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20)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220화(220/287)
“노엘아. 졸리진 않아?”
“괜찮아요.”
윤제이의 걱정스러운 질문에 연노엘은 눈을 비볐다. 새벽 일찍 일어나 상황을 보고,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으면 철수하고 다시 자기를 반복했다.
“해 뜨는 시간 언제야?”
“쓰읍, 구름이 좀 있긴 한데······ 괜찮겠지?”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해가 뜨는 시간과 촬영을 정확히 맞물려야 했다.
“지금 그림 좋다!”
“바로 들어가죠!”
요즘은 기술이 좋아 후보정 작업을 할 수도 있지만, 이영창과 김지훈 촬영 감독은 가능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레디, 고!”
제법 끈끈해진 ‘아버지’와 ‘소년’이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장소에 도달한다.
“하아······.”
이게 세상의 끝이구나. ‘소년’은 서서히 밝아지는 바닷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도 ‘소년’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빛이 얽힌다. 세상의 끝에 다다르고서야 ‘아버지’는 ‘소년’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를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소년’이 숨을 토해냈다.
‘그렇구나.’
윤제이가 연기를 봐주긴 했지만, 무작정 주입식 교육을 한 건 아니다. 대본과 캐릭터 해석은 배우의 몫이다. 윤제이는 그저 대본을 분석하는 법을 조금 알려줬을 뿐이다.
‘나는 윤제희야.’
‘아버지’가 겪는 과거의 아픔이고, 윤제이가 버렸던 이름이기도 하다. 연노엘은 다른 배우들이 분석하는 것들을 들어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드디어 온전히 이해했다.
‘소년’에게서 과거 자기 모습을 본 ‘아버지’, 윤제희를 마음에 담아두고 그동안 굴곡진 삶을 살았던 윤제이.
‘아버지’와 ‘소년’은 세상의 끝에서 비로소 가족이 되었다. ‘현재’는 드디어 ‘과거’를 받아들였다.
‘위로해주고 싶다.’
그리고 격려하고 싶다. 이제 과거의 이름이, 그를 괴롭혔던 사건들이 이젠 당신을 괴롭히지 않을 거라고. 앞으로 당신의 현재는 동이 트고 햇빛을 반사하는 바닷물처럼 찬란할 것이라고.
원래라면 대사가 없다. 두 사람이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애드리브라는 이변이 일어났다.
“아빠.”
소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는 ‘과거’다. 잊을 수도 버릴 수도 없다. 한 사람이 이어온 역사의 한 조각이며, 그가 이룩한 과거는 버겁고 외면할 게 아니라 살아남아서 자랑스러운 거라고.
“우린 이제 괜찮아요.”
‘나’도 아니고 ‘당신’도 아니고 ‘우리’는 이제 괜찮다.
과거와 현재, 윤제희와 윤제이는 이제 괜찮다.
연노엘은 윤제희를 대리하여 과거에 받은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이는 언뜻 보면 위로와 격려일 수도, 혹은 이제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는 과거가 보내는 작별 인사일 수도 있다.
윤제이는 그것을 전부 받아들였다. 이윽고 ‘소년’에게서 옛날 <어린이>를 연기했던 윤제희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그렇죠?”
‘아버지’를 돌아보는 소년의 뒤에서 여명이 비친다. 구름이 걷히고 햇빛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 모습이 마치 후광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햇빛을 받아 ‘아버지’의 얼굴이 밝아진다. 그는 메마른 입술을 열었다.
“······그래.”
목이 멜 거 같다. 가까스로 토해낸 대답에서 먹먹함과 웃음기가 섞였다.
허탈해 보이기도하고, 후련해 보이기도 한다. 그도 정의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 카메라로, 화면으로, 피부로 전달해온다.
스태프들은 이상하게 먹먹해져서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고, 온몸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그동안 촬영을 하면서 ‘아버지’가 얼마나 처절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영창 감독은 벌떡 일어나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버지>를 기획할 때 어린 시절의 윤제희를 위로해주고 싶었고 윤제이로서의 새 출발을 뒤늦게 응원하고 싶었다. 소년을 통해 그의 진심이 흘러나온 거나 마찬가지다.
‘저 연기는······.’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천재 아역 배우의 탄생을 목격했다. 미리 말하지 않아도 배우가 ‘소년’ 그 자체가 되어서 감독의 의도를 표출한 것이다.
이는 <어린이>에서 윤제희가 보여줬던 것과 비슷했다. ‘소년’은 과거이자, 새로운 미래가 되었다.
<아버지>는 윤제이로서의 앞으로를 응원하고, 연노엘이라는 아역 배우의 탄생을 보여주었다.
“······컷하자.”
“넵.”
조연출이 대신 컷을 외쳤다. 하지만 화면 속 윤제이와 연노엘은 한참을 서로 마주 보았다.
“와, 소름······.”
