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8)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네가? 나를?(158/287)
네가? 나를?
“자, 우리 프로그램의 간판이죠? 다음 게임은 ‘고요 속의 외침’입니다.”
잠깐의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게임이 시작됐다.
“팀 ‘다문화’는 누가 어떤 역할 맡으시나요?”
“나나미가 스케치북 넘기고, 아라야가 문제 내고 제이 형이 맞히기로 했습니다.”
김데릭이 상황을 정리했다. 그런데 다른 팀에서 반발했다.
“잠시만요!”
“타임!”
“창민 씨, 민재 씨. 왜 그러세요?”
“윤제이가 문제 맞히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봅니다.”
내가? 왜? 저격당한 윤제이는 당황해서 권석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어깨의 문창민의 팔이 둘렸다.
“석현아. 어제 봤잖아. 얘 입 모양 다 읽어, 얘 CIA랑도 같이 일한 놈이야.”
“그걸 형이 어떻게 알아?”
“반응 봐······ 진짜였어? 그냥 막 던진 건데.”
당황한 윤제이의 모습에 문창민도 당황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튼, 정겨운 배우들의 주장에 역할이 바뀌었다.
“그럼, 제이씨가 문제 내는 거로 하실래요?”
“네.”
윤제이와 아라야가 마주 보며 앉은 뒤 블루투스 헤드폰을 썼다. 노이즈 캔슬링된 헤드폰에서 큰 트로트 음악이 흘러나왔다. 정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팀 ‘다문화’는 깍두기니까 문제의 난이도를 조금 낮춰봤어요. 다들 괜찮으시죠?”
“네!”
“그럼······ 시작해주세요!”
권석현의 사인에 나나미가 스케치북을 넘겼다. 문제 단어를 본 윤제이의 입에서 생소한 언어가 터졌다.
이런 게임을 하면 무심코 목소리가 커지게 되는데, 어차피 근본적인 부분은 입 모양을 읽는 거기 때문에 윤제이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뭐야?”
“자, 잠깐만. 타임!”
이번엔 백도경과 한태희가 나섰다. 그는 윤제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니 형, 여기서 태국어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 형이랑 아라야밖에 없잖아요.”
“맞아. 이러다가 외국어로 스케치북에 쓴 단어 그대로 알려주면 어떡해?”
권모술수가 남발하는 현장에 권석현이 빵끗 웃었다. 지금까지 촬영분으로도 쓸 만한 게 넘치는데, 자꾸 소스가 넘쳐난다.
정 많은 아스트라 소속 배우들의 지적에도 윤제이는 ‘제가 뭘 잘못했나요?’라는 듯한 얼굴로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제이 씨, 변명 해 보세요.”
“어······.”
“으잉?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윤제이의 입에서 이상한 외계어가 흘러나왔다.
그가 남들과는 다른 재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긴 했다. 외국인 팀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언어를 바꿔가며 동시통역을 하다보니, 잠깐 혼선이 온 것이다.
윤제이가 고개를 가볍게 털었다.
“아, 이게 아니지. 헷갈리네.”
“저 형 언어 팩 고장 났다.”
“버그 났네!”
예상외의 엉뚱한 모습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냥 얼굴만으로도 재미있는데, 다른 면으로도 재치가 있으니 사람을 저절로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한국어로 해주세요.”
“넵.”
윤제이는 시무룩해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래도 큰 덩치는 가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게임을 다시 진행했다.
“실패! 경품 하나 빼겠습니다.”
“왜 빼세요? 지금까지 연습 게임이었잖아요.”
“네. 네?”
너무도 자연스러운 화법에 넘어갈 뻔한 권석현이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아니 연기력을 여기서 낭비하시네.
“와 나도 넘어갈 뻔했어.”
“너무 자연스러운 거 아니야?”
다른 출연진들도 마찬가지였다.
“제이 씨, 연습 게임은 아까 했잖아요.”
