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83)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183화(183/287)
특별공로상은 뭐야?
사샤 베르너와 <엣디엔드>의 제작진들은 아직 여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듯 멍했다.
“······일단 다른 3명에게도 기회를 줘 보죠.”
우리가 너무 판단력이 흐려진 거 아닐까? 미리 염두에 둔 배우들도 어쩌면 포텐셜을 폭발할지도 모르지. 제작진은 최종 후보에 든 3인 배우와 바네사를 붙여 스크린 테스트를 해 보았다.
‘이게 아닌데······.’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윤제이가 아른거렸다.
‘역시 그 사람 아니면 안 되겠어.’
사샤 베르너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 다른 직원들도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사샤, 제 생각에는 그 사람 에이전시랑 계약을 조율해야 할 거 같은데요.”
“역시 그래야겠죠.”
조연에다가 비중도 메인 커플의 서사보다는 작을 예정이다. 하지만 윤제이는 뭔가 저질러 줄 거 같은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사사건건 훼방을 놓던 캐스팅 디렉터도 잠잠해졌고, 모두가 윤제이를 최종 캐스팅하길 원하니 더는 거리낄 게 없었다.
“핸슨 씨!”
“······무슨 일이시죠?”
<엣디엔드>의 캐스팅 디렉터는 자신을 부르는 사람을 보자마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저 사람은······ 데이브 무라사키의 매니저다.
“스크린 테스트까지 봤으면 우리 배우가 최종 확정이 됐다고 해도 되나요?”
“예? 잠시만요, 스크린 테스트는 최종 후보군에 든 4명 배우가 공평하게 봤습니다.”
“······4명이요? 원래 최종 후보는 3명 아니었습니까?”
데이브 무라사키의 매니저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캐스팅 디렉터에게 공을 꽤 들였다. 그런데 이런 실망스러운 대답이라니.
“최근에 한 명 추가됐습니다.”
“네? 그 사람은 벌써 스크린 테스트까지 다 봤습니까?”
“뭐, 오디션과 동시에 봤죠.”
핸슨은 어깨를 으쓱했다. <엣디엔드> 시리즈는 신인 배우의 등용문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디션과 스크린 테스트도 하나의 컨텐츠였으니, 윤제이의 영상이 마이튜브에 공개되면 아무도 뭐라고 못 할 거다.
“그냥 솔직히 말할게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아마 그 사람이 최종 합격할 겁니다.”
“하지만, 핸슨 씨. 우리가 얼마나······.”
“아무래도 배역 설정상 일본계는 좀, 그래서요. 이해하시죠?”
적당한 핑곗거리도 있다. 작품 속 ‘김노아’의 부친은 미국에서 번 돈을 족족 한국의 독립운동가를 지원하는 데 썼다. 그런 이의 후손인데, 일본계는 민족 정서에 어긋나지 않겠냐는 거다.
데이브 무라사키의 매니저는 한숨을 쉬었다.
‘텄네.’
그나저나, 스크린 테스트를 받았다는 거에 신나서 보도자료를 뿌렸는데 이거 어쩌지? 그냥 바이럴 마케팅인 셈 쳐야 하나.
‘근데 대체 누구야? 갑자기······.’
매니저는 대체 저들을 사로잡은 배우가 누구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엣디엔드> 시리즈에 들어갈 정도면 분명히 신인일 텐데, 에이전시가 없을지도 모르잖아?
***
오디션 이후 예능 3인방과 함께 근처 액팅 스쿨에서 연기 수업을 듣거나, 권민재의 오디션을 응원했다. 예능 제작진이 미리 섭외한 소규모 극단의 무대에 올라 보기도 했다.
“그쪽에서 예능에 도움이 되라고 오디션 때 영상을 제공해 주겠다고요?”
“네. 편집된 영상이겠지만, 받으실 거죠?”
“당연하죠. 근데 이거 받았다고 제이 씨 계약에 제약이 걸리는 건 아니죠?”
“아뇨, 그냥 순수한 호의래요.”
그동안 <엣디엔드> 시리즈의 계약 조율도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한국 쪽 스케쥴에 겹치지 않게 곽도현까지 붙어서 계약서를 채워나가고 있었다.
권석현 피디는 허허 웃었다. 타국 방송사에 아직 캐스팅 발표도 안 난 이런 귀한 오디션 영상을 넘긴다고?
“진짜 씹어먹었구나······.”
“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윽고 권석현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을 만큼 활짝 펴졌다.
<액터즈 4 – 미국편>은 초반에 난항을 겪었지만,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게 됐다.
배우 네 명의 할리우드 적응기, 연기에 관한 열정. 그렇다고 너무 연기 관련해서 전문적으로 파고들지는 않고, 네 배우의 관계성을 집중했다.
‘네 명의 케미가 진짜 좋아.’
최우주는 맏형의 모습을 보여줬다. 맨날 멋있는 역할만 맡고 일상적으로 어떤 모습인지 파악이 덜 된 박다율은 의외로 허당끼 있는 모습이 찍혔다.
아마 이 모습이 방영된다면 화제성은 먹고 들어갈 거다.
