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01)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201화(201/287)
진짜 하고 싶어요.
버려진 거구나. 네 번, 아니지. 친부모까지 합하면 다섯 번이다. 윤제이는 안타까워서 한숨을 쉬었다.
“왜 돌아왔나요?”
“양부모가 노엘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사고가 났어요.”
“큰 사고였나요?”
“다행히 그렇게 큰 사고는 아니어서, 어떻게 같이 집으로 향하기는 했대요.”
그런데 그 뒤로 자잘한 사건 사고를 겪었다는 거다.
“그쪽에서 혹시나 하고 찾아간 무속인 말이, 아이랑 집안이랑 맞지 않는다고······ 파양하라고 해서 다시 돌아왔어요.”
“그랬군요. 설마 그 사람 다음에도······.”
“네. 두 번째도, 그다음에도 비슷했어요. 노엘이를 데려가고 자잘한 사고를 당했죠.”
윤제이는 주먹을 쥐고 식탁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 나름의 분노 표현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아이의 가치는 무당의 말보다 가벼웠다.
“그러다 보니 소문이 돌았어요. 저주받은 아이라고.”
“그건 너무 억지인데요.”
그냥, 운이 나빴던 거지. 그게 어떻게 아이 잘못인가.
스텔라 수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화내는 윤제이의 모습에 오히려 미소가 나왔다. 그만큼 아이를 아끼는 게 보이니까.
“그래서 허락할 수는······ 죄송해요.”
“이해합니다.”
“애가 더 상처받게 놔두느니 차라리 제가 성인 될 때까지 보호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전국에서 대대적인 오디션을 본다고 홍보했다. 아직 캐스팅되지도 않은 아이를 두고 제2의 윤제희, 천재 아역의 후계자 등의 과한 수식어가 붙었다.
이영창과 윤제이가 다시 만나는 작품이면 수상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벌써 설레발치는 사람이 많았다. 연예 기획사 관계자도 그 아이를 찾는 데 혈안이었다.
스텔라 수녀는 사람들의 과한 관심이 걱정됐다. 스텔라가 한 아이만 돌보는 것도 아니고, 안 그래도 제대로 된 보호자도 없는데, 벌써 사회에 내몰리면 받을 상처는 파양의 아픔보다 더할 것이다.
“그렇군요. 혹시 노엘이가 말하는 똥파리라는 게······.”
“안 오신 동안 KE 그룹에서 사람이 왔어요. 이 감독님도 자주 왔다 가셨고요.”
“그게 많이 퍼졌나요?”
“네. 그동안 외국에 다녀왔다고 하셨죠? 그 사이에 기사가 올라오는 바람에······ 갑자기 입양 문의가 폭주한 거예요.”
아, 이런. 나 때문이구나. 윤제이는 저절로 어떤 상황인지 그려졌다.
윤제이 보육원 목격담···차기작 ‘아버지’의 아역 때문
윤제이의 보육원 봉사는 이유 있는 봉사였다
이영창·윤제이 고흥 목격담 ‘화제’
양해를 구하고 핸드폰 기사를 훑어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윤제이가 보육원을 자주 드나든다는 것은 인근 주민들이 찍은 사진으로 퍼졌다. 주기적으로 찾아가서 맛있는 걸 사주고, 직접 지붕 공사도 했다.
제2의 윤제희는 보육원 출신?···인근 보육원 입양 문의 쏟아져
인근 보육원장 “제발 이런 거로 전화하지 마세요” 호소
-와 어떤 애길래 윤제이랑 이영창이 저렇게 출석하냐
-진짜 개부럽다 어릴때부터 관심받네
-데뷔작이 무려 이영창 영화야ㄷㄷㄷ
그게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 영화 캐스팅 때문에,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그랬냐고 조롱하는 댓글도 있었는데, 솔직히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여보세요?] [거기 이영창 영화 캐스팅됐다는 아이 있습니까?] [네?] [그 애 데려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얼마 필요해요?]그동안 스텔라 수녀는 무례한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
[저, 안녕하세요. 수녀님.] [여긴 어쩐 일로······.] [그······ 노엘이 잘 있죠?]어두운 스텔라 수녀의 얼굴을 본 윤제이가 마치 속마음이라도 읽은 듯 말했다.
“설마 전 입양자가 찾아오기도 했나요?”
“······네.”
저주받은 아이라며 모두가 꺼리던 아이를 다시 찾는 이유가 뭐겠는가.
이영창이라는 거장 감독의 영화에 캐스팅되어 대박을 터뜨릴지도 모른다는, 혹은 윤제희만큼이나 성과를 올릴 거라는 불순한 기대로 미리 데려가려는 것이다.
“수녀님, 제가 윤제희였다는 사실은 수녀님도 아시나요?”
“알죠.”
