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93)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193화(193/287)
At The End (5)
“뭐 하는 거지?”
“아무 일도 아닙니다. 가십쇼.”
“그 여성분 손은 놓지.”
“내 아내입니다. 내 아내 내가 알아서 하는데 무슨······.”
아서는 라리아의 얼굴을 알아보고 크게 분노했다. 라리아에게 딱히 별다른 감정은 없어도 사랑하는 상대가 아끼는 친구다.
“감히 나를 속여? 내 약혼자의 친구한테 뭐 하는 짓이지? 세바스찬!”
“네.”
“이 새끼 데려가.”
세바스찬이 남자를 질질 끌고 가서 발로 밟는 동안, 아서는 라리아의 손을 잡아 그녀를 일으켰다. 남자가 우악스럽게 잡아 뜯은 옷이 신경 쓰인 아서가 제 겉옷을 벗어 걸쳐주었다.
“가, 감사합······.”
라리아는 눈물이 계속 나와서 제대로 감사 인사를 하지 못했다. 결국 엉엉 울어버렸다.
“왜······ 왜 우리한테 이러죠?”
“······.”
“어째서요?”
아서는 그녀를 위로할 수 없었다. 어떻게 얘기하든 태생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으니까.
“언젠가는.”
“흐윽······.”
“언젠가는 이 사회도 바뀌겠지.”
단지 그게 지금이 아닐 뿐. 아서는 쓴 걸 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라리아는 사랑만으로는 헤쳐 나갈 수 없는 냉혹한 현실에 좌절한다.
그리고 노아는 간신히 도망쳐 나와 라리아를 찾았다. 골목에서 생각을 정리하던 아서는 그를 발견했다.
[내 친구, 라리아요.] [또 그 사람 얘기입니까?] [들어봐요.]아이비를 통해 라리아가 만나는 사람의 얘기는 들었다. 동양인이라는 사실도.
‘저 사람이겠군.’
노아의 몰골은 처참했다. 옷은 다 해졌고, 머리는 산발에 한쪽 얼굴은 부어올랐다. 아마 집단 린치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더라면 정말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루이스 양을 찾는 거라면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누구시죠······?”
“아이비 콜린스의 약혼자.”
이런 말 할 자격이 되나 싶지만. 아서는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토록 찾던 아이비는 안 보이고 애먼 사람만 보게 된다.
노아는 숨을 삼켰다. 아이비 콜린스는 라리아를 통해 자주 들었다. 친구면서 후원자. 그 저택의 주인.
“많이 다친 것 같은데, 같이 가겠나?”
“됐습니다.”
“호의는 그냥 받는 게 좋아. 널 찾아오는 사람이 있는 거 같은데.”
길 끝에서 누군가가 웅성거린다. 아마 노아를 쫓는 사람들일 거다. 노아는 하는 수 없이 아서의 차를 타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
“······감사합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의사를 집으로 불러 노아의 상처를 봐주는 호의를 베풀었다. 원래라면 전혀 하지 않았을 테지만, 아이비로 인해 그도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동양인에 대해 딱히 아무런 생각은 없지만, 라리아는 투자가치가 높은 사람이다. 백인과 흑인 혼혈이라는 장벽이 있긴 하지만······.
‘그 노래 실력이라면 더 큰 곳으로 가야 해.’
아서는 라리아의 성공을 예감했다. 아서의 생각으로는 노아는 라리아의 성공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나 다름없었다.
“가끔은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지.”
“······.”
“넌 그래도 상황 파악이 되는 것 같은데.”
노아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의 표정은 복잡했다.
다리를 약간 절뚝이면서 집으로 향하는 노아의 얼굴을 카메라로 담았다. 그 짧은 순간에도 얼굴에서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하아······”
노아가 하늘을 바라본다. 나는 조선인인가 미국인인가, 백인과 유색인종의 차이란 무엇일까. 어째서 우린 같이 있을 수 없을까.
‘이거, 우리 드라마에는 과분한 연기인데.’
드라마의 스태프 중 하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할 정도였다.
몰골이 영 말이 아니라서 며칠간 라리아를 찾지 않았던 노아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찾아온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한달음에 달려간 그는 아버지가 누운 침대를 둘러싼 가족들 그리고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는 의사를 보고 표정을 굳혔다. 이건 마치, 작별 인사 같지 않은가.
“아버지.”
“노아야.”
