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76)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176화(176/287)
이제 괜찮을 거야.
한진우는 윤제이가 상황을 정리하고 현장의 부상자들을 돌보는 것을 멍하니 쳐다봤다.
당황하는 사람들을 휘어잡고 현장에 도착한 구급 대원과 합이 척척 맞는 것이 무슨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역시 우리 형.’
윤제이의 데뷔, 정확히 말하자면 재데뷔겠지만 아무튼 그때부터 봐 왔다. 인간적으로도 매력 있고 본업도 잘하는 담당 연예인에 선망을 담고 있지만, 이렇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저분은 아는 분이에요?”
“클로이? 옛 동료야.”
“형 소방관이었을 때요? 와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겠네요.”
윤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클로이가 도망치지 말라고 한 말이 생각났고, 옛 동료들이 생각났다.
송별회까지 준비했다고 얼핏 들었는데, 매정하게 떠나버렸으니 원망 들을 만했다.
‘무슨 소리를 들을지 벌써 무서운데.’
예전의 그는 그게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적당히 벽을 세우고 적당히 친해졌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작별 인사는 생략하고 다른 지역으로 향했다. 상대도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방식이 상대에게 예의가 없음을 깨달은 지 오래다. 그래서 그들을 다시 봤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벌써 고민됐다.
“와, 무슨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상황이 벌어지냐.”
“그러니까요.”
윤제이를 도왔던 최태양과 한진우도 그들 근처로 다가왔다. 윤제이는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도와준 이들이 없었으면 자신도 제법 곤란했을 거다.
“다들 고생했다.”
“고생은 네가 했지.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다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폭발의 여파로 흙먼지를 뒤집어썼고, 윤제이는 수건으로 닦았다고 해도 분장이 아직 남아있어서 누가 보면 부상자인 줄 알 정도다.
“으 찝찝해. 가서 빨리 씻어야겠는데.”
“근데 우리 그냥 가도 되는 거예요?”
“일단 상황을 보자.”
윤제이와 일행들이 일단 건물 밖을 나서니 많은 사람이 촬영장에 모여 있었다. 경찰과 소방 그리고 군인과 언론인들이 섞여서 현장을 시끄럽게 하고 있었다.
“네, 저는 지금 모하비 사막의 영화 촬영장에 와 있습니다.”
“불은 진압 완료됐습니다!”
“부상자는?”
“여기는 영화 ‘악의 몰락’ 촬영장입니다. LIS의 잔당으로 추정되는 테러범은 영화 제작에 앙심을 품고 테러를 자행한 것 같다는 추측이······.”
“저기, 나온다!”
윤제이는 그들을 쓱 훑어본 뒤에 군인 사이에 끼어 있는 제이든을 찾았다. 제이든은 상관에게 뭐라 뭐라 보고하는 듯했고, 이윽고 군인들이 테러범의 양 팔을 끼고 차에 태우는 것을 바라보았다.
‘팔만 다친 건가?’
대충 응급처치는 한 게 보인다. 정보를 얻기 위해 죽이지 않고 제압만 한 건가?
혹시 추가 폭발이 있을지도 모르고, 다른 동료가 있을지도 모른다. 여러 변수와 위험이 많을 텐데 그걸 권총 한 자루만으로 해결한 거다.
윤제이는 제게로 오는 제이든에게 말했다.
“괴물 새끼.”
“네가 나한테 할 소리는 아니지.”
예전의 내가 널 볼 때 느꼈던 건데. 제이든은 윤제이의 어깨를 툭 쳤다. 윤제이는 테러범을 연행한 차가 밖으로 빠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놈은 왜 그랬대? 이유는 짐작 가지만.”
“네 짐작이 맞을 거야. 이 영화의 촬영이 마음에 안 든 거겠지.”
“아직도 광신도가 남아있을 줄이야.”
“그러니까.”
아직 남은 테러범이 있을지 모르기에 윤제이와 일행도 현장에 대기해야 했다. 점점 촬영장에 도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난 바로 작전에 복귀할 생각이야.”
“영화의 자문은?”
“이미 제작자랑 감독과 여러 번 대화했어. 필요한 건 문서로 남겨놨으니 이제 괜찮겠지.”
제이든은 팔짱을 끼고 윤제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실제 현장에서 윤제이의 구출 작전에 참여했지만, 아까 보인 친구의 연기는 과거와는 달랐다.
“그래서, 너는.”
