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귀향(2/287)
귀향
“JJ, 휴식이 필요하면 휴가를 써. 사직서를 주지 말고.”
“캡틴, 제 이력 보셨잖아요.”
“그래. 너 한곳에 오래 못 있는 거 알지.”
그런데도 여러 곳에서 데려오려고 애를 쓴 건 기억한다. 캡틴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데려왔는데 갑자기 관둔다니.
제이 젠킨스, 캡틴과 대원들은 JJ라고 부르는 동양인은 정말 수상하고도 이상한 사람이었다.
인종 차별 렌즈를 낀 게 아니라 신비주의라고 해야 할까? 그냥 문자 그대로 신비한 사람이었다.
“그래도 1년 넘게 다닌 직장은 군대 빼고 여기가 처음이에요.”
“허, 이거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캡틴은 아쉬워서 쩝, 입맛을 다셨다.
제이는 순발력이 좋았고, 뭘 가르치면 한 번만 보고도 능숙하게 따라 할 줄 알았다. 능력이 워낙 좋아서 짧은 근무 동안 훈장도 받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그래서 캡틴이 특별히 아끼던 대원이기도 했다.
“네 자리는 비워두마. 언제든 돌아오고 싶으면 연락해.”
글쎄······ 과연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제이의 모호한 표정을 읽은 캡틴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디 멀리라도 가나 보지? 이번엔 어디야? 시카고? 보스턴?”
“한국이요.”
“한국? 어릴 때 잠깐 살았던 것 빼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잖아.”
“그랬었죠.”
제이의 삶은 변화무쌍했다. 한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인지 워낙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바쁘게 살아서 한국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혹시 윤제희씨 되시나요?)
같은 부대 동기의 성화 때문에 대충 만들고 잊고 있었던 SNS 계정을 확인하다가 온 메시지를 보기 전까지는.
뭐라 불러야 할지 애매한 친부의 아내는, 친부의 말기 암 투병 사실과 그가 제이를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전했다.
제이는 짧은 고민 끝에 가겠노라 답장했다. 어차피 이곳도 곧 관둘 생각이었으니.
“아버지가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하시네요. 그래도 한 번 가 봐야죠.”
“아버지? 그러니까, 미스터 젠킨스가 아니라 네 생물학적 아버지?”
“네.”
“입양된 줄 알았는데.”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요.”
원래는 한국에서 살았고, 친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갔다가 어머니가 재혼하고······ 설명하기도 어려운 가정사다.
제이는 이런 사적인 얘기는 잘 안 하는 성격이기도 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제이는 웃으며 캡틴과 악수했다. 미련 따위는 없어 보이는 후련한 미소였다.
그 표정에 캡틴이 더 아쉬웠다.
“한국은 잠깐 가는 거지? 돌아오면 가끔 놀러 와.”
“그럴게요.”
언젠가는······ 군대 다음으로 오래 몸담았던 곳이니 특별히 정이 많이 들긴 했다.
“이봐, JJ.”
큰 보스턴 백을 어깨에 메고 문을 열려던 제이를 캡틴이 다시 불렀다.
“윌리엄스가 죽은 건 너 때문이 아니야. 그건 사고였어.”
“······압니다.”
알아도 그가 제이의 눈앞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제이는 애써 씁쓸함을 감춘 채 캡틴의 사무실을 나섰다.
차고에는 대원들이 모여 포커 게임을 하고 있었다.
“JJ! 와서 한 게임 해!”
“올리버, 네 돈 딸 기회는 영원히 접어둬야겠네.”
“영원히? 너 결국 관두는 거야?”
“그래. 잘 있어라. 루저들아.”
제이는 내일 다시 출근할 것 같은 가벼운 걸음걸이로 퇴사했다. 쟤 진짜 관두는 거 맞아? 멍해진 대원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여기도 오늘로 마지막이겠군.’
제이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큼지막한 글씨로 쓰여 있는 간판 아래에는 그가 열심히 정비하고 닦았던 붉은 소방차가 보였다.
Los Angeles Fire Department
‘다음에는 뭘 해볼까.’
그 전에 친부를 만나야겠지만. 제이는 어쩐지 속이 무거워져서 한숨을 쉬었다.
제이가 소방대를 나서고, 그의 절친이라 자부했던 올리버가 캡틴의 사무실 문을 급히 열었다.