“걱정하시는 게 뭔지 압니다. 아마 영화가 개봉되면 제가 겪었던 일을 똑같이 겪을지도 모르죠.”
영화가 흥행하면 윤제희 시절 받았던 관심을 되풀이할 것이다. 게다가 그때와는 다르게 인터넷도 발달하고, 공격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흥행하지 않으면 그렇게 제작 전부터 난리 쳤는데 결과가 이게 뭐냐고 조롱받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후자 쪽이 낫다. 흥행이 실패하면 감독인 이영창이나 주연인 윤제이를 욕하겠지, 아이한테까지 손가락질하진 않을 테니까.
“사람들은 과하게 아이를 주목할 거고, 괜한 기대를 했다가 실망할지도 모르죠.”
“······.”
“돌아가신 제 부모님도 많이 노력하셨지만, 그래도 한계는 있었죠.”
네 번이나 파양 당한 사연을 안 이상, 이대로 연노엘을 가만둘 수 없다. 여러 번 오가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윤제이는 윤제희 시절을 겪은 경험이 있기에 연노엘을 잘 보살필 자신이 있었다.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네?”
“수녀님, 노엘이는 재능이 있어요.”
분위기와 외모를 타고난 것도 타고난 건데, 아이들과 놀 때 소리치는 발성이나 발음이 좋다. 카메라 앞에 서도, 여러 사람에 둘러싸여도 위축되지 않는다.
“단순히 저희 영화에 캐스팅하기 위해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게 아닙니다.”
“······.”
“그리고 저는 누구보다도 노엘이를 이해할 수 있어요.”
스텔라 수녀는 과거 <어린이>를 영화관에서 봤었다. 워낙 수상 실적도 많고, 언론에서 천재 아역이 나타났다고 떠들기에 호기심이 들었다.
문득, 스크린을 꽉 채운 윤제희의 모습이 생각났다. 여러 감정이 혼재된 깊은 눈동자는 심지가 굳은 단단한 어른으로 변했다.
“허락해주세요.”
상처받은 아이는 상처를 딛고 일어나 자신과 비슷한 아이를 후원하기 위해 나섰다. 그 진지한 얼굴에 스텔라 수녀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을 때였다.
“수녀님.”
앳된 목소리는 스텔라 수녀의 뒤에서 들려왔다. 언제 엿듣고 있었는지 문 앞에 서 있는 연노엘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 진짜 하고 싶어요.”
***
복잡한 후견 절차가 남아있긴 했지만, 일단 연노엘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왔다. 보육원에 관심이 많이 쏠렸다. 아예 같이 살면서 연기 지도를 해주는 게 나을 것 같다.
“자, 여기가 네 방이야.”
“우와.”
윤제이는 정승우가 썼던 손님방을 연노엘에게 내주었다. 연노엘은 넓은 침대에 앉아서 자신이 쓸 공간을 훑어보았다. 이 넓은 방을 혼자 쓸 수 있다고? 게다가 화장실이 딸려 있는데?
“내일은 네가 쓸 용품이랑 핸드폰 사러 가자.”
“진짜요?”
“미리 말하지만, 스마트폰은 안 돼. 수녀님이랑 연락용으로 사주는 거니까.”
“왜요!”
“불만이면 나중에 출연료 받아서 바꾸던가. 아, 그것도 미성년자라서 마음대로 못 쓰려나?”
“이씨!”
괜히 인터넷 훑어보다가 안 좋은 얘기를 보면 어떡하는가. 무조건 금지한다고 안 볼 애도 아니긴 하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제동을 걸어야지.
윤제이는 머리까지 이불을 푹 덮은 연노엘의 어깨를 잡았다.
“배는 안 고파?”
“고파요.”
“뭐 시켜줄까? 아니면 간단히 뭐라도 해 줄까?”
“김치전이요. 근데 아저씨 요리 잘해요?”
“잘하지. 조금만 기다려.”
김치전? 치킨이나 시켜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특이한 요구네. 윤제이는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와 서랍을 뒤적였다. 다행히 재료는 있었다.
연노엘은 쭈뼛쭈뼛 식탁 앞에 앉아 거실의 통창을 바라보았다. 거실을 꽉 채운 한강과 야경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엄청 좋은 데 사시네.
“근데 괜찮을까요?”
“뭐가?”
“그, 어디 안 아파요? 어디 다치진 않았어요?”
윤제이는 애가 무슨 소리를 하나 뒤집개를 들고 몸을 돌렸다.
연노엘의 어두운 표정에서 스텔라 수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연노엘을 데려간 입양자의 사건 사고, 자신이 저주받은 아이라는 소리를 어디서 들은 것 같다.
“우리가 고흥에서 서울까지 오면서 무슨 사고라도 터졌나?”
“아뇨.”
