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5)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회사 합치게 됐어.(155/287)
회사 합치게 됐어.
<기억의 끈>의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모든 배우와 스탭진이 회식 자리에 모였다.
일반화는 아니지만, 윤제이가 겪어온 배우들은 술을 좋아했다. 특히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술을 찾는데, 지금도 얼굴이 붉어져서 반쯤 취한 사람이 많았다.
“저 사실 데뷔한 지 꽤 됐어요.”
“진짜?”
“유치원 때······ 2004년이었던가? CF로 데뷔했죠. 그거 아세요? 핫초코.”
“헐, 나 알아. 와, 나보다 선배님이신데?”
한재호 역의 백중완이 놀라서 정하윤을 바라보았다.
“근데 그동안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드라마 좀 하다가 중간에 관뒀거든요. 그때 계약서가 이상해서. 막 부모님이 법원도 다녀오시고.”
“진짜? 힘들었겠네.”
“생각보다 쉽게 풀려났어요. 그······ 아역 보호법 있잖아요.”
통칭 ‘윤제희 특별법’이라 불리는 그것. 업계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거라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윤제이에게 몰렸다.
“그거 시행되고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거든요.”
“그랬었어?”
“네. 그 뒤로 부모님이 연예계에 학을 떼서 다른 소속사는 안 들어갔고, 대충 애매하게 인지도 있는 상태로 학창 시절 보냈고.”
썩 유쾌하진 않은 기억이었다. 하지만, 그때 벗어난 게 천만다행이었다. 문득 생각나서 다시 본 그때 계약서는 교묘한 단어로 무장한 독소조항으로 가득했으니까.
정하윤은 윤제이를 흘끔 바라보았다.
“근데 대학 오니까 갑자기 다시 연기가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극단 들어가서 배우고 매체 오디션 준비했죠.”
“재데뷔한 거는 나랑 비슷하네.”
“그렇죠? 아무튼, 다행이죠. 아마 그때 계속 계약에 묶여 있었으면 연기가 이렇게 재밌진 않았을 거예요.”
술에 반쯤 취한 정하윤이 머리를 테이블에 박을 기세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를 받을 정도는 아닌데······.”
“아뇨, ‘소’도 중요한 역할이잖아요.”
취해서 뭔가 빠진 거 같지만, 정하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을 생각하고 말하는 거겠지.
“선배님은 조금 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거 같아요. 솔직히 저랑 비슷한 상황 겪은 배우들 지금 현역 많거든요. 옛날에 지원금도 받고······.”
“지원금도 뿌렸었다고?”
문체부와 KE 그룹에서 대대적으로 했던 사업이다.
어린 연예인을 지원하겠다며 나선 일명 ‘윤제희 지원 캠페인’이다. 끼가 보이는 어린아이들을 찾거나, 이미 현업인 어린 연예인의 정신과 치료비 등을 지원하는 캠페인이었다.
“몰랐어요? 그때 발굴한 연예인들 되게 많아요. 다 선배님에게 간접적으로 혜택을 받은 거죠.”
‘윤제희 특별법’이라 이름을 붙여 아역 배우만 보호하는 법이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어린 연예인을 전방위로 커버하는 법이었다.
굳이 배우가 아니더라도, 어린 나이에 연습생으로 계약했는데 알고 보니 노예 계약이었던 것들이 낱낱이 파헤쳐졌다.
“덕분에 오늘까지 즐겁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그래.”
윤제이는 자신이 대단하다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경험자가 감사를 표할 때마다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쁜 얘기는 아니라서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 우리 내일 스케쥴도 있는 분들 있으니까 이쯤 자리 끝낼까요?”
“아, 너무 아쉬운데!”
“우리 드라마 엔플릭스 공개 전에 한 번 또 자리 만들 테니까 그때 다시 모이죠.”
강필현 감독이 벌떡 일어나서 상황을 정리했다. 하지만 다들 얼굴에 아쉬운 티가 가득했다.
촬영 기간 약 3개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다들 정이 들었다.
“우리 주연 배우, 한마디 해주세요.”
윤제이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저기서 잘생겼다고, 오빠라고 걸쭉한 목소리로 외치는 게 들렸다.
