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7)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이 형 잘해요.(157/287)
이 형 잘해요.
박서아나 한태희처럼 예능 출연을 무서워하는 배우도 있었다.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분량이 잘 나올까? 같은 걱정이었다.
“제이, 너는 긴장 안 돼?”
“나? 글쎄······.”
윤제이의 평소 성격은 잔잔했지만, 그래도 제법 활동적이고 기본적으로 승부욕도 있었다.
한태희의 옆에서 백도경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이 형 잘해요.”
“그래?”
“네. 우리 ‘인터미션’ 홍보 예능 돌 때 이 형이 다 했잖아요.”
윤제이는 이상하게도 사는 동안 모든 게 그의 중심으로 돌아갔었다. 딱히 나서지 않아도 주변에서 알아서 나섰고, 알아서 잘 해결했다. 윤제이는 그저 뒤에서 가끔 행동만 하면 되었다.
물론 나서는 사람이 없으면 그가 나서기도 했다. 그는 주변 상황에 맞춰서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재주가 있었다.
“저! 피디님!”
“네! 서아 씨.”
“우리 저쪽 테이블로 가면 안 돼요?!”
“네, 안 됩니다. 어차피 팀 나눌 거예요.”
“네?”
박서아가 맨 끝의 아스트라 테이블을 보고 용기 내 외쳤지만, 권석현 피디는 고개를 저었다. 이윽고 스태프가 제비뽑기 통을 가지고 왔다.
“설마 랜덤?”
“네! 뽑기가 잘 된다면 같은 그룹끼리 붙겠지만, 기본적으로 여러분 그룹 다 흩어지게 될 겁니다. 다들 이참에 서로 친해져 보세요!”
총출연진은 30명, 6명씩 5팀으로 쪼개기로 했다. 다들 자신이 뽑은 번호대로 자리를 찾아갔다.
“잠깐, 창민이 형. 애가 몇 년생이지?”
“첫애가 02년생이지.”
“와! 아들 딸뻘이네!”
문창민은 자신의 자식뻘 아이돌들과 붙었다. 같은 배우끼리 붙기도 했고, 기적적으로 같은 멤버가 연달아 한 팀이 되기도 했다.
“야, 어떻게 팀이 저렇게 묶이냐.”
“와······.”
출연진들에게는 노안이 온 문창민을 배려해 가수들 리허설 때나 쓰는 큼직한 이름표가 상체에 묶여 있었다.
마지막, 제5팀.
그룹 다이스의 김데릭, 피리어드의 린즈샹, 콜린.
그리고 올해 데뷔한 여자 아이돌 그룹 에이원의 아라야, 나나미. 그리고 윤제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전원 한국 여권이 없었다.
“와, 윤제이 팀 좀 봐.”
“대박.”
권민재가 같은 팀 박서아에게 속삭였고, 윤제이는 제게 수줍게 인사를 거는 후배들을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안녕. 편하게 해. 편하게. 말 놓아도 되지?”
“네.”
그는 동생만 4명이었다. 오히려 어른보다는 이런 아이들을 대하는 게 편했다. 윤제이가 나서서 팀원들 하나하나 말을 붙이고, 기본적인 호구조사를 했다.
다행히 다이스의 김데릭은 활동 기간도 길고 한국어를 잘했다.
“근데 우리 너무 다문화인데? 피디님, 이거 괜찮은 거 맞아요?”
윤제이가 덤덤하게 말하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데릭, 너는 이런 예능 많이 해봤지? 나도 영상 몇 개 보긴 했는데······.”
“많이 했지. 형, 근데 우리 너무 불리할 거 같은데?”
그래도 곧 데뷔 10주년이라고 방송 짬이 찬 김데릭이 손을 번쩍 들었다.
“피디님! 이 팀으로 쭉 가요?”
“네! 오늘 하루 종일입니다!”
“와, 게임 중에 무슨 속담 맞히기 이런 거 있는 거 아니죠?”
