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67)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167화(167/287)
엠마, 스튜어트요.
엠마 스튜어트가 아직 무명 배우였을 때의 일이었다.
“난 네 매니저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야.”
“하지만, 경호원이라니. 너무 과해.”
“엠마. 너 드디어 오디션 줄줄이 합격해서 빛 보고 있는데 스토커 때문에 다 어그러지면 어떡해?”
규모는 작지만, 의욕적인 에이전시와 계약한 그녀는 단역에서 점점 치고 올라와 비중 있는 단역, 조연까지 바라볼 수 있는 위치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아직 인지도가 부족했다. 스토커 때문에 촬영에 지장이 가면 언제든 짤릴 수 있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차라리 후보군에 있는 다른 배우로 교체해도 되니까.
엠마는 그동안 애써 의연한 척했지만, 무섭긴 무서웠다.
“너도 빨리 해결하는 게 좋잖아.”
“그건······ 그렇지.”
처음에는 단순 팬레터인 줄 알았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내게도 데뷔 때부터 함께해 온 팬이 생기나?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스토커가 보내는 팬레터의 양이 많아지고, 문체가 점점 격해지더니 이윽고 너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집착으로 번졌다.
소름 끼쳐서 편지를 읽지 않고 버려버렸는데, 다음 날 감히 내 편지를 버리냐는 경고 메시지와 함께 집 현관에 죽은 동물이 놓여 있었다. 점점 강도가 심해지고 있었다.
“너도 막상 보면 좋아할 거야. 그 사람, 진짜 핫가이거든.”
“뭐?”
매니저의 어깨 너머 불투명한 현관 유리문에 비친 남성의 실루엣이 보였다. 설마, 아니겠지. 저 기집애가 진짜!
“들어오세요!”
설렌다는 얼굴로 문을 연 매니저,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남자의 모습에 엠마는 입을 다물었다.
“JJ! 면접 이후 처음이죠?”
“젠, 다시 볼 줄은 몰랐네요.”
매니저가 팔을 벌려 JJ라 불린 남자와 가볍게 포옹했다. 남자는 자연스럽게 매니저의 포옹을 받아주었다. 이런 상황이 익숙한가 보다.
하긴, 저 얼굴이면······. 그나저나 젠, 저거 분명히 흑심이 있어서 저러는 거다.
엠마는 떨떠름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 남자가 자신과 악수하려고 내민 손을 자연스럽게 뒤로 거두는 게 보였다.
“제이 젠킨스입니다. 편하게 JJ라고 불러주세요.”
“엠마, 스튜어트요.”
엠마는 남자의 머리에서 발 끝까지를 빠르게 훑었다. 핫하긴······ 진짜 핫하긴 한데······.
“일단 편하게 앉아 계세요.”
넌 따라오고. 매니저에게 눈으로 말한 엠마는 주방 구석으로 향했다.
“믿을 만한 사람은 맞지?”
그녀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동양인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경호원이······ 쓸데없이 잘생겼다.
낯선 공간에 불편할 법도 한데,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사기꾼이 아닐까 하는 염려도 들었다.
사기꾼이 저렇게 잘생긴 얼굴을 활용하기도 하잖아? 내 매니저가 홀랑 넘어가 버린 거 아닐까?
“프리랜서야. 이 집에서 상주할 거고.”
“뭐? 전문가도 아니라고? 게다가, 상주 경호?!”
“우리가 아직 전문가를 고용할 돈은 없잖아.”
그 말에는 반박할 수 없었다. 젠, 미안해. 내가 꼭 성공해서 너 인센티브 많이 줄게.
“게다가, 경호원 경력만 없다 뿐이지 다른 이력은 충분히 넘쳐.”
“어디 봐봐.”
매니저가 품에 안고 있던 파일에서 윤제이의 이력서를 꺼내 넘겨주었다. 윤제이의 남다른 이력을 확인한 엠마가 눈을 크게 떴다.
“전직 네이비 씰 출신에······ 은성 훈장? 이런 사람이 왜 무명 배우 따위의 경호를 승낙한 거야?”
“곧 날아오를 배우기도 하지. 아무튼, 대박이지? 소방대 배정 기다리는 사이에 잠시만 일하는 거래. 와우, 그것도 예비 소방관이라니······ 소방관이라니!”
“젠.”
“신원은 확실하지 않겠어?”
엠마는 손가락을 딱딱 부딪치며 다른 화제로 튀려는 매니저의 정신을 일깨웠다. 얘가 조금 수다스럽긴 해도 이런 활발함 덕분에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긴 했다.
“저기, 스튜어트 씨?”
“네!”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말하고는 윤제이가 있는 거실로 다시 나온 엠마는 그의 손에 들린 상자에 표정을 굳혔다.
