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75)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175화(175/287)
실력 죽지 않았네?
“걱정되잖아요.”
최우주가 권민재의 어깨를 잡았다.
“이해 안 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우리가 현장에 없는 게 걔를 도와주는 거 아닐까?”
“그래. 나도 걱정되지만······ 저 폭발이 만약 테러 때문이라면 우리도 귀찮은 일에 휘말릴 수 있어. 현지 스태프도 그걸 걱정하고.”
권석현의 말에 권민재는 하는 수 없이 차에 올라탈 수밖에 없었다. 그의 핸드폰은 계속 윤제이에게 통화를 걸고 있었다. 당연히도 그는 받지 않았다.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그들이 다시 차를 돌려 도로를 벗어나려고 할 때였다. 저 멀리서 소방차와 경찰차 그리고 냄새를 맡은 기자들과 파파라치의 차까지 길게 늘어져서 사고가 난 방향으로 속력을 내고 있었다.
“······엄청 심각한가 본데?”
“그러니까.”
동원된 경찰 소방 인력이 상당하다. 어쩐지 저 멀리서 연기가 계속 나는 것이, 불도 붙은 모양이다.
“여기서 뭘 하십니까?”
경찰이 경계하면서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흠······ 최초 신고자 분이군요. 죄송하지만, 조사 좀 하겠습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저런 일을 벌였다면 여기서 이렇게 대기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건 압니다. 절차가······.”
제작진과 배우들은 여권과 그들이 묵고 있는 호텔 주소를 알려주고서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언론은 난리가 났다.
[Breaking News] 모하비 사막 인근 영화 세트장 서 폭탄 테러이 소식은 한국에도 빠르게 전달됐다.
[속보] 美 할리우드 영화 촬영장 서 폭탄 테러***
다니엘 에반스는 감독의 컷 사인이 들리자마자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자칫 했다간 NG를 낼 뻔했어.’
스태프가 느낀 것을 바로 옆에서 연기하던 배우가 느끼지 못할 리 없었다.
매료될 뻔했다. 브라이언 역할의 코비 샌더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씰 출신으로, 군인이 겪는 PTSD를 잘 알았다.
통로 끝으로 향하면서 점점 빛이 윤제이를 삼키는 것과 동시에 점점 환희로 번지는 표정 연기는 전율이 일 정도였다.
‘이거 초반부 분량을 잡아먹겠는데.’
<악의 몰락>은 파트 1, 2로 나뉘어서 개봉된다. 그래서 초반부 ‘텐’의 분량도 20분 내외로 잠깐 나올 단역치고는 꽤 길었는데, 아마 더 나올 수도 있겠다.
‘감독님 반응도 심상치 않고.’
그는 애런 케이지를 알았다. 좋은 장면이라면 어떻게든 욱여넣는 사람이다. 특히 윤제이가 보인 연기는 버릴 장면이 없었다.
조금 전 찍은 장면은 준비시간 포함해서 고작 1시간 반 정도밖에 안 됐다. 그 짧은 시간에 모든 스태프의 감정을 요동치게 할 정도로 열연을 펼쳤다.
“벅차오르네.”
“그러니까.”
스태프들이 중얼거리다가 어느새 하나둘 박수를 쳤다.
이건 단순히 과거와 똑같은 상황을 재현했다고 나올 수 있는 연기가 아니다. 연기하는 배우 자체가 그때의 상황과 감정의 전달을 잘했기에 벌어지는 효과다.
이 순간만큼은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가 아니라 관객으로서 윤제이가 구출된 것에 환호하고 그의 앞날을 축복하고 싶어진다.
‘대단한 사람이야.’
다니엘 에반스는 스태프가 보내는 찬사에 혀를 내둘렀다. 윤제이가 영화의 초반부를 압도할 예정 때문에 이상한 마음이 드는 건 아니었다.
어차피 후반부는 자신의 독무대이기도 했고, 오히려 오늘 이후로 더 합을 맞춰보지 못하게 되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제이 씨?”
언젠가 다른 작품에서 만나자고, 꼭 미국 오디션에 도전하라고 얘기할 생각이었다. 그가 회의적이면,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에 꽂아줄 요량도 있었다.
그런데 윤제이가 이상하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빛에는 갈망이 담겨 있었다. 그 정도의 연기를 펼쳐놓고도 아직 부족한 건가?
“제이 씨. 무슨 일 있어요?”
“숙여!”
윤제이가 그의 어깨를 잡고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바닥에 부딪힌 충격보다도 귀에 울리는 폭발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삐이- 이명이 들렸다.
“콜록······!”
“뭐야?!”
