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00)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200화(200/287)
제게 맡겨주세요.
윤제이와 이영창은 오디션을 끝내고 다리가 불편한 연노엘을 차에 태워 그가 사는 곳으로 향했다.
“꽤 먼데······ 이 거리를 뛰어서 왔다고?”
“네. 할만해요.”
연노엘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아이는 내색하지 않는 법을 이른 나이에 깨달은 것 같았다.
윤제이와 이영창이 눈을 마주쳤다. 대화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어른이 아이의 탈을 쓴 것처럼 느껴진다.
“아까 들으니까 누가 오디션 날짜를 잘못 알려준 거 같은데?”
“친구가 내일이라고 거짓말했어요.”
“그 친구도 오늘 오디션 봤던 친구인가?”
“그랬을걸요?”
윤제이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는 연노엘을 보고 웃음을 참았다. 앳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비열한 미소였다.
“네가 합격할까 봐 견제하나 보다.”
“그러니까요. 걔 말을 믿은 내가 미쳤지.”
그 대답에 이영창과 운전을 하는 스태프마저 웃음이 터져버렸다. 정작 연노엘은 왜요? 라고 되물었지만.
“거리도 먼데, 포기할 생각은 안 했어?”
“오디션이 제 인생을 바꿀 기회라고 느껴졌어요.”
“네가 합격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죠. 하고 후회하는 거랑 안 하고 후회하는 건 다르잖아요.”
명답이네. 윤제이가 웃음을 흘렸다. 연노엘은 그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홱 돌렸다. 세상 다 산 듯한 분위기를 풍겨도 이런 잘생긴 얼굴에는 면역이 없었다.
“근데 이거 면접인가요?”
“따지고 보면 최종 면접이라고 볼 수 있지.”
“저 그럼 합격이에요?”
윤제이는 이영창을 흘끔 바라보았다. 이영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정된 오디션 현장을 돌아야겠지만, 네가 최종 합격할 거다.”
“진짜요?”
기뻐하는 모습은 또 제 나이 같다.
“근데 저 연기 못하는데······.”
“일단 해보고 후회해야지, 안 그래?”
“그건 그래요.”
윤제이는 조금 전 연노엘이 대답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연노엘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말귀도 잘 알아듣고, 어른스러운 것이 디렉팅을 받으면 곧잘 할 거 같다.
“네가 합격했다는 사실은 비밀로 해주겠니?”
“말할 생각 없어요. 말해봤자 똥파리들만 꼬이지.”
똥파리? 단순 말장난이라기에는 단어에 감정이 실려 있었다. 윤제이가 되물으려는 순간,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렸다.
“애가 어디를 간 거야.”
“어디 놀러 간 거 아닐까요?”
“우리 걱정할까 봐 꼬박꼬박 가는 곳 얘기했던 아이예요. 근데 말도 없이······.”
작은 성당의 공터, 어른들이 누군가를 찾는 듯 종종걸음을 하고 있었다. 윤제이는 그중에서 가장 불안해하는 한 사람을 가리켰다.
“저분이 네 보호자시니?”
“네.”
“불안해하시는 거 보니까 말씀 안 드리고 나왔구나.”
“음······ 허락을 안 해주실 거 같아서요.”
연노엘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런 반응을 보니 보호자를 설득하는 일이 어려워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스텔라 수녀님!”
“노엘아!”
차에서 내린 연노엘이 수녀에게 달려가 안겼다.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는 거야?!”
“그게······.”
그리고 연노엘은 뒤따라 내리는 윤제이와 이영창 감독을 가리켰다. 스텔라라 불린 수녀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어머.”
“안녕하세요.”
“여긴 어쩐 일로······.”
윤제이야 말할 것도 없이 대중성 원탑인 배우고, 이영창 감독도 마찬가지다. 아예 티비를 안 보고 사는 사람이면 몰라도, 두 사람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너 설마 오디션 봤니?”
“네.”
“하아······ 노엘아.”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셨잖아요.”
“하지만.”
이러다가는 끝이 없을 것 같기에, 스태프가 중간에 말을 끊었다.
“수녀님, 저희랑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스텔라 수녀는 윤제이와 이영창 그리고 스태프, 김영준을 데리고 성당 안으로 들어왔다.
“내올 게 없는데, 커피 믹스도 괜찮으시죠?”
“물이면 됩니다.”
대접받으러 온 게 아니다. 설득하러 왔지. 이영창은 오디션장에서부터 차를 타고 온 지금까지 점점 연노엘 아닌 ‘아이’는 상상할 수 없었다. 윤제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의 분위기에 스텔라 수녀가 넌지시 물었다.
