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9)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별일 아니었어.(159/287)
별일 아니었어.
사실 피리어드의 챌린지 영상을 다 찍은 뒤 노래 좋다, 잘될 거 같다. 같은 소감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비명에 윤제이는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뭐지?”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
피리어드 멤버들이 어리둥절하는 사이 이미 윤제이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방만 살핀 게 아니라 수련원 전체를 이미 다 파악했었다.
긴 다리로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 단번에 2층의 복도에 다다른 윤제이는 다시 비명이 들리는 곳으로 다가갔다.
“꺄악!”
“악! 어떡해! 악!”
“누가, 좀······!”
207호? 도화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윤제이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여자들의 방을 함부로 벌컥 열 수도 없는 일이다.
“악!”
마침 문이 열리고, 플라바 멤버들이 쏟아져 나왔다. 문 앞에 있던 윤제이의 품에 뛰어든 모양새가 되었다.
“······헉!”
뜬금없는 누군가의 체온에 위를 올려다본 플라바 멤버들이 놀라서 뒤로 한 걸음 떨어졌다. 윤도화만이 윤제이의 팔을 붙잡고 방방 뛰었다.
“무슨 일이야?”
“오빠! 벌레! 벌레! 완전 커!”
“아······.”
벌레였구나. 윤제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별거 아니라서 다행이다.
“들어가도 돼? 휴지 있어?”
“오빠가 잡아줄 거야? 여기.”
윤도화가 냉큼 손에 든 휴지를 내밀었다. 나름 리더라고 나서서 벌레를 퇴치하려고 했는데, 역시 겁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방이 조명과 천장에 몸을 부딪치며 날갯짓하고 있었다.
‘무슨 주먹만 하네.’
윤제이는 뒤를 슬쩍 훑어보았다.
성지아를 포함한 플라바 멤버들이 머쓱해져서 괜히 손으로 앞머리를 빗거나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겨우 이런 거로 호들갑 떤 자신들에 관한 부끄럼이었다.
게다가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도망친 게 보였다. 윤제이의 입이 열렸다.
“엄청 큰데? 무서워할 만하네.”
“그치?”
“이런 건 나도 처음 봐. 너무 커서 죽이지는 못하겠는데?”
자신도 놀랐다고. 부끄러운 게 아니라, 충분히 무서워할 만하다고 격려하는 것 같았다.
말과는 다르게 행동은 재빨랐다. 워낙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길어서 까치발에 팔만 뻗어도 천장에 닿았다. 창문을 열어 나방을 밖에다 던진 그가 가볍게 손을 털고 복도로 나왔다.
“가, 감사합니다.”
밖에서 안절부절못하던 플라바 멤버들의 긴장된 몸이 풀어졌다. 그들이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근데 어떻게 알고 우리 방까지 왔어?”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없으니 됐다.”
윤제이는 윤도화의 머리를 헤집고는 제 방으로 돌아갔다. 뭔가 맥이 빠져버려서 산책할 생각은 사라졌다.
“무슨 일 있었어? 밖이 시끄럽길래.”
“별일 아니었어. 스트레칭할래?”
“스트레칭? 그럴까.”
윤제이와 권민재는 갑자기 방바닥에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같은 시간, 다른 방의 출연진들도 식사 후 짧은 휴식 시간을 가졌다.
7인조 남자 그룹인 다이스는 오랜 공백기였다. 미리 다녀온 박견우와 이형준 그리고 외국 국적의 김데릭 외에 전원이 아직 군대에 있었다.
“아! 맞다!”
“아이, 깜짝이야. 왜?”
“제이 형한테 운동 루틴 물어본다는 거 까먹었어.”
각자 다른 방으로 갔지만 다른 출연진 얘기는 끊임없었다.
같은 소속사 가수들끼리도 교류가 없는 편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생각하는 배우들은 정말 신비주의였다.
하지만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고유진과 한태희는 도도할 줄 알았는데 털털했고, 후배들을 잘 챙겼다.
대배우 문창민도 자식뻘 아이들을 잘 챙겼고, 권민재와 윤제이도 나설 땐 나서고 다른 팀원들을 잘 살폈다.
“아까 게임 재밌었어. 너 팀 어디였지?”
“권민재 선배님 팀.”
“나 진짜 그 선배님 영화 드라마 다 봤는데.”
“······잘생겼어.”
에이원 멤버들이 순수하게 감탄했다. 다른 감정이 섞이지 않은 여고생의 리액션이었다.
그들은 데뷔한 지 두 달밖에 안 됐고, 아직 연예인이라는 자각은 없었다. 그래서 같은 팀의 선배들은 자신들보다도 정말 연예인 같았다.
그러고 보니 잘생김이라면 뒤지지 않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에이원의 다른 멤버들이 두 외국인 멤버를 바라보았다.
“너희는 어땠어?”
아라야와 나나미는 아직 한국어에 익숙지 않아서 이런 방송에는 소극적이었는데, 오늘 보인 모습은 활발하게 앞으로 나서기도 했고, 제법 분량도 많이 땄었다.