“내가 뭐?”
“연기를 통한 심리 치료의 효과는 있었다, 이거지?”
“······그래.”
조금 부족하긴 했지만······ 윤제이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때, 눈에 띄는 사람이 보였다. 이리저리 장비를 들고 뛰어다니는 것을 보니 딱 봐도 견습 소방관이었다.
윤제이는 견습 소방관의 유니폼에서 이름을 발견했다. 이윽고 돌아선 얼굴이 익숙하다.
‘정말 소방관이 됐네.’
그가 예전에 구했던 스트리밍 걸, 엘리나 오브라이언이다. 부친에게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소방관이 되어서, 그것도 윤제이가 몸을 담았던 소방대 소속이 되어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왜 그래?”
“아니, 그냥······.”
윤제이의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멈추려고 해도 멈춰지지 않았다.
‘이거구나.’
연기를 끝마쳤을 때 부족했던 무언가가 점점 채워지는 느낌이다.
오랜 방랑 생활을 하던 그는 해안 경비대의 안전 요원을 하면서 한 아이를 구했다. 그리고 사람을 살리면 내면의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소방관이 되었다.
동료를 잃어야 했고, 영 좋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기는 했어도 그가 구한 사람이 훨씬 많았다.
살렘을 응급조치 끝에 살리면서 그 감각이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살렘은 아사드와 닮아 있었다. 그래서 더욱 효과가 좋았다.
놈은 이미 죽은 지 10년이나 됐고, 그를 닮은 배우를 섭외해 테러 종식 기념 영화를 만들고 있다.
[네가 죽기 전까지, 네 정신을 장악할 거야. 내가 새긴 흉터를 기억해.]이제 죽은 망령은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
‘나는 이제 괜찮을 거야.’
이 현장에서 제이든은 테러범을 죽이기 위해 나섰다. 아마 예전의 자신이라면 제이든을 따라 테러범을 잡으러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남았다. 한진우와 곽도현 그리고 최태양과 정승우의 안전 때문도 있었다. 이제 그의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생겼으니까.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제이 씨.”
“감독님.”
“마지막 촬영이 이렇게 끝나버려서 어떡하죠.”
“죽은 사람 없으니 다행이죠.”
“제이 씨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뭘요. 예전에 일했던 게 쓸모가 있었네요.”
애런 케이지는 윤제이가 현장에서 했던 활약을 잊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한국 촬영팀 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다행히 폭발 보고 돌아간 거 같더라고요.”
촬영 현장을 견학할 수 있다는 기회는 사라졌지만, 안전이 우선이지. 윤제이의 표정을 오해한 애런이 결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따로 체험하러 올 수 있게끔 얘기해 볼게요.”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어차피 이 사건으로 촬영도 잠시 중단될 거 같고, 감독 권한으로 배우들도 소집할게요.”
그리고 배우들은 나중에 추가 조사가 이뤄질 거지만, 일단 귀가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윤제이는 제 스태프를 이끌고 가다가 제이든에게 말했다.
“너 작전 투입되기 전에 따로 볼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시간은 없을 거야.”
“그래······ 조심해라.”
아마 몇 년간은 보지 못할 거지만, 정말 담백한 작별 인사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게 익숙했다.
전역 당시 윤제이는 제이든과 함께 LIS를 쳐부수고 싶었다. 이제 그는 보내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도 아쉽지 않았다. 그는 군인이 아니라 배우로서 다시 살아가고 있으니까.
“JJ!”
차를 타고 숙소로 향하려는데, 쌍심지를 켠 클로이가 윤제이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구급차를 가리켰다.
“저기 앉아 봐.”
“나? 나는 왜? 바쁜 거 아니야?”
“이미 얼추 상황 끝났고, 인력도 넘쳐.”
하는 수 없이 구급차 뒤에 앉았다. 일행들도 다른 구급 대원에게 기본적인 검사를 받았다.
클로이가 손가락을 들고 윤제이의 눈앞을 휘저었다.
“진짜로?”
“하라면 해.”
윤제이는 그 손가락 끝을 따라 눈동자를 굴렸다.
“이마가 좀 찢어졌는데, 넌 몰랐지?”
“어, 그랬어?”
“여기서 처치해줄게.”
클로이는 능숙한 솜씨로 처치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길이 느렸다.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게 느껴졌다.
“너 여기서 촬영하고 있었던 거야?”