“있을지도 모르죠? 많이 곤란하실 겁니다.”
권석현이 히죽 웃었다.
“와 그러면 우리 망한 거 아닌가? 어떡해 형?”
“아직 망했다고 단정 지으면 안 되지.”
김데릭이 윤제이를 올려다보았다. 다른 팀원들도 불안해서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윤제이는 권석현 피디 앞으로 걸어갔다.
“잠시만요, 여러분. 인간적으로 우리 팀은 좀 봐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제이 씨, 벌써 정치 들어가나요?”
“아니, 정치라뇨. 사실이 그렇잖아요. 저 친구들을 보세요. 우리 다 한국 여권 없어요. 타지에 와서 고생하는 저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세요.”
윤제이는 무슨 선거에 나설 것처럼 비장하게 말했다. 같은 배우들이 중얼거렸다.
“이 와중에 호흡 끊는 거 봐라.”
“와, 연기력을 저기다 쓰네.”
권석현도 잠깐 넘어갈 뻔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당신 윤제희잖아. 한국 여권 있는 거 아니었어?
“잠시만요, ‘제희’씨. 한국 여권 없어요?”
“포기했죠. 군대 가야 해서······.”
한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외국인이 군대에 입대하기 위해 외국 국적을 포기하는 경우는 봤어도, 그 반대의 경우는 처음 들어본다. 그 엉뚱한 아이러니에 실소가 터졌다.
그동안 윤제이는 홱 돌아서서 자신의 팀원들을 부추겼다.
손가락을 눈가에 휘저으면서 눈물을 흘리라는 듯,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라고 표현했는데, 그걸 알아들은 팀원들의 표정이 슬퍼졌다.
“어, 어떡해!”
“귀여워!”
데릭은 윤제이와 네 살 차이고, 다른 팀원들은 2001년생에서부터 2010년생까지 연령대가 무척 어렸다.
그런 아이들이 작정하고 저러는데 안 넘어갈 사람이 있을까? 특히 문창민은 자식뻘인 아이들을 보며 허허 웃고 있었다.
윤제이도 그걸 노렸다. 그가 남몰래 씨익 웃는 것을 권석현이 포착했다.
‘이런 면도 있었네?’
권석현은 먼저 나서는 윤제이의 모습에 ‘이런 예능적 센스도 있다니······’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동안 윤제이가 예능에서 보여준 모습은 토크 쇼에서 툭툭 던지는 타율이 좋았긴 했어도 ‘솔져스K’에서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몸을 쓰는 게 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거 베네핏 안 드리면 우리가 너무 쓰레기가 될 거 같잖아요.”
체념한 권석현의 말에 외국인 출연자들이 환호했다.
“좋아요, 그럼 제이 씨 팀은 깍두기로 해 드릴게요.”
“베네핏 어느 정도 주실 거예요?”
“한 세 번 정도는 봐주는 거로······.”
“다섯 번은 해 주셔야죠.”
“에이, 다섯 번은······ 다른 팀은 괜찮으세요?”
갑자기 문창민과 권민재가 반발했다. 세 사람은 격의 없이 친한 사이라서 서로를 저격하는 것으로 예능 컨셉을 잡자고 미리 합의한 상태였다.
“잠시만, 윤제이 쟤 게임 잘해.”
“맞아요. 권 피디님 아시잖아요. 어제 우리 회사에서 쟤가 고요 속의 외침 다 씹어먹는 거.”
“그래도 팀플은 다르지.”
다른 팀의 소소한 반발이 있었지만, 협상 끝에 네 번은 봐준다는 권석현 피디의 약속을 받고 돌아왔다.
다들 환호하며 손을 들었다. 그 손에 윤제이가 하이 파이브를 했다. 벌써 팀 분위기가 좋았다.
“근데 깍두기가 뭐야? 뭐에요?”
린즈샹은 대만 출신이고, 나나미는 일본, 아라야는 태국 출신이다.
