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71)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171화(171/287)
너 아닌 줄 알았어.
작전 결행 일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16시간. 다들 다음 작전을 위해 깊이 자고 있을 때, 제이는 홀로 모닥불 앞에 앉아 있었다. 그런 그의 뒤로 제이든이 다가왔다.
“JJ. 뭐 해?”
“잠이 안 와서.”
제이는 아이스박스를 열러 옆에 앉은 제이든에게 맥주를 던져주었다. 그걸 착, 받은 제이든이 캔 뚜껑을 따고 제이의 캔에 제 캔을 부딪쳤다.
모닥불 앞에 앉은 두 사람, 하늘은 별빛이 반짝거리고, 맥주는 시원하다. 적진 근처에 있다는 것만 빼고는 제법 낭만적인 풍경이었다.
“느낌이 좋지 않아.”
“뭐, 이번 작전?”
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듯 눈살을 찌푸리면서. 하지만 제이든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우리가 남은 8%에 베팅하는 거면 어떡해?”
“안 어울리게 소심한 척하네.”
“나 예감 좋은 거 알잖아.”
제이든은 그때 서야 제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진지한 표정에서 그의 말이 장난이 아니라 진심임을 눈치챘다.
“······그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긴 하지.”
지금이야 J2 콤비라 불리지만, 제이든은 햇병아리인 제이를 싫어했었다. 사관 학교 출신도 아니고, 군 경력도 이 중에서 가장 짧은데 무슨 빽으로 들어온 건가 싶었다.
하지만 제이가 작전에서 자신을 구해준 일을 겪고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그렇게 둘은 절친이 되었다.
“설마 윗선에서 설마 우리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하겠어? 내 말은 잊어.”
제이는 고개를 저었다. 불안함이 가시지는 않았지만, CIA의 정보분석관과 엘리트들이 몇 달간 달라붙어 분석한 결과였다. 상부에서도 쉽게 작전 허가를 해준 것을 보면, 괜한 기우겠지.
“그래. 아직 작전 시작도 안 했는데 재수 없는 소리는 하지 말자고.”
두 사람이 동시에 맥주를 들이켰다. 제이든이 빈 캔을 찌그러뜨려 빈 드럼통에 던졌고, 제이는 새 맥주캔을 그에게 던졌다.
“만약 내일 사자를 잡게 되면, 어떻게 할 거야?”
“사자로 끝이 아니지. 한 놈 더 있잖아.”
제이든의 질문에 제이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끝까지 가자고.”
그래, 이래야 내 친구지. 제이든은 제이가 내민 캔에 제 캔을 부딪쳤다.
그리고, 작전 결행까지 앞으로 1시간.
사자가 주기적으로 한 시장에 들른다는 것을 알게 된 대원들이 곳곳에 위장했다. 제이도 동양인 선교사 겸 기자로 위장했다.
(뭔가 수상한데.)
(사람이 모이고 있어.)
하지만 이건 사자 쪽에서 교묘하게 판 함정이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대원들의 무전이 귀에 흘러들어왔다.
이윽고 제이와 제이든의 앞을 가로막은 사람들이 뭐라 뭐라 떠들었다. 제이든도 아랍어를 알지만, 상대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을 보니 소수 민족의 언어 같았다.
“뭐라는 거야?”
“······우릴 알고 있어.”
“뭐?”
이들의 언어를 이미 익힌 제이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포위됐다.”
“젠장!”
(후퇴해. R2 포인트로 모여.)
그들이 천막을 걷었다. 협력자가 미리 숨겨둔 그들의 장비였다.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기도 전에 상대 쪽에서 총을 꺼냈다. 두 사람이 엄폐물에 숨었다.
“먼저 후퇴해!”
“뭐? 너는!”
“시간을 벌게!”
“야!”
탕탕탕탕!
제이는 시간을 벌기 위해 뛰쳐나갔다.
“가! 나도 곧 갈 테니까!”
(후퇴해!)
제이든은 어쩔 수 없이 후퇴 포인트로 달려갔다.
“젠장!”
“JJ는?”
“곧 올 겁니다.”
하지만 제이는 오지 않았다. 반대쪽에서 미끼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서 여럿의 테러리스트를 혼란에 빠뜨리는 게 장관이었다.
“저놈은 생포해.”
“네? 하지만······.”
멀찍이서 보고 있던 사자, 아사드 야신 카디르가 망원경을 통해 본 제이 젠킨스에게 흥미를 느꼈다.