“노크하고 열어.”
“캡틴, JJ 진짜 갔어요?”
“그럼 장난인 줄 알았어?”
“아니, 그냥 이렇게 가버리는 게 어디 있어요?!”
“예전부터 관둔다 관둔다 얘기는 했었잖아.”
자기는 한곳에 오래 못 있는다고, 언젠가 다른 직업을 찾아갈지도 모른다고 염불처럼 말하긴 했다.
같은 소방대 대원 윌리엄스가 순직하고부터 더 심해지긴 했다. 눈앞에서 그렇게 갔으니 이해는 하지만, 이렇게 급히 떠날 줄은 몰랐다.
“번호 모르는 것도 아니고, 소셜 미디어? 그거로 멀리서도 연락 다 될 거 아니냐.”
“그래도 그렇지. 저희 송별회까지 준비했단 말이에요.”
근데 주인공이 벌써 가버리다니. 올리버가 투덜대면서 밖으로 나가고, 캡틴은 제이의 소방대 지원 이력서를 훑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미군 입대. 네이비씰에서 몇 년간 복무하면서 잦은 해외 작전에 투입돼 공로를 쌓아 훈장도 많이 받은 영웅.
은성 훈장이 어디 별거인가. 어디든 대우받을 수 있는 이력이지만, 제이는 전역 후 짧게는 일주일, 길어봤자 2개월 동안 직업을 갈아타면서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나 참······.”
사기급 이력만 봐서는 딱 동양인 스테레오 타입 같으면서도 젠체하지는 않았다. 제이는 자신에 관한 얘기는 별로 안 했으니까.
“끝까지 수수께끼 같은 놈이었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사적인 대화가 친아버지에 관한 내용이라니. 캡틴은 한숨을 쉬고는 이력서를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 버렸다.
***
“그래, 소방대도 관뒀다고?”
“네.”
한국으로 가기 전에 부모님 댁에 들른 제이는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
“잘했다. 위험한 일이잖니.”
어머니, 마리아 젠킨스는 화색이 돌았지만, 아버지의 표정은 근심을 감출 수 없었다.
“아들, 인제 그만 정착하는 게 어떠냐?”
“이렇게 사는 게 편해요.”
“네가 원한다면 내 회사에 자리를 내 주마. 너라면 금세 잘 적응할 거다.”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제이는 머리도 좋았고 특유의 재능이 있었다. 어느 한곳에 정착해서 그 능력을 끝까지 발휘하면 좋으련만 유랑 생활을 하며 직업을 갈아탔다.
부모님의 눈빛은 무한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제이는 그 애정에 명치께가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지는 않았다. 그의 표정을 읽은 아버지가 급히 덧붙였다.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라.”
“두 분께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얘기 하지 말고. 부모는 원래 자식의 뒤를 받쳐주는 거야.”
제이는 입꼬리를 올렸다.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두 사람은 제이를 정말 친아들처럼 아껴주었다.
제이의 가정사는 드라마에서나 볼 법했다. 친부와 이혼하고 미국에 정착한 친모, 지금의 아버지인 헨리 젠킨스를 만나 재혼했다.
[아들, 내가 널 어떻게 부르면 될까?] [한국 이름은 발음하기 쉽지 않으니까 그냥 제이라고 불러주세요.]그렇게 윤제희는 제이 젠킨스가 되었다.
헨리는 피도 안 섞인 제이를 정말 친아들처럼 아꼈지만, 제이의 친모 정연재와 헨리 젠킨스의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친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지금의 어머니를 만나 재혼했다. 어머니, 마리아 젠킨스는 전남편 사이에서 두 자녀가 있었다. 제이는 졸지에 피도 안 섞인 어머니와 형제가 생긴 셈이다.
“그래, 한국에 가기로 한 건 잘했다. 그래도 네 친부니, 마지막은 배웅해 드려야지.”
“네.”
“잘 보내드리고 오렴.”
진한 포옹으로 부모님의 배웅을 받은 제이는 공항으로 향했다.
가정사는 복잡하지만, 나름 화목하고 좋은 가정이었다. 부모님은 제이를 친아들처럼 대했고, 어머니의 자식들과도 친남매처럼 지내서 예전의 어색했던 시절은 기억도 안 났다.