“아, 그래요? 그럼, 여기서 이거만 빼는 거죠?”
고급 과일 선물 세트 중에 큼직한 샤인 머스캣 하나만 뺐다. 그 말투가 또 너무 자연스러웠다.
“네······ 아니, 잠시만요. 선물 세트니까 바구니째로 빼야죠. 와, 또 넘어갈 뻔했네.”
윤제이는 쉬지 않고 함정 카드를 만들었다. 또 넘어갈 뻔한 권석현 피디가 더는 안 되겠다는 듯 외쳤다.
“팀 ‘다문화’ 경고입니다.”
“저희 아직 베네핏 남은 거 아시죠? 그거로 까 주세요.”
“으으······!”
고단수 예능 피디인 권석현을 잠시나마 말려들게 했다. 출연진들이 흥미진진한 구경거리가 생긴 듯 두 사람의 설전을 바라보았다.
문창민도 통쾌하다는 듯 웃고 있었다. 그는 권 피디와 여행 예능을 찍었을 때 권 피디의 계략에 놀아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되게 뻔뻔하게 사기 잘 치신다. 원래 이런 캐릭터였어요?”
“제가 뭘요?”
윤제이는 여유로운 듯 미소 짓고 있었다.
그는 그동안 작품 홍보 예능에서나 잠깐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렇게 작정하고 판을 깔아줘도 제법 잘했다.
게다가 적당히 치고 빠져서 그런지 신기하게 이미지가 망가지지도 않았다.
***
“와, 힘들어.”
“배고프다.”
권석현은 방송계에서 게임에 미친 피디라 불리는 사람답게 지치지도 않고 여러 게임을 진행했다.
게임을 진행한 카페의 바로 뒤에 그들이 하루 묵을 수련원이 있었다. 제작진이 미리 방을 나눠놨는데, 윤제이는 권민재랑 같은 방이었다.
“도경이 어떡하냐.”
“왜, 왜?”
“창민이 형이랑 같은 방이면 밤새 술 먹어야 하는데.”
권민재의 농담에 뒤따라오던 문창민이 버럭 소리쳤다.
“야! 누굴 주정뱅이로 만들고 있어!”
“어차피 선배님 피부과 시술해서 술 못 먹을걸?”
“아냐 이제 먹을 수 있어.”
“으이구, 술 적당히 드세요.”
문창민은 까마득한 후배들의 핀잔에도 사람 좋게 웃었다. 이래서 다들 문창민을 좋아했다. 물론 후배들도 선 넘는 장난은 하지 않았다.
“오빠 몇 호야?”
“203호.”
윤제이가 연기력과 교묘한 화법으로 제작진을 혼란하게 했다면, 윤도화는 모든 게임을 단번에 성공시킨 에이스였다.
그래서 권석현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개사기 남매’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오, 다행이다.”
“왜? 넌 207호네?”
“우리가 좀 시끄러워서. 멀리 떨어지는 게 좋거든. 이따 봐.”
“그래.”
윤도화가 팔랑팔랑 제 멤버들과 방을 찾으러 갔고, 윤제이도 권민재랑 함께 방에 들어섰다.
“와, 꽤 넓네?”
“그러게.”
권민재가 힘들어서 방바닥에 주저앉은 사이, 가방을 내려놓은 윤제이는 방을 살폈다. 화장실은 깨끗하고 제법 넓었다.
그리고 자신을 찍는 카메라에 손을 흔들었다.
‘개인 방에도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구나.’
그리고 붙박이장을 열어 안을 살폈다. 마지막으로 창문을 열어서 밖을 바라보았다.
그 일련의 행동을 지켜본 권민재가 넌지시 물었다.
“그건 습관이야?”
“음? 뭐가.”
“낯선 장소 오면 그러는 거. 전에 촬영장도 한참 둘러보지 않았나?”
“아······ 습관이야.”
