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03)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203화(203/287)
얼마나 대단한 아이인지
연노엘을 데리고 배우팀 사무실로 들어갔다. 워낙 키가 크다 보니 업무에 열중하던 직원들이 윤제이를 알아보고 파티션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우와······.”
회사가 확장해서 새로 뽑은 직원도 많았다. 아이돌이야 연습하러 들락거리니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소속 배우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머, 제이 씨!”
“다현 씨, 잘 지냈어요?”
“네. 사무실이 넓어지니 진짜 편한 거 있죠.”
이다현은 흐뭇한 얼굴로 윤제이를 올려다보았다. 역시 얼굴이 복지다. 게다가 미국에 다녀온 뒤로 더 잘생길 구석이 없는 얼굴이 더 압도적으로 변했다.
“그럼 이 아이가 혹시······.”
윤제이는 연노엘을 내려다보았다. 사실 현장에서 배우 본체의 이름보다는 배역의 이름을 부르거나 부모 배역이 자식을 스스럼없이 부르는 게 많았다.
연노엘도 익숙하지 않은 거지 싫어하는 건 아닌 거 같아 보였다.
“네. 제 아들 될 애요.”
“안녕.”
아들이라는 소리에 흠칫한 연노엘은 상체를 숙여 눈을 마주하는 이다현에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귀여워······.”
아이돌 사업부에는 연습생으로 들어오는 청소년이 많았지만, 이렇게 어린아이는 처음이다.
게다가 애가 잘생겼고,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 때문인지 보호 본능을 자극하기도 한다. 다들 간식 하나 더 쥐여주려고 난리였다.
“이름이 뭐예요? 오디션은 어땠어요?”
“몇 살이야?”
“근데 우리 너무 모여있지 않아요? 애가 당황하겠어.”
“괜찮아요. 저는 연노엘이라고 합니다. 2019년생이에요.”
사실 내색하진 않았지만, 윤제이와 함께 제 물건을 사러 다녔을 때가 더 어색했다.
위축되지도 않고, 또박또박 자기소개를 하는 모습에 직원들이 자지러졌다. 그 우쭈쭈 분위기가 멋쩍은지 연노엘의 귀가 붉어졌다.
“누나는 여기서 무슨 일을 해요?”
“누나는 소속 연예인들의 평판 관리를 해. 기자들에게 ‘우리 뭐 해요~’ 라고 말하거나 ‘그 기사는 내려주세요~’라는 말도 하고.”
연노엘은 공손하게 자세를 바로잡았다.
“제가 잘 보여야 할 분이겠네요.”
“와······.”
이다현이 얘 진짜 애 맞아요? 라는 시선으로 윤제이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한테 잘 보여야 할 필요는 없지. 그게 내 일이니까.”
“그래도 잘 보이면 조금 더 신경 써주실 거 아니에요.”
“애가 벌써 사회를 너무 잘 아는 거 아냐?”
아이는 어른들의 이쁨을 한 몸에 받았다.
“대표님 계시죠?”
“네. 근데 사무실 인테리어 다 된 건 못 보셨죠?”
“뭐 재미있는 게 생겼나요?”
이다현은 윤제이를 이끌고 대표실 문 옆을 가리켰다. 유리로 된 보관함은 조명을 따로 넣었는지 반짝반짝했다. 그 장을 채운 것은 윤제희 시절 받았던 트로피였다.
[제이 씨, 정말 이 트로피 우리 회사에서 보관해도 되요?] [안될 건 없죠.]칸 트로피를 너무 좋아하길래 아예 그때 받았던 것들을 통째로 맡겼다. 단 하나밖에 없는 최애의 굿즈를 가진 이서원은 이런 장을 짜는 것에 제법 큰 비용을 들였다.
이서원에게는 집도 선물 받았고, 이것저것 혜택을 많이 받았으니 그깟 트로피 대여해주는 거야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 트로피를 가지고 이런 걸 만들었을 줄은 몰랐다.
“뭐야. 제단인가.”
“으하학!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바깥의 소란을 들은 이서원이 문을 벌컥 열었다.
“왔어요?”
“네, 대표님.”
이윽고 신기한 눈으로 트로피를 바라보는 어린아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영창과는 개인적으로 자주 만나는 사이이기도 하고, 투자자로서 <아버지>에 관한 얘기는 많이 들었다.
[여기 나오는 아이 역할을 찾는 게 관건이겠네요. 어떤 애를 찾아요?] [우울하고 어딘가 처연하면서 눈빛이 깊어야 해. 저절로 보호 본능을 일으키면서 애 자체는 심지가 단단해야 하고. 그리고 또······.] [예? 그런 애가 어디 있어요? 차라리 윤제희를 다시 데려오라고 해요.]솔직히 그런 애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영창이 흥분해서 애를 찾았다고 연락하기 전까지는.
“이거 다 아저씨 거예요?”
“응.”
“오······ 언제요?”