“다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기억의 끈’ 화이팅!”
“화이팅!”
***
KE 엔터에서 여러 예능을 연출하고 가끔 기분 전환용으로 마이튜브 예능 ‘출장 레크리에이션’, 줄여서 ‘출레크’의 권석현 피디는 제 스태프들을 데리고 카페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었다.
“이 형들은 왜 이렇게 안 와?”
이윽고 밖이 술렁거린다. 드디어 그가 기다린 사람이 마이크를 차고 들어왔다. 권석현이 황송하다는 몸짓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아이고! 대표님.”
“아이고! 우리 예능계 스타 피디 아니십니까.”
두 사람이 능청을 떨었다. 이윽고 이서원이 새침한 얼굴로 들어왔다.
두 대표의 눈이 마주쳤다.
“이서원, 오랜만이다?”
“양곱창, 오랜만.”
사실 배우 쪽이랑 아이돌 쪽이랑 겹칠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배우 전문 소속사인 아스트라. 그리고 예능인이나 배우 등 다른 아티스트도 있지만, 90%가 가수 쪽에 치중되어있는 엘라인 엔터테인먼트는 생각 외로 접점이 많았다.
“양권창이라고. 너 아재 되더니 진짜 이상한 개그만 늘었어.”
“왜? 우리 직원들은 좋아하던데.”
“사회생활이라고 생각은 안 해봤냐?”
우선 두 대표는 같은 대학 동창이다.
“내가 틀린 말한 것도 아니잖아. 너네 애들 컨셉 이상하면 인터넷에서 그렇게 놀리던데?”
“그건······.”
어떻게 사람 별명이 곱창이냐? 라고 놀리는 이서원에 양권창의 표정이 아득해졌다.
-곱창아 뻘짓하지말고 플라바 티저나 내놔라
-아 양곱창 디자인팀 바꾸라고!!
-양곱창씨 진짜 이건 아니지 무슨 콘서트가격이 20프로나 오르냐? 양아치냐?
-애들 반응 오니까 귀신같이 투어돌리는거 봐라 진짜 징글징글하다 양곱창
사실 놀리는 게 아니라, 팬다. 진심을 섞어서.
“진짜 형들은 서로 붙으면 연령대가 낮아지는 거 같아.”
“그거 젊다는 거지?”
“아니, 좀 애······ 같지.”
권석현의 말에 두 대표가 눈살을 찌푸렸다.
“근데 진짜 웬일이래요? 우리한테 예능을 의뢰하다니. 아스트라는 몰라도 엘라인은 단독으로 진행해도 되는 부분 아닌가?”
그 따가운 시선을 피하고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리 권 피디. 프로니까 엠바고 해줄 수 있지?”
“아유, 당연하죠. 제가 어디서 유출했다 소리 들은 적 있습니까?”
“그래? 그럼 됐고. 우리 회사 합치게 됐어.”
“······네?”
내가 뭘 들은 거지? 그 자리에서 몸을 굳힌 권석현이 입을 크게 벌렸다.
“네에에?!”
권석현이 벌떡 일어났다.
어쩐지 두 회사 합동 엠티를 추진해달라고 하길래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 싶었는데······ 아니, 근데 어떻게?
“아니 너무 점프한 거 아니야? 대체 어떻게, 무슨 이유로 합치는 거야?”
“사실 이서원, 쟤가 내 지분 사는 거야.”
“예?”
이서원은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투자자로 시작했다. 영화와 배우 보는 눈이 좋아서 금세 성장했고.
하지만 엘라인 엔터는, 먹기에는 너무 큰 회사인데?
“대체 서원형 재산이 얼마예요? 당장 몇 주 전에도 다른 회사 몇 군데 합병하더니······.”
“후······ 이번은 나도 좀 힘들었다.”
“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바뀌는 건 없어. 배우는 우리가 관리하고 가수 쪽은 저쪽에서 관리하고.”
“우와.”
그래도 연예계 빅딜인 것은 사실이다. 아스트라는 배우 중에서도 정말 인지도 있고 탑급만 수집하는 회사였다.