두 사람의 대화를 위해 가족들이 방에서 빠져나갔다. 눈물을 닦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지나쳐 아버지의 옆에 앉은 노아의 눈에도 금세 물기가 차올랐다.
노아는 조선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독립에 힘써야 한다고 말하며 제 인생을 간섭하는 아버지와 자주 갈등했다.
“아버지, 안 돼요. 아직······.”
“네게······ 쿨럭! 네게 미안하다.”
서로 언쟁이 오가면서도 노아의 아버지는 기침을 자주 하는 모습을 보이며 건강이 안 좋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냈었다.
“말씀하지 마세요.”
이대로 말을 계속하다가는 정말 잘못될 것 같다. 하지만 노아의 아버지는 입을 다물지 않았다.
“이 아비가 밉겠지?”
“아니, 아니에요.”
노아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다 죽어가는 아버지 앞에서 원망을 쏟아낼 사람은 없을 거다. 두 사람은 자주 부딪쳤지만 두 사람은 가족이었다.
오히려 이런 마음 약한 소리 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자꾸 잘못된 상상만 하게 된다.
“미안하다······ 네게 너무 강요만 했어.”
“아버지.”
“노아야. 난 고향을 버리고 도망쳤다.”
노아는 계속 들어보라며 제 팔뚝을 붙잡는 아버지의 손을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이렇게 힘이 없었나? 예전에는 무슨 짓을 해도 이 단단한 손을 뿌리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조금만 힘줘도 풀려날 수 있을 것 같다.
“놈들이 무서웠어. 이대로라면 정말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
“그래서 나 혼자 미국으로 왔다. 나 혼자, 살자고······.”
노아의 아버지는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말을 이었다. 호흡이 가빠져도 멈추지 않았다.
“놈들이 우리 집안 땅을 빼앗았다. 그건, 그건 버틸 수 있었어. 목숨을 보전할 수 있다면 그깟 땅쯤은······.”
“······.”
“그런데 놈들이, 내 부모님을 죽이고 누이를 데려갔다고······.”
그는 조선에 있는 가족들의 소식을 듣고 건강이 빠르게 악화했다.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너는, 너는 네 인생을 살거라. 조선이니 독립이니 다 잊어도 좋아.”
“아버지.”
“네게 미안하다······.”
노아가 그런 소리 하지 말라며 고개를 얕게 저었다. 그에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는 연신 아버지를 부르며 그의 정신을 붙들어놓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아버지는 천장만을 바라본 채 멍하니 중얼거렸다.
“아······ 다시 한번······.”
“아버지?”
“조선을, 볼 수······.”
“아버지······?”
카메라가 슬슬 뒤로 물러나며 두 사람의 모습을 원경으로 보여준다. 노아가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는 소리가 먹먹하게 들린다.
‘많이 다친 건 아니겠지?’
라리아는 저를 찾아오지 않는 노아를 걱정하면서도 대놓고 찾아갈 수 없는 현실에 또 괴로워했다. 아서와 화해한 아이비를 통해 들었을 때는 그래도 멀쩡히 집으로 돌아갔다고는 하는데······.
‘내가······ 싫어진 건 아니겠지?’
저 좋다는 한인 여자도 많은데 괜히 물라토를 사귀니까 괜한 폭행 시비에 휘말린 거 아닐까? 혼자 별생각을 다 하던 라리아는 저를 찾아온 아이비를 보고 웃었다.
지난 행실을 깊이 후회한 아서가 아이비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했고, 두 사람은 결혼하기로 했다.
“라리아, 함께 뉴욕으로 가자.”
“······뉴욕?”
“그래. 너 가고 싶어 했잖아.”
라리아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나한테 너무 신세 지는 거 같아?”
그것도 있지만, 사실 노아가 마음에 걸린다. 내가 없으면 그는 괜찮을까? 반대로 심장은 기분 좋게 뛰었다.
“걱정하지 마. 아서가 네 노래는 가치가 있대! 나랑 그가 널 투자할 거야!”
“······그래?”
“그래! 너 유명해질 때까지 무조건!”
아이비는 낯선 뉴욕 땅을 절친과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에 신난 듯했다. 라리아도 내심 들떴다. 성공한 재즈 가수를 꿈꾼다면 시카고나 뉴욕으로 가야 한다.
후원자가 정착할 비용을 대주는 이런 기회는 정말 흔치 않았다. 아이비라면 믿을 만한 사람이고.