‘민재, 저 녀석도 합격했다고 했지.’
권민재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윤제이는 또 어떤가. 아마 그가 아니었더라면 우리 예능 제작진은 제작비만 버리고 쓸쓸히 한국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버릴 게 없어. 이거 편성을 늘려달라고 해야겠는데?’
권석현은 히죽 웃었다. 게다가 찍을 건 아직 많았다.
테러 사건의 진상 조사가 마무리된 <악의 몰락>은 다시 촬영을 재개했다. 윤제이도 추가 촬영을 위해 세트장을 찾았다. 병실에 입원한 ‘텐’과 동료들의 작별 인사 장면이었다.
“우리 여기 있어도 되는 거야?”
“와, 근데 병원을 빌리는 게 가능한 거였구나.”
권민재와 최우주, 박다율도 따라왔다. 예능 촬영팀은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촬영 현장을 담았다. 물론 방송이 나가게 된다면 일부가 블러 처리되겠지만, 엄청난 특혜는 맞았다.
“이렇게까지 해주실 줄은 몰랐는데요.”
“뭘요. 당연히 이 정도는 해 드려야죠.”
마일즈 밀러와 애런 케이지는 별거 아니라는 듯 호탕하게 웃었다. 이렇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건 역시 윤제이가 폭발 테러 속에서 활약한 영향이 컸다.
“전체적으로 우리랑 비슷하긴 한데······.”
“저거 봐봐.”
“오.”
세 배우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촬영장을 구경했다. 그 사이 환자복을 입고 분장을 마친 윤제이가 등장했다. 권민재는 그의 얼굴에 표시된 작은 점들을 가리켰다.
“얼굴에 그건 뭐야?”
“아아, CG 때문에 마킹한 거야. 체중이 많이 줄었었으니까.”
단기간에 살을 뺄 수는 없으니 후보정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당시에도 볼이 푹 꺼질 정도로 살이 빠졌다. 몸을 회복하는 데 오래 걸렸었지.
“이제 카메라는 꺼 주세요.”
“네.”
본격 촬영에 돌입하자, 예능 촬영팀은 카메라를 껐다. 보안 때문이라서 세 배우의 오디오만 들어간다.
윤제이는 침대에 누웠다. 평소와 다름없는 촬영장인데, 지인들이 가까이 있다는 건 좀 새롭다.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민망하네.’
병실의 천장을 바라보면서 크게 심호흡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때의 나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갑자기 바닥이 푹 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서서히 물에 잠겨 먹먹해진다. 이윽고 점점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JJ.”
눈을 스르륵 떠 보니 밖에서 무슨 소리를 듣고 왔는지 다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과거로 돌아가다 보니 다니엘 에반스의 얼굴이 스르륵 사라지고 실제 제이든의 얼굴이 덧씌워지는 게 보였다. 그래, 그랬었지.
“깨자마자 본 게 못생긴 얼굴들이라니······.”
“뭐 임마?”
윤제이가 지친 듯한 음성으로 중얼거리니, 대원들이 안심해서 하하 웃었다.
“드디어 슬리핑 뷰티가 의식을 차렸군.”
“오오, 줄리엣. 드디어 눈을 떴구려.”
“웃기지 좀 마. 상처 터질 거 같아.”
나토 표준 음성 기호에서 10, J의 호칭은 줄리엣이다. 실제로도 이걸로 놀림을 받은 기억이 난다. 윤제이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내 훈장 수여 소식 들었어?”
“그래, 이 새끼. 부럽다.”
윤제이가 자신의 무용담을 말했다. 다들 그의 행동이 억지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러는 것임을 안다. 아직 약 기운에 취한 듯 횡설수설하면서 말이다. 그 모습이 더욱 안쓰럽게 다가왔다.
“텐. 다 나으면 복귀할 거지?”
“글쎄······.”
이윽고 병실에는 제이든과 윤제이만 남았다. 두 사람이 절친한 친구임을 알고 빠져준 것이다.
“너라면 복귀할 수 있을 거야.”
“제이든.”
“넌 천재니까. 그렇지? 같이 작전을······.”
“놈이 날 망가뜨렸어.”
순식간에 울먹거리며 말하는 모습에 제이든은 입을 다물었다. 이는 과거와는 달랐다. 당시 윤제이는 덤덤하게 자신의 상황을 고했지만, 속은 솔직히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영화에서만큼은 제이든에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고 싶었던 것을 솔직하게 고하기로 했다.
“JJ.”
“나랑 약속해. 죽지 않을 거라고.”
윤제이는 깁스를 하지 않은 손을 힘겹게 들어 제이든의 옷깃을 잡았다. 너무 힘겨운 손짓이라 멱살을 잡았다고 말하기도 애매했다.
“그리고 놈의 대가리를 따 버리겠다고.”
“그래. 약속할게.”
그리고 제이든은 병실 밖으로 사라진다. 윤제이는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같이 놈들을 처단하고 싶었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불안했지만, 지금의 나는 결말을 알고 있다. 제이든은 성공적으로 작전을 마무리한다. 그 와중에 소중한 전우를 잃게 되겠지.
