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10)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210화(210/287)
게다가 연노엘의 입에서는 쉴 새 없이 윤제이에 관한 얘기가 흐르고 있었다.
전에는 아저씨가 놀이공원에 데려다줬다. 전에는 아저씨가, 아저씨는, 아저씨가 아빠라 부르라고 했다. 재잘재잘 떠드는 모습이 정말 밝았다.
‘그분이 정말 잘해주나 보다.’
윤제이는 넌지시 입양에 관한 얘기를 꺼낸 적도 있다. 스텔라 수녀는 그게 내심 기뻤다.
그리고 지금 연노엘의 모습을 보니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건 아이의 의사니까.
“들어가자.”
“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강당으로 향했다.
‘아저씨······ 아니, 아빠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사실 연노엘은 입학식에 오기 싫었다. 스텔라 수녀가 오는 건 기뻤지만, 막상 윤제이가 같이 오지 않는다고 하니 축 처졌다.
[내가 가면 소란스러워질 거 같아서.]연노엘은 윤제이의 목격담에서 몇 번 찍히긴 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아버지>의 아역 배우라 발표된 게 아니다.
‘난 진짜 괜찮은데.’
밝혀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늦추길 바라는 거 같다. 연노엘은 솔직히 상관없었다. ‘쟤 고아 새끼래’보다는 ‘쟤 연예인이래’라는 시선을 받는 게 낫지 않는가.
게다가 <아버지> 촬영 전에 갓 태어난 조카를 만나러 미국에 다녀온다고 했다.
‘섭섭하다.’
그래도 아저씨라면 함께 와줄 줄 알았는데······ 라고 생각했던 연노엘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당연히 조카가 우선이지. 나는 진짜 피가 섞인 것도 아니고······ 윤제이가 자꾸 잘해주니 자꾸 헛된 희망을 품게 된다.
‘주제넘지 말자.’
어차피 영화 촬영이 끝나면 끝날 가짜 가족 관계다. 연노엘은 제 아랫입술을 씹었다.
널찍한 강당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들어와 있었다. 그는 대충 빈 자리에 앉았다.
보호자 자리에 앉은 스텔라 수녀가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그거에 마주 손을 흔들었다.
“저기······.”
연노엘은 제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볼에 홍조를 띤 여자아이가 수줍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안녕.”
“안녕.”
“이름이 뭐야?”
“연노엘. 너는?”
“난 임시아야.”
임시아는 연노엘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수줍어졌다. 아까 정문에서 들어올 때 유심히 봤던 아이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잘생겼다.
그때, 임시아의 옆에서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난 최서준.”
“안녕.”
연노엘은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했다. 근데 쟤는 눈깔이 왜 저래?
연노엘은 사실 윤제이를 비롯한 어른들에게는 내숭을 떨고 있었다.
아이들은 악의 없이 심한 말을 남발할 때가 있다. 하도 고아 새끼라며 놀림을 받아서 그런지, 또래 애들을 대할 때는 원래 성격이 나왔다.
“둘이 친해?”
“같은 유치원이었어.”
최서준은 경계하는 눈초리로 연노엘을 보고 있었다. 주변 시선에 예민한 연노엘이 그걸 눈치 못 챌 리가 없다.
‘쟤가 얘 좋아하나 보네.’
임시아는 계속 연노엘에게 말을 걸었고, 연노엘은 귀찮은 듯 짧게 대꾸했다. 그러자 최서준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내가 좀 생긴 건 알아가지고.
‘귀찮아.’
이윽고 교장의 연설, 그리고 각 학급의 담임 선생님의 소개 등 짤막한 행사가 끝나고 교실로 향했다.
“너두 1학년 2반이야?”
“그런가 보네.”
“우와! 잘 됐다!”
연노엘은 자신을 뒤따라온 임시아와 최서준을 심드렁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최서준은 아직도 연노엘을 향한 견제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아이고, 의미 없다. 어차피 난 코털만큼도 신경 안 쓰는데.
“우리 시아, 벌써 서준이 말고 친구 사귀었어?”
임시아는 첫눈에 반한 연노엘이 같은 반이라는 게 기분 좋은지 얼굴에 환한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연노엘의 팔뚝을 잡고 흔들기도 했다. 그런 딸의 모습을 보고 부모가 다가왔다.
연노엘은 일단 공손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연노엘이라고 합니다.”
“어머, 안녕. 나는 시아 엄마야.”
“아저씨는 시아 아빠야.”
임시아의 부모는 연노엘의 깊은 눈동자를 보고 내심 놀랐다.