“어떻게 그 타이밍에 햇빛이 딱.”
“킁! 어우, 왜 이렇게 눈물이 나오지?”
“저도요.”
몇 달간 <아버지>를 위해 달려온 스태프들은 배우가 연기하는 배역의 감정에 한껏 몰입했었다.
신비로운 소년의 모습,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복잡한 표정은 보는 이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질 것이다.
“감독님, 다시 찍을 거죠?”
정작 제 모습을 모니터하러 걸어오는 연노엘은 시무룩해 보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니?”
“제가 말을 해버렸잖아요.”
좋은 그림을 따려고 며칠간 동해 바다에 짱박혀 있었다. 드디어 좋은 그림을 포착했는데, 자신의 연기로 망친 거 같았다.
“추궁하는 게 아니라 궁금해서 그런데, 왜 그런 대사를 쳤니?”
“그냥······ 그래야 할 거 같아서요.”
이영창은 가만히 아이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아빠는 나에게서 옛날을 보잖아요.”
“그렇지.”
“근데 아빠는 과거를, 음······ 도망쳐야 할 대상으로만 보니까요. 우리 아저씨가 얼마나 대단했는데.”
‘아버지’와 윤제이를 혼동해서 말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대본 분석을 잘했다는 거다.
“잘했다. 더 찍을 필요 없어.”
“진짜요?”
“그럼. 우리 노엘이가 얼마나 잘했는데. 덕분에 더 좋은 장면이 나왔어.”
연노엘이 환하게 웃었다. 윤제이는 연노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소년의 감정이 따라왔구나.”
“이게 그거예요?”
“그래.”
연노엘이 탄식했다. 이제야 감이 잡힐 듯 말 듯 했던 ‘소년’ 그 자체가 될 수 있었는데, 촬영이 끝나 더는 ‘소년’이 될 수 없다.
“아쉬워요. 더 찍을 수 있으면 좋았겠는데.”
윤제이는 아이의 모습에 흐뭇하게 웃었다. ‘소년’이 돌아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정말 숨이 막히는 듯했다.
이 아이는 앞으로 잘할 거다. 어쩌면 과거의 나보다 더 잘할 수 있겠지.
“이 순간만큼은, 네 존재감이 나를 이겼어.”
“······이기려고 한 거 아닌데.”
“알아. 날 위로해주려고 한 거지?”
“네.”
“고맙다.”
연노엘은 왜인지 울컥해져서 고개를 홱 돌렸다.
이제 아저씨랑 나는 무슨 관계가 될까? 단순 후견인과 피후견인? 그거로는 부족하다고 늘 생각하지만, 자신이 욕심낼 주제가 아니었다.
“이제 촬영은 다 끝났어요?”
“그래. 후시 녹음 같은 거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구나······.”
연노엘은 발을 꼼지락거렸다.
‘촬영이 끝나버렸어.’
어떡하지? 이제 아저씨랑 나는 끝인가?
속으로 전전긍긍하는 동안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히죽 웃으면서 핸드폰 동영상과 사진을 찍으려는 것을 뒤늦게 눈치챘다.
“뭐예요?”
아이가 뒤늦게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심지어 이영창 감독과 김지훈 촬영 감독은 핸드폰이 아니라 영화 촬영 카메라를 준비했다.
“우리 노엘이. 첫 연기 도전에 첫 주연이잖아. 마지막 순간을 찍으려고 했지.”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직 ‘소년’의 여운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얼굴로 의젓한 대답을 하니 스태프들이 웃었다.
“노엘아. 일단 이거 작성 좀 해줄래? 네 출연료에 관한 건데.”
“네.”
연노엘은 아직 미성년자고, 윤제이가 후견인이니 이런 서류를 전달해 주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있을 때 하지?
‘원래 이렇게 봉투에 넣어서 주나?’
계속 연기는 할 거니까 지금부터 알아두면 좋겠지. 이제 아저씨랑 나는 더 이상 아빠와 아들 관계가 아니니까······.
“······어?”
연노엘이 눈을 크게 떴다. 서류는 출연료에 관한 안내가 아니라 ‘미성년자 입양 허가 심판청구서’ 그리고 ‘미성년자의 입양 승낙서’라 쓰여 있었다.
그리고 청구인 부분에서 이미 윤제이가 작성한 흔적이 보였다. 법정 대리인으로 스텔라 수녀의 인적 사항까지 쓰여 있었다. 오래전에 준비한 것으로 보였다.
“있지, 노엘아.”
서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연노엘의 코가 점점 빨개졌다.
윤제이는 혀로 마른 입술을 축였다. 그동안 아이가 자신에게 배역이 아닌 그 이상을 원하는 걸 짐작했지만, 그래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저씨 아들이 되어 줄래?”
사실 할 말은 더 많았다. 하지만 막상 닥치니 다른 이유는 다 떼고 본심이 먼저 튀어나왔다.
