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72)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172화(172/287)
잘될 거 같아?
권민재와 윤제이는 말할 것도 없고, 최우주와 박다율도 키가 180이 넘는 장신에 데뷔 때부터 얼굴로 유명했다.
게다가 단순 얼굴로만 유명한 게 아니라 배우 자체가 연기에도 욕심이 있고, 잘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최우주 박다율 권민재에 이어서 윤제이까지 딱 네 명이면 균형 맞겠다
-아니 어딜 비비냐?
-지금 완벽한 삼각형인데?ㅋㅋ
-아니 저 셋 경력 합치면 몇십년이 넘는데 윤제이가 끼기는 선 넘은 거지ㅋㅋㅋ
-윤제이 팬 많이 붙었나보다 이런 개유난st 글도 보고
원래는 30대 탑배우 삼인방으로 불리다가, 윤제이가 <악의 동산>과 <크라운> 이후 두각을 나타내자 이 넷을 엮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에 경력 안된다고 지랄했던 애 있냐? 윤제희가 경력 더 길잖아ㅋㅋ
-와 저 네명이서 예능도 좋긴한데 한작품에 나오는거 보고싶다 출연료 장난아니겠지만ㅋㅋㅜㅜ
-생각보다 출연료 안높음ㅇㅇ 가능성 있다
이윽고 윤제이가 <인터미션>과 <영구동토>를 연타 성공시키고, 윤제희라는 과거가 밝혀지자마자 네 명을 묶어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30대 남배우를 대표하는, 탑급이자 유명한 거로 거의 공인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다 모였지?”
“하······ 제가 진짜 고생했습니다.”
‘액터즈 4 – 미국 편’의 제작진은 ‘출장 레크리에이션’에서 봤던 사람들이라 윤제이도 편했다.
애초에 권석현이 섭외 요청을 했을 때도 배우끼리 편하게 여행 다녀오는 셈 치고 와 주십사 부탁한 거였다. 예능적 재미를 살리는 건 제작진이 알아서 한다고 했으니.
“아무튼, 인사가 늦었네요. 안녕하세요. 형.”
“편하게 불러달라니까.”
“너무 오랜만이라서.”
최우주와는 <영구동토>로 안면이 있긴 하지만, 당시 최우주는 특별 출연이었고 워낙 바빠서 본인 분량만 찍고 바로 현장에서 벗어났다.
이후 영화의 홍보 예능이나 무대 인사 일정으로 마주치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권석현은 친할 줄 알았던 두 사람이 초면인 것처럼 인사를 하는 모습이 의외였다.
“이 어색함, 뭐지? 두 분은 그래도 영화같이 하셨잖아요.”
“우리 둘 다 너무 바쁜 사람들이라. 이렇게 마주 앉아서 대화할 기회는 없었죠.”
윤제이가 그럼 여기서 친해지면 되겠다고 말하자, 최우주는 의외라는 듯 윤제이를 쳐다보았다.
“너 원래 이런 캐릭터였어?”
“제가 뭘요?”
“아니, 애가 멋있잖아. 난 막 과묵할 줄 알았거든. 우리 전에 ‘영구동토’에서 봤을 때도 그랬잖아.”
그때는 권민재의 스토커 사건도 있었고, 진영도 대위에 몰입해 있어서 조금 가라앉았었다. 그게 평소 행동인 줄 알았나 보다.
윤제이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어느새 그를 감싸던 날카로운 분위기가 많이 걷혔다.
“형, 내가 막 무게 잡을 줄 알았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대체 내 이미지가 어떻게 되어 있길래?”
최우주가 손사래를 치면서 부정하고, 건수를 발견한 권민재와 박다율이 그를 놀렸다.
권석현은 그런 배우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아무래도 마가 뜰까 봐 자신이 대신 말을 던지려고 했는데, 그 역할을 윤제이가 하고 있었다. 전에도 느꼈는데 제법 센스가 있다.
“제이 씨, 그럼 다율 씨랑은 아예 초면이에요?”
“네, 시상식 때 몇 번 뵌 이후로는······.”
윤제이는 맞은 편 박다율과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형.”
“안녕. 우주랑도 말 놓았으니까 나도 말 편하게 할게.”
“네.”
최우주와 박다율은 윤제이와 두 살 차이다.
권석현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가끔 윤제이가 언제 오냐고 질문하던 박다율이 생각나서다.
“다율 씨가 제이 씨 만나고 싶어 한 거 알아요?”
“진짜요? 왜요?”
윤제이는 아까부터 계속 자신을 흘끔흘끔 쳐다보는 박다율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나?
