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11)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211화(211/287)
교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윤제이의 활약상을 읊었다.
체육 수업에서 갑자기 쓰러진 선생에게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학생들에게 911에 전화하라 지시하고 구급대가 올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아드님을 정말 잘 키우셨습니다.”
“그런······.”
“아무리 책에서 봤다고 해도, 직접 실행하는 건 다르죠. 교장으로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교장은 지역 신문에도 취재를 나왔고, 퇴원을 앞둔 체육 선생이 따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도 전했다.
제이는 그런 얘기를 한 번도 안 했는데······ 헨리 젠킨스는 작게 탄식했다. 아픈 크리스를 돌보느라 큰아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렸다.
“다른 건 어떤가요? 친구들은 좀 있나요? 아까 보니 동양인이 별로 없던데······.”
“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인종 차별하는 학생을 용납하지 않으니까요. 교우 관계도 좋습니다. 아버님 닮아서 그런지 잘생겼잖아요? 특히 여자아이들이 주변에서 끊이지 않죠.”
“하하! 그것참······.”
부부의 복잡한 표정을 읽은 교장은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었다.
농담이 아니긴 하다. 윤제이는 다른 인종이 봐도 잘생겼고, 성격도 친절하고 다정해서 그런지 근처에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다른 건 없나요?”
“제이, 그 친구는 학업 성적이 뛰어납니다.”
마리아의 질문에 교장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손깍지를 꼈다. 사실 본론은 따로 있었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요. 이대로라면 하버드나 스탠퍼드도 무난히 노릴 수 있어요. 과학에 관심 있다면 MIT도 좋은 선택이죠. 제이는 과학 성적도 훌륭하니까요.”
“그, 우리 애가 아직 대학에 갈 나이는 아니지 않나요? 아직 고등학교 입학한 지 1년이 막 됐는데······.”
“조기 졸업도 가능하니까요. 제이가 원한다면 기꺼이 추천서를 써 드릴 수 있습니다. 아드님과 한 번 얘기해 보세요.”
부부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아무렇지 않게 성적표를 가져오던 큰아들이 잘난 건 알지만, 하버드와 스탠퍼드를 무난히 노릴 정도라니.
허탈한 표정으로 교장실을 나온 부부의 눈앞에 윤제이가 있었다.
“뭐래요?”
“네가 훌륭하다고 하시는구나. 체육 선생 살린 건 왜 얘기를 안 했니?”
“별거 아니었어요.”
아마 또래 아이였더라면 집에서 자랑했을 것이다. 큰아들의 무심한 표정에 헨리는 자랑스럽다가도 불안함을 느꼈다.
제이는 훌륭한 아들이었다. 한창 사춘기일 때인데 갑자기 생긴 가족에도 날을 세우지 않고 오히려 그들이 적응할 수 있게 도왔다.
교장의 말을 듣자 하니 친구들도 많고, 학업 성적도 좋아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아들이다. 하지만 이러다가는 멀리 떠나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쁘게 사느라 네게 신경 써주지 않은 거 같아서 미안하구나.”
“괜찮아요. 다 이해하니까.”
그 의젓한 대답마저 부부에게는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이리 와. 네가 자랑스럽구나.”
헨리의 직감이 맞았다. 품에 있는 제이가 쓸쓸한 표정을 짓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조기 졸업과 대학에 관한 얘기를 하던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음. 아직 진로를 정한 건 아니라서 천천히 생각해 볼게요.”
“그러렴. 등록금 같은 건 생각하지 마. 우리가 그 정도 능력은 있어.”
글쎄, 크리스의 병원비도 겨우 마련했다. 부담을 주기는 싫었다. 친모가 사고로 떠나고 아빠가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
‘학비야 대출받으면 될 건데······ 앞으로 뭘 하지?’
조기 졸업 후 대학 입학이 자신에게 이득인지 계산하고 있을 때 친구가 말을 걸었다.
“야 너 골격이 되게 좋다.”
“나?”
“어, 너. 나랑 같이 운동하지 않을래?”
산티아고였다. 그러고 보니 쟤가 농구부였던가? 이런 얘기를 왜 꺼냈는지 금세 알아차렸다. 스포츠라······.
“농구보다는 미식축구가 더 낫지 않나?”
“그건······! 부정할 수 없지만, 우리 주에는 역시 농구가 최고 아니겠냐?”
“흠.”
“그리고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미식축구 다음이 대학 농구라니까?”
마침 체격을 키우고도 싶었고, 왠지 모르게 집에는 돌아가기 싫었다. 큰 수술을 받고 퇴원한 크리스는 온 가족의 환영을 받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사춘기 때문일 거다. 자신이 없는 편이 나을 거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농구로는 제법 명문이었다.
‘내 능력이 스포츠에서도 통할까?’
<어린이>에서 뇌성마비 장애인의 행동을 연기할 때는 한 번 보고도 잘 따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포츠는 다른 장르다. 노력으로만은 안 되는 타고난 신체적 조건과 재능이 한몫했다.