윤제이와 다른 이들이 숨죽여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고개를 떨군 연노엘의 어깨가 떨렸다. 이윽고 서류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흐윽······.”
“이런.”
“흐어엉!”
오열하면서 제 품으로 무너지는 연노엘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 모습을 촬영 중이던 스태프는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고, 크게 환호하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뭐야, 승낙이야?”
“저 모습 보면 모르냐? 백 프로 승낙이지.”
“노엘아 축하해!”
이 자리에는 마지막 촬영을 구경하러 온 다른 배우들도 있었다.
저주받은 아이라고 외면받았던 아이다.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게 하고 싶어서 깜짝으로 준비한 거다.
“아빠랑 진짜 가족이 될래요.”
“그래.”
윤제이는 제 귓가에 속삭이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활짝 웃었다.
자연스러운 거예요.
‘엣디엔드 시즌 5’ 시청시간 10억 돌파 역대 흥행순위 갱신 中
윤제이 SNS 팔로워 7천만 돌파
윤제이, 에미상 노미네이트 “유력 수상 후보”
정작 윤제이의 머릿속에는 <아버지>의 촬영 그리고 연노엘의 입양 문제밖에 없지만, 윤제이는 유례없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어린이> 때도 파란을 일으키긴 했지만, 그때는 인터넷이나 SNS가 활발하지 않았고, 이렇게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처음이다.
-와 윤제이 팔로워 대한민국 국민보다 많다!
개인이 저 정도 팔로워는 돌밖에 없지 않았나?
└아이돌도 개개개쌉탑돌이나 가능하지
└엣디엔드 아직도 인기던데 이러다 1억 찍는거 아님?
-나 유럽여행 갔다왔는데 한국에서 왔다니까 ‘노아?’이러더라
진짜 체감 확됨
└야 나도 얼마전에 미국갔다왔는데 윤제이 아냐고 물어보더라
└└뭐야 역두유노야?ㅋㅋㅋㅋ
‘김노아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윤제이의 일거수일투족은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었다.
할리우드 탑스타가 윤제이를 언급했다느니, 벌써 여러 제작사의 러브콜이 왔다느니 등등 그의 기록을 무슨 스포츠 경기를 즐기듯이 중계했다.
“기사 떴다.”
“벌써?”
권민재의 말에 덮어두었던 핸드폰을 켜보니, 어디서 소식을 들은 것인지 지인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이영창·윤제이 차기작 ‘아버지’ 크랭크업
윤제이 진짜 아버지 되나···아역배우에 입양 권유
아역 배우를 누가 울렸나? 눈물바다 된 ‘아버지’ 촬영장
출처는 한 스태프의 SNS 계정이었다. 따로 마이크를 단 것이 아니라서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들리진 않았지만, 윤제이는 워낙 발음이 뚜렷해서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방금 아들이 되어달라고 한거 맞지?
-맞는듯
-미쳤다 웃으면서 애 안아주는거 개설렌다ㅠㅠㅠ
히죽 웃으며 아이를 둘러싼 감독과 배우 그리고 스태프들.
분위기에 어리둥절했던 아이는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겪고 오열하며 아빠가 되길 희망했던 사람에게 안긴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아스트라입니다.
윤제이가 연노엘을 아들 삼고 싶어 하는 건 대표인 이서원과 곽도현 그리고 이다현과 한진우만 아는 사실이었다.
하도 여기저기서 문의가 들어오는 탓에 소속사는 미리 써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미 후견인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깊은 관계가 되고 싶었다고, 배우가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이다.
-우리 그럼 도련님 생기는 거야?
휴 다행이다 애 엄마 자리 아직 비어있네^ㅅ^
└애 아빠 자리도ㅎ
└└?
└└└아빠가 한명이라는 법 있냐?
└└└└더 큰 대한민국ㄷㄷ
-나 영상보고 좀 울었음
└나도 주책맞게 울컥하더라ㅠ
└너무 잘됐다 진짜
부정적인 반응은 없었다. 아이와의 목격담도 많았고, 학교 행사에도 참여하는 등 거의 부모의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드물게 팬덤까지 잡은 배우라고 해도, 배우는 아이돌과 다르게 결혼과 출산에서 꽤 자유로웠다.
그리고 윤제이가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 이제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연노엘도 마찬가지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아역배우 오디션의 승자로서 이미 언론사에 공개된 정보가 많았다.
몇 번이나 파양 당한 보육 시설의 연장아, 그리고 거장 감독의 눈에 든 천재 소년의 서사까지 맞물려서 벌써 소설 같은 기사를 쓰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니까 이게 우리가 촬영을 끝마치고 회식하는 몇 시간 사이에 일어났단 말이지.
윤제이는 고개를 저으며 화면을 껐다. 이 여파가 아이에게 해가 되지는 말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