“방금 택배로 이게 와서 대신 받긴 했는데요, 제가 열어봐도 될까요?”
허락을 구하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상자에서 붉은색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상자 안의 물건이 드러났다. 쥐의 사체였다. 젠이 헛구역질을 했고, 엠마는 침착하게 그걸 바라만 보다가 말했다.
“······방은 위층 오른쪽 제일 끝 방 쓰시면 돼요.”
“통과인가요?”
“그, 큼. 반대는 안 했는데요.”
“두 분끼리 의견 차이가 있는 거 같아서요.”
윤제이는 바로 올라가지 않고 집안 내부를 살폈다.
택배를 배달한 사람은 수상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운송 업체의 유니폼이라든지 운전하는 차가 정말 택배사의 것을 그대로 쓰는 것 같았으니까.
“뭐 하세요?”
“혹시 모르니까요. 정식으로 고용됐으니 살펴봐도 되겠죠?”
“네, 그러세요.”
아직 무명이라 경호원의 경호를 받아본 적은 없지만, 꼼꼼한 건 마음에 드네.
엠마는 거실 소파에 앉아 매니저가 둔 오디션 정보 그리고 대본을 넘기면서도 가끔 윤제이가 뭘 하는지 엿봤다.
윤제이는 어디서 의자를 가져와서 조명을 슬쩍 건드렸다. 전문 탐지 장치는 없지만, 도청 장치라던가 카메라를 숨겨 둘만한 곳은 예상할 수 있었다.
“이건······.”
“도청 장치네요.”
윤제이가 몇 군데서 발견한 장치를 확인하자, 잘생긴 경호원에 들떴던 젠도 놀라서 엠마를 바라보았다. 이제야 사건의 심각함이 눈으로 와닿았다.
“어, 어떡하지? 전문 탐지 업체를 알아봐야 하나?”
“아마도 이 이상은 없을 겁니다. 아마추어의 솜씨에요.”
“그렇다면 다행인데······.”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제가 잘 살펴보겠습니다.”
“그러세요.”
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보인 성과, 그리고 은근히 믿음직하고 신뢰를 주는 모습에 엠마는 완전히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엠마 스튜어트와 프리랜서 경호원과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두려웠다. 하지만 윤제이는 비전문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일 처리를 잘했다.
“또 편지가 왔어요.”
“제가 봐도?”
스토커는 엠마의 곁에 낯선 남자가 24시간 함께하니 집착을 넘어 분노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팬레터 내용은 끔찍한 문장이 나열되어 있었고, 처음에는 쥐였다가, 비둘기 그리고 고양이까지 점점 사체를 보내는 동물의 크기가 커졌다.
“문체가 독특하네요. 범인은 정신 이상자일 가능성이 높고, 남성이겠네요.”
“단순히 이걸 보고도 알 수 있는 건가요?”
“네, 여기 제가 표시한 단어들을 보세요.”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는 수준이지만, 엠마의 의지가 워낙 강력했다. 경찰 조사를 받으러 다니다가 파파라치에게 찍히기라도 하면 애써 캐스팅된 작품을 날릴 수도 있으니까.
“주로 남성이 쓰는 단어죠.”
“그러고 보니······ 연기 수업에서 비슷한 얘기를 들은 것 같아요.”
“그런 거랑 비슷하죠.”
“어떻게 이런 걸 다 알죠?”
“군에서 알게 됩니다.”
“무슨, 정보 관련 보직에 있었나 봐요?”
“뭐, 대충 그렇죠.”
윤제이는 어깨를 으쓱했다. 비슷한 지식을 머리에 다 쑤셔 넣긴 했지.
“보내오는 동물의 사체가 점점 커지는 것을 봐서는 아마 조만간 스튜어트 씨의 앞에 나타날 수도 있겠어요. 정말 경찰에 신고 안 하셔도 됩니까? 곧 위험해질 겁니다.”
“설마요.”
“미친놈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은데요.”
“그건 아니지만······.”
중요한 작품을 촬영할 예정인데, 그놈 때문에 쫄아서 인생에 다시없을 기회를 날리긴 싫었다. 엠마는 며칠 동안 확실하게 자신의 안전을 지켜준 윤제이를 올려다보았다.
“당신이 지켜주면 되잖아요.”
“계약 기간 동안은 제 할 일을 다 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됐죠?”
그렇다고 윤제이에게 완전히 마음을 연 건 아니었다.
위험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꿋꿋하게 다음 작품인 <머니>를 촬영할 때였다.
<머니>는 드라마계에서 유명한 제작자인 다니엘 폭스의 작품이었는데, 그는 대박 신인 발굴로 유명했다.
여기서 그의 눈에 들기만 하면 그의 차기작에도 그리고 그다음 작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거기! 잠시만요!”
“······네!”