“그, ‘어린이’ 때문 아냐?”
“아무래도 그렇겠지.”
<어린이>의 명성이야 이쪽 업계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다. 그 시절 모든 영화인이 윤제희와 이영창 감독을 만나고 싶어 하는 분위기이기도 했고, 박다율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 다른 이유도 있다.
박다율은 영화계에서 제법 유명했다. 평소 성격과는 다르게 작품에 보이는 이미지는 다 멋있고 무게를 잡는 역할이 많았다.
[이건 박다율 주자.] [박다율이 신인 감독 작품을 할까요?] [해. 백 프로 해. 역할 멋있잖아.]간지에 죽고 간지에 사는 남자. 있어 보이는 역할이 있다면 우선 박다율에게 오퍼를 넣어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 역할은 박다율 주면 바로 오케이 할 거 같은데.] [음······ 근데 박다율 너무 이런 캐릭터만 맡지 않아? 너무 멋있음을 연기하는 느낌? 조금 식상한데······.] [그럼, 윤제이는 어때? 전에 봤는데 분위기 장난 아니더라.]하지만 그의 자리를 위협하는 신예가 나타났다. 바로 윤제이다.
알고 보니 신예는 아니긴 했지만, 박다율은 제법 위기감을 느꼈다.
사실 <영구동토>의 진영도 대위 역할도 그가 하고 싶었으나, 이서원과 조유경이 투자자의 권한을 발휘해서 윤제이에게 갔다.
‘비결을 좀 알고 싶은데······ 이건 비결을 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었네.’
본인처럼 작품을 통해 멋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게 아니라, 윤제이는 그냥 타고나길 멋있는 사람이었다.
“에이, ‘어린이’가 뭐라고······ 옛날 작품인데요. 다율이 형도 좋은 작품 많이 하셨잖아요.”
“아, 아냐. ‘어린이’가 별거는 아니잖아.”
아까 식당 입구에서부터 들어올 때 여실히 느꼈다. 웃으면서 남을 띄워주는 말에도 여유로움이 넘친다. 이런 건 따라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저 형은 낯을 좀 가리는 성격이신가 보네.’
윤제이는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박다율을 보고 권석현 쪽으로 몸을 살짝 틀었다. 계속 쳐다보면 부담을 줄 거 같다.
“맞다. 권 피디님. 촬영 허가 떨어졌어요.”
“진짜요?!”
권석현만 놀란 게 아니다.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할리우드 영화 촬영장에 들어가 볼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아마 제작사랑 따로 협의는 하셔야 할 거 같은데, 촬영은 다 못하고 오디오만 딸 수도 있어요.”
“와······ 그래도 좋지. 우리는 거기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거 아냐?”
최우주의 말에 권민재와 박다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촬영 허가가 안 떨어지면 배우들만이라도 촬영장에 들어가 견학할 예정이다.
권민재는 아무래도 이쪽 시스템이 궁금한지 이런저런 질문을 시작했다. 권민재도 할리우드 쪽 오퍼가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쪽 촬영장은 어때? 한국이랑 많이 달라?”
“분위기가 좀 달라. 여기는 철저히 분업 시스템이라서 자기 맡은 일만 해서 그런가, 현장이 좀 조용해. 배우들의 몰입에 방해 안 되게 조심하는 편이더라고.”
“오, 그래? 우리는 가끔 파이팅 넘치는 감독님 만나면 무슨 일식집 온 것처럼 소리치고 그러잖아.”
“맞아.”
배우들이 공감해서 박수를 치며 추임새를 넣고, 자신이 예전에 들어갔던 작품 현장에 관한 얘기를 풀었다.
권석현과 제작진은 말없이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 후에 시청자들은 이런 영화계 ‘썰’을 듣는 맛으로 이 예능을 시청하게 될 거다.
“그리고 또?”
“우리는 현장에서 감독님이 왕이잖아. 근데 여기서는 제작자 입김이 더 센 거 같더라고.”
“오······ 촬영장은 어디야?”
“이 근처에 모하비 사막이라고 있어. 거기 한복판에 세트장을 새로 만들었어. 중동에 있던 마을을 거의 비슷하게 만들어놨더라고.”
윤제이가 쉬는 시간에 찍었던 세트장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와, 이런 건 CG로도 가능하지 않나?”
“CG 처리도 많이 들어갈 거야. 근데 인건비가 많이 올라서 차라리 세트장을 짓는 게 낫다고 하더라.”
“총제작비가 얼마 정도인지 알아?”