약간의 강박증 같은 거다. 모든 점검이 끝난 윤제이가 권민재의 옆에 앉았다.
“너 오늘 텐션 높더라?”
“예능이잖아. 조금 과하게 했지.”
“그것도 연기를 섞은 거야?”
“글쎄······.”
윤제이는 말을 흐렸다. 굳이 작품에서뿐만 아니라 예능에서도 상황에 맞춰 연기를 하면 됐다. 그가 가면을 바꿔 끼우듯이.
하지만 나중에는 꽤 재밌어서 연기고 뭐고를 떠나서 그냥 즐겁게 촬영했다. 그는 군에 있을 때나 소방관이었을 때의 동료들 사이에는 이런 허물없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했다.
“이게 내 원래 모습인데?”
“그래?”
“왜?”
“아니, 보기 좋아서.”
자신이 윤제희임을 밝힌 이후에는 의외의 모습도 종종 보여주곤 했다. 그 변화가 나쁘지 않았다.
권민재는 피곤하다며 베개를 가져와 바닥에 누웠다.
“그래서, 자두 사탕이 ‘바이올린’ 때였다고?”
“응. 너 나 어릴 때 봤다고 하지 않았어?”
그때는······ 윤제이는 기억을 더듬어 보려는 듯 눈을 약간 좁혔다.
“내가 널 기억하는 건 ‘위기의 가정’ 때였거든. 그때인 줄 알았지.”
“그게 ‘바이올린’보다 늦게 촬영했었나?”
“그랬지. 그 작품이 당시 마지막 연기 시도였거든, 뭐. 잘 안됐지만······.”
<위기의 가정>은 윤제희가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시도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역시 공황 발작이 와서 촬영을 중단해야 했다.
[윤제희 요즘 어때요?] [애가 영······ 이상하던데? 벌써 스타병 걸린 건가?] [그럴 리가요. 슬럼프겠죠.]<바이올린>이후부터 업계에는 윤제희가 이상하다는 얘기가 돌았었다. 천재라는 수식어에 어울리지 않게 ‘애 같다’라고.
궤변이었다. 진짜 애가 맞았지만, 당시에는 기대하는 사람이 워낙 많았었다.
그래도 천재 아역이라는 것을 이용해 홍보 효과를 노리려고 했던 <위기의 가정> 제작진은 윤제희를 과감히 캐스팅했었다.
“우리가 생각보다 더 일찍 만났었구나.”
하지만 윤제희는 또 촬영에 지장을 줬고, <위기의 가정> 제작진은 이럴 줄 알고 대타를 준비했는데, 그게 권민재였다.
“사실 그때 너 좀 부러웠는데.”
“네가? 나를?”
권민재는 놀라서 윤제이를 쳐다보았다. 부러워할 사람은 나지 네가 아니지 않나?
[민재야 할 수 있지?] [아 역시······ 그냥 얘를 불렀어야 했는데.]윤제이는 과거를 회상했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호흡이 가빠졌다. 스태프가 이거밖에 못 하냐면서 윽박질렀는데, 어머니에 의해 집으로 향하면서도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던 어린 권민재가 생각났다.
“나도 그때 연기를 잘하고 싶었거든. 근데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으니까······ 근데 넌 그런 시선을 받아도 의연하게 잘하는 거 같더라고.”
“그랬었어?”
권민재는 잠시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난 네가 더 부러웠는데.”
“왜?”
“그냥, 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이냐며 추궁하지도 않았고, 딱히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아도 어떤 말을 하는지 어렴풋이 알 거 같기에 말이 없음에도 어색하지 않았다.
윤제이는 어린 권민재가 자신과 비교당하고 대타 취급을 받은 걸 잘 알았고, 권민재는 윤제이가 어떤 몰매를 맞고 사라졌는지 다 이해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자신도 법의 혜택을 받았으니까.