폭발의 여파로 먼지가 날리고,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옆 세트장 건물이 폭발해서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
“괜찮아요?”
“······네.”
윤제이는 벌떡 일어나서 제 스태프들을 찾았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에 붙은 먼지를 떼고 있었다.
“진우랑 실장님은 괜찮아?”
“어. 우린 좀 멀리 있어서.”
행색을 보아하니 최태양과 정승우가 한진우와 곽도현을 감싼 것 같았다. 이 두 사람을 데려오길 잘했다.
“형은 괜찮아요?”
“난 괜찮지. 둘 다 일단 여기 계세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불안한 듯 보였지만, 우선 멀쩡히 서 있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윤제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제 옆에 다가온 제이든 나이트를 바라보았다.
“테러일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아직 뿌리를 뽑지 못한 LIS의 잔당들, 그들을 와해시킨 기념으로 벌이는 영화 촬영. 보복당할 여지는 충분했다.
게다가 단역으로 나오는 아랍계 이민자들이 꽤 많다. 꼼꼼히 신원을 확인했지만, 이들 중에 테러범이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내가 상황을 좀 봐야겠어.”
현장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실제 총기를 썼고, 공포탄이 아닌 실탄도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제이든은 권총을 허리춤에 고정하고는 드론 촬영 기사를 섭외했다. 그리고 촬영 현장에서 쓰는 무전기를 얻었다. 윤제이도 그 무전기를 받았다.
“넌 어쩔 거야?”
“난 여기 있을게.”
아마 예전의 윤제이였다면 제이든을 도와 밖에 나갔을 거다. 하지만 이제 그는 군인이 아니다.
그들 분대는 하나하나가 정예 병력이었다. 게다가 계속 현역에서 뛰고 있었으니, 제이든은 혼자서도 괜찮을 것이다.
“극복했어?”
제이든은 몸을 돌렸다. 자문으로 참여한 그도 조금 전 윤제이의 연기를 봤었다. 연기법에 문외한인 그가 봐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격류가 느껴졌다.
“······아마도.”
“그래. 자세한 건 이따가 말하자.”
“조심해라.”
“너나 조심해. 예전의 내가 아니야.”
제이든이 조심스럽게 밖을 나가고, 드론 촬영 기사가 드론을 띄워 그에게 현장을 중계한다.
윤제이는 주변을 살폈다. 그냥 가만히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엠마. 괜찮아요?”
“저는 괜찮아요.”
“감독님은?”
“저도요.”
다들 갑작스러운 상황에 허둥지둥했지만, 윤제이가 침착하게 외쳤다.
“여러분, 제이든 나이트 원사가 상황을 보러 나갔으니 우린 여기서 대기합니다! 다들 침착하세요!”
“여기 좀 와 주세요!”
“의료진은요?”
“저쪽에······.”
몇 명이 파편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는 일단 근처에서 쓰러진 의료진을 살폈다. 다행히 숨도 붙어있고 가벼운 타박상이긴 한데······.
‘기절했군.’
하필 옆 건물과 가까이 붙어있었다.
“브라운 씨랑 킴 씨는 괜찮고요?”
“네? 아, 네!”
“다행이네요. 혹시 이상 있으면 크게 외치시고요.”
이름이 불린 스태프가 깜짝 놀라서 윤제이를 바라보았다. 날 어떻게 알지? 전에 한 번 스쳐 지나간 게 다인데?
윤제이는 이 현장을 다 파악한 지 오래였다. 자주 부딪치는 스태프들 이름과 얼굴 정도는 당연히 외웠다.
“승우야. 저기 응급 상자 되는 대로 다 가져오고, 나 따라와.”
“네, 형!”
“최태양, 너는 부상자 분류해줄 수 있어? 중상자 있으면 나한테 말해.”
“알았어!”
의료진이 기절하긴 했지만, 다행히도 윤제이는 응급구조사 자격이 있었다. 그리고 함께 동거하면서 손발이 착착 맞는 친구들도 있었다.
“여기 좀 봐주세요!”
“저쪽은 제가 맡을게요.”
“네.”
씰 출신의 배우, 코비 샌더슨이 나섰다. 제이든을 따라갈까 했지만, 짐이 될 거 같았고 그도 기본적인 응급 처치는 할 수 있었다.
“윤제이! 여기!”
최태양의 심각한 외침에 윤제이가 후다닥 그쪽으로 다가갔다. 구조물 밑에 사람이 깔려 있었다.
윤제이는 일단 몸을 바닥에 눕히고 이 구조물을 치워야 할지부터 신중하게 따졌다. 혹시나 몸을 관통한 무언가가 있어서 무작정 들어 올리게 되면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멀쩡한 사람 있으면 여기 도와줘요!”