아이답지 않은 차분함, 어딘지 모르게 슬프고 아련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계속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신비한 아이다.
게다가 팔다리도 길쭉하고 또래 아이보다 몇 센티는 더 컸다.
‘우리 딸, 벌써 잘생긴 건 알아가지고······.’
남자친구 사귀기엔 너무 이른 거 아니야? 연노엘의 부친이 속으로 탄식했다.
“애가 참 잘생기고 예의도 바르네요, 그렇죠?”
“그러게 말이에요. 안녕. 나는 서준이 엄마야. 부모님은 어디 화장실 가셨니? 앞으로 1년 동안 학부모로서 뵐 분인데.”
최서준의 부모가 물었다.
워낙 아이들이 없어서 학급이 적다. 같은 반이 1년이 2년이 되고 6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부모끼리 미리 연대를 하려는 심산 같았다.
“없어요.”
“뭐?”
“부모님은 없고, 보육원 선생님이랑 같이 왔어요.”
연노엘은 당당히 말했다. 버린 부모가 잘못이지, 가족이 없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걸 윤제이가 알려주었다.
“그렇구나. 우리 애랑 친하게 지내줄래? 시아가 널 좋아하는 거 같은데.”
“뭐, 네.”
임시아의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옆에 선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저 두 사람은 신기하네. 보통은 날 불쌍해하거나 꺼리는데.
“그, 그러니?”
그래, 이렇게. 반면 최서준의 어머니는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부친은 미간을 찌푸리는 게 보였고.
부모가 없으니 가정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을 거고, 그 영향이 제 아이에게 갈까 봐 최서준의 어깨를 붙잡고 본인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래. 이게 원래 반응이지.’
임시아의 부모가 특이한 거다. 저렇게 겉은 웃는 낯이어도,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연노엘이 보기에 어른 중에 연기력이 제법 뛰어난 사람이 많았다.
세 번째였나? 네 번째였나? 그를 데려가려는 예전 부모가 이랬다. 처음에는 친절했는데, 나중에는 본인이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서 애써 친절한 척 위선을 떠는 게 보였으니까.
“근데 걱정하지 마세요. 부모가 없다고 저한테 무슨 바이러스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어······ 어어?”
“애들한테 악영향 안 미치도록 해 볼게요.”
연노엘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말하다 보니 최서준의 부모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두 사람은 주변을 훑었다. 부모들이 그들을 보는 시선이 탐탁지 않아 보였다. 대체 애한테 무슨 말을 했길래 저 아이가 저런 말을 하느냐는 의미였다.
“너······.”
지금 우리를 나쁜 사람 취급하냐고 말하려던 최서준의 부모는 연노엘의 뒤쪽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헉!”
“와······.”
누군가가 숨을 삼키고, 작은 비명을 지르는 게 들렸다. 누군가는 소리도 없이 굳었다.
무슨 일이지? 뒤를 돌아보려던 연노엘의 몸이 허공에 붕 떴다.
“우왓!”
“노엘아. 어른들한테 인사하고 있었어?”
“아저씨!”
윤제이는 연노엘의 뒤를 기척 없이 다가와 그를 번쩍 들어 올렸다. 별로 힘 안 들이고 가볍게 드는 모습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와, 윤제이 아니에요?”
“우와 연예인이다!”
“진짜 잘생기긴 했다.”
“저 사람이 우리 학교에는 왜······.”
아이들마저 TV나 스크린에서나 보던 윤제이를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정작 윤제이와 연노엘은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왜, 어떻게 오셨어요?”
“서프라이즈.”
“안 재밌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표정이 너무 밝은 거 아니야? 윤제이는 몸을 버둥거리는 연노엘을 다시 바닥에 내려주었다.
“아저씨 미국 간다는 거는요?”
“취소했어.”
“왜요?”
“내가 안 간다고 조카가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네 초등학교 입학식은 오늘 딱 한 번이고.”
연노엘의 표정이 점점 밝아진다. 윤제이는 그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빠, 조카 보러 안 온다고?] [애 입학식에 가야 할 거 같아.] [애?]세레나와 알렉스가 조금 아쉬워하긴 했었다. 자세한 상황을 얘기하니 오히려 기뻐하며 연노엘과 함께 오라고도 말했다.
“미국은 촬영 끝나고 가도 돼.”
“히히.”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안 가길 잘한 거 같다.
“가서 앉아.”
마침 담임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고, 윤제이는 부모들이 서 있는 곳으로 합류했다. 학부모 중에도 독보적인 신체 때문에 담임 선생과 눈이 자주 마주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윤제이는 자신이 사라질까 계속 뒤를 돌아보는 연노엘에게 앞을 보라고 소리 없이 말했다. 동글동글한 뒤통수가 제법 귀엽다.