“너보다 네 살 많았을 때야.”
직접 본 아이는 정말 이영창이 묘사했던 그대로다. 아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신기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이런 장점은 스크린에서 더욱 극대화될 거다.
“안녕. 네가 노엘이구나.”
“안녕하세요. 대표 아저씨.”
“그거 참 어감이 이상하긴 한데······ 앞으로 아저씨가 노엘이의 매니지먼트를 맡을 거야. 매니지먼트라는 말은 아니?”
“인터넷에서 봤어요.”
가끔 연예인들에게 배우상이니 아이돌상이니 여러 수식어를 붙이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따지자면 연노엘은 타고나길 배우상이다. 연노엘이 타고났다면, 윤제희는 타고난 것을 연기로 더 단단하게 만들어냈다는 차이가 있었다.
‘그것도 제이 씨가 지도해준다면 달라질지도 모르지.’
연노엘은 요새 ‘차세대 윤제희’‘윤제희의 후계자’라고 불리는, 사실 그의 소속사가 언론 플레이를 한 거겠지만, 아무튼 정유건과는 다르게 연기가 처음이다.
듣기로는 윤제이가 같이 살면서 일대일 지도를 해준다고 하는데······ 그걸 잘 받아먹기만 한다면 예상외의 잭팟을 터뜨릴지도 모른다.
“닮았네요.”
“어릴 때 저랑요? 이 감독님도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이게 좋은 건지······.”
“왜요?”
“처음부터 제2의 윤제희다 뭐다 낙인찍히면 나중에 진짜 연기를 하고 싶을 때 제 그림자에서 못 벗어나잖아요.”
“그거야 애 의사에 따라 다르죠. 보담이 걔는 아예 ‘윤제희’를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던데? 나 참, 너무 노골적이라 회사 차원에서 항의해야 하는 건지, 그렇다고 애를 상대로 진심으로 나설 수도 없고······.”
이서원의 혼잣말에 윤제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노골적으로 언플을 하는 아이의 소속사를 향한 불쾌함이었다.
정유건은 오디션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애가 당차고 실력도 좋았는데, 애한테 너무 부담 주는 거 아닌가?
“제2의 누군가가 된다는 게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거든. 본인은 좋아할 수도 있잖아요? 얘기는 해 봤어요?”
“아직 크랭크인도 안 했는데 말해주면 부담만 될까 봐서요.”
“하긴, 그건 그렇다. 아무튼, 저 애는 제게 맡겨주세요.”
“계약도 안 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배우를 설득하는 건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 일단 <아버지> 찍는 동안 좋은 인상 남기고 애가 나중에 배우 활동 더 해보겠다고 하면 계약서 스윽 내밀면 되겠죠.”
게다가 윤제희에 버금가는 아역을 처음부터 키울 수 있다는 건 제법 설레는 일이다. 이건 이서원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장민찬이, 여긴 어쩐 일이야?”
그 사이를 스윽 끼어든 사람이 있었다. 플라바의 매니저였다가 아이돌 팀의 제1본부 실장을 맡은 장민찬이었다.
“제이 씨 보러 왔어요. 에이원 애들한테 듣기로는 애가 있다고요?”
“······갑자기 아들이 생긴 거에 놀라진 않은 거 같은데요?”
“네?”
장민찬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이었다. 그에게는 그거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윤제이의 아들이라면 얼굴은 보장할 거 아닌가! 요즘 들어 마스크 되는 애들이 얼마나 흔치 않은데! 특히 남자애는!
“뭐······ 그럴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요? 그냥 빨리 선점하러 왔죠. 제이 씨 아들이라면 당연히 아이돌을 해야지.”
“진짜 애는 아니고, 작품에서의 아들이에요.”
“아, 아아······ 난 또 진짜 애인 줄 알고. 그 오디션 합격한 애구나. 맞죠?”
“네.”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게, 정말 아쉬워 보인다. 하지만 장민찬은 실망하지 않았다.
무려 거장 이영창과 윤제이가 다시 만나는 영화를 찍는 아역이다. 어릴 때 그렇게 인지도를 키우다가 신인 아이돌로 데뷔하면 그럴싸하지 않은가.
“저 애인가요?”
“네.”
“이야, 잘생겼네. 진짜 아이돌 해도 되겠는데? 무슨 애가 분위기가······.”
“분위기 장난 아니지? 딱 봐도 배우상이야.”
그 사이를 스윽 끼어든 사람이 있었다. 곽도현이었다. 그는 벌써 군침을 흘리는 장민찬의 시야를 가렸다.
“어허, 그만 봐. 우리 쪽 애야.”
“한솥밥 먹는데 우리 쪽이고 남의 쪽이고가 어딨어.”
“그래도 안 돼. 쟤는 딱 봐도 배우 해야 할 녀석이야. 저런 신비로운 분위기가 그냥 나오는 줄 알아?”