“좋아.”
체격을 키우고 싶은 욕심이 반, 능력에 관한 호기심이 반이었다. 그렇게 신입 농구부원이 되어서 기초 체력을 키웠다.
윤제이는 유달리 사람에 둘러싸인 한 사람을 가리켰다.
“저 선배는 누구야?”
“도미니크? 우리 팀 에이스야. 벌써 명문 대학 스카우트가 찾아올 정도니까. 그들에게 잘 보이려고 우리도 열심히 하지.”
“그래?”
제이는 도미니크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 움직임을 따라 하는 건 단 하루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것을 자기 몸에 맞춰 개량하는 데는 이틀이면 충분했다.
‘내 능력이 스포츠에서도 통하는구나.’
정작 윤제이는 심드렁한데, 주변인들이 난리가 났다. 감독과 코치가 호들갑을 떨었고, 내심 자신을 천재라 생각했던 도미니크마저도 그를 경계했다.
“산티아고, 쟤 농구 처음인 거 맞아?”
“······맞아요.”
“무슨 몸놀림이······.”
그리고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도미니크를 제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제 능력이 통한다는 거에 제법 재미가 붙은 윤제이는 아빠가 물려준 차를 타고 라이벌 학교의 농구 경기를 직관했다.
상대 에이스의 움직임을 따라 하고, 약점을 찾았다.
이후 윤제이가 속한 고등학교 농구팀이 연전연승했다. 처음에는 도미니크를 보러 오던 스카우트는 윤제이에게 집중했다.
“젠킨스 씨. 아드님은 농구의 신입니다.”
“우리 아들이 농구까지 잘해요?”
머리 좋은 건 알았는데, 운동까지 섭렵할 줄은 몰랐다.
“아드님을 정말 잘 키우셨어요. 정말 훌륭합니다.”
“어, 음······.”
젠킨스 부부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혼자 열심히 하는 큰아들에게 항상 미안함을 품었다.
그리고 윤제이는 고등학교에서 배울 게 없다는 것을 느꼈다.
‘대학에 가는 건 아까운데.’
어차피 배우는 건 누군가를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그는 뭐든지 될 수 있었다. 대학은 등록금도 비싸고, 배움의 기쁨도 옅을 거다.
‘이 능력을 제대로 쓰고 싶다.’
스포츠에서 통하는 건 알겠다. 하지만 좀 더 유익한 것을 해보고 싶다. 처음에는 의대에 갈까도 생각했다. 생명을 구한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니까.
“거기, 친구. 이거 받아.”
“뭔데요?”
그때 받은 게 미군의 홍보물이었다.
LIS는 국제적으로 민폐를 끼치는 집단이었고, 윤제이가 사는 인디애나주에도 테러를 감행해 그의 고등학교 친구가 피해를 본 적도 있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군인 수는 항상 모자랐다. 윤제이는 해군의 홍보물을 진지하게 살폈다.
“저 입대하려고요.”
“아들.”
“잘할 수 있어요.”
그리고 진로를 결정했다.
해준 게 없는 아들이 알아서 훌훌 날아간다는 것을 부부는 말리지 못했다.
그렇게 윤제이가 캘리포니아로 향해 해군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칠 무렵이었다.
“헤이, 젠킨스! 너는 어떻게 할 거야?”
“글쎄. 고민 중.”
“나랑 같이 씰에 가자. 남자라면 특수부대쯤은 해 봐야지!”
미군이 다른 국적의 사람을 안 받는 건 아니다.
오히려 멕시코 국경에서 넘어온 난민이라든지, 각국에서 몰려든 불법 체류자에게 영주권을 미끼로 입대를 권유하기도 했다.
솔직히 그들의 취급은 좋지 않았다. 일반 병부터 시작해 총알받이가 되어 열심히 국가에 자리 잡기 위해 싸웠는데 ‘영주권? 내가 언제?’라고 모르는 체하는 예도 있었다.
하지만 특수부대는 다르다. 오로지 미합중국의 시민이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존재를 원했다.
‘이걸 지원하려면 한국 국적은 포기해야겠는데.’
한국은 동맹국이니 상황이 다를지도 모르지만, 면접에서 그의 의지를 보여주려면 국적 포기의 퍼포먼스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막상 펜을 잡은 그의 손에 망설임이 깃들었다.
미국 땅에 적응하느라 한국에 관한 생각은 접어둔 지 오래다. 하지만 한국에서 살 때의 기억은 그리 좋지 못했다.
‘한국에 갈 일은 없겠지.’
관광으로라면 모르겠지만, 관광은 안 갈 거다. 좋은 기억이 없는 땅이니까. 눌러앉을 일은 더더욱 없겠고.
네이비씰의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
그리고 역시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
남몰래 연노엘의 입양 절차를 알아보면서 국적 회복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으로의 입양은 어렵지 않다.