“글쎄······ 한화로 치면 한 4000억은 넘을 거 같은데.”
그 말을 듣고 있던 모든 사람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진짜?”
“네. 아마 특수 효과도 많고, 배우들 출연료가 워낙 커서······.”
정부에서도 밀어주는 대형 프로젝트라 그런지 주연급 배우도 잠깐 나올 조연으로 나온다. 이들 중에는 몇십 년 경력의 대배우도 많았다.
다들 기꺼이 출연해 줬지만, 그래도 출연료는 어느 정도 구색은 갖춰줘야 했다.
“혹시 저희가 거기 가면 배우들도 만날 수 있어요?”
“다니엘이 친구들 오면 꼭 얘기하라고는 하던데요.”
“다니엘 에반스요?!”
다니엘 에반스는 명실상부한 미국의 탑 남자 배우다. 권석현은 황홀한 표정이 되었다. 일단 화제성은 보장되겠다.
최우주가 넌지시 물었다.
“그럼 너도 출연료 많이 받았겠다? 아, 이런 얘기 좀 민감한가?”
“나야 얼마 안 받지. 여기서는 아직 신인인데······ 게다가 분량도 얼마 안 나올 거고.”
사실 곽도현에게 듣기로는 신인치고 많이 받았다고 한다.
실제 원작의 인물이면서 자문을 겸하는 배우라는 특수한 상황이라서 그런지 대우해 주는 것도 많고······ 하지만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우리 ‘영구동토’ 제작비가 얼마였지?”
“300억이 좀 넘었지.”
“와 우리나라에서는 300억도 큰 제작비인데, 여기는 단위가 완전 다르구나.”
“근데 여기서도 최대 제작비라고 하더라. 일반적이지는 않을 거야.”
<영구동토>는 근래 개봉했던 한국 영화 중에 많은 제작비를 들인 영화다. 그거에 10배가 훌쩍 넘는 제작비다. 판 자체가 다르다는 게 실감 났다.
“그래서, 저 촬영하는 동안 어디 어디 가기로 했어요?”
“미리 섭외된 영화 제작사에 가보기로 했어요, 혹시 아세요?”
“오······ 거기도 꽤 유명한데 아닌가요?”
“제가 이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조용한 바로 자리를 옮겨가면서도 대화는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최우주와 박다율이 화장실에 간다며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근데 좀 피곤해 보인다?”
“그게 보여?”
“어.”
윤제이는 제 눈가를 꾹꾹 눌렀다.
예전이었다면 눈치 못 챘겠지만, 이제 윤제이도 점점 과거와 관련된 앙금을 풀고 있었고, 권민재랑은 거의 절친이나 다름없어서 이런 변화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촬영 때문이야?”
“어, 좀······ 힘드네.”
“어떤 게?”
“며칠 동안 잠을 안 자고 있거든.”
“몰입 때문이야? 아니면 그냥 잠이 안 와서야?”
“둘 다.”
단순 잠만 안 자는 게 아니었다. 그 상태에서 몸을 과하게 움직이고, 밥을 거르는 등 근래 몸을 극한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앞으로 촬영할 장면은 자신이 고문받는 장면이다. 하지만 실제가 아니라 영화 촬영이기 때문에 상대 배우가 자신을 정말 고문하고 때릴 수 없다.
“뭐, 어떻게, 잘될 거 같아?”
“모르겠어. 느낌은 좋은데.”
하지만 그래서는 연기를 통한 치료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서 윤제이는 스스로 몸을 혹사해서 그때와 비슷한 상황을 일부러 만들고 있었다.
“두 분 왜 이렇게 알 수 없는 얘기를 하세요?”
“네? 아······ 너 내 말 알아듣냐?”
“몰라. 그냥 대충 맞춰준 거지.”
권민재는 윤제이가 연기를 통해서 무언가를 얻고 싶어 한다는 것은 알았다.
“빨리 촬영 끝나고 합류해. 저 형들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 아냐.”
“그래. 그런 거 같아 보이더라.”
그렇게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일단 보낸 윤제이는 다음 촬영을 위해 거실 소파에 앉아 미동도 없이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를 감싸던 어둠이 점점 걷히고, 새벽이 되고, 아침이 되었다.
“아 깜짝이야.”
그 인형 같은 실루엣에 물을 마시러 나온 정승우가 화들짝 놀랐다.
“형. 뭐, 뭐해요?”
“아무것도 아니야.”
고개를 돌린 윤제이의 얼굴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굶주린 것 같은 눈빛,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의 시간대가 다른 느낌이 들어서 정승우가 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