“저······ 안녕하세요.”
“······?”
“노엘이 옆에 앉은 시아 엄마예요.”
“아, 네. 안녕하세요.”
“그, 기분 나빠하지 마시고요. 궁금해서 그러는데······ 노엘이에게 듣기로는 애가 부모님이 없다고 하던데요.”
“네. 맞습니다.”
그게 무슨 문제라도? 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임시아의 모친이 정말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저희가 학부모 단체 톡방을 만들려고 하거든요. 아이들 수가 적다 보니까······.”
“아아. 그러시구나. 음······ 노엘이는 제 임시 아들이에요.”
“아, 그럼 그 오디션의 주인공이.”
“네. 저 아이 맞습니다.”
온 신경을 기울여 대화를 듣고 있던 부모들이 그제야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의 아역 배우 오디션은 정말 전국의 모든 학부모에게 큰 이벤트였다. 지금 이 반에도 그 오디션을 참가한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제가 저 애 후견인이 되어서요, 부모 연락이 필요하시다고 하면 제게 하시면 될 거 같네요. 톡 아이디 드릴게요.”
“아, 네. 제게 주시면 됩니다.”
“그런데 제가 보호자로서 행사에 자주 참여는 못할 거 같은데 괜찮으세요? 노엘이도 촬영 들어가면 제대로 출석 못 할 거 같고.”
“괜찮습니다. 그런 건 저희가 할 거니까요.”
분위기가 부드러워지자, 학부모들이 윤제이를 중심으로 모였다.
그 와중에도 담임 선생님의 말에 집중하는 연노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윤제이의 모습을 보고 임시아의 아버지가 농담처럼 말했다.
“제가 보기엔 단순 후견인과 피후견인 관계가 아닌 거 같은데요?”
“점수 따고 있습니다.”
“점수라면······.”
“저 애한테요. 그냥 후견인은 싫어서요. 저 애 마음은 모르겠지만.”
“아.”
윤제이가 입꼬리를 올렸다. 아버지의 미소였다.
“잘 되실 겁니다.”
“그런가요?”
“아이가 제이 씨 보니까 표정이 달라지던데요.”
그 모습을 보고 임시아의 아버지도 따라 웃었다. 아마 다음번에 볼 때는 아이의 진짜 부모가 되어서 올지도 모르겠다.
윤제이는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능력
윤제이, 제이 젠킨스가 자기 능력을 자각하게 된 건 미국에 정착하고부터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정 부인, 아드님은 천재입니다.”
“우리 제희가요?”
“네. 성적을 보시면 단 한 번도 A+를 놓친 적이 없어요. 작문 시간에 소설을 쓴 것을 보면 벌써 어휘력이 남달라요. 정말 한국에서만 산 게 맞나요?”
“네······ 한국에 있을 때도 영어를 가르치긴 했지만, 많이 걱정했거든요.”
<어린이> 촬영으로 범상치 않은 걸 알지만, 그게 연기력에 국한된 건 줄 알았지 학업 성취까지 월등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에 정착한 지도 얼마 안 돼서 정연재는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아들은 힘들다는 내색 없이 학교를 잘 다녔다.
“교장 선생님이 뭐래?”
“네가 천재래. 어떻게 된 거니? 내가 가르친 게 없는데······.”
“그냥······ 어렵지 않아서. 일은? 괜찮아?”
“당연하지. 엄마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아들이 천재라는 사실보다는 낯선 땅에 적응을 잘하는 거 같아서 안도하는 어머니를 보고 윤제희는 생각에 잠겼다.
‘내가 남들과 좀 다르구나.’
그는 아직도 정연재가 기뻐하던 순간은 잊을 수 없었다.
정연재는 자신 때문에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극성 어머니다, 아들을 돈벌이에 이용한다. 같은 이상한 루머에 시달렸다.
‘더 열심히 해야지.’
고생했던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다. 이후 그는 항상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 뒤로 새아빠가 생기고, 친모가 안타깝게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새엄마는 좋은 사람이었다. 동생들도 심성이 착했다.
다만, 그는 헨리와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 헨리와 마리아는 부부의 연을 이었고, 마리아의 피를 이은 두 자식이 있다.
그 때문에 자신은 이 가족에서 유일한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젠킨스 부부는 학교에서의 갑작스러운 호출에 따로 시간을 내어 윤제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도착했다.
“혹시 우리 제이가 무슨 사고라도······.”
“아뇨,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