‘뉴욕이라······.’
라리아가 보고 싶어서 주점의 뒷문을 찾은 그는 벽에 기대서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는 벽에 뒤통수를 대고 눈을 감았다.
이젠 결정할 때다. 보내줄 것인가, 아니면 놓지 않을 것인가.
일단 그 자리에서 벗어난 노아는 늦은 저녁 라리아를 찾았다.
“노아!”
라리아는 노아에게 달려가 안겼다. 그녀는 몸 괜찮냐며 그를 뜯어보았고, 그는 괜찮다며 웃었다.
“있잖아요. 내가 무슨 제안을 받았는지 알아요?”
“후원자가 더 큰 곳으로 가자고 했어요?”
“어떻게 알았어요? 그래서 말인데······ 당신도 뉴욕에 가고 싶어 했잖아요.”
넌지시 운을 떼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라리아는 혼자 가는 것보다 둘이 같이 가는 길을 선택했다.
노아는 더 없을 기회를 잡게 된 그녀가 자신을 위해 애쓰는 모습에 쓰게 웃었다.
마음은 이미 그녀를 따라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성은 그걸 반대했다. 우리는 함께 있으면 거대한 편견에 가로막힐 일이 많을 거다. 뉴욕이라고 다를까?
“알고 있었어요.”
“······뭐를요?”
“이런 순간이 올 거라는 것을요.”
라리아의 웃는 낯이 서서히 굳어졌다. 노아가 이별을 고할 거라는 것을 직감한 그녀는 몸을 돌려 그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 말아요.”
“라리아.”
“더 말하지 말아요.”
노아는 라리아의 어깨를 잡고 부드럽게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는 라리아의 정수리를 바라보았다.
“라리아. 꿈을 찾아가세요.”
라리아가 고개를 홱 올렸다. 그녀의 볼에는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당신은 나랑 헤어지는 게 쉬워요?!”
“······.”
“내가 그렇게 감당하기 어려워요?!”
“라리아. 그런 의미가 아닌 거 알잖아요.”
라리아도 안다. 노아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이별을 택한 거라는 걸. 하지만 이대로 헤어지기 싫었다.
“내가 가면 당신은요?”
“······.”
“같이 가요. 당신도 뉴욕으로 가는 게 꿈이었잖아요.”
노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는 없다. 그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내 꿈은 이뤘어요.”
“······무슨.”
“내 꿈은 당신이었으니까.”
그 애타는 목소리에 라리아가 드디어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이 깊은 입맞춤을 하고 이마를 맞댔다.
“그러니 당신의 꿈을 찾아가세요.”
***
갑판에 올라선 노아는 점점 멀어지는 땅을 바라보았다. 혹시 그녀가 있을까? 부둣가를 바라봤지만, 라리아는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시각, 라리아는 아이비를 따라 기차에 올라가다가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노아의 오른쪽 팔에는 아버지의 유골함이 안겨 있었다.
어머니와 동생들에게는 아버지를 고향 땅에 묻어드리기 위해 가는 거고, 곧 올 거라 말했지만, 가족들도 내심 알고 있을 거다. 노아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의 주머니에는 아버지를 찾아온 손님이 쥐여준 쪽지가 있었다. 임시 정부의 주소가 적힌.
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그는 뿌리내릴 곳을 찾아 태평양을 건넜다. 부모님의 고향이자 핏줄이 이어지고 있는 조선으로.
이 드라마 시리즈는 메인 커플이고 서브 커플이고 상관없이 늘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노아와 라리아는 시리즈 최초로 이어지지 않은 커플이었다.
하지만 끝끝내 이어지지 않아도 사랑이었다. 이런 사랑도 있었다.
“컷!”
“와아!”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스태프들이 박수를 쳤다. 열연을 펼쳐준 배우들이 환하게 웃으며 그동안 고생한 스태프들과 악수했다.
“JJ!”
“우리 같이 사진 찍어요!”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린 건 윤제이의 근처였다. 그는 스태프들에게 늘 친절했다. 게다가 배우들도 그를 중심으로 모여서 분위기가 더없이 좋았다.
가장 주목한 건 그의 연기였다.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고뇌를 잘 표현했고, 단내가 풀풀 풍기는 로맨스까지, 다들 드라마의 성공을 예감했다.
‘벌써 끝났구나.’
몇 개월의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날 줄이야. 윤제이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