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02)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202화(202/287)
내 애야.
“······이제 끝이네.”
“그러게.”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부부였던 두 사람은 아들을 데려가기 위해 한 차에 올라탔다.
서로가 첫사랑이었던 만큼 오랜 연애 기간 그리고 행복했었던 결혼 생활에 비해 이혼 절차는 너무도 빨랐다.
“진짜 가는 거야?”
남자, 윤수헌은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정연재는 그 표정을 순수하게 볼 수 없었다. 남편이었던 사람은 아이가 유명해지자 자신의 욕망을 투영했다. 대리만족을 위해서 말이다.
아마 저런 표정도 양육권을 가져오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겠지.
“다 끝난 마당에 그런 소리 하지 마.”
“연재야. 그런 말 하려는 게 아니야.”
마침 신호가 걸려 멈춘 사이 윤수헌은 정연재와 눈을 맞추려 했다. 윤제이가 사람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는 습관은 친부를 닮았다.
“제희가 자란 곳은 여기야. 낯선 곳으로 가면 얼마나 힘들겠어.”
“당신이 그런 소리를 하면 안 되지.”
“내가 뭘?”
“익숙하고, 친근했던 장소를 낯설게 만든 사람이 누군데?”
윤수헌은 그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아이가 연기 재능을 꽃피웠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저게 정상이라고 보여?”
하교 시간 초등학교 앞에는 몇몇 사람들이 서성거리면서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어린이> 열풍이 지나간 지도 무려 다섯 달이 지났다.
저들이 저렇게 죽치고 있는 이유는 천재 아역의 몰락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어린이> 이후 방송가에서 돌던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서.
“당신이 저 사람들이랑 다를 게 뭐야?”
“그게 무슨 소리야?”
붉어지는 윤수헌의 얼굴에 정연재는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부끄러운 건 아나 보지?
“하지만, 저런 관심도 몇 달만 지나면······.”
“언제 끝나는데? 애가 그 영화에 나왔다는 사실이 언제 없어지겠는데?”
사실 정연재는 본인도 탓하고 있었다. 애 아빠의 말을 믿고 영화 촬영을 허락한 게 실수였다고. 하지만 당시에는 꽤 기뻤다.
[제희는 우리 영화에서 찾던 아이와 정말 똑같습니다.] [어머니, 제희는 정말······ 천재입니다.]당시 무명인 이영창 감독의 말은 그렇다 치고, KE 그룹의 장녀까지 찾아와 설득했다. 자식이 재능있다는데 안 반길 부모가 있었을까?
‘괜히 다른 작품까지 건드렸어.’
<어린이>로 끝내야 했다. 하지만 윤수헌은 <어린이>로 생긴 인기는 돌이킬 수 없다며 차기작을 계속 물어왔다.
당시 아이도 <어린이>를 찍었을 때 재밌어했으니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많은 관심 때문에 시들기 전까지는.
“그래서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그래. 거기서는 저런 사람들이 안 꼬일 테니까.”
윤수헌은 아랫입술을 씹었다. 그는 재능 있는 아들이 아까웠다.
조금만 견디면 저런 관심도 없어질 거고, 아이가 가진 재능을 잘 펼치면 나중에 대성할 것이다. 적어도 양육권이라도 가져올 수 있었더라면.
‘한국마저 뜬다면 기회가 없어.’
그는 애가 타서 결국 정연재의 역린을 건드렸다. 유독 보수적인 미국의 한인 집안에서 자란 정연재, 그들의 집안은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다.
“당신 집안이 당신과 애를 받아줄 거 같아?”
“적어도 여기보단 낫겠지.”
정연재가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마침 아들이 나오고 있었다.
정연재는 황급히 차에서 내려 아들의 앞을 막았다. 아이를 발견한 기자들이 아이를 둘러싸려고 했기 때문이다.
“혹시 어머니세요? 잘 됐다. 뭐 하나 여쭤보고 싶은데······.”
“앞으로 여기 오지 마세요.”
“네?”
“꺼지라고요.”
정연재의 표독스러운 대답에 기자들은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그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이때 당시만 해도 기자들이 휘젓는 펜대의 위력이 대단했으니까.
오히려 머릿속으로는 미리 첫 줄을 뽑고 있었다. ‘천재 소년 슬럼프는 사실 어머니 치마폭에 착취당했기 때문’이라는 문구가 좋을까? 라며 킬킬대는 사람도 있었다.
“어머니. 저흰 이런 사람들인데, 애가 앞으로 연예계 생활하려면 저희의 도움이······.”
“꺼지란 말 못 들었어요?”
“설마 아이가 요즘 부진한 것도 어머니 때문인가요?”
이젠 다 필요 없다. 어차피 한국을 뜬다. 정연재는 눈을 부릅떴다.
“그런데요?”
“네?”
“어쩌라고요? 우리 제희는 이제 한국에 있지도 않을 건데.”
