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2)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아롱아롱 (3)(22/287)
아롱아롱 (3)
“우리 드라마 지금 포텐 터졌어요. 갑자기 중단되면······.”
“중상은 아니라서 다행인데······.”
“스태프가 버린 담배꽁초 탓이다. 이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어요?”
제작진은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사고가 나도 모른 척 촬영과 방송을 강행하는 게 많지만, 그래도 최대한 잡음 없이 종방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세트장 피해는 없으니 촬영은 하고, 사과문 올립시다.”
“감독님.”
“어차피 영상 다 떠서 막을 수는 없잖아요.”
그냥 촬영 중 실수가 있었다. 정도로 어물쩍 넘어가고 윤제이의 활약상을 띄워서 덮자는 의견이었다. 그들은 소방대장을 찾아갔다.
“안 됩니다.”
“저희 잘못이 맞습니다. 사과문도 올릴 거고요. 그래도 우리 배우가 초동 대응을 잘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런데요, 보고서를 잘못 올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당연히 그건 제대로 올리셔야죠. 저희 그렇게 염치없지 않습니다. 그냥 외부에 알리지만 말아주십사······.”
쩔쩔매는 제작진 사이에서 소방대장은 막 응급실을 나서는 윤제이를 흘끔 쳐다보았다.
초동 대처가 좋긴 했다. 전직 소방관이었다고 하니 약간의 유대감도 든다. 부하 직원에게 듣기로는 이제 막 시작하는 배우라고도 들었기에 살짝 갈등했다.
“후, 저분이 대처 잘해서 봐 드리는 겁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제작진도 뒤늦게 소방대장이 향한 시선을 따라갔다.
“제이 씨, 몸은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그, 박민지 씨는 괜찮으세요?”
“박민지? 아, 제이 씨가 데리고 나온 분장팀이요? 손에 약간 화상을 입긴 했는데, 심각한 건 아니래요. 혹시 몰라서 하루 입원하기로 했고.”
아이고, 얼굴도 잘생겼고 연기도 잘하는데 인성도 좋네. 제작부장은 이미 콩깍지가 단단히 꼈다.
대형 사고로까지 번질 뻔했던 것을 막았기에 다들 호의적인 시선이었다.
“진짜 덕분에 살았어요.”
“저도 살려고 한 겁니다.”
“하하! 겸손은.”
반쯤 진심인데······ 윤제이는 멋쩍게 웃었다. 직업병이 남아있는지 불을 보자마자 뛰쳐 나가긴 했다.
하지만 이서원이나 투자사가 도와줬다고 해도 TV 드라마 첫 작부터 조연이 어디 쉬운 일인가. 기껏 잡은 기회인데 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표창 얘기도 나오던데, 우리 드라마 홍보를 위해 받아주세요.”
“진짜 제이 씨 없었으면 우리 드라마 휴짓조각 됐어.”
제작진의 칭찬 릴레이는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곽도현과 한진우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어차피 SNS에 영상 떴으니 퍼지는 건 순식간이겠고······.’
제작진이 어떻게 수습할지 감이 온 곽도현은 핸드폰을 들었다.
(곽도현 님이 500원을 보냈어요.)
(마케팅 이다현) ?
(마케팅 이다현) 실장님 이거 뭐에요?
(마케팅 이다현 님이 500원을 받았어요.)
이다현은 궁금해하면서도 착실히 500원을 받았다. 알뜰살뜰히 살아야지.
(나) 진짜 뭐 있더라고요
(마케팅 이다현) 오
(마케팅 이다현) 뭔데요?
(나) 아롱아롱 기사랑 슨스에 영상 뜬건 봤죠?
안 그래도 그걸 어떻게 요리할지 고민 중이었다.
너무 티 나지 않게 은근히 할까? 그래도 좋은 일 한 건 팩트인데 아예 시끄럽게 언플해도 좋지 않을까?
곽도현은 일단 지금은 본인이 원치 않으니 나중에 흐름 탈 때 은근히 써먹으라고 하면서 그의 전직을 얘기했다.
나중에 더더욱 유명해질 거라는 걸 확신하고 말하는 거다.
(나) 다현씨?
이다현은 몇 분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가 뒤늦게 답장했다.
(마케팅 이다현) 와…
(마케팅 이다현) 진짜 핫가이였네
***
‘아롱아롱’ 촬영 세트장 서 불···현재 진압 완료
‘아롱아롱’ 세트장 화재 진압한 배우 윤제이 ‘화제’
SNS에 올라온 동영상은 일파만파 퍼졌다.
불길 속에서 스태프를 부축해 나오는 모습과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불에 덮쳐질 뻔한 스태프를 뒤로 물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불 생각보다 크게 났는데?
-와 큰일날뻔했네
-얼굴도 잘하는데 대처도 잘한다
-이런 사람이 영웅이지
-그래도 다 도와서 불 끄려고 하네
상황이 이러니, 드라마 제작사 측에서는 윤제이의 활약을 더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속사 아스트라에서도 흐름을 타 호의적인 기사를 슬쩍 올렸다.