“에헤이, 요즘 아이돌들 투어 돌리면 배우보다 많이 벌어.”
“그거야 탑탑탑 아이돌만 그렇지! 네가 그렇게 띄울 자신 있어?”
“저 애가 우리의 차세대를 맡아준다면 가능할 거 같은데? 얘! 안녕!”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을 거하게 드링킹하는 모습이 우스워서 이다현과 이서원이 웃음을 참았다.
“저 아저씨들 왜 저래요?”
“네가 탐난대.”
“제가요? 왜요?”
윤제이는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연노엘에게는 자신감과 사랑이 부족했다. 이런 관심에 익숙하게 해주는 게 나을 것 같다.
“훠이, 꺼져!”
“칫. 아직 구체적으로 계약한 건 없죠?”
“아직은. 잘 꼬셔보라고.”
이서원은 대놓고 두 사람을 붙였다. 곽도현은 이서원에게 실망했다고 말하며 윤제이의 앞에 섰다.
“에이, 쯧. 아무튼, 제이 씨. 가볍게 맡을 배역 없냐고 하셨죠?”
“네.”
연노엘에게 본격적으로 연기를 가르쳐주기 전에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김의준 감독님이랑 최효리 작가님 아시죠?”
의리즈라 묶이는 드라마 콤비였다. <대기업 사람들>에서 특별 출연을 했을 때 잠시 스쳐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그 콤비가 기업 물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데, 제이 씨한테 특별 출연을 부탁했어요.”
“기업 물 드라마라······ 설마 박신화로 나오나요?”
“네. 야망 넘치는 박신화가 결국 회장의 오른팔을 차지한다는 깜짝 출연이에요.”
<대기업 사람들>에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박신화는 드라마가 시즌 3으로 종영했는데도 박신화 캐릭터 아깝다. 더 나와주지라는 시청자의 요구가 있을 정도였다.
“애 하나 데리고 가도 괜찮을까요?”
“제이 씨만 와준다면 누가 오든 상관없다네요.”
그리고 윤제이는 충분히 그럴만한 급이 됐다.
당시에는 뭐라도 눈도장을 찍기 위해 출연했던 현장은, 이젠 제발 와주십사 빌어야 갈 수 있게 되었다. 나름대로 금의환향하는 셈이다.
***
박규연은 칭얼대는 아이를 겨우 달랜 뒤 촬영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따라 애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니, 단 초콜릿이라도 먹여야겠다.
‘우리 애도 크면 이런 것쯤은 자주 받겠지.’
그녀는 주연 배우의 팬덤이 보낸 커피 차에서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아이 먹일 간식을 받았다.
“오늘 그분 온다면서요?”
“맞을걸요? 대박.”
“와, 실물로 보는 거 처음인데, 떨린다······.”
드라마 <유령 부서>의 제작진은 아침부터 들떠 보였다. 저들끼리 뭐라 수군거리는데 궁금해서 저절로 귀가 집중됐다.
“실제로 보면 그렇게 장난 아니라던데요? 막 얼굴에 빛밖에 안 보인다고.”
“에이, 그건 너무 갔다.”
“진짜예요. 제 친구의 친구가 KE 엔터 캐스팅 디렉터인데 오디션에서 봤을 때 숨이 멎는 느낌이었대요.”
KE 엔터? 오디션? 그 얘기가 나오자 박규연의 발걸음이 그들에게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아! 유건이 어머니. 어제 잘 들어가셨죠?”
“네. 신경 써주신 덕분이에요.”
‘윤제희 특별법’ 덕분에 아역 배우를 혹사하지 않게 됐고, 아이들은 안정적인 성장기를 보낼 수 있었다.
사실 박규연은 그게 조금 불만이었다. 그 법만 아니면 시기상 안 맞았던 다른 작품도 들어가는 건데.
“근데 누가 오는데 이렇게 좋아하세요?”
“아아, 배우 윤제이요.”
박규연의 눈썹이 불쾌함으로 꿈틀댔지만, 찰나였다.
그녀는 이영창이나 윤제이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었다. 우리 애가 얼마나 잘하는데, 주변에서 신동이라 불리는 우리 애를 까고 어디서 부모도 없는 고아 애를 캐스팅해?
“어머, 저도 한번 뵙고 싶네요!”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웃는 낯이었다.
“그러고 보니 애를 하나 데려온대요.”
“애요?”
“그 왜, 전국 오디션에서 뽑힌 걔요.”
스태프가 그 얘기를 하다가 아차 해서 박규연의 눈치를 봤다.
그 오디션을 두고 가장 유력한 후보자는 정유건 아니겠냐는 소문이 돌았다. 이건 대부분의 업계 사람이 했던 예상이었다.
애 엄마가 그 오디션의 합격자는 우리 애뿐이라고 떠벌렸다는 소문도 있었다.
‘얼마나 대단한 아이인지 한번 보자.’
박규연은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마침 촬영장에 들어오는 차 두 대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