사준으로 살아간다에 한 표요. 마지막에 말투가 완전히 바뀌었잖아요. 반존대가 아니라 반말로. 이미 오사준에 물들어버린 거 아닐까요?”
“오올.”
“예리한데?”
정하윤의 추측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감탄했다. 강예진 작가는 흐뭇하게 웃으며 그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작가님! 그래서, 어떻게 돼요?”
“저도 모르죠. 마지막 회 대본 탈고하고 ‘해방이다!’ 소리 지르고 바로 촬영 현장으로 달려왔는데.”
창작은 늘 고통이었다. 단순 일이 아니라 진심으로 극에 몰입해서 토론하는 건 보기 좋았다.
일부러 묘한 떡밥과 반전 요소를 넣고, 보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양하게 극을 생각하게끔 만드는 게 강예진의 방식이었다.
“형은 어때요? 거의 3개월 동안 두 사람으로 살았잖아요.”
류해열 역의 선유석이 넌지시 물었다. 그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윤제이에게 몰렸다.
“오범준은 오사준으로 살아갈까요?”
“음······.”
글쎄? 그러지는 않을 거 같은데. 오사준의 빈자리는 류해열이 잘 채울 거 같다. 그리고 아마······.
“여행을 떠날 거 같은데.”
“떠나요?”
“응.”
오범준은 자신의 장례식을 치름으로써 자신과 작별했다. 그렇다고 오사준으로 살 수는 없다. 그는 진짜 오사준이 아니니까.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지 않을까.”
그리고 다시 시작하겠지.
그냥, 막연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윤제이는 방랑 생활을 하던 과거의 자신도 생각나서 더욱 기분이 이상해졌다. 배역과의 작별은 항상 아쉽다.
“자!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회식 장소로 이동해주세요!”
다들 근처의 식당으로 이동하고, 윤제이는 화장실에 들어가 찬물로 세수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이상하게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그는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무심코 몸을 돌려 기습했다. 하지만 그 행동은 두 사람에 의해 막혔다.
“와, 살벌하네. 정신 차려.”
“형님.”
“······아.”
윤제이의 눈에서 초점이 돌아왔다. 최태양과 정승우는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둘 다 이제 잘 막네.”
“누가 갑자기 이성을 잃는 탓에.”
두 사람이 윤제이의 집에 살면서 개인 경호를 맡은 지도 꽤 됐다.
하지만 윤제이는 평소와 다름없어서 조금 느슨해진 참이었다. 그런데 <기억의 끈>을 촬영하고부터 윤제이의 돌발 행동이 잦아진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진짜 병원 안 가냐?”
핀잔이 아니라, 걱정을 담아서 하는 말이다. 윤제이는 최태양의 손목을 잡은 손을 놓았다.
“고집부리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써봤거든.”
“그럼 무슨 방법이 없는 거야?”
“글쎄······.”
아마 <악의 몰락>을 찍게 되면 달라질까? 잘 모르겠다.
잠깐의 살벌한 대치가 끝나고, 윤제이는 뒤늦게 회식 장소에 도착했다. 주연 배우라고 중앙의 자리를 비워놓고 있었다.
“제이, 너는 이제 무슨 작품 들어가?”
“아직 고르는 중이에요.”
“그래? 그럼 내 영화에 특별출연 좀 해줄래?”
“언제인데요? 아······ 그때는 제가 미국에 가 있을 예정이라.”
사실은 <악의 몰락>의 초반부 촬영이 예정되어 있긴 한데, 대외비니까 말할 수는 없다.
“미국? 집에 가?”
“네. 동생이 가족들에게 소개해 줄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여동생이지? 백 프로 결혼할 사람 데려오는 거다.”
겸사겸사 먼저 미국으로 가 가족들을 볼 생각이다. 윤제이는 갑자기 집에는 언제 오냐고 넌지시 묻던 동생 세레나가 생각났다.
“좋은 오빠네.”
“제가요?”
“동생이 결혼한다니까 눈빛 살벌해지는데?”
“아니에요, 그냥······ 걔를 데려가려는 불운한 사람에 대한 애도죠.”
“그으래?”
지광현은 전혀 못 믿겠다는 투로 대답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약간 어려웠던 후배는 황룡영화상 이후 대하기 편해졌다.
“민재가 미국 가는 예능 찍는다는데, 너도 같이하는 거야?”
“아마 그렇게 될 거 같은데······ 저는 스케쥴이 아직 확실하지 않아서 중간에 합류할 거 같아요.”
“누구 예능인데?”
“권석현 피디님이요.”
맞은편에서 듣고 있던 배우 박견우가 몸을 퍼뜩 떨었다. 그는 아이돌 그룹 다이스의 멤버로, 유준후 경장 역을 맡았다.
“어? 저희도 그분이랑 마이튜브 예능 하거든요. 모레.”
“그래? 나도 모레인데.”
“진짜요? 배우 소속사랑 합동 MT 간다고 하던데.”
그거 우리 같은데? 윤제이는 고개를 기웃거렸다.
“너 소속사가 엘라인 엔터였어?”
“아 형, 저한테 관심이 너무 없는 거 아니에요?”
“아니······ 보통 소속사까지는 잘 모르잖아.”
“나는 형 소속사 알았는데!”
아스트라는 윤제이의 재데뷔와 동시에 나타난 신생이지만, 이서원의 인맥으로 모여든 배우들이 하나같이 탑급에 속하는 배우들이라 소속사 이름 자체도 이미 유명했다.
“너무하네.”
“제이야. 빨리 사과해라.”
황룡영화상 뒤풀이 이후 배우들 사이에서는 윤제이를 몰이하는 게 하나의 컨텐츠가 되었다. 지광현과 고광일이 자신을 몰이하자, 윤제이는 두 손을 들어 보이며 항복 의사를 표했다.
“아니,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미남이 난처해서 커다란 어깨를 휘젓는 게 제법 볼만했기 때문이다. 대선배님이 먼저 몰이를 시작하자, 후배들도 두 사람을 따라 하면서 야유를 보냈다.
“우리랑 MT 가는 게 아스트라구나······ 대박.”
“그거 너희한테는 비밀이었어?”
“네. 피디님이 안 알려 주셨거든요. 와······ 다른 선배님들도 오세요?”
“글쎄······ 나도 누가 가는지는 아직 몰라.”
박견우는 아스트라 소속의 배우들을 생각했다. 하나같이 다 인지도 높고 연기력도, 필모그래피도 화려한 배우들이다.
어떻게 이런 만남이 성사됐지? 역시 예능계 스타 피디라 그런가······.
“우선 너만 알고 있어야 한다.”
눈을 빛낸 윤제이가 내민 주먹에 박견우가 제 주먹을 부딪쳤다.
엘라인 엔터테인먼트는 그의 동생 윤도화가 속해있는 플라바의 소속사다. 사실을 알고 놀랄 동생의 모습이 제법 기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