윤제이는 미국의 영웅이고, 연노엘의 미국 시민권은 존 도의 도움을 받으면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에 한 번 운을 떼보니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하지만 연노엘의 의사가 가장 중요했다. 그가 나고 자란 곳은 한국이다.
이중국적을 유지하면 되긴 하지만, 어차피 성인이 되면 국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일단 이건 나중에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고.’
윤제이는 핸드폰의 화면을 껐다. <아버지>가 촬영에 돌입한 지도 2주나 지났다. 윤제이는 그린 스크린 세트장에서 다양한 연기를 펼쳤다.
<아버지>는 그의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과거에 관한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 보면 내가 밀어낸 거였지.’
이길 거예요.
한국에도 사막과 비슷한 환경이 있구나. 태안의 해안사구를 바라보며 윤제이는 저절로 과거가 생각났다.
“혹시 김지훈 감독님 못 보셨어요?”
상념을 깬 건 한 스태프의 질문이었다.
“카메라 들고 저쪽으로 가시던데요.”
“아이, 진짜. 미리 말 좀 하고 가시라니까.”
김지훈의 제자, 임상진이 헉헉거리며 언덕을 올라갔다. 오랜만에 만난 김지훈 촬영 감독은 변한 게 없었다.
[이야, 많이 컸구나.]바뀐 건 흰머리 정도일까. 좋은 그림을 발견했다 하면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사라지는 건 여전했다.
[지훈이 어디 갔어?] [모르겠는데요?] [아니! 곧 촬영 시작한다니까 또 어딜 간 거야!]<어린이>를 찍을 때도 그랬다. 당시에는 경력 없는 초보 촬영 감독임에도 장인 정신이 넘쳤던 김지훈이다.
윤제희도 스태프를 도와 김지훈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었다.
[촬영 감독 아저씨.] [왔니?] [삼촌이 찾는데요. 우리 촬영해야 한다고······.] [쉿.]김지훈은 윤제희를 자기가 앉던 자리에 앉혔다.
[이거 봐봐.]그가 찍은 건 어린 새가 둥지 입구에서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윤제희는 그 신기한 광경에 멍하니 입을 벌렸다.
[우와.] [귀엽지?] [뭐 하는 거예요?] [이소를 하는 거야. 부모의 보살핌을 받던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나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이지.]그렇게 두 사람은 정신없이 새를 찾아다니고, 어린 새가 용기 내 둥지를 벗어나는 것을 숨죽여 관찰했다.
[야! 김지훈!] [이런, 이제 일하러 가야겠다. 그렇지?]새는 어설프지만 날아가는 데 성공했다.
‘그런 일도 있었지.’
재밌는 추억이었다.
-윤제이 초등학교 입학식 목격담
-와 근데 영상 미쳤다
-남편이 오징어로 보인대ㅋㅋㅋㅋ아
-저런 학부모가 어딨어ㅋㅋㅠㅠㅠ
-진작에 애 만들걸… 그럼 나도 계탈수있었을텐데
윤제이가 연노엘의 입학식에 참석한 건 학부모의 SNS를 통해 퍼졌다.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잘생긴 사람이 아이 몰래 살금살금 걸어가더니, 아이를 가볍게 들어 올린다.
-저 애는 누구야? 친척인가?
-윤제이가 안고있는 애가 이번에 오디션 합격한 애 맞지?
-저거 보니까 애아빠 역할도 잘어울리겠다
이제 더는 감출 수 없음을 깨달은 영화 제작사는 연노엘에 관한 공식 기사를 배포했다.
이영창·윤제이 차기작 ‘아버지’의 아역 배우는 연노엘
(공식) 전국 아역 오디션의 주인공, 19년생 연노엘
아스트라에서 찍은 프로필 사진은 연노엘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눈동자, 어딘지 모르게 슬프고 시선을 붙잡게 하는 분위기.
-와 애가 분위기 개미쳤네
-잘 크면 진짜 다 씹어먹을듯
-잘생겼네ㄷㄷ
연노엘에 관한 반응은 대체로 좋았다. 애가 뭔 사고를 쳤겠나. 아직 연기가 처음인 아역 배우이니 연기가 서툴러도 참작해서 봐 줄 거다.
게다가 연노엘은 외형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아이에게마저 열등감 폭발하는 댓글도 있었는데, 애한테마저 그러고 싶냐고 추하다고 반박하는 댓글에 휩쓸려 사라졌다.
“노엘아. 나랑 사진 찍자.”
“야! 나부터 찍기로 했어!”
“내가 언제. 좀 떨어져 봐.”
그리고 연노엘은 단번에 학교의 인기인이 되었다.
부모가 없다는 건 놀림거리의 1순위다. 하지만 그가 부모가 없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윤제이의 비호를 받으며, 연예인이 될 그에게 잘 보이려는 애들이 더 많았다.
“노엘아! 어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