그는 반문하는 부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부하가 몸을 움찔 떨고 알겠다고 말하며 제이를 생포하러 갔다.
‘흠, 미국에서 무언가 만들고 있나?’
방탄복을 착용할 새도 없었다. 옆구리에 칼을 맞아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눈빛이 살아있다.
그는 그동안 많은 미군을 상대했었다. 하나같이 상대하기 까다로웠지만, 저놈은 뭔가 특별했다.
아사드는 홀로 부하들을 유인하는 제이의 모습이 생소했다. 잡아서 해부하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일단 후퇴한다.”
“캡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제이를 기다려봤자 달라질 건 없었다. 한 명을 기다렸다가 전원 전사 혹은 한 명만 빼고 전원 생존 무엇을 고르느냐 하면 당연히 후자다.
‘원’의 지시에 제이든이 반발했다. 하지만 그라고 후퇴 명령이 가벼운 건 아니었다.
분대원들은 한 명 한 명이 고급 자원이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희한한 능력을 지닌 제이는 특히 버릴 수 없는 자원이다.
“제이든, 내가 걔를 버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출발해.”
“알겠습니다.”
제이든은 어쩔 수 없이 무전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포위당한 제이가 권총을 제 관자놀이에 가져다 댔다. 저들 손에 죽기 전에 스스로 마무리하려고 했다.
“텐, 이 무전을 듣고 있다면 대답해.”
하지만 테러리스트가 뒤에서 제이의 목을 쳐 기절시키는 게 먼저였다.
제이든이 애타게 부르는 무전에는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텐!”
동시에 제이를 질질 끌고 가던 납치범이 그의 귀에 꽂힌 이어폰과 무전기를 바닥에 툭 던졌다. 그 무전기 속에서 제이든의 목소리가 들렸다.
“JJ!”
***
간신히 기지로 복귀한 넘버즈 대원들의 표정이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아마 그들의 동료는 죽었을 거다.
제이든이 씩씩거리며 CIA 정보분석관인 제인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함정인 걸 알았나?”
“아뇨. 저희도 몰랐어요.”
“젠장!”
이런다고 달라질 건 없다는 걸 안다. 제이든이 제 성질을 못 이겨서 의자 따위를 발로 찼다. 침체된 분위기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어디서 정보가 샌 건가?”
“우리 정보원의 연락도 끊겼어요. 아마 작정하고 판 함정이지 않을까······.”
“무인 정찰기랑 위성 데이터 왔어요.”
“어디 봐봐.”
이윽고 모니터에 당시 상황이 재생된다. 홀로 테러리스트를 유인한 남자가 포위된다. 화질이 좋지 않지만, 분명히 제이였다.
‘원’은 죽지 않고 어딘가에 질질 끌려가는 제이의 실루엣에 표정이 변했다.
“죽이지 않고 생포했다?”
그 녀석을 데리고 가서 무슨 짓을 하려고? 원은 주먹을 꽉 쥐었다. 아사드가 불리는 별명 중 하나는 고문 기술자다. 그에게 납치되면 병신이 되거나 죽는다.
“캡틴, 구출하실 거죠?”
“당연하지.”
하지만, 그래도 아직 살아있긴 하다. 그가 해야 할 일은 하루빨리 제 대원을 구출하는 거다. 제이든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뒤를 제인 도가 따라갔다.
“어디 가요?”
“그 새끼 죽여야지.”
“어떻게요. 아직 어디로 데려갔는지 알지 못하는데······.”
“그럼 빨리 찾아. 그게 네 일 아니야?”
이글이글 타오르는 제이든의 눈빛에 제인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분한 건 제인도 마찬가지였다.
“좋아요.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모니터로 촬영분을 살핀 감독, 애런 케이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태프들이 다음 촬영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걸어 다니고, 아직 촬영분이 남은 배우들은 트레일러에서 짧은 휴식을 취했다.
윤제이는 오늘 분량의 촬영을 마치고 일단 퇴근한다. 감독은 퇴근을 준비하는 윤제이에게 다가갔다.
“내일부터 ‘그 장면’이네요. 괜찮겠어요?”
“······해 봐야죠.”
감독은 사전 인터뷰에서 윤제이가 어떤 일을 당해왔는지 들었다. 그 많은 일을 겪고도 덤덤하게 말했지만, 배우 쪽에서 의료진과 촬영 시간을 길게 잡아달라 요구한 것을 보면 아직 트라우마가 남아 있을 거라 확신했다.
“전에 말씀드렸던 건 어떻게 됐나요?”