엠마는 자신이 분량을 완벽히 소화하고 퇴근했다. 단역인데 연기를 너무 잘한다고 감독과 스태프에게 칭찬받기도 했다.
그래서 드디어 다니엘 폭스의 눈에 든 줄 알았는데······.
“뒤에 계신 분은 뭐 하는 사람입니까?”
“······개인 경호원이에요. 에이전시에서 붙여준 사람이고요.”
“흠, 그래요?”
“불러드릴까요?”
그가 관심을 가진 건 뒤에 있는 윤제이였다.
“자네, 배우에 관심 없나?”
엠마의 손짓으로 가까이 다가온 윤제이가 곤란한 듯 웃었다. 왜 엠마가 아니라 나한테 이런 제의를 하는 거지. 이쪽이 더 간절한데.
“죄송합니다만, 곧 발령을 앞두고 있어서요.”
“어디로 발령 나지? 장담하건대, 자네가 배우를 도전한다면 크게 될 걸세.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겠지.”
“돈에 욕심은 없어서요.”
“그래도······.”
윤제이는 곧 소방대 발령을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니엘 폭스가 탄식했다.
나중에 크게 될지 안 될지 불투명한 배우 지망생보다는 명예로운 소방관이 지금으로서는 더 나은 선택일 테니까.
“아······ 아쉽군. 혹시라도 생각 있으면 내게 연락하게.”
얼떨결에 다니엘 폭스의 명함을 받은 윤제이는 아래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엠마의 시선을 느꼈다.
“필요하십니까? 가지고 싶어 했잖아요?”
“······됐어요.”
엠마는 냉랭한 목소리로 답했다. 저 명함은 내 노력으로 얻고 싶은 거지, 필요 없는 것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그 뒤로 두 사람은 약간 서먹해졌다. 며칠간 같은 집에 머무르면서 이런저런 대화할 수준까지는 올라갔는데······.
‘애초에 귀찮을 정도로 말을 건 건 나였지. 원래 이게 보통인 건데.’
홀로 지내다가 사람이 머물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조금 들떠서 윤제이에게 이런저런 말을 붙인 건 자신이었다.
엠마는 신경질적으로 제 머리를 헝클어뜨리고는 말을 걸었다.
“대본에 관심이 많나 보죠?”
“네?”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제가 읽는 대본을 쳐다보시는 것 같아서요.”
“아······ 티 많이 났나요?”
“네. 많이요.”
대본이나 시나리오를 흘끔거리는 게 이쪽 일에 관심은 많아 보이던데, 그렇다고 다니엘 폭스의 제안을 덥석 물지도 않았다.
참, 알면 알수록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었다.
“한번 볼래요?”
“그래도 될까요?”
“괜찮아요.”
대본을 어루만지는 윤제이의 손길이 묘했다. 마치 아이가 첫 장난감의 포장을 벗기는 것 같기도 했고, 그리운 무언가를 짚어보는 것 같기도 했다.
“어떤 거 같아요?”
“이거보다는 이게 더 잘될 것 같습니다.”
“꽤 확신하시네요.”
“그냥, 감이 그렇습니다. 제 감이 좀 잘 먹히거든요.”
“그래요? 그럼, 이거는 꼭 오디션을 보는 거로······.”
대본을 정리하던 두 사람의 손이 슬쩍 닿았다 떨어졌다. 그 순간 엠마는 찌릿하고 스파크가 튀는 것 같았다.
단번에 묘해지는 분위기. 엠마는 윤제이의 모습을 보자마자 회의적으로 굴었던 과거 행동을 이해했다.
‘진짜 매력적인 사람이라니까.’
아마 훗날 이런 순간이 찾아올 것을 무의식적으로 예감한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이 남자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이.
하지만 엠마의 시도는 먹히지 않았다. 윤제이가 고개를 뒤로 빼고 그러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기 때문이다.
“내가 매력적이지 않나요?”
내게 매력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과도 같았다.
사실, 애타는 건 엠마뿐이었다. 윤제이는 엠마를 그저 고용인으로 대했다. 조금 친밀해졌다 싶은 것도 이성을 대하는 게 아니라, 마치······ 여동생을 대하는 것 같았다.
“매력적이십니다. 하지만, 나중에 후회하시게 될 겁니다.”
“후회 안 해요.”
“아뇨, 하실걸요.”
슬쩍 웃는 모습에서 ‘내 말 믿어. 너 지금 스토커 때문에 심적으로 몰려 있어서 착각하는 거야.’라는 태도가 보였다.
그 태도마저도 엠마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엠마가 다시금 윤제이에게 다가가려 하자, 오히려 다가온 건 윤제이였다.
“쉿.”
윤제이는 손으로 엠마의 입을 막고 핸드폰으로 문자를 쳐서 보여주었다.
(누가 들어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