“네?”
“나 때문이라고? 아니지. 전부 당신들 때문이야. 당신들이 다 망쳤어. 도와주긴 뭘 도와줘?! 애 학교에서 이러고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그게 무슨······ 잠시만요!”
“가자, 제희야!”
증오의 말을 퍼부은 정연재는 후련한 얼굴로 차에 탔다. 윤수헌의 표정이 흙빛이 되었다. 그동안 기자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그였다.
정연재는 아들의 초등학교에 자퇴서를 보내고, 살림살이를 처분했다. 이제 몸만 비행기에 실으면 완벽했다.
“연락은 자주 할게. 어쨌든 당신도 애 아빠니까.”
“······그래.”
윤수헌은 시선을 내려 아들을 바라보았다. 부모가 헤어지는데도 아무런 표정이 없는 윤제희의 모습에 문득 심장이 철렁해졌다.
아들이 웃음을 잃은 지가 몇 달이지? 감정 표현이 없어진 지가 얼마나 됐더라?
“어······ 제희야.”
윤제희는 다른 사람들이 봐도 예쁘다고 난리가 난 아이였다. 얼굴이 잘생긴 것도 있는데, 표정이 다양하고 애교가 많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제 잘못을 자각하게 된 윤수헌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윤제희는 그 손길을 피했다.
“아빠한테 인사해야지.”
윤제희는 정연재의 뒤에 숨어 고개를 가로저었다.
영화의 성공으로 아버지가 변했다는 건 어린아이도 체감했다. 자꾸 넌 이 작품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여러 기획사의 러브콜을 받으며 껄껄 웃는 모습이 생각났다.
[그거 들었어요? 저 애 부모, ‘어린이’ 러닝 개런티로 몇억을 받았대요.] [에이, 억대는 아닐걸요?] [그래도 많이 받기는 받았겠죠.] [애 아빠가 직장 관두고 기획사 세운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잘만 키우면 몇억을 벌어다 줄 텐데 그거 못 놓지. 이번에 시청률 40% 찍었던 배우 누구더라? 아역부터 유명했잖아.]촬영장에 갈 때마다 주워들은 것도 많았다. 아빠는 내 성공을 위해 그러던 게 아니다.
“제희야.”
“이만 갈게. 비행기 시간 늦어.”
“어? 어어······ 연락해. 꼭.”
아이에게마저 외면당한 윤수헌은 두 사람을 태운 차가 이미 사라졌는데도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제희야. 괜찮아? 가서 뭐 먹을까?”
윤제희는 공항으로 가는 길에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창문만 보고 있었다.
“나 때문이지?”
정연재가 화들짝 놀라서 아들의 어깨를 감쌌다.
“그런 거 아니야.”
“나 때문이잖아.”
“제희야. 네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윤제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
알람 소리에 침대에서 눈을 뜬 윤제이가 스르륵 일어났다. <악의 몰락>을 찍은 이후 생긴 변화다.
원래는 알람이 필요하지 않았다. 알아서 일찍 일어나게 되거나 혹은 밤을 지새워서 하늘이 밝아지는 걸 실시간으로 체감했었다.
“음······.”
부친인 헨리 젠킨스와의 통화는 제법 길었다. 헨리는 아들, 윤제이에 관련된 얘기는 끝이 없었다.
윤제이는 아버지가 이렇게 기억력이 좋았나? 싶은 정도였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친부인 윤수헌은 나중에야 후회하고 용서를 빌었지만, 자신의 대리만족을 위해 윤제희를 이용한 것도 사실이다.
연노엘을 데려온 것도 자신을 투영한 것 때문인데, 과연 친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해 봐야지.’
방을 나서기까지 제법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정작 같이 살자고 해놓고 긴장하는 꼴이 우스운데, 어쩔 수 없었다.
“벌써 일어났어?”
“보육원은 규칙적이거든요.”
연노엘은 거실 소파에 앉아 햇빛을 반사하는 한강과 다리 위를 지나는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자리가 바뀌었는데, 잠은 잘 잤어?”
“진짜 좋았어요.”
윤제이가 머무는 집은 이서원의 선물이고, 인테리어와 가구까지 고급스러웠다. 손님방의 침대도 꽤 고가의 제품이었다. 보육원의 삐걱거리는 2층 침대와는 비교도 안 됐다.
몽롱한 표정의 연노엘을 보고 윤제이는 웃음을 참았다.
“아침은 어떡할래?”
“저 순댓국 먹고 싶어요.”
“그건 지금 해줄 수 없는데, 나가서 먹을까? 가서 준비해.”
애가 입맛이 꽤, 클래식하네. 윤제이는 나갈 준비를 마친 아이의 앞에 앉았다.
“나랑 뭐 사러 가기 전에 알려줄 게 있는데.”
“뭔데요?”
