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62)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처음부터 친했던 건 아니었어요.(162/287)
처음부터 친했던 건 아니었어요.
아침의 소동은 잊고 점심을 먹으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손님을 배려해서 가족끼리만 아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주로 가족들이 알렉스에게 질문하고, 그가 답했다.
“그래서, 자네는 직업이 뭔가?”
“경찰입니다. 4대째 가업이에요.”
“위험한 일이지 않나?”
“위험하긴 한데······ 내근직으로 옮길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 딸과 결혼하고 싶으면 꼭 그래야 할 거야.”
아버지의 급발진에 세레나가 못 말린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아빠.”
“왜? 네 오빠 봐라. 갑자기 입대하더니 몸에 이런 흉터를 달고 오질 않나, 이제 좀 정착하나 싶더니 불과 싸우질 않나. 사위까지 위험한 일을 하는데 당연히 걱정되지 않겠어?”
윤제이는 죄인이 된 심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반면 알렉스의 얼굴은 밝아졌다. 사위라고 불렸다는 게 예비 신부의 가족에게 인정받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저 그래서 이제 위험한 일 안 하잖아요.”
“그래, 그건 잘했어. 그러니까 자네도 한번 생각해보게. 내 딸 두고 먼저 가는 꼴은 절대 못 봐.”
“위험한 일은 맞지만, 모든 경찰이 다 목숨을 잃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비슷한 일을 했던 네가 죽을 뻔한 일이 몇 번이나 있었지?”
손님의 편을 들던 윤제이는 두 손바닥을 보이며 항복 의사를 표했다. 이렇게 나오면 할 말 없다.
SNS 해킹으로 군 비밀이 일부 털리면서 윤제이는 제이든 나이트 원사와 함께 미국의 영웅으로 소개되었다. 이미 전역한 연예인이라 홍보용으로 쓰기도 적합했으니까.
그가 ‘어린이’로 최연소 수상한 이색 경력과 군 시절 어떤 임무에 투입되었는지에 관한 대략적인 내용, 그리고 소방관으로서 어떤 활약을 했는지, 그리고 한국에서 배우 활동을 하면서 찍었던 작품이 무엇인지 검색만 하면 그의 이력을 볼 수가 있었다.
부모님은 그걸 검색해보면서 윤제이가 어떤 사선을 넘나들었는지 다 알게 되었다.
게다가 서로 간의 앙금을 털어낸 뒤로 부모님은 섭섭한 티를 자주 냈다. 그만큼 걱정하게 해드린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기도 했고.
“이 사람 하고 싶은 일 하게 내버려 두세요. 난 범인 잡는 모습에 반한 거란 말이에요.”
“우우.”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내 누나의 취향에 크리스가 야유했다. 윤제이는 두 동생을 보며 웃었다. 한국의 쌍둥이와 비슷했다.
마리아가 커피를 내어주면서 상냥하게 물었다.
“우리 세레나랑은 어떻게 만났어요?”
“조금······ 특별했죠.”
처음에는 경찰과 사건 목격자로 만났다고 한다. 세레나의 진술로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뒤에 길을 가다가 그녀를 발견해서 덕분에 범인을 찾았다고 감사의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세레나는 괴한이 따라오는 줄 알고 호신용 총을 꺼내 겨눴다고 한다.
“뭐?”
“그런 일이 있었어?”
그 얘기에 가족들이 놀라서 세레나를 바라보았다.
“누나, 총 사용법은 어떻게 알았어?”
“오빠한테 알려달라고 했어. 호신용으로.”
“와, 형. 나한테는 알려주지도 않더니······.”
크리스가 배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윤제이를 바라보았다. 오늘 가족들에게서 시달릴 일이 좀 많네. 윤제이는 괜히 제 목덜미를 손으로 쓸었다.
“결혼은 언제 할 예정이니?”
“가능한 한 빨리하고 싶어요. 늦어도 한 3개월 뒤?”
“······혹시 결혼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있니?”
무언가 짐작한 것 같은 마리아의 질문에 세레나는 우물쭈물했다. 알렉스가 그녀의 손을 잡고 깍지 꼈다. 그 묘한 기류에 윤제이는 동생의 입에서 나올 말이 예상되었다.
“저 임신했어요.”
가족들이 탄성을 질렀다. 괜히 눈치가 보인 알렉스의 시선은 헨리의 표정과 포크를 쥔 윤제이의 손으로 향했다.
헨리 젠킨스는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속도위반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고, 손주가 생긴다는 사실이 또 좋기도 해서 표정이 이상하게 일그러졌다.
“진짜?”
“진짜요. 저도 안 지는 얼마 안 됐어요.”
“세상에!”
마리아는 벌떡 일어나 세레나에게 포옹했다. 누나의 연애사에 심드렁했던 크리스는 우리 조카가 생기는 거냐며 좋아했다.
