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21)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221화(221/287)
“결혼보다 애 아빠가 빠를 줄은 몰랐는데.”
“내 말이.”
그는 맞은 편에서 잔을 기울이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권민재와 백다은은 윤제이의 입양 결정을 제 일처럼 좋아한 사람이기도 했다. 연노엘을 붙잡고 삼촌 혹은 고모라고 부르라고 말하기도 했다.
“넌 어때? 노엘이가 네 아들이 될 거라고 확신했어?”
“아니. 애를 보자마자 느낌은 있었는데, 작품에 관한 느낌이었지.”
윤제이의 일생에 가장 강력한 사건은 전쟁이다.
불과 엊그제 실없는 농담을 하며 포커를 치던 동료가 시신으로 돌아온 게 일상이 될 정도였다.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상황 속에 절여지다 보니 누군가와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난 내가 가정을 이루기 전에 죽을 줄 알았거든.”
너무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서 자연스럽게 넘어갈 뻔했다.
뒤늦게 말의 의미를 곱씹은 권민재와 백다은이 고개를 들었다. 윤제이는 분위기가 싸해지기 전에 말을 이었다.
“너희는 생각 없어?”
“웃는 거 봐라 좋냐?”
“좋네.”
윤제이는 회식 내내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직은. 난 내 일이 좋아.”
“······그렇게 타격이 커?”
“말도 마. 전에 아는 언니는 결혼하고 나서 일이 뚝 끊겼다더라. 너도 전에 백산에서 본 적 있을걸?”
“아, 그분.”
백다은의 말에 권민재가 잔을 들었다. 그 잔에 제 잔을 부딪친 윤제이는 덤덤하게 반응했다.
남배우에 비해서 여배우는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 일이 확 떨어진다.
“힘들겠네.”
“그래도 너희가 나서서 많이 나아졌지.”
권민재가 나서서 출연료 평균을 낮췄다. 윤제이는 그저 권민재의 뜻에 동참했을 뿐이다.
아직 남녀 배우의 출연료 차이가 상당했다. 권민재가 남배우의 평균을 낮췄다면, 윤제이는 주연 여배우와 같은 출연료를 받겠다고 나서 균형을 맞췄다.
30대 남자 배우 중에 단연 탑이라고 부를 수 있는 두 사람이 분위기를 주도하자, 같은 남배우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는 환영했다. 배우들의 출연료가 나날이 증가해서 제작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죄 많은 인생이야. 쟤는 알까?’
그 때문인지 여배우들 사이에서 윤제이의 평판은 정말 좋았다.
백다은은 진동이 계속 울리는 핸드폰을 아예 꺼버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윤제이를 소개해달라는 청탁을 어마어마하게 받고 있었다.
“내가 했나. 민재가 했지.”
“아, 그만해.”
“왜? 이런 건 자랑해도 돼.”
부끄러워하는 권민재의 모습에 윤제이는 그저 웃었다. 요즘 두 사람을 놀려먹는 것에 재미가 들렸다.
“애 이름은 정했어?”
“이름?”
윤제이는 생각지 못한 질문에 옆에 누운 아이를 쳐다보았다. 퉁퉁 부은 눈으로 윤제이가 구워주는 고기를 념념 먹었던 연노엘은 지쳐 잠들어 있었다.
이름이라······ 막연히 윤노엘이 되겠지 싶었다.
“네 애가 될 거니까 새로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의미가 남다를 거 같은데.”
“난 글쎄, 네가 입양하면 국제 입양이잖아. 노엘이라는 이름은 어디서든 발음하기 좋을 거 같은데. 게다가 애도 몇 년간 그렇게 불려 왔고.”
백다은과 권민재의 말에 윤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 씨는 보육 시설 원장의 성을 따랐다. 노엘이라는 이름은 그가 버려진 12월 25일을 의미하는 이름이었다.
‘버려진 날을 평생 쓸 이름으로 쓰는 건 조금······.’
이상하겠지. 윤제이는 이름을 새로 짓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애가 원한다면. 근데 난 작명에 소질 없는데.”
“노엘이가 직접 짓는 것도 좋을 거 같아. 난 내 이름을 내가 짓고 싶었거든. ‘다은’이 뭐니? 너무 흔하잖아.”
백다은이 투덜거리자, 윤제이는 피식 웃으면서 잔에 입을 갖다 댔다.
“왜? 예쁜 이름인데.”
그리고 다들 짠 것처럼 말이 뚝 끊겼다. 백다은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윤제이를 향해 삿대질했다.
“너, 너어······ 여지 주지 말랬지!”
“여지 준다고 네가 넘어올 사람은 아니잖아?”
백다은의 고개가 뒤로 홱 꺾였다. 분을 못 이기는 모습이다. 그녀도 윤제이가 자신을 놀린다는 걸 알았다.
“다은이 왜 이래?”
“글쎄.”
환장하는 백다은을 보고 문창민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형. 애 키우는 거 많이 어려울까?] [뭐?]사실 윤제이가 입양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에서 배역의 감정에 너무 몰입해서 아이의 입양을 결정한 게 아닌가 싶었었다.
하지만 촬영을 함께하니 문창민은 윤제이가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를 입양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조만간 애 아빠 톡방에 초대해야겠는데?”
“그런 게 있어?”
“있지.”
배우들이 육아 관련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건너 테이블의 이영창은 다리를 달달 떨고 있었다.
바로 편집실로 달려가서 <아버지>의 편집을 시작하고 싶었다. 너무 좋은 장면이 많았다.
“아······.”
고개를 들어 조급함에서 벗어나니 눈앞에 윤제이가 보였다. 옆에 누운 아이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는 윤제이의 모습. 완연한 아버지의 표정이었다.
자신의 첫 작품을 장식한 천재 아역이자 자신 때문에 고초를 겪은 아이는, 이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감독님?”
이영창이 휴지를 뽑아 눈가를 꾹 누르자, 같은 테이블의 스태프가