“우리 노엘이가 오디션에 합격했나요?”
“네. 미리 보호자의 허락을 받고 싶어서요.”
이영창의 말에 스텔라 수녀는 한숨을 쉬었다.
“우리 노엘이가 재능이 있나요?”
“타고난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죠.”
저런 깊은 눈동자와 분위기는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못 만든다. 성인 연기자에게서도 얼마 없는 특이함이다.
“죄송합니다만, 너무 어린 나이에 주목받는 게 걱정되네요.”
“수녀님. 저희가 그러지 않게 잘······.”
“오늘은 돌아가 주세요.”
스텔라 수녀는 단호했다. 굳게 닫힌 입과 단단한 눈매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밖으로 나온 세 사람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감독님, 어떡하죠?”
“글쎄······ 제이, 네 생각은 어떠니?”
윤제이는 벽 뒤에서 흘끔흘끔 쳐다보는 연노엘을 발견했다. 결과가 궁금해서 따라 나온 모양이다.
“계속 두드려 봐야죠. 질릴 때까지.”
아이 본인도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것 같고, 저 아이 외에는 다른 아이가 눈에 차지 않을 것 같으니 놓을 순 없다.
“우선 제게 맡겨주세요.”
“하하! 그래. 영준아. 제이한테 캐스팅 디렉터 자리 줘야겠다.”
그렇게 남은 오디션이 끝나고 윤제이는 한진우와 함께 연노엘이 있을 보육원을 찾았다.
굳이 연노엘이 있는 보육원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보육원 몇 곳에 후원금과 물품을 보내주었다.
“수녀님, 안녕하세요.”
“오셨네요.”
스텔라 수녀는 윤제이의 의도가 너무 보여서 못마땅했다. 본인이 출연하는 영화를 위해 아이 보호자의 의사를 무시하는 행태니까.
하지만 워낙 지방에다가 후원금도 갈수록 고갈 나서 어쩔 수 없었다.
“얘들아. 손님 왔다.”
“우와!”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은 윤제이를 보고 5초간 입을 멍하니 벌렸다가 왁자지껄 떠들었다.
“연예인이다!”
“아저씨 누군지 알아?”
“알아요!”
“와! 진짜 잘생겼어!”
오랜만에 온 손님, 게다가 연예인이다. 아이들은 신나서 윤제이의 근처를 배회했다.
아이들을 돌보는 건 익숙하다. 예전에 동생들을 돌보던 생각이 나서 꽤 즐거웠다.
“노엘아. 잠시만.”
“네.”
윤제이는 연노엘을 따로 불러 그의 발에 딱 맞는 편한 신발을 건넸다. 스포츠 브랜드 광고 촬영 때 아이 신발에 관해 물었더니 그쪽에서 흔쾌히 선물해 준 한정판 신발이었다.
“뇌물이야.”
“뇌물이요?”
“포기하지 말라고.”
“아저씨랑 감독 아저씨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저는 그럴 일 없어요.”
연노엘은 아직도 보호자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아 지친 윤제이와 이영창 감독이 다른 아이를 찾아가면 어쩌나 불안해하고 있었다.
“수녀님은 어때? 아직도 완강하셔?”
“네, 제가 막 드러누웠는데도 듣지를 않으셔서······.”
“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런 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야.”
“믿어도 돼요?”
“그래.”
이젠 제법 눈도 잘 마주치고 씨익 웃는 아이의 얼굴에 마음도 뿌듯해졌다.
윤제이의 방문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또 오셨네요?”
“전에 보니까 천장에 물이 샌 흔적이 있더라고요.”
서울에서 전남을 왔다 갔다 했다. 게다가 연말이다. 중간중간 시상자로 시상식에 참석하고, <아버지>의 크랭크인 전까지 예정된 추가 광고 촬영과 화보 등 스케쥴이 제법 많았다.
“직접 하시게요?”
“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 집수리 잘해요.”
“그런 건 아니고······.”
연예인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도 불안인데, 바쁜 사람이 괜히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와 배우 양반이 일도 잘하네.”
“배우 되기 전에 이런 일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요? 나중에 일 떨어지면 우리랑 같이 일하는 건 어때?”
“그거 좋은데요? 진지하게 고려해 볼게요.”
“야, 이 사람아. 저 얼굴에 우리 같은 막일하는 건 재능 낭비 아녀?”
“일에 막일이고 뭐고가 어디 있어요.”