하지만, 이제······.
‘이제 끝이구나.’
이제 난 괜찮을 거다. 이건 그 나름의 작별 인사다. 윤제이는 눈을 감았다.
“좋아요!”
이윽고 애런 케이지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윤제이의 촬영은 이걸로 마지막이다. 나중에 시사회 때나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다.
“JJ. 고생했어요.”
“제가 뭘요.”
“과거 끔찍한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게 힘들었겠지만, 이미 다 극복하신 거죠?”
“제가 뭘 하려는지 아셨군요.”
“그래서 더 완성도 높은 연기가 나온 거겠죠. 정말 고생했어요.”
애런 케이지가 윤제이의 어깨를 툭 치고 다음 씬의 촬영 준비를 하러 떠났다.
“JJ. 영화 촬영 끝났다고 내 연락을 무시하지 말아줘.”
“그래. 혹시 오늘 바빠?”
“다음 장면까지 아직 시간 있어. 저분들이 네 친구들?”
윤제이는 다니엘 에반스를 이끌고 배우 삼인방에게 다가갔다.
“다니엘이 촬영장 소개를 해주겠대.”
“오, 진짜?”
배우들과 예능 제작진이 신나서 따라갔다.
게다가 다니엘 에반스는 유명 필름 스쿨을 졸업했다. 제대로 연기를 배우지 않은 네 명에게 이런저런 연기법을 조언해주기로 했다.
***
“자, 저희가 다 세팅해 놓았습니다.”
“······너무 거창한 거 아니에요?”
“촬영팀 뒀다 뭐 해요? 이런 거라도 해야지. 거실 뷰가 예뻐서 여기다가 했어요.”
“감사합니다.”
윤제이의 숙소에 모인 예능 제작진과 배우들은 카메라 앞에 선 그의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근데 쟤가 백산 남우주연상은 처음인가?”
“그럴걸? 애초에 쟤 재데뷔한 지 얼마 안 됐잖아.”
“근데 쟤는 왜 이렇게 상 많이 받은 것 같지? ‘어린이’가 너무 세서 그런가.”
물론 100% 놀리려고 자리 잡은 거다. 윤제이의 수상 소식에 질투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들은 이미 남우주연상쯤은 다 휩쓴 배우들이었으니.
“물론 칸에 비하면 조금 떨어지겠지만······.”
“민재야. 너까지 이럴래?”
“재밌잖아.”
권민재가 히죽 웃었다.
이들이 이렇게 놀려먹는 것은 사실 축하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들이 미국에 있는 동안 한국은 백산예술대상이 열렸다.
당연히 작년을 휩쓴 <인터미션>과 <영구동토>도 후보에 올랐고, 영화 부문은 두 작품의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네, 백산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우주연상은······.)
(‘인터미션’ 윤제이 님, 축하드립니다.)
윤제이는 황룡영화상에 이어서 백산에도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윤제이 님이 스케쥴 상 자리를 비운 관계로, 수상 소감은 ‘인터미션’의 감독, 신지원 씨가 대신 말씀해주시겠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신지원입니다.)
게다가 <인터미션>은 대상까지 받는 기록을 세워서 떠들썩해졌다고 한다. <영구동토>는 감독상에 그쳤다.
신인 감독의 파격적인 대상 수상에 이견은 없었다. 오히려 받아야 할 사람들이 잘 받아 갔다는 평이 많았다고 한다.
윤제이는 백산 측의 마이튜브에 올라가게 될 수상 소감을 찍어 전달하기로 했다.
“시작하시면 돼요.”
“안녕하세요. 배우 윤제이입니다.”
어색하게 운을 띄운 윤제이는 능숙한 화법으로 수상 소감을 끝냈다.
“이야!”
“멋있다!”
“잘생겼어요, 오빠!”
그러자 세 배우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윤제이는 그 놀림을 익숙하게 흘려보내고는 아쉬운 듯 미소를 지었다. 무려 남우주연상이다. 당연히 기분 좋고 현장에서 직접 그 열기를 느끼고 싶었다.
“실제 시상식에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지. 우리도 스케쥴 때문에 불참한 적 많아.”
“그래?”
“자자, 다음 영상도 찍어야지.”
찍어야 할 소감 영상은 하나 더 있었다. 백산예술대상은 그에게 남우주연상만 주지 않았다.
“그런데 특별공로상은 뭐야? 원래 백산에 이런 것도 있었어?”
“그냥 공로상만 있었고, ‘특별’은 없었지.”
“그럼 나한테 왜 이걸 줬지?”
윤제이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공로상은 나보다 더 경력이 되는 사람들이나 받는 거 아니었나?
“글쎄, 네가 그만큼 산업에 기여를 했다는 거 아닌가?”
“하지만 그렇게 영향을 끼친 적이 없는데.”
“야, 네가 영향을 안 끼치면 누가 끼쳐?”
“난 이유 알 거 같은데.”
권민재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윤제이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 윤제이도 이유를 떠올렸다. 윤제희 특별법, 설마 그 이유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