문창민처럼 묵직한 탑급 중견 배우, 시대의 아이콘인 고유진.
그리고 젊은 배우 풀도 좋았다. 출연 드라마를 연타로 성공시킨 한태희와 30대 남배우의 사천왕, F4라고 묶이는 그룹 중 두 사람, 권민재와 윤제이가 대표적이었다.
“엘라인 배우 풀이 꽤 좋더라고. 근데 곱창, 쟤는 잘 활용을 못 하던데?”
“배우 푸쉬는 내가 할 말 없긴 한데······ 네가 아이돌을 알아?!”
엘라인 엔터테인먼트는 솔로 가수를 소소하게 성공시킨 뒤에 양권창이 전세금과 차를 팔고 사활을 건 ‘이터널’이라는 2세대 남자 그룹을 성공시켜 중소의 기적으로 떠올랐다.
그 뒤로 다이스, 플라바를 연타 성공해서 세계적으로 큰 규모의 투어를 돌릴 만큼 성장했다.
사실 규모로만 보면 엘라인 엔터가 더 체급이 높은데, 그걸 이서원이 낼름 꿀꺽한 거다.
“그건 너네 캐스팅 디렉터가 잘한 거고. 배우들은 나한테 오면 더 좋은 작품 꽂아줄 수 있는데.”
“석현아. 얘 윤제이 성공한 뒤로 나한테 계속 이런다.”
“제이 씨 얘기는 왜 나와?”
이서원이 윤제이 얘기만 나오면 조금 돌아버린다는 것을 잘 알아서 던진 말이다. 양권창이 얄밉게 웃었다.
“그 친구 우리가 먼저 발견한 거 알지? 윤 이사님 장례식 때.”
“어차피 내 회사 왔는데 뭐.”
“그리고 따지고 보면 쌩 신인도 아니었잖아. 네가 신인을 잘 키울 수나 있냐?”
“그때는 윤제희라는 거 아무도 몰랐거든? 그리고, 이터널 성공한 거 나한테 빌린 돈 덕분도 있는 거 알지?”
“그건 다 갚았잖아!”
“다른 사람이 너의 뭘 믿고 몇십억을 턱 하니 빌려줬겠냐? 나 없으면 엘라인도 없었다.”
와 진짜 유치하다. 더는 못 봐주겠어서 권석현이 말을 끊었다.
“근데 권창이 형.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어?”
“어우, 힘들어. 더는 못하겠더라고.”
“벌써 은퇴하는 거야? 아직 젊은데?”
“아예 물러나는 건 아냐. 욕받이는 쟤 시키고 나는 뒤에서 팔짱이나 끼고 있게.”
권석현은 옛날 집과 차를 정리하고 월세 사무실에서 자면서 아이들을 챙겼던 열정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마침 사겠다고 한 사람이 오랜 친구니 믿을 만했고.
이서원도 양권창을 그냥 은퇴하게 두지는 않을 거다. 아이돌 쪽 감각은 아직 있는 거 같으니 명예직으로 남겨서 써먹어야지.
“아무튼, 이건 우리 애들한테는 비밀이야.”
“입이 근질근질한데요.”
“엠티 끝나고 깜짝 발표해. 그때쯤에 보도자료 돌리려고 했어.”
그 중요한 발표를 내게 맡기는 건가? 권석현은 설레서 제 두 손을 비볐다.
“자! 그럼. 두 분의 입으로 듣는 소속 연예인들 자랑을 안 들을 수가 없겠죠? 우선, 양권창 대표님?”
“우리 애들이야······ 너도 알잖아. 노래 잘하지, 춤 잘 추지, 예능감은 또 장난 아니지.”
“어우, 예능감 장난 아니지.”
“쟤네는 배우 소속사라 예능적인 리액션이나 오디오를 못 채운다고. 특히 마이튜브는 더 자유롭게 해도 되잖아?”
권석현이 이 자리에 카메라를 설치한 것은, 대표들의 ‘내 새끼 잘났어요’를 따기 위해서였다.
양권창은 표정이 풀어져서 줄줄이 자랑거리를 늘여놓았다. 이서원을 디스하는 걸 잊지 않았다.