교육을 잘 받아서인지 한국어를 제법 구사하긴 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약하겠구나. 윤제이는 잠깐 고민하더니 각자의 언어로 설명했다.
“오······ 옆에 들었어요?”
“뭐야, 동시통역사야?”
옆 팀 박서아가 놀라서 윤제이를 쳐다보았다. 그는 막힘 없이 다른 언어를 구사하면서 눈높이로 설명했다.
“아! 그런 거구나!”
“형, 우리말 많이 잘하시네요.”
각자의 모국어로 설명을 들은 그들이 놀라서 윤제이를 쳐다보았다. 한국어를 배우긴 했어도 아직은 한계가 있었다.
그동안 이런 예능 촬영에서 이해 못 하는 게 있으면 그냥 넘어가고, 주변 사람이 웃으면 따라 웃었다.
이렇게 모국어로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촬영에 벌써 재미가 붙을 거 같았다.
“이따가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도 돼.”
“진짜요?”
“진짜.”
윤제이는 별거 아니라는 듯 웃었다.
사실 그동안 잠이 잘 안 왔다. 그래서 존 도에게 부탁해 이런저런 자료를 받아 새벽을 지새웠다. 그러니까, 언어 팩과 문화 팩이 델타였던 시절보다 더 업데이트됐다는 거다.
“콜린, 너는 이해했어?”
“얘한테는 내가 했어. 우리 팀명은 뭐로 할까?”
호주 출신인 콜린에게는 김데릭이 설명했다. 그는 다이스에서 예능 멤버였다. 윤제이와 김데릭이 주축이 되었다.
“와!”
“대박. 분위기 바뀌는 거 봤어?”
각 팀에 배우들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서 첫 게임인 명대사 맞히기는 배우들의 연기 파티를 보여주었다. 윤제이가 활약했다.
“가위 바위, 보!”
“져, 졌······!”
“땡!”
“아아!”
이윽고 다른 팀원들도 의욕적으로 게임에 임했다. 하지만 의욕과 실력은 별개였다.
행동과 말을 다르게 해야 하고, 순발력이 청개구리 가위바위보는 윤제이 외에 다 실패했다.
“아, 이길 수 있었는데. 이런 건.”
“괜찮아. 잘했어.”
실망하는 팀원들을 격려하면서 아라야의 어깨에 담요를 걸쳐주었다.
아라야가 놀라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까 춥다고 한 얘기를 들으셨나? 하지만 윤제이는 별거 아니라는 듯 다른 팀원들과 웃으며 대화했다.
‘매너도 좋아.’
이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작가는 거의 사랑에 빠진 듯한 눈빛으로 윤제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윤제이는 티 나지 않게 팀원들을 배려했다. 제 간식을 양보하고, 먼저 나서서 물을 가져다주면서 병뚜껑을 따 주기도 했다.
‘이런 거로 편집을 잡아도 되겠는데? 막 유죄 인간, 이런 거로.’
아무래도 배우들의 예능감이 걱정되어서 배우들 중심으로 직캠을 배정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장면을 많이 건졌다.
그동안 윤제이는 특수부대 출신들을 제압하는 등 멋있는 것만 보여줬는데, 지금은 예능적 위트도 챙기면서 잔잔한 행동만으로 멋있는 게 보였다.
“잠시 쉬었다가 갈게요!”
권석현 피디의 말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을 가거나 자유 시간을 가졌다. 윤도화는 벌떡 일어나 윤제이에게 다가갔다.
“오빠! 미리 얘기해주지!”
“너 놀라게 해 주려고 했지. 잘 지냈어? 앨범 활동 끝났지?”
화장실에 가거나 자신의 아이돌 팀으로 돌아간 팀원들의 빈자리가 순식간에 채워졌다. 플라바의 다섯 멤버와는 제법 친분이 두터웠다.
“오빠, 여기 봐봐. 사진 찍게.”
