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14)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214화(214/287)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는 가진 자의 여유라고 해야 하나?
“드라마가 잘 빠졌으니 배급사 쪽도 홍보에 힘을 주고 있어요. 이거 보세요.”
“오······ 영국이네요.”
“네, 여긴 싱가포르. 여긴 JJ가 메인이던데요? 아시아권에서 인기 많죠?”
“듣기로는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이야, 역시. 그런데······.”
그동안 각국에서 어떤 홍보를 했는지 핸드폰으로 보여준 래빈은 윤제이의 뒤를 살폈다.
한국 매니저야 안 와도 되지만, 늘 따라다니던 두 경호원이 없다.
“같이 다니던 경호원 두 분은요?”
“돌려보냈습니다. 이제 필요 없어서요.”
최태양과 정승우는 윤제이와의 장기 경호 계약을 마치고 다시 윙스로 돌아가 다른 일을 맡고 있었다.
“잘됐네요. 현지에는 현지 경호원을 써야죠.”
공항 밖으로 나가니 검게 선팅된 밴과 경호원이 대기 중이었다. 윤제이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저렇게 많이 필요할까요?”
“이게 저희 에이전시 기본 메뉴얼입니다.”
톱스타들만 맡는 에이전시답게 뭔가 거창한 게 많았다.
‘그래도 이건 과한데.’
여기서는 별로 유명하지도 않아서 누가 달려들 위험은 없을 텐데.
“저도 당신이 특이한 이력이 있다는 걸 알죠. 근데, 그 특이한 이력 때문에 타겟이 될 수도 있잖아요?”
“음······.”
“그리고 드라마 공개되면 이 정도 경호만으로는 부족할 걸요?”
래빈은 킬킬 웃었다. 그는 윤제이가 여기서도 파란을 일으킬 거라 짐작했다. 윤제이가 <엣디엔드> 현장에서 어떤 연기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까.
“경호 책임자, 제리 허드슨입니다.”
“제이 젠킨스입니다. JJ라고 불러주세요.”
경호 책임자인 제리 허드슨은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윤제이를 쓱 훑었다. 그 의미심장한 눈빛에 윤제이가 넌지시 물었다.
“우리 언제 만난 적이 있었나요?”
“······예전에 알탄프에 있었습니다.”
“아.”
알탄프라면 윤제이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주둔지였다. 어디선가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겠군. 고개를 끄덕인 윤제이는 차에 올라탔다.
‘이런, 실수했군.’
제리 허드슨은 제 턱을 매만졌다. 정작 윤제이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그가 할 일은 경호 대상의 안전뿐이지 과거에 스쳐 지나갔다고 아는 체하는 게 아니다.
‘그나저나 몰라보게 달라졌어.’
그때는 정말 처참했는데. 배우라는 정말 생소한 직업으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조수석에 탄 제리는 룸미러를 통해 윤제이를 흘끔 바라보았다.
그 부대원들은 비밀이 생명이기에 전부 다 복면을 쓰고 다녀서 누가 누군지 알지는 못했다.
그가 윤제이를 봤었던 건 병원이었다.
[텐! 다 왔어!] [조금만, 조금만 참아!]당시 제리 허드슨과 그의 분대원들은 가벼운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그날은 정말 특이한 날이었다. 헬기를 통해 긴급 이송된 한 병사.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가던 대원들은 항상 복면으로 얼굴을 감췄던 신비로운 분대였다.
[뭐야, 누구길래 쓰리 스타가 직접 행차한 거지?] [부디 안 좋은 쪽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헬기를 타고 급히 이송되어 온 한 사람으로 인해 병원 전체가 난리 났다.
소식을 들은 높은 사람이 직접 병원으로 와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리라 지시했고, 의사들이 심각한 얼굴로 수술실과 병실을 들락거렸다.
급변하는 파병지의 분위기 때문에 입원한 병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설마 저 미스테리한 병사의 호송이 안 좋은 쪽일까? 싶어서.