(오늘 오전 11시 무렵, 금토 드라마 ‘아롱아롱’ 촬영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소화기 더 없어요?’)
(‘여기! 여기요!’)
심지어 같은 방송국 8시 뉴스에도 윤제이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장은 ‘훌륭한 초동 대응으로 산불이 될 뻔한 것을 막았다’라며 배우 윤제이 씨를 칭찬했습니다.)
(소방청에서는 배우 윤제이 씨에게 표창장 수여를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화재의 원인이 스태프의 실수, 어림짐작으로 담배꽁초 때문이라고 퍼져서 공분을 샀지만, 시청률은 떨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배우가 직접 나서서 초동 대응을 완벽하게 한 것도 사실이니, 오히려 화재 사건으로 입소문을 타서 더 관심도가 높아졌다.
“제이 씨. 안녕.”
“아, 예.”
김현준은 화재 사건 이후로 성실한 사람이 되었다.
윤제이에게 친한 척도 했는데, 그의 지각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을 스태프들은 다 알았다. 시선이 곱지 않자 분위기 보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그에 스태프들은 내심 더 화가 났다. 이렇게 콜타임 잘 지킬 수 있으면서 그동안은 왜?
‘나, 참. 나도 일찍 도착했으면 쟤처럼 활약했어.’
화재 당시 뒤늦게 도착한 김현준은 스태프들 사이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제이 씨, 잠시만요. 한복 구겨지겠다.”
“감사합니다.”
분장팀의 공백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고 목숨까지 구해서 그런지 예전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말단 스태프까지 윤제이를 챙겼다.
‘이쪽은 좀 조용하군.’
그들을 피해 외진 곳으로 향한 윤제이는 생각을 정리했다.
오늘 찍을 장면은 정연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는 장면이었다.
1회에서 과거로 회귀한 여자 주인공, 정연화는 혼란스럽지만 일단 상황 파악부터 했다. 그가 기억하는 과거의 사건이 똑같이 일어난 것을 보고 확신했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과거로 돌아왔구나.)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귀물 중에는 시간 자체를 바꾸는 힘이 있다는 전설을 들어서 이해는 빨랐다.
(가현아. 나는 어찌하면 좋을까.)
(네?)
회귀 전 정연화는 자신의 개인재산을 털어 가난한 백성에게 베풀고 다니는, 착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여인이었다. 그 때문에 세자빈 후보로도 올랐다.
하지만, 예정될 미래를 뻔히 알기에 달리 행동해야 했다.
(그분께 누를 끼칠 순 없어.)
그렇게 정연화의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착했던 양반집 규수는 어느새 악녀가 되어 있었고, 뒤로는 상단을 운영해 미래 지식을 이용하여 재산을 축적했다.
그리고 축적된 돈은 가난한 백성에게, 그리고 외가가 역모에 가담했다는 누명이 씌워지고 세가 약해진 세자에게 남몰래 자금을 후원했다.
(또 전교회前矯會에서 자금을 주고 갔습니다.)
(또?)
세자, 이 건은 익명의 후원자가 준 선물을 빤히 쳐다보았다. 앞을 바로잡는다라······ 누구일까.
(다음에 또 이런 걸 보내온다면.)
(은밀히 뒤를 밟거라.)
이 건이 정연화가 암암리에 운영하는 조직의 뒷조사를 시작하고.
(정 대감댁 따님이 미쳤다며?)
(쉿, 조용히 해.)
정연화의 노력은 허사가 됐다. 오히려 소문을 듣고 무휘대군, 이 휘가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기생집에서 빠져나온 그는 외진 호숫가에서 정연화를 발견했다.
처음은 잠깐의 여흥이었다. 착하다고 유명한 정연화가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는지, 진짜 미치기라도 했나. 나처럼. 호기심이 동했다.
(왜 죽을 게 뻔할 미물의 상처를 봐주었느냐.)
(아직 살아있으니까요.)
어린아이가 자신이 가는 길을 막았다고 크게 역정 냈다는 소문과는 다르게 작은 생물에게도 온정을 베푼다. 그런 정연화의 모습에 점점 더 관심이 간다.
그도 겉으로는 전쟁광에 망나니인 척 굴었지만, 뒤로는 측근들과 함께 세자를 끌어내리기 위한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저도 이런 제가 싫습니다.)
(싫으면 안 하면 되지 않느냐.)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요.)
그 뒤로 두 사람은 따로 약조한 것도 아닌데 호숫가에서 만나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눴다.
스스로 소문을 안 좋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모진 소리 듣는 게 마음 아픈 정연화는 가만히 얘기를 들어주는 이 휘를 마치 대나무 숲처럼 이용했다.
그게 살짝 미안하고 상대가 궁금해져서, 슬슬 얼굴을 터보려고 했다.