“어머, 당신. 울어요?”
“안 울어요.”
“우는 거 같은데?”
“그 조그만 게 엄마가 되다니······.”
말과는 다르게 손가락으로 눈가를 찍어낸 헨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어서 해야겠구나.”
“네. 배가 부르기 전에 웨딩드레스는 입고 싶어서.”
“도와줄 게 있으면 꼭 말하렴.”
조카가 생기는구나. 윤제이도 기분이 좋아져서 꼭 결혼 날짜에 스케쥴을 빼 보겠다고 했다.
“애는 알렉스 닮아야 할 텐데······.”
“너, 자꾸 이럴래?”
세레나와 크리스가 티격태격하고, 식사와 뒷정리를 끝내고 다 같이 가족 앨범을 보게 되었다. 각자의 어린 시절을 비교하고, 이때 뭐가 있었는지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맞다. 엄마, 아빠.”
“음?”
“이거 가져왔어요.”
앨범 하니 생각나는 게 있었다. 윤제이는 친부가 가지고 있었던 제 어린 시절 앨범을 가져왔다.
“네 어린 시절 앨범이구나!”
“네, 보고 싶어 하셨잖아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윤제이의 어린 시절 사진은 10대 때밖에 없었다. 보지 못했던 갓난아이 시절 사진에 부모님이 호들갑을 떨면서 그의 앨범을 구경했다.
“정말 사랑스럽구나.”
“와, 오빠 어릴 때부터 속눈썹 봐.”
알렉스가 주목한 건 카메라에 둘러싸여 있던 윤제희의 모습이었다.
“촬영장 사진이 있네요?”
“네. 어릴 때 잠깐······.”
“어릴 때 아역을 하고, 다시 배우로 활동하시는 건가요?”
“그렇죠.”
그는 세레나에게서 윤제이가 무슨 일을 하는 지는 들었어도,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었다.
미국에서 윤제이는 배우의 직업보다 다른 거로 유명했다. LIS의 핵심 인사를 사살했던 전직 군인 ‘제이 젠킨스’로 유명해서, 한국 활동명인 ‘윤제이’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혹시 최근 작품을 볼 수 있을까요? 궁금한데.”
“아마 OTT에 있지 않을까 싶은데······ 최근 작품은 없을 거예요.”
“그런 건 다 여기에 있지.”
두 사람 사이를 크리스가 끼어들었다. 그는 태블릿 패드를 켜서 마이튜브에 윤제이의 이름을 검색했다.
“어디 보자······ 오, 이건 어때?”
“어, 이건 안 보는 게 좋겠는데.”
“왜? 이미 틀었는데?”
영상 제목이 ‘실제 같은 연기로 호평받고 있는 한국의 배우’였다. 윤제이는 이미 영상 썸네일에서부터 <영구동토>의 진영도 대위가 PTSD에 시달리는 장면임을 알았다.
“이건······.”
봐 봤자 신경 쓰이게 할 것만 같았는데, 역시나 영상을 본 부모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연기한 거예요. 실제 상황이 아니라.”
저런 모습은 윤제이가 전역 후 본가에 잠깐 살 때 본 적이 있었다. 절대 연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손님이 있기에 금세 다른 화제로 돌렸다.
“······그래. 다른 거 볼까?”
“아, 이건 작품이 아니고 여기 오기 직전에 찍었던 예능이에요.”
다음 영상은 하필 ‘출장 레크리에이션’의 예고편이었다. 윤제이가 젊은 아이돌 가수들과 합을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나왔을 때는 가라앉은 분위기가 금세 없어지고 웃음이 터졌다.
“이게 뭐야?”
“돈 벌기가 이렇게 쉽지 않다.”
“하하하!”
“근데 진짜 잘 추긴 하는데?”
그렇게 단란한 시간을 보내니 하늘은 금세 어두워지고, 잠이 들 시간이 되었다.
윤제이는 여기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어서 밤을 지새우기로 했다. 최태양과 정승우의 합류는 할리우드 촬영장이었다.
바깥 포치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집 안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찬가지로 잠이 안 온 알렉스가 물을 찾는 소리였다.
“잠이 안 오세요?”
“아······ 네, 조금.”
“같이 한잔하실래요? 불편하지 않다면.”
“저야 좋죠.”
알렉스가 빈 의자에 앉았다. 윤제이가 잔을 하나 더 가져와 위스키를 따라주었다. 생각해보니, 이 자리는 아버지가 기선 제압용으로 총을 손질하던 자리였다.
“아침의 일은 많이 놀랐죠?”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딸 가진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해요.”
“여동생이 있다고 하셨죠?”
“네. 그 애도 결혼 허락을 받으러 왔을 때 제 아버지가 엄청 난리를 쳤거든요.”