[들었어?!] [뭐가?] [LIS 부지도자 사살됐대!]그리고 때마침 들려온 기쁜 소식에 그들은 환호했다. 무려 그냥 고위층이 아니라 부지도자다.
게다가 놈이 전 세계적으로 행한 테러의 규모가 워낙 컸기에, 병사 대부분이 그에게 원한이 많았다.
[설마······.]제리 허드슨은 병원을 뒤집어 놓은 한 병사를 떠올렸다. 그 사람이 했나?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헤이, 친구. 몸은 어때?] [이제 멀쩡해 곧 복귀해도 되겠어.]병문안을 온 동료들이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근데 병원 분위기가 전보다 다른 거 같던데?] [맞아 경비가 늘었어.]동료들은 뒤바뀐 병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 병사’가 입원한 뒤에 병원의 경비가 삼엄해졌다. 들락거리는 사람의 신원을 과하게 조사하기도 했다.
[근데, 저기 저 1인 병실은 누가 있길래 저렇게 삼엄해? 저 사람이 병원 분위기 뒤집어 놓은 사람이야? 얼마나 높은 사람이길래?] [너 몰랐어? 이번에 그 싸이코 사자 새끼 사살했던 대원이래.] [······그래? 제리랑 같은 병원인 줄은 몰랐군.]퇴원을 앞두고 있던 그들은 좀이 쑤셨다. 보안상 핸드폰도 할 수 없었고, 시간을 때울 거라고는 시시콜콜한 농담이나 포커뿐이다.
그들은 저절로 1인실을 차지한 수수께끼의 병사에 관해 수다를 떨었다.
[나도 그 얘기 들었어. ‘텐’이라고 했던가?] [이미 그 부대 있을 때부터 전설이라던데, 전에도 인질 몇십 명을 구했다고 했나?] [명예 훈장에 이미 이름 새겼겠군.]표정에서 부러움이 내비쳤다. 하지만, 입원하면서 이것저것 주워들었던 제리는 코웃음을 쳤다.
[들어보니 미친놈이던데. 사자 놈한테 고문받다가 기적적으로 풀려나서 놈을 죽이고 생환했다는데.] [진짜? 사자, 그놈은 고문 전문가잖아.]그런 일을 겪고 훈장 쪼가리 받을 거면 차라리 아예 안 하는 게 낫다. 때마침 그 병실에서 소란이 일었다. 그러자 의료진들이 다급하게 그 병실로 뛰어갔다.
[그래서 가끔 저쪽 병실에서 비명이 들렸나.] [미치지 않은 게 용하지.] [에휴, 누굴 걱정하냐. 저 사람은 이것저것 훈장에 최소 2계급은 특진할 테고, 우린 별 성과 없이 병상만 데우고 있는데.]말은 그렇게 해도 그 전설적인 병사에 관해 유감은 없었다.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컸다. ‘사자’ 아사드 야신 카디르는 정말 전 세계적으로 똥을 싸질렀고, 그 여파로 죽은 동료들이 많았으니까.
‘경호 대상이 나보다 강한 경험은 처음이군.’
제리는 화보 촬영장에 막 도착해 배우들과 회포를 푸는 윤제이를 관찰했다.
“형!”
“제임스. 오랜만이네.”
제임스 리드의 형 발음도 정겨웠다. 아이비 콜린스 역의 에밀리 로웰도 여전히 발랄했다.
‘······역시 배역의 감정에 휩쓸린 게 아니야.’
바네사 왓슨은 오랜만에 만난 윤제이의 얼굴에 심장이 크게 뛰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윤제이의 반응은 평소와 다를 게 없어서 조금 시무룩해졌다.
‘나한테 관심 없는 건 알아.’
어떻게 해서든 단념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됐다.
“다들 잘 지냈어?”