“어. 배우가 됐거든, 사실 된 게 아니라 예전에 좀 한 적 있지만······ 나에 대해 얼마만큼 알아?”
“소식은 알고 있었어. 모를 수가 없더라. 하도 뉴스에 나오기도 했고, 밀라쇼에 너 나왔잖아.”
“그게 벌써 방송됐구나.”
클로이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윤제이의 근황을 많이 신경 썼다는 게 티가 났다.
“상황 정리되면 우리 소방대에 올 거지?”
“갈게.”
“안 믿어. 여기 오래 있었던 거 같은데 한 번도 안 왔잖아.”
그건 촬영 때문에 바빠서인데······ 촬영이 마무리되고 방문할 예정이었다. 윤제이는 자기 말을 안 믿는 클로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니야, 클로이. 꼭 갈게.”
이제 도망치지 않을 거니까.
***
특종을 보도하기 위해 모하비 사막의 촬영장을 찾은 기자는 입구에서 줌을 땡기는 다른 기자와는 다르게 목에 출입증을 걸었다.
그는 팔라스 필름 컴퍼니의 지원을 받는 기자라서 촬영장에 무리 없이 들어올 수 있었다. 그의 할 일은 <악의 몰락>의 촬영 현장이 무리 없이 돌아가게끔 보도하는 일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그런데, 젠킨스 씨가 도와주셔서.”
“젠킨스 씨요?”
“우리 배우요.”
하지만 굳이 날조할 필요가 없었다. 상황은 정말 빠르게 정리되었다.
“저 사람이요?”
“네. 저 사람 없었으면 누구 하나 죽었을 거예요.”
“오호······.”
기자는 제이든과 대화하는 상대를 유심히 관찰했다. 체격이 크고, 멀리서 봐도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아, 그 사람이네?’
제이 젠킨스, 한국 이름은 윤제이. 특이한 이력이 공개되면서 그 시절 훈장을 받은 기념사진이 떴었는데, 워낙 잘생겨서 뇌리에 남은 사람이다.
그러고 보니 본인 역할을 직접 소화한다고 했었지?
‘스토리 나오겠어.’
자문으로 온 제이든 나이트는 드론 촬영 기사와 공조해서 테러범을 잡고, 안에 남은 윤제이는 배우와 감독 스태프를 규합해 부상자 처치에 나섰다. 이거, 그림이 꽤 좋다.
“잘 찍고 있지?”
“넵.”
기자는 보조 스태프에게 촬영장 구석구석을, 특히 윤제이를 집중해서 찍으라고 지시했다.
이윽고 촬영장 테러 소식은 한국에서도 전파를 탔다.
[속보] 美 영화 촬영장서 폭탄 테러···현장에 윤제이 있어폭탄 테러 현장에 있는 윤제이에 소속사 아스트라 측 “확인 중이다”
-??
-헐
-뭐야???
-이기사 찐이야?
이제 30대 남배우를 대표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된 윤제이가 갑작스러운 폭탄 테러에 휘말렸다는 소식은 팬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현장에서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이 SNS를 통해 흘러들어왔다.
-슨스에서 현장 사진 몇개 주워왔어
이거 윤제이 맞지?
제이든과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는 사진과 하필 구급차 뒤에 앉아 이마의 상처를 보고 있는 사진도 있었다.
-미친 저거 피 아니야?
-많이 다친건가?
-아ㅠㅠㅠㅠㅠ
-아냐 저렇게 서있는거 보면 별로 안다친거같아 우리 너무 확신하진 말자ㅠㅠ
분장 때문에 팬들이 오해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뒤늦게 알게 된 이다현이 한국은 새벽임에도 곽도현과 한진우에게 집요하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누나!)
“와 씨, 진우야. 무사해?!”
(저희는 괜찮아요. 막 숙소 들어왔고요.)
“제이 씨는 어때?”
(우리 형이요? 장난 아니었죠. 그 상황에서도 막 사람들 응급조치하는데······.)
“몸은 괜찮은 거지?”
(네. 이마가 좀 찢어졌긴 했는데, 가벼운 상처래요.)
이다현은 즉시 보도 기사를 올렸다.
美 촬영장 테러에 아스트라 측 “영화 속 분장일 뿐···윤제이는 이상 없어”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됐다. 숙소에 귀환한 윤제이는 물기를 제대로 닦지도 않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일단 좀 자고 싶다. 오랜만에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