두 사람은 가만히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고즈넉한 시골집이라 정감이 가기도 하고, 조금 스산해 보이기도 했다.
“저······.”
“말씀하세요.”
“이게 끝인가요?”
윤제이는 알렉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가족들이 정말 아무 의심 없이 알렉스를 가족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마치 몇 년 전부터 알았던 것처럼 아주 친근했다.
“아침의 그 상황을 보고 침착하신 거면 시험은 끝났죠.”
“음, 사실 제 여동생이 결혼 허락을 받으러 왔을 때와는 상황이 너무 달라서요. 하물며 식도 안 올리고 임신 사실을 밝혔으니······.”
알렉스가 느낀 젠킨스 패밀리는 참 다정했다.
부모는 서로를 존중했고, 자식들을 존중했다. 세레나의 오빠는 자신의 편에 서서 자신이 어색하지 않게 배려했다. 동생은 장난치는 것 같으면서도 그 방법이 타인을 편안하게 풀어주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어색하세요?”
“아뇨, 그냥······ 좋은 가족 같아요. 제가 장가를 잘 오는 거 같네요.”
“그렇게 느꼈다면 다행이고요.”
윤제이는 부모님께 인내와 사랑 포용 등 여러 가지 좋은 감정과 그걸 활용하는 법을 배웠다. 그들에게서 배운 만큼 한 것뿐이다.
알렉스는 세레나의 가족들이 더욱 궁금해졌다. 서로 피도 섞이지 않은 남매들은 정말 친남매 같았고, 인종 때문에 튀어 보이는 윤제이는 이 가족의 중심이었다.
그래서 물었다. 처음에 어떻게 친해졌냐고.
“무례한 질문이었다면 죄송합니다.”
“아뇨, 궁금해할 만도 하죠. 일반적인 가족은 아니니. 음······ 혹시 동생이 자기 친아버지에 관한 얘기를 하던가요?”
“자주는 안 했어요.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거든요.”
“그렇군요. 비혼 선언을 한 것은요?”
“그것도, 처음 듣는데요.”
이걸 내가 말해도 좋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앞으로 가족이 될 사이니 모르게 두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윤제이는 입술을 뗐다.
“얘기가 좀 길어지겠는데, 괜찮죠?”
“네.”
“저랑 세레나가 처음부터 친했던 건 아니었어요.”
***
세레나 영, 아니 이제는 세레나 젠킨스가 된 소녀는 어머니의 재혼 이후 3개월이 지나 새 동네, 새 지역이 제법 익숙해졌다.
“부모님은 크리스의 병원에 들렀다 오신대. 저녁 뭐 먹을래?”
“······피자.”
하지만 아직 거리감이 느껴지는 건 여섯 살이나 차이 나는 동양인 오빠였다.
가족끼리 만나는 첫 대면부터 윤제이는 제게 말을 붙이고,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손을 내밀었었다. 그 모습에 안심이 되는 게 아니라 수상했다.
대체 뭘 믿고 쉽게 다가오는 건지, 진짜 새아빠의 친아들도 아니고······.
“피자로 되겠어? 내가 뭐 해 줄게.”
“됐어. 피자 먹고 싶어.”
세레나는 건성으로 대답하면서도 오빠의 등을 바라보았다. 자꾸 다정하게 대해주니까 마음이 풀어진다.
새아버지인 헨리 젠킨스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 사람’처럼 술 냄새가 나지도 않았고, 엄마를 때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윽박지르지도 않았다.
가능하면 진짜 아빠로, 진짜 가족으로 오랫동안 있고 싶었다.
어쩌면 자신이 오빠에게 마음이 약해지면서도 계속 미워하려 애쓰는 것은, 비슷한 사람을 향한 미움일지도 모른다.
윤제이가 엄마에게, 자신에게 해 주는 것들은 새아빠에게 다가가려 애쓰는 자신을 거울로 보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이 가족에게서 버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크리스는 걱정하지 마. 펀딩이 잘 돼서 수술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걔 얘기는 별로 궁금하지 않아.”
사실 걱정되긴 했다. 동생은 몸이 약하게 태어나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고, 수술비 때문에 엄마도 ‘그 사람’과 갈등을 빚었으니까.
‘기분 나쁘지도 않나.’
세레나는 제게 주스를 건네는 윤제이의 시선을 고개를 돌려 피했다. 그때 누군가가 그들의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벌써 배달이 왔나?”
“마리아!”
밖에서 들리는 고성에 세레나는 몸에 소름이 돋았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음성이었다. 저절로 숨이 차고,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여기 있는 거 다 알아!”
“······누구지?”
세레나는 밖을 확인하려고 하는 윤제이의 옷소매를 잡았다.
“어, 어떡해······.”
“왜 그래?”
“그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