그런데도 자신의 위치가 붕 떠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군대로 도망친 건 제이였다.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정착을 못 하고 있나.’
어디서든 넌 이게 천직이다. 재능이 있다 소리를 들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자유롭게 살면서도 어딘가 마음이 허했다.
한국으로 가는 게 순탄치는 않았다.
군 시절 특수한 작전에 투입된 것 때문에 몇몇 곳에서 찾아왔으며, 비밀 유지 서약까지 해야 했다. 그 대신 여러 편의를 봐주긴 했지만.
(승객 여러분, 인천국제공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비행기가 완전히 멈춘 후······.)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공항은 낯설었다. 짐을 찾고 게이트를 빠져나온 제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 엄마. 나 지금 도착했어.”
“집 가기 전에 밥부터 먹고 가자.”
“미친, 저 사람 봤냐? 개 잘생겼어.”
일단 교포 냄새부터 좀 빼야겠군. 제이는 공항을 배회하면서 지나다니는 여러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고 발음과 어조를 습득했다.
“아, 아아. 하나둘 셋. 안녕하세요.”
이 정도면 교포 느낌은 덜하려나? 잠깐 듣기만 한 거로 금세 언어 구상을 마친 제이는 드디어 공항 밖을 나섰다.
(아······ 한국 도착하셨군요.)
“무슨 일이 있나요?”
(그게······ 병동이 아니라 장례식장 1층 카페에서 볼 수 있을까요?)
“장례식장이요?”
설마······ 제이는 급히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카페에서 마주친 친부의 아내, 박현아는 제이를 보자마자 흠칫 놀랐다.
문짝 같은 덩치는 비율이 좋아서 모델 같았다. 잘생긴 외모는 남편과 닮아 있었는데, 분위기는 묵직한 것이 산전수전 다 겪은 느낌이 들었다.
주변인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게, 연예인인 제 자식들보다도 더 연예인 같았다.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해요.”
“아닙니다. 말씀 편하게 하셔도 괜찮습니다.”
제이는 박현아를 살폈다. 눈이 퉁퉁 부어 있었지만, 제법 의연해 보이는 게 친부의 투병 생활이 길어서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다 끝낸 것 같았다.
“미국에서 자랐다고 들었는데······ 내가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냥, 제이라고 불러주세요. 저는 그럼, 어머니······ 라고 불러도 될까요?”
“그래요.”
어머니라는 단어는 단순 호칭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친부의 아내인데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도 그림이 조금 이상했고.
“아버지는······ 돌아가신 거군요.”
“오늘 아침에 편히 가셨어.”
박현아는 복잡해 보이는 제이의 표정을 살폈다.
“혹시 아버지가 제 얘기를 자주 하셨었나요?”
“네게는 항상 미안했다고 하더라고. 자기가 큰 잘못을 저질러서 가정이 망가졌다고 항상 말했어.”
글쎄, 가정을 망가뜨린 건 오히려 나라고 생각했는데. 친부는 제이에 관해 좋은 얘기만 한 것인지 박현아의 표정은 호의적이었다.
“너와 연락이 됐다고, 곧 한국으로 올 거라고 말했을 때 되게 기뻐하셨어. 네게 꼭 해줄 말이 있다고 했는데······.”
“······그렇군요.”
제이는 목이 타서 커피를 들이켰다.
“어머님, 이 상자가 맞나요? 도준이가 맞다고는 하는데······.”
“맞아요. 아이들 태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니저님.”
“아뇨. 제 일인데요.”
짧은 침묵을 깬 건 한 남자였다. 그는 자신을 깍듯이 대하는 박현아에게 손사래 쳤다. 매니저라고 수족처럼 부리는 연예인과 가족들이 많은데, 이들은 늘 정중했으니까.
그는 제이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흠칫 놀랐다. 세상에, 저 사람은 누구지? 아직 발견 안 된 보석이······.
매니저가 군침을 흘리는 것도 모르고 제이는 그의 뒤를 쳐다보았다. 학생인 듯 앳되어 보이는 두 남녀가 있었다.
‘닮았네.’
남매 서로, 그리고 자신과도 살짝 닮아 있었다.
‘내······ 동생인가.’
눈이 살짝 부은 게 아버지의 죽음 때문인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