윤제이의 지시에 몇몇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그를 도왔다. 그중에는 감독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폭발음, 테러 위험, 또 폭발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린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은 윤제이가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게 되면서 사라졌다. 지금은 주변의 동료들을 구하는 게 우선이었다.
“셋에 듭니다. 하나, 둘, 셋!”
무거운 구조물이 걷히자 드러난 건 살렘 이브라힘이었다. 윤제이는 혀를 쯧 찼다. 조금 전 장면 때문에 피와 상처 분장이 되어 있는데, 그래서 어떤 게 진짜 상처인지 보이지 않았다.
눈치 빠른 최태양이 핸드폰 플래시로 그를 비췄고,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동참했다.
“살렘. 정신 차려요.”
“으, 윽······.”
“심각한데.”
극 중 제이에 의해 죽는 장면을 찍고 누워서 윤제이를 향해 박수를 쳤던 살렘 이브라힘은 폭발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았다.
상처를 찾는 건 빨랐다. 분장이 아닌 진짜 피가 울컥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살렘?”
“······.”
“살렘!”
그의 맥박을 살핀 윤제이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그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이쪽이에요!”
“물러나세요!”
그때, 밖에서 구조대를 찾던 정승우가 그들을 안내했다. 이윽고 윤제이의 맞은편에 누군가가 앉았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유니폼이었다.
“부상은 어때?”
“우선 이쪽 옆구리에 긴 자상을 입었어.”
윤제이는 그녀에게 브리핑하면서도 대뜸 그들이 가져온 장비를 꺼내 살렘의 상체에 패치를 붙였다.
맞은 편의 구급 대원은 그를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하게 합을 맞췄다.
“에피네프린 줘.”
옆에 있던 수습 구급 대원이 어리둥절하면서도 그녀에게 주사기를 내밀었다.
약물을 투여한 뒤, 윤제이가 다시 다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몇 분의 숨 막히는 공방 끝에 살렘의 맥박이 잡혔다.
“됐어.”
“후우······.”
다행이다. 그제야 바닥에 주저앉은 윤제이의 모습에 맞은 편 구급 대원이 입꼬리를 올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을 법한데도 능숙하게 부상자를 나누고, 기본적인 응급 처치가 되어 있었다.
구급 대원, 윤제이의 옛 동료는 이런 상황을 만든 게 윤제이가 한 일임을 알았다.
“JJ, 실력 죽지 않았네? 네가 없었으면 이 사람은 죽었을 거야.”
“클로이? 네가 왜 여기 있어? 여긴 132 소방대 구역 아니잖아?”
“이제야 알아보는 거야? 그러는 너는 왜 여기 있는데?”
“그건······.”
클로이는 윤제이의 몰골을 살폈다. 여긴 영화 촬영장이다. 그 촬영장에서 분장을 한 채로 나타난 옛 동료.
뉴스를 통해 윤제이의 이런저런 소식을 알고 있긴 했지만······ 가까이 왔으면 우리 쪽에도 들렀어야 하는 거 아닌가? 울컥한 클로이는 일단 깨끗한 수건을 윤제이에게 던졌다.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하자. 마침 우리가 근처에 있어서 달려온 거야. 지원 인력 도착할 때까지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그래.”
“혹시나 상황 끝나고 도망칠 생각 하지 마. 도넛 같은 거 주고 떠날 생각은 하지 말고.”
몸에 묻은 가짜 피를 대충 닦아낸 윤제이는 클로이를 도와 응급 처치를 했고, 지원 인력이 도착하자 뒤로 빠졌다.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곽도현과 한진우가 윤제이의 옆에 섰다.
“제이 씨.”
“아······ 실장님. 진우야. 괜찮죠?”
“우리야 괜찮지. 일단 이거 입어요.”
그는 곽도현이 건넨 셔츠를 입었다. 정신없어서 그가 촬영용 분장을 한 채 돌아다녔던 것도 잊고 있었다.
곽도현과 한진우는 일사불란하게 사람들을 지시하고, 부상자를 살리는 윤제이의 모습에 제법 감격한 듯 보였다.
윤제이는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아, 맞다. 오늘 우리 촬영팀 오기로 하지 않았어요?”
“저희가 일단 메시지는 남겨 놨어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제이 씨 몸이나 챙기세요.”
“맞아요, 형. 형은 어디 다친 데 없죠?”
그들의 걱정을 괜찮다는 웃음으로 흘린 윤제이의 무전기에서 제이든의 음성이 들렸다. 테러범으로 추정되는 범인을 잡았다는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