“그럼, 지금 내가 달궈진 기름에 화상을 입었나?”
“······아뇨.”
윤제이는 뒤를 돈 상태에서도 프라이팬을 들고 튕겼다. 허공에 뜬 김치전이 무사히 프라이팬에 안착했다. 이윽고 바싹하게 구워진 김치전을 그릇에 담아 식탁에 올려놓았다.
“단지 그 사람들이 운이 없었던 것뿐이야. 자, 여기.”
“감사합니다.”
“그리고 난 운이 꽤 좋지.”
혼자 먹으면 맛이 없지. 연노엘의 맞은편에 앉아 팔짱을 낀 팔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테러리스트한테 납치돼서 고문받은 게 운이 좋은 거예요?”
“그건 어디서 들었어?”
“인터넷으로요. 아저씨 이름 검색하면 다 나오던데요.”
“그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다는 게 운이 좋은 거지. 그리고 그런 거 보는 거 아니야. 지지야 지지.”
애가 보기엔 수위가 높을 텐데, 제 이름을 굳이 검색해보지 않는 윤제이는 대체 무슨 문장이 쓰여있나 궁금해졌다. 언제 한 번 소속사에 연락해서 정보 수정을 요청해야 하나······.
“저 그렇게 애 아니거든요?”
“애 맞잖아. 내가 일찍 결혼만 했으면 너 같은 아이가······.”
연노엘이 태어났을 시기라면 윤제이가 만으로 29살일 때니까, 일찍 결혼하거나 사고를 쳤으면 얘만 한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맛은 어때?”
“······맛있어요.”
깨작깨작 먹는 게 신경 쓰여서 먹기 좋게 찢어 앞에 두었다. 그걸 한입에 넣은 연노엘의 눈가가 새빨개졌다. 이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이는 제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럽고, 그만큼 자존심이 강했다. 그래서 그냥 모른 척 말했다.
“먹고 그냥 둬. 내가 치울 거니까.”
“······네.”
아이는 만들어줬던 것을 싹싹 비웠다.
***
윤제이는 연노엘이 들어간 방을 흘끔 바라보았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연노엘이 잠든 게 보였다. 윤제이는 그 방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 이불을 덮어주고 불을 껐다.
“아빠. 지금 통화 괜찮으세요?”
(언제든지, 거긴 몇 시야?)
“밤 12시요, 거긴 오전이죠?”
(그래.)
소파에 앉은 윤제이가 스피커 폰을 눌렀다.
(무슨 일이니?)
“집에 애를 데려왔어요.”
(애? 드디어 사고 쳤니? 난 손주라면 환영이다.)
“그런 건 아니고요. 전에 말씀드렸던 아버지 역할의 영화요.”
(드디어 아이를 찾았나 보구나.)
“네. 근데 애가 보육원에서 자랐어요.”
수화기 너머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음, 조금요. 상처받지 않게 하고 싶거든요.”
(그 아이는 어떤 아이니?)
“똑똑해요. 영리하고 어른스럽고요.”
연노엘의 깊은 눈동자를 응시하다 보면, 애가 과연 일곱 살이 맞나 생각이 들 정도다.
일곱 살인 것도 한국 나이로 일곱 살이지, 아직 생일도 안 지나서 만으로 치면 다섯 살이다. 그런데 하는 행동은 너무 애늙은이다.
(어른스럽다라······ 혹시 자기소개 하는 거니?)
“어릴 때 제가 그랬어요?”
(너도 만만찮게 까다로웠어.)
“음······ 그래도 키우긴 쉬웠잖아요.”
사고 한 번 치지 않았으니 이만하면 효자 아닌가? 싶었지만, 헨리는 뻔뻔한 얼굴로 논점을 못 짚는 아들에게 한숨이 나왔다. 어린 윤제이는 너무 의젓해서 걱정이었다.
(어른스럽다는 게, 아이에게 칭찬은 아니지 않니. 아이는 아이다워야지.)
“그건 그렇죠.”
(네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정도면 만만찮은 사연이 있는 아이 같은데?)
“네. 네 번이나 파양 당했어요. 애 잘못은 아니고, 입양자의 변덕 때문이죠.”
윤제이가 연노엘에 관해 간략히 설명하자, 헨리는 짧게 탄식했다. 어쩜 상처받은 것까지 아들과 똑같을 수 있나.
(드디어 내 심정을 이해하게 되겠구나.)
“네?”
(너랑 똑 닮았어. 어쩜 그런 애가 또 있을 수 있지?)
단순 영화에 나올 아역 배우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렇구나.”
윤제이는 연노엘이 잠든 방 문을 쳐다보았다.
난 어쩌면 저 아이를 내 어린 시절에 투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제2의 윤제희라는 수식어를 경계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봐요.”
계속 신경 쓰이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