“우리야 늘 똑같지. 이번에 홍보 엄청 크게 걸려서 연락 엄청 많이 와.”
“너무 의도적인 연락은 안 받는 게 좋아.”
“어떤 거?”
“뭐, 돈 빌려달라거나 뭐 좀 가입해달라거나 이런 거.”
“와, 소름. 어떻게 알았지?”
윤제이 빼고는 다들 신인 배우다. 사람 사는 것도 다 똑같으니 그런 연락을 다 받을 줄 알았다.
이들은 드디어 드라마가 공개된다는 사실이 벌써 설레는 것 같았다.
“그래서, 홍보 일정은 어떻게 하는 거야?”
“한국이랑 여기랑 분위기가 다를 거 같은데.”
“그래도 대충은 비슷할 거 아냐.”
“글쎄······.”
윤제이는 한국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얘기했다. 대형 스포를 날릴 수는 없으니 작품에 관한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다.
그래서 제작사에서 정해준 지침 대로만 말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면 했던 말 또 하고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게 된다.
“으아. 벌써 하기 싫네.”
“우리 스케쥴 벌써 빼곡하던데.”
아무래도 제작사와 배급사가 사활을 걸고 밀어주는 작품이라 그런지 지금 찍는 화보 일정 외에도 협찬사와 협업도 해야 하고, 인터뷰도 빼곡했다.
오랜만의 재회에 제대로 얘기할 시간도 없었다. 그들은 의상을 갈아입고, 주·조연 4인방의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이야, 눈빛이······.’
사진사가 주목한 건 윤제이였다. 기회가 된다면 단독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피사체였다.
“좋습니다. 이제 커플 사진으로 넘어가죠.”
다시 의상을 갈아입을 시간이다. 여자들은 당연히 다 막힌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지만, 셔츠만 갈아입어도 되는 남자들은 대충 천막 친 자리에서 빨리빨리 갈아입게 된다.
‘저게 그 상처들이군.’
제리는 드러나는 윤제이의 몸을 주목했다. 저게 그 고문 전문가가 남긴 상처들인가.
대충 훑어봐도 범상치가 않은 상처였다. 저런 상처를 입고 살아남았다고? 정말 괴물인데.
“와, 형. 몸에 이게 다 뭐야?”
“음······ 별거 아니야.”
제임스의 호들갑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윤제이는 재빨리 셔츠를 걸쳐 그 시선을 차단했다.
“커플 사진 컨셉은 배우들의 의견을 받고 싶은데요.”
“에필로그 같은 느낌으로 몇 장 찍어도 되지 않을까요. 환생해서 다시 만났다라는 설정이라든가.”
“그거 좋네요.”
드라마에서 라리아와 노아는 이어지지 않고 새드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런 화보에서만큼은 다른 결말을 보여줘도 되지 않을까.
화보 촬영에 이야기가 덧입혀지니, 어색했던 바네사도 금세 적응해서 적극적으로 화보 촬영에 응했다.
사실 윤제이와 다정한 커플을 연기하는 게 좋아서였지만.
마지막 촬영의 대미는 윤제이의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진짜 뛰어?”
“응.”
“나, 나 무거운데.”
“괜찮아.”
수줍은 표정을 지은 바네사가 결국 뛰었다. 다섯 계단 위로 올라가 제 품으로 들어오는 바네사를 가볍게 안고 몸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 그림 같은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고스란히 담았다.
“이야, 그림 같네.”
“진짜 잘 나왔어요.”
***
“노엘아. 점심 먹자.”
“네.”
수저를 든 연노엘이 밥을 크게 한술 떠 입 안에 넣고 오물거렸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한진우가 사진을 찍는 것을 이제는 일상으로 받아들였다.
‘진우 삼촌 밥도 맛있긴 한데······.’
한진우는 혼자 산 경력이 꽤 돼서 요리도 제법 했다. 하지만 연노엘의 입맛에는 역시 윤제이가 해준 게 제일 맛있었다.