다른 멤버들은 두 사람이 이 예능에 나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했다. 언어의 장벽 때문이었다.
“너무 좋았어. 선배님이 배려 많이 해 주셨어.”
“선배님? 어떤 선배님?”
“윤제이 선배님. 오길 잘한 거 같아요.”
“어떻게 해 주셨는데?”
멤버들이 서로를 쳐다보다가 은근슬쩍 아라야와 나나미에게 질문했다. 카메라에는 잘 담겨 있지만, 다른 팀이라서 아직 멤버들은 몰랐다.
“선배님이······.”
아라야와 나나미는 같은 팀이었던 윤제이를 떠올렸다.
춥다거나, 목마르다고 혼잣말을 했을 뿐인데 어느새 그가 담요나 물을 준비해 주었다.
그렇다고 ‘내가 널 이렇게 배려해줬다’라는 티는 절대 내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 모습에서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
[네가 해볼래?] [제가요? 질 텐데······.] [져도 돼. 괜찮아.]게다가 윤제이는 자신이 나설 때만 나서고 적당히 뒤로 빠져서 다른 팀원들을 격려해 분량을 톡톡히 챙겨주기도 했다.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라고 해서, 하셔서. 우리말로 설명도 잘해주시고.”
“맞아. 나 옆 팀이었잖아. 옆에서 다 들리더라.”
“어떻게 그렇게 다른 언어를 잘하시지?”
게다가 워낙 잘생기고 키도 커서 저도 모르게 시선을 잡아끌었다.
윤도화는 자주 넘어지는 편이었는데, 윤제이는 어디선가 나타나서 그녀를 부축해 주기도 했다.
“······도화 언니 부럽다.”
“언니도 오빠 있다고 하지 않았어?”
“우리 오빠는 다른 생물체야. 그런, 이상한 슬라임 같은······.”
그 말에 멤버들 전원이 자지러졌다.
(아아, 여러분. 잘 쉬고 계신가요? 이번 야식 게임은 배우팀과 아이돌팀으로 나눠서 진행합니다······.)
출연진들이 잠깐 쉬는 것을 못 보는 것인지, 게임에 미친 권석현 피디가 팀별로 따로 호출해 게임을 진행했다.
아이돌 팀은 각자의 팀으로, 다이스와 장종우가 같은 팀으로, 그리고 배우 열 명이 떼로 모였다.
“또 게임 해?”
“진짜 지긋지긋한 거 아시죠. 피디님?”
“어쩔 수 없어요. PPL의 시간이라.”
배우들은 권석현이 내는 게임을 제법 성실하게 참여해서 여러 야식과 주류를 받아 갈 수 있었다. 제작비에 허덕이는 권석현을 위해 PPL 물품으로 간단한 광고를 찍기도 했다.
“아직 잠 안 오는 사람은 내 방으로 올래? 야식 땄는데 한잔해야지?”
“갈게요.”
윤제이가 냉큼 대답했다. 어차피 잠도 안 오는데, 차라리 시끄럽게 누군가와 대화하는 게 나았다.
문창민과 백도경의 방은 가장 연장자가 끼어 있어서 그런지 넓었다. 배우들이 경품으로 딴 야식과 주류를 중앙에 두고 수다를 떨었다.
“저희도 들어가도 될까요?”
“와!”
“들어와.”
배우들뿐만 아니라 잠이 안 오는 가수들까지 하나둘씩 합류했다.
엘라인의 개국공신 이터널 출신 가수인 장종우, 다이스의 세 멤버.
그리고 피리어드에서도 성인 멤버가 왔는데, 플라바보다 후배들이지만 연령대는 플라바보다 높았다. 플라바가 나이에 비해 일찍 데뷔한 셈이다.
“수련회 온 거 같아.”
“저도요. 대학 엠티 이후로 이런 분위기는 처음인 거 같아요.”
심지어 그들이 하루 묵는 수련원은 폐교를 개조한 거였다.
“종우가 89년생이지?”
“네, 선배님.”
“제이랑 민재보다 형이네.”
장종우는 벽에 기대앉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윤제이와 권민재는 편하게 형이라고 부르겠다고 했지만, 어쩐지 어색했다.
“아니, 저 두 사람한테 형이라 불리니까 기분 이상해.”
“저기 두 사람만 화질 다른 거 같지 않아요?”
“저 여유로운 미소 봐.”
이제 이런 외모적인 칭찬은 익숙해서 권민재와 윤제이는 뻔뻔하게 좌중을 살폈다.
이윽고 고유진이 장종우에게 질문했다. 다들 팀 단위거나 서로 친분이 꽤 있었는데, 장종우만 혼자 떨어진 게 신경 쓰여서 그랬다.
“종우 너는 언제 데뷔했었어?”
“2016년이요.”
“와, 그때 나 뭐 했었더라?”