“너 지금 우리 배우들 무시하는 거냐? 창민이 형한테 연락한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석현아. 이건 편집. 알지?”
이러나저러나 반격당하는 건 양권창이었다.
“솔직히 이번 ‘출레크’에서 아스트라는 조금 걱정이긴 하다.”
“왜? 우리 배우들도 예능감 있어.”
“그건 알지. 근데 아무래도 이번 ‘출레크’는 젊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거라······.”
권석현은 문창민과는 여행 예능을 했었다. 그 외 아스트라 소속 배우들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아무래도 예능에서 배우들이 잘할까? 라는 선입견도 있었고.
“제이 씨는 어때? 요새 핫한데.”
“요새가 아니라 늘 핫했지. 너 우리 제이 씨 예능 안 봤어? 우리 피디님, 자료조사도 안 하네?”
“봤지. 다 봤어! 근데 다 멋있는 거만 나와서 예능적 재치는 아직 모르겠단 말이지.”
윤제이는 작품의 홍보 목적으로 여러 예능을 나가긴 했다. ‘솔져스K’라던지 다른 공중파 예능에서는 주로 몸을 쓰는 모습이 나왔다.
토크쇼에서 가끔 잘생긴 얼굴로 뻔뻔하게 드립을 치긴 했어도, 흐름을 이끌어가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건 네가 알아서 잘 포장해 줘야지. 난 의외로 뻔뻔하게 잘할 거 같은데.”
“으이그, 하여튼 윤제이만 나왔다면······.”
옆에서 양권창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근데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 서원형.”
“뭔데.”
“요새 회사 쇼핑하는 이유가 뭐야?”
사실 여태껏 이서원의 방식은 소수 정예였다. 자기 취향에 맞는 배우들을 망태기에 수집해서 광 푸쉬를 하는.
“비유하자면, 여태껏 예술 병에 걸렸던 거지.”
“예술 병?”
“내 첫 회사. 이웨스트 말이야.”
그가 일군 첫 회사는 여러 사정 때문에 대기업에 지분을 넘기고 물러났다.
하지만 이서원이 없는 회사는 점점 쇠락했고, 결국 그 회사를 다시 품에 안게 됐다. 이럴 거면 내가 몸집을 불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거다.
“나는 내 배우들을 소소하게 밀어주는 게 예술이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근데,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
“아하······ 그렇지. 난 형이 왜 처음부터 몸집을 안 불리나 이상했단 말이지.”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고, 감각이 뛰어나서 투자한 작품마다 히트작이다.
거기에 소속 배우를 밀어 넣어 금세 인지도를 올렸고. 그가 작정하면 배우 소속사 중에도 탑이 될 수 있었는데, 딱히 몸집을 불린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뭐, 이런저런 이유지.”
“이참에 막 대기업으로 불리지 그래?”
“그건 너무 갔다.”
사실 주된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그가 마침 매물이 나온 엘라인의 지분을 사기로 한 것은 윤제이 때문이다.
[제이 씨. ‘인터미션’ 보니까 공연도 잘할 거 같은데 나중에 해볼 생각 있어요? 팬 미팅이라거나······.] [팬 미팅은 꼭 하고 싶어요.] [아예 해외 투어도 해볼까요? 통계 보니까 아시아권 팬이 되게 많거든요. 일본이나, 태국, 싱가폴도 그렇고 중화권에서도······.] [해외 팬도 그렇게 많나요? 저야 뭐, 하면 좋죠.]배우 팬미팅은 보통 소규모로 이뤄지지만, 윤제이는 대중과 팬덤을 아우르는 배우로 성장했다.
게다가 윤제이는 춤도 되고, 노래도 되고, 연주도 되니 팬 미팅이 아니라 팬 콘서트가 될 거다. 그러려면 무대를 좀 진행해본 가락이 있는 회사가 좋겠지.
‘제이 씨가 팬 미팅 하고 싶다고 하니까. 팬들을 위해 앨범도 낼 생각도 있는 거 같고.’
사실 이 이유는 양권창과 권석현도 모른다. 아마 두 사람이 들었으면 어이가 없어서 말을 잃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