“잠깐이라면 가능할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뭘요. 마일즈가 허락했다면서요. 여기서는 마일즈가 대장이거든요.”
“그래도 많이 배려해주신 거 알아요.”
감독은 피식 웃었다. 이렇게만 보면 그저 겸손한 동양의 배우 1인데, 이런 사람이 그런 공적을 세웠으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손님 부르기 전에만 알려주면 돼요. 언제 부를 생각이에요?”
“아마 제 마지막 촬영일 날 초대할 거 같아요.”
“좋아요. 시간을 비워두죠. 내일 봐요.”
“네. 내일 봐요.”
윤제이와 감독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니엘 에반스가 윤제이의 옆으로 붙었다.
“친구를 부르기로 했어요?”
“아, 한국의 예능 촬영 때문에요. 배우들을 데리고 미국의 주요 영화 촬영지를 돌아보면서 여행하는 프로그램이거든요. 저도 이 촬영 끝나면 합류해요.”
“재밌겠는데요? 친구들 오면 나도 불러줘요. 제가 촬영장을 안내해 드리죠, 어때요?”
“좋죠. 제작진이 좋아하겠네요. 다음 씬 촬영 힘내시고요.”
“내일 봬요.”
아마 이 소식을 들으면 권석현 피디가 좋아할 거다. 윤제이가 겪은 다니엘 에반스는 그저 연기에 욕심이 좀 많은 편한 동네 형과 비슷했다.
하지만 대중이 보는 그는 미국의 유명 할리우드 스타니까. 아마 이 예능에서 그가 나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한국이 들썩이지 않을까?
“형, 마침 권 피디님 쪽 연락 왔어요. 식당에 먼저 가 있겠대요.”
“그래.”
차에 탄 윤제이는 원래라면 시끄러웠어야 할 내부가 조용한 것을 뒤늦게 눈치챘다.
“······원래 이렇게 조용했던가?”
“네 분위기 좀 봐라.”
“내가 어떤데?”
최태양의 말에 윤제이가 제 턱을 쓸었다. 평소랑 똑같지 않나? 눈짓으로 추가 대답을 요구했지만, 최태양은 나중에 보면 안다고 웃었다.
“······음, 제가 설마 테이블을 잘못 찾은 건 아니겠죠?”
그 해답은 늦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윤제이는 자신이 왔는데도 눈만 크게 뜬 채 바라보기만 하는 제작진의 모습에 멋쩍은 한마디를 했다.
“와, 제이 씨. 저기서 여기까지 걸어오는데 숨이 막히는 줄 알았어요.”
“왜요, 잘생겨서요?”
“제이 씨 은근 뻔뻔한 구석이 있네?”
“예능이니까요. 제가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윤제이가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이 정도 말장난은 툭툭 쳐 줘야 프로그램이 살지 않을까? 안 그래도 출연진이 네 명밖에 없는데 오디오가 비면 좀 그렇겠고.
그의 능청에 권석현은 몸에 긴장이 풀렸다. 아까는 진짜 되게 살벌했단 말이지.
“그것보다는······ 되게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 뭔가 위험해 보였어요.”
“그 정도예요? 너도?”
윤제이는 옆자리에 앉은 권민재를 바라보았다. 이 중에서 가장 친한 만큼 자신의 변화를 더 잘 알 거다.
“나도 너 아닌 줄 알았어. 무슨 분위기가 이렇게 살벌해? 누구 하나 목 따러 온 거라고 해도 믿겠다.”
“아아······ 아마 지금 찍는 것 때문인가 봐.”
윤제이는 마른세수를 했다.
아무래도 파병지에 있던 감각을 다시 끌어올리다 보니 다들 다가가기 어렵다고 하는 것 같다. 그때는 테러리스트를 향한 증오와 살기가 넘칠 때였으니.
그는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권석현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프로그램 이름은 정해졌어요?”
“정했습니다. ‘액터즈 4 – 미국 편’입니다.”
“뒤에 ‘미국 편’이 붙었네요.”
“나중에 웨스트엔드도 가셔야죠. 가능하면 이 멤버 그대로.”
“아하, 영국 편까지? 너무 사심 섞인 거 아니에요?”
권석현이 한 테이블에 앉은 네 배우를 보고 크으, 감탄했다. 일부러 그림을 따려고 이렇게 앉게 한 거다.
“이렇게 네 명이 모인 그림이 어디 흔한가요? 당연히 우려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윤제이는 맞은 편에 앉은 두 배우에게 시선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