“도준이 보여주게?”
“응.”
“너넨 왜 이런 거로 경쟁하는 거야? 내가 뭐라고.”
“재밌잖아.”
윤도화가 씨익 웃으며 같이 찍은 셀카를 윤도준에게 전송했다.
“바로 톡 온다에 천원 건다.”
“난 바로 영통 건다는 거에 건다.”
“어? 와 진짜 영통 왔어!”
“봤지?”
윤제이도 윤도화의 윤도준 놀리기에 냉큼 동참했다. 이러나저러나 해도 사이좋은 오누이였다.
그는 윤도화가 영상 통화로 윤도준을 약 올리는 동안 다른 플라바 멤버들에게 말을 붙였다.
“지아, 너도 연기 시작했다고 했지?”
“어? 어! 네!”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도 돼.”
“그래도 돼요?”
“근데 사실 도움은 잘 안될 거야.”
아무래도 경험을 섞는 연기다 보니 참고할 건 없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조언은 줄 수 있을 것 같아.
‘같은 팀 되고 싶었는데······.’
성지아는 아쉬운 눈빛으로 윤제이를 바라보다가 플라바 멤버들과 함께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 빈 자리를 권민재가 앉았다.
“권민재, 너 잘하더라.”
“너도 잘하던데? 근데 게임 두 개 했는데 왜 이리 힘드냐.”
“나도.”
“창민이 형은 거의 뭐 날아다니던데?”
“저 형 은근 뻔뻔하게 잘해.”
두 미남 배우가 나란히 앉아있자, 은근한 시선이 꽂혔다. 남몰래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포즈를 취해주었다.
“형!”
“형준아, 오랜만이야. 견우랑 같은 그룹이었어?”
“이거 봐. 후배, 동생한테 관심 없다니까?”
“그런 거 아니야.”
자유 시간도 자유 시간이 아니었다. 휴식하는 출연진들에게 VJ가 붙어서 이런저런 인터뷰를 따고 있었다. 윤제이와 권민재도 예외는 아니었다.
“잘 아는 사이인가 봐요?”
“형준이랑은 드라마 ‘백스테이지’에서 만났고, 견우와는 이번에 드라마 ‘기억의 끈’에서 같이 작품 했어요.”
“민재 씨도요?”
“저는 형준이랑 영화 하나 찍었어요. 제목은 아직 밝힐 순 없고.”
돌 배우들과도 접점이 꽤 상당했다. 어느새 정신 차려 보니 윤제이를 중심으로 배우들이 모이고 있었다. 박서아는 엘라인 엔터의 신인 남녀 배우 두 사람을 데리고 그를 찾았다.
“누나.”
“오랜만이야. 얘들이 너희한테 하고 싶은 말 있대.”
“음?”
두 사람이 쭈뼛거리더니 감정에 북받친 목소리로 토로했다.
“······저, 선배님들.”
“네?”
“진짜 팬이에요.”
“아, 감사합니다.”
권민재와 윤제이가 황송하다는 듯 일어나서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의 행동이 그럴싸하게 맞아떨어졌다.
“저 진짜 두 분 필모 다 봤어요.”
“저 대학 때 ‘어린이’도 보고······.”
“그게 아직도 연영과 필수 영화인가요?”
“네. 교과서에요.”
윤제이는 괜히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윤제이 선배님께 개인적으로 감사하고 싶은 것도 있는데.”
“뭔데요?”
엘라인의 남자 배우는 신인이지만 나이는 20대 후반이었다. 그는 ‘윤제희 특별법’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음, 여기서도 그 법인가. 윤제이는 괜히 멋쩍어져서 두 손을 모아 입가를 가렸다. 권민재는 옆에서 씨익 웃었다.
“나도 그 법의 구원을 받았지.”
“진짜요?”
“몰랐어요?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나오는데.”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데, 간식으로 나온 자두 사탕이 눈에 밟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