문창민의 발언은 자칫하면 꼰대가 될 수 있었지만, 그 시기에 다들 뭘 했는지 공통의 화제를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배우들은 그때 찍었거나 개봉한 작품들을 말했고, 가수들도 그때 활동했거나 막 연습생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꺼냈다.
“제이, 너는 그때 뭐 했었어?”
“그때면······ 아마, 전역했을 때였죠?”
윤제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썩 유쾌한 해는 아니었다. 마지막 작전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해 병원 신세를 졌고, 끝내 군을 관둬야 했다.
“오. 우리끼리 있어서 말인데, 군대 썰 같은 거 얘기해 주면 안 돼?”
“군대 얘기? 종우 형. 저기 여성분들 질색하는 거 봐요.”
고유진과 한태희 그리고 박서아가 눈살을 찌푸리는 게 보였다. 장종우가 호들갑을 떨며 사과했고, 장내는 웃음이 터졌다.
“우리 피리어드 친구들은 나이가 어떻게 돼요?”
“저 2001년생입니다.”
“와, 나 그때 데뷔했는데. 맞다. 얘들 다음 주에 컴백한대요.”
“한창 바쁠 때 아니야? 고생 많이 하네.”
그렇게 새벽까지 왁자지껄하게 떠들다가 각자 방으로 해산했다. 권민재는 피곤한지 바로 누웠고, 윤제이는 머뭇거리다가 벽에 기대앉았다.
“잘자.”
“그래. 자라.”
불을 끄고 가만히 생각에 잠긴 윤제이가 창문을 바라보았다. 권민재는 금세 곯아떨어졌다.
자신은 잠에서 막 일어났다거나 무방비한 상태일 때 자주 이성을 잃었다.
한진우를 건드리고 윤도준까지 위협에 빠뜨린 전적이 있다. 지금은 같은 방을 쓰는 권민재까지 공격할 수 있다.
‘지금은 승우도, 태양이도 없으니까. 조심해야지.’
이럴 때는 잠을 아예 안 자면 된다. 윤제이는 벽에 기대앉아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정신을 놓지 않도록.
***
그렇게 다음 날이 밝았다. 윤제이는 밤을 지새운 사람 같지 않게 멀쩡했다. 정신력만큼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제대로 단련해 놨다.
시간에 맞춰 아침 식사를 하고, 제작진이 카메라를 세팅하는 시간 동안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잘 잤어?”
“네, 선배님!”
문창민은 식사 후 가볍게 공을 주고받는 젊은이들을 바라보았다.
“밥 먹은 지 얼마 안 됐는데 그렇게 축구하는 거야?”
“재밌잖아요.”
린즈샹이 공을 발로 찼다. 그런데 힘 조절을 못 했는지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축구공이 방금 식사를 마친 플라바의 이지수에게 향하고 있었다.
“어, 어어?”
축구를 하던 멤버들이 놀라서 소리를 쳤다. 하필, 공이. 선배님한테! 그것도 머리에······!
마침 뒤에 있던 윤제이가 팔을 뻗어 그 공을 손으로 가볍게 쳐냈다.
“죄, 죄송합니다!”
“어? 잉? 뭐가 있었어요?”
“아무것도.”
이지수는 갑자기 자신을 향해 사과하는 후배 가수들을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다가 마침 뒤에 있던 윤제이를 쳐다보았다. 그는 별거 아닌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뒤를 따라오던 권민재랑 백도경이 피식 웃었다.
“이열, ‘아무것도’라니. 멋있다?”
“항상 이런 멋있는 건 제이 형한테만 일어나더라?”
“도경이 너도?”
“있었지. ‘인터미션’ 때. 설마, 형도?”
“우린 ‘영구동토’에서. 쟤가 내 스토커 잡았잖아.”
“그건 또 처음 듣는 얘긴데?”
이렇게 아침의 헤프닝은 무사히 지나칠 수 있었다.
몇십 분이 지나 모든 출연진을 운동장에 모이게 한 권석현이 크게 외쳤다.
“네! 마지막 게임은 ‘랜덤 플레이 댄스’입니다!”
“아······ 이건, 안 되겠는데.”
“잠깐만요, 창민이 형 왜 벌써 이리로 오려고 해요.”
“난 벌써 탈락이지.”
“어느 정도 흉내만 내면 봐 드립니다! 일단 도전해 보세요!”
그렇게 마지막 게임이 시작됐다. 제작진이 틀어주는 무작위 노래에 자신 있으면 앞으로 나와 춤을 추고, 못 추겠으면 탈락이다. 탈락자는 제작진 편에 앉아서 함께 탈락자를 가려내면 됐다.
“제이야. 너밖에 없다.”
“갑자기?”
“형이 우리 배우 팀의 희망이에요.”
“그렇게까지?”
윤제이의 양옆에 권민재와 백도경이 속삭였다. 두 사람은 윤제이가 한 번만 보고도 잘 따라 할 수 있는 재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 첫 번째 곡 시작하겠습니다!”
뭐, 대충 하면 되겠지. 윤제이는 목을 돌리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