누구의 탓도 아니고, 게다가 두 사람은 이제 와 이런 걸 얘기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걸 안다.
“세월이란······.”
“그러게.”
“이렇게 말하니까 우리 되게 늙은 거 같지 않아?”
권민재의 말에 윤제이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늙었지. 아저씨지.”
아마 다른 남자들이 들으면 무슨 개소리냐고 할 법한 대화였다. 두 사람은 타고난 외모도 외모인데 관리도 잘해서 아저씨라 불리기에는 조금 어색했다.
(아아, 출연진 여러분. 밖에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휴식 뒤에 간단한 게임을 진행할 거니까 맛있게 드세요.)
“또 게임해?”
“권 피디님이 원래 게임 중독자래.”
“우리 미국 갈 때도 이러려나?”
“아마 그러지 않을까.”
두 사람은 권석현이 연출하는 KETV 예능에 출연하기로 이미 얘기가 다 된 상황이었다. 미국에 가서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를 가로질러 로드 트립을 하는 여행 예능이었다.
“너나 나 말고 다른 출연진 얘기는 없었어?”
“아직 비밀이라고 하시던데.”
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감싸는 걸까. 두 사람은 의문을 품으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맛있게 드세요.”
“얘들아! 이리 와!”
출연진들은 밥차에서 밥을 받아다가 큰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팀끼리 앉기도 했고, 들어온 순서대로 앉아서 가벼운 대화를 하기도 했다.
윤제이는 이런 분위기에서 과거의 향수를 느꼈다. 군에 있을 때나 소방대에 있을 때 이렇게 단체로 식사했었지.
‘산책이나 할까.’
밥을 다 먹고 기지개를 켠 윤제이는 같은 ‘다문화’팀이었던 남자 아이돌 그룹 피리어드의 콜린과 린즈샹 그리고 멤버들이 뒤에 있는 것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저, 형.”
“응. 뭐 부탁할 거 있어?”
“네. 저희 다음 주에 컴백하는데요, 챌린지 영상을 찍어줄 수 있으실지······.”
피리어드이 리더는 쭈뼛거리면서도 할 말을 다 했다.
윤제이는 너무 대선배고, 배우이기에 이미지 소모도 클 거 같고······ 고민했는데, 린즈샹과 콜린이 너무 좋은 형이라고 말해서 용기를 낸 것이다.
“그, 버스터 선배님들이랑 플라바 선배님들 챌린지는 잘해주시는 거 같아서.”
너무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게 아닐까? 동생만 해주는 거 아닌가?
하지만 윤제이는 걱정과는 다르게 흔쾌히 수락했다.
“아아. 나야 좋지.”
“진짜요? 아싸!”
“영상은 있어?”
“네!”
그의 주위로 피리어드 멤버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윤제이는 린즈샹이 건넨 태블릿 패드에서 그들이 했던 안무 연습 동영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너희 멤버들 다 온 게 아니었구나.”
“네 저희 컴백도 코앞이고, 아무래도 애들이 너무 많아서······.”
“음, 됐다. 어디서 찍을래?”
“버, 벌써요?”
“응. 벌써.”
윤제이에 관한 얘기는 윤도화에게 미리 들었다. 하지만 얘기로 전달해 듣는 것과 직접 체험하는 건 달랐다. 어떻게 한 번만 보고 따라 하지?
하지만 윤제이는 어렵지 않게 피리어드 멤버들과 함께 챌린지 영상을 찍었다. 안무를 헷갈리지도, 날리지도 않고 완벽히 따라 했다.
“영상 잘 나온 거 같아?”
“네. 더 안 찍어도 될 거 같아요.”
“와, 그거 하나 보고 바로 안무를 따시네.”
“그러니까.”
그들이 모여서 방금 찍은 영상을 확인할 때, 윤제이의 귀에 비명이 들렸다.
“꺄아아악!”
그는 반사적으로 비명이 들린 곳으로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