(나으리께서는······ 계속 죽립을 쓰고 계실 생각이십니까?)
(얼굴이 흉해서 안 된다.)
(그래도 우리 친우 아니었습니까? 이제는 알아도 될 때가 됐는데요.)
친우, 친우라······ 피식 웃은 이 휘는 쓰고 있던 죽립을 벗고 정연화의 앞에 섰다.
(······헉!)
(왜, 생각보다 더 흉하더냐?)
자신이 여태껏 대화를 나눈 사람이 자신을 나락에 빠뜨린 장본인이었다. 사색이 된 정연화는 그대로 도망친다.
공포로 물든 표정, 나를 알아본 것인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전쟁터에서 보내 내가 무휘대군이라는 사실을 저 이는 모를 텐데······.
(재밌구나.)
‘재밌다.’
‘나’를 지우고 점점 극 중 캐릭터를 입히는 작업은 언제 해도 즐겁다.
<어린이> 때도 이랬지. ‘나’를 지우고 박동화를 스며들게 한다. 그게 카메라에 온전히 담기면, 스태프들은 그에게 잘했다고 외치며 격려했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속 중심이 되었다는, 그런 현장감이 좋았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나도 관심을 꽤 좋아하는 것 같다.
“제이야. 뭐해?”
한참을 캐릭터에 빠져 있을 때, 박서아가 그를 불렀다. 윤제이는 서서히 몸을 틀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슬슬 촬영 시작할 거 같은데······.”
“······.”
“······!”
윤제이의 시선을 마주치자마자 박서아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살짝 미소 짓는 얼굴에는 이 휘의 집착에 가까운 소유욕이 번들거렸다.
***
정연화가 무휘대군과 호숫가에서 약간의 썸을 타는 동안 남자 주인공인 세자, 이 건도 정연화와 얽힌다.
<아롱아롱>이 인기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남자 주인공의 후회 서사였다.
(세자 저하. 찾았습니다!)
(이게 여기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냥······ 꿈에서 나왔다.)
정연화는 이 건의 귀물로 회귀했지만, 정작 이 건은 회귀 전 기억이 온전치 않았다.
정연화에 대한 기억과 감정은 깡그리 잊고 전설로만 알려진 귀물을 찾아 힘을 축적한다. 그저 꿈에 나와서,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하면서.
정연화는 회귀 전 기억이 있으니 도움 될만한 귀물을 먼저 찾으려 하고, 이 건도 꿈에서 본 귀물을 찾아 나섰다가 서로 만나게 된다.
(하던 대로 저잣거리에서 백성들이나 핍박하지 왜 이런 걸 찾으려 하십니까?)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나 당신 압니다. 요새 미쳤다고 소문이 났던데······.)
소문을 믿고 정연화에게 모진 말을 일삼는 이 건, 그리고 상처받는 정연화.
아직 정연화의 진가를 알아본 건 무휘대군인 이 휘였다. 원작이 연재될 때는 이런 아슬아슬한 관계 때문에 나중에 이어지는 게 누구냐로 팬들끼리 싸우기도 했다고 한다.
(왜 자꾸 나를 피하느냐.)
(······.)
(내가 그리도 싫더냐?)
극 중에서 이 휘는 기생집을 드나들거나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모습만 보여왔다.
(그리 마음고생 할 거면······ 내게 오거라.)
하지만 정연화와 마주치는 장면에서는 달랐다. 잠깐 닿는 것도 정연화가 더럽혀질까 봐 미처 닿지 못했고, 고백에 가까운 말을 내뱉는 것도 벅차올라서 목소리가 떨렸다.
(어차피 너는 악녀고 나는 피에 미친 망나니다. 퍽 잘 어울리는 한 쌍 아니더냐.)
(······.)
(제발, 나를 봐다오.)
내 소문만 믿지 말고 내 알맹이를 봐. 이제까지 너의 얘기를 들어준 사람을.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부모마저 나를 천대한다. 너는, 너만은.
눈 한 번 깜빡이면 눈물이 또르르 흐를 것 같은 애절한 표정이었다. 마지못해 뒤돌아선 정연화.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고······ 드라마가 끝난다.
-크아악 사약 미쳤다
-한쪽은 혐관후회서사고 한쪽은 망사임? 와씨 군침싹
-개맛있어
-이건 언제 후회함? 빨리 발닦개됐으면
-다음화 언제와ㅠㅠㅠㅠㅠ
-난 망한사랑이 취향인건지 그냥 배우 본체가 취향인건지ㅋㅋㅜㅠ
-되게 신기하다 박서아랑 붙어도 케미가 살고 김현준이랑 붙어도 케미가 살아ㅋㅋ
-이쯤되면 윤제이가 그냥 케미신아니냐고
-밖에서는 폭군인데 나한테는 매달리는거 개오지지않냐?
-윤제이씨 어디 있다 지금오셨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