그런데, 윤제이는 일을 정말 잘했다. 혼자로는 하루에 못 해결해서 인근에 인부를 고용해 같이 일했는데, 베테랑인 이들이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다.
“수녀님. 너무 반대만 하지 마시고······.”
“맞아요. 저분이 저렇게 노력도 하고, 노엘이도 하고 싶다고 우는데. 타협점을 찾는 게 어떨까요?”
“······제가 노엘이의 미래를 너무 틀어잡고 있는 걸까요?”
결국 스텔라 수녀의 마음도 약해졌다.
“아저씨!”
“노엘, 잘 지냈어?”
“또 오셨네요. 안 추워요?”
“일하면 안 추워. 숙제는 다 했어?”
“네!”
연노엘도 매번 찾아오는 윤제이에 안심이 되는지 많이 밝아졌다. 윤제이가 내준 숙제는 간단했다. 그와 이영창이 골라준 영화를 보는 것이다.
마침 스텔라 수녀도 마음이 약해진 것 같고, 조만간 다시 계약에 관해 운을 떼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해외 일정이 잡혀 2주일 동안 보육원을 찾지 못했고, 그는 오랜만에 다시 보육원을 찾아왔다.
“아저씨.”
“응?”
“이제 그만 오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윤제이는 연노엘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다. 설마 2주간 못 찾아와서 그런가? 못 온다고 제대로 얘기했을 텐데.
“너도 우리 영화 출연하는 거 원하지 않았어? 혹시 이제 나를 못 믿겠어?”
“원해요. 못 믿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똥파리가 자꾸 꼬여요.”
똥파리? 윤제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전에도 그 얘기를 하던데. 똥파리가 누구야?”
“······그런 게 있어요.”
얼핏 지나간 상처받은 표정, 이 아이에게서는 진실을 듣지 못할 것 같다. 이젠 똥파리의 정체가 뭔지 알아야겠다.
윤제이는 아이들을 먹일 치킨과 피자를 사 들고 스텔라 수녀를 찾았다.
“수녀님. 잘 지내셨어요? 지붕은 어때요?”
“좋아요. 너무 이러시지 않아도 되는데······ 괜히 멀리까지 오셔서 고생하는 거 같네요.”
“믿지 않으시겠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고 했던가. 처음 의도야 연노엘을 캐스팅하기 위해서였지만, 윤제이도 이 보육원에 제법 정이 들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 조금만 걸어가면 펼쳐지는 바닷가의 풍경은 그의 마음도 편안하게 했다.
‘이 사람을 믿어도 될까?’
스텔라 수녀가 윤제이를 흘끔 올려다보았다. 검색해보니 윤제이가 기부를 꾸준히 해왔다는 것도 안다.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도 진심이고, 게다가 연노엘이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그가 안 온 2주 동안 겪은 사건 때문에 문을 닫아버린 것 같지만······. 스텔라 수녀는 결국 항복했다.
“노엘이 그 아이는······.”
드디어 속사정을 들을 수 있다는 직감에 윤제이가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 애는 2019년 12월 25일에 발견됐어요.”
발견됐다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성당에서 베이비 박스를 운영했다는 걸 다른 수녀에게서 들은 적 있었다.
“그래서 노엘이군요.”
“네. 아시네요.”
“제 동생들도 가톨릭 성인에서 이름을 따 왔거든요.”
세레나와 크리스토퍼를 의미했다.
“어느 아이든 마음 쓰이지만, 노엘이는 유독 신경 쓰였어요. 다른 아이들은 부모한테 선물 받고 즐거워야 할 크리스마스에 제대로 된 보온도 없이 버려졌으니까요.”
“······.”
“보셔서 아시겠지만, 노엘이가 참 잘생겼잖아요?”
“네.”
“갓난아이 때도 그게 티가 났어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사람을 홀리는 분위기인데, 얼굴도 제법 잘생겼다. 아마 그대로만 큰다면 여기저기서 캐스팅이 들어올 것이다. 어린 시절의 윤제이처럼 말이다.
“어릴 때부터 워낙 떡잎이 좋아서인지 이 근방에 소문이 났어요.”
“입양 문의가 많았겠군요.”
“네. 어떻게 알았는지 서울에서도 찾아왔었어요.”
그런데 왜 아직도 이 시설에 있을까. 윤제이는 아이가 풍기던 우울하고 슬픈 분위기가 짐작되기 시작했다. 단순히 고아라서가 아니라······.
“노엘이는 네 번을 돌아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