“나랑 다니면 사람들이 좀 몰릴 수 있거든, 차라리 아저씨 매니저랑 둘이 갈래?”
한진우는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윤제이와 같이 보육원을 드나들었다.
그도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이모 집의 눈칫밥을 먹던 시절 때문인지 아이들과 약간의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뇨. 아저씨랑 갈래요.”
“정말 괜찮겠어?”
“저도 그런 거에 익숙해져야죠.”
이런 면은 어렸을 때 나보다 낫다. 윤제이는 대견하다는 듯 연노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연노엘은 이런 다정한 손길이 익숙하지 않은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때, 도어락이 눌리는 소리가 들렸다.
“형!”
“진우야. 여긴 웬일이야?”
“노엘이 뭐 사준다면서요? 같이 가려고 왔죠.”
“네가 이런 일까지 할 필요는 없어.”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
연노엘이 우다다다 뛰어서 한진우에게 안겼다.
“삼촌!”
“노엘이! 잘 지냈어?”
두 사람이 빙글빙글 도는 것을 바라본 윤제이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근데 진우는 삼촌이고 난 아직 아저씨네.’
조금 섭섭하긴 했다. 사실 삼촌이라 부르라고 하지도 않았다. 아저씨와 아버지의 어감이 약간 비슷하지 않은가.
그렇게 세 사람이 24시간 국밥집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애가 정말 잘 먹네.”
주인은 연예인인 윤제이와 사진을 찍고, 복스럽게 먹는 연노엘에 서비스까지 줬다.
TV에는 연말 시상식의 재방송을 하고 있었다. 빼입은 윤제이가 시상자로 올라와 수상자를 호명하고 있었다.
“우와.”
자신이 아는 사람이 TV에서 나온다는 게 신기한지 번갈아 쳐다보던 게 제법 귀여웠다. 윤제이와 한진우는 연노엘을 데리고 쇼핑몰을 찾았다.
“헉, 윤제이다.”
“대박.”
“와 존나 잘생겼어.”
역시나 윤제이를 알아본 사람들이 사진을 찍거나 뒤따라오면서 수군거리기도 했다. 걱정과 다르게 연노엘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너무 적지 않아?”
“전 가끔 형의 소비 행태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왜?”
자기가 쓸 물건에는 검소하면서 제가 아끼는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퍼주는 게······ 한진우는 과하게 뭔갈 사주려는 윤제이의 옆에서 훈수를 두며 불필요한 것을 덜어냈다.
쇼핑이 오래되고, 사는 것도 많아지자 연노엘이 안절부절못했다.
“근데 제 출연료가 얼마예요?”
“그건 나도 모르는데, 왜?”
“아니, 이렇게 많이 사면 나중에 출연료에서 뺄 돈 없어지는 거 아니에요?”
“너 지금까지 이거 산 걸 가불이라고 생각한 거야?”
어쩐지 군말 없이 따라온다 싶더라니······ 윤제이는 제 이마를 짚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네.’
애가 참 조숙하다.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과거로 회귀하기라도 한 건지, 누가 빙의하기라도 한 건지.
“이건 내가 사주는 건데?”
“왜요?”
“앞으로 영화 촬영 끝나기까지 내가 네 보호자니까.”
“보호자라고 다 사주진 않잖아요. 아저씨는······ 진짜 가족도 아니고.”
“당연히 영화 찍는 동안은 내가 네 아버지지.”
“······그런 거예요?”
“그렇지. 그리고 어떤 아버지라도 자식에게 더 좋은 거 사주려는 건 똑같잖아?”
윤제이는 눈을 반짝 빛냈다. 마침 배역 때문에 친밀해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아예 일상생활에서부터 맞춰가면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참에 아빠라고 불러볼래?”
“그건 좀. 아! 저거! 저거 볼래요!”
애써 화제를 전환하는 연노엘의 귀가 붉었다는 건 모른척했다.
“음, 대충 다 산 거 같은데. 어디 가고 싶은 데는 없어?”
“아저씨네 회사요.”
“우리 회사?”
여러 회사를 집어삼켜 사옥도 꽤 근사하게 지었지만, 애가 가서 볼 건 없었다.
연예인을 보고 싶은 건가? 마침 이서원에게 아이의 매니지먼트를 부탁하려 했기에 겸사겸사 찾아갔다.
“어?”
“오빠!”
윤제이를 발견한 아이돌 그룹 에이원 멤버들이 신나서 다가갔다. 그들은 짧은 안부 인사를 하면서 윤제이의 손을 잡은 작은 아이에게 시선을 던졌다.
“안녕!”
“안녕하세요.”
“배꼽 인사하는 거야? 아 귀여워! 이 애는 누구예요?”
윤제이의 표정에 장난기가 물들었다.
“내 애야.”
“예?”
“다음에 또 보자.”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닫혔다. 남겨진 에이원 멤버들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