그도 그럴 게 윤제이는 연노엘에게 더 맛있고 좋은 것을 먹이고 싶어서 마이튜브를 돌아다니며 온갖 레시피를 봤다.
장장 일주일을 유명 셰프의 영상을 보는 데 보냈으니, 그의 요리 실력은 웬만한 셰프 급은 되고도 남았다.
“모처럼 쉬는 날인데 뭐 할까?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고개를 치켜든 연노엘이 조금 전 핸드폰으로 봤던 것을 한진우에게 쭉 내밀었다.
“삼촌, 저 이거 보러 가고 싶어요.”
“뭔데?”
<엣디엔드>는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했고, 윤제이의 비중이 꽤 돼서 한국에도 정말 성대한 홍보를 했다.
한 전시장을 꽉 채운 <엣디엔드>의 홍보, 그중에서도 윤제이의 캐릭터 포스터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팬들이 많았다.
“집이랑 가깝네. 쭉 돌다 올까?”
“네!”
지금은 어떤가요?
연노엘은 큰 쇼핑몰을 가득 채운 <엣디엔드>의 홍보물을 보고 입을 벌렸다.
“우와.”
한국에서의 홍보는 거의 윤제이가 메인이었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온통 윤제이가 차지하고 있었다.
“삼촌. 사진, 사진 찍어주세요.”
“그래.”
한진우는 애다운 모습을 보이는 연노엘의 모습을 이미 동영상으로 담고 있었다.
윤제이가 아이를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기에, 미리 이것저것 기록해놓는 것이다.
그동안 <엣디엔드>의 시즌 5의 티저와 예고편이 모두 공개됐다.
태중 혼약이라는 정략결혼이 걸린 아서와 아이비의 통통 튀는 서사에 역시 클리셰 잘 비벼주는 맛집이라고, 우리가 사랑하는 그 시리즈가 다시 돌아왔다고 환호했다.
-저 덩치에 비맞은 댕댕이같은 모습이라니ㅠㅠㅠㅠ
-벌써 망한사랑각이다 맛있다
-근데 윤제이 비중 꽤 높은거 같지않아?
-그러니까 이번엔 좀 기대해도 되나?
커뮤니티 좀 한다 싶은 사람들은 윤제이가 유명 드라마 시리즈에 나온다고 무조건 환호하지는 않았다.
왜냐면 한국 배우가 인기 시리즈에 진출해서 비중이 그렇게 높진 않았다. 최우주는 거의 취업 사기라는 말을 듣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좀 달랐다. 각 캐릭터를 설명하는 티저에서부터 일제강점기를 겪는 조선인의 아픈 역사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혹시 여기서 나오는 역사에 관해 설명해줄 사람?
-라리노아 커플 벌써 기대되는데 나만 이래?
-그렇게 정치적 올바름을 표방하더니 드디어 아시안의 비중이 높아지네
이미 <엣디엔드>는 영미권에서 잘나가는 시리즈였다.
시즌 4가 잘 안 뽑히자 이러다가 시리즈가 캔슬되는 거 아니냐고 손톱만 씹었던 시리즈 팬들은 시즌 5의 공개에 환호했다.
그리고 티저에서부터 애절함이 풀풀 풍기는 서브 커플을 벌써 지지하는 사람들은 노아 킴에 관한 사전 공부를 하기도 했다.
-와 뭐야 ㄷㄷ
-이번엔 좀 다른거 같은데?
-일본 반응 봤어? 벌써 시청하지 말자고 불매운동 벌이던데ㅋㅋ
-그래도 볼 사람은 다 볼듯ㅋㅋㅋ
-윤제이 일본 팬들은 그래도 개념 좀 박혀있던데 팬클럽 자체적으로 광고 걸더라
인기 시리즈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일제강점기를, 그 피해자를 다루는 건 드물어서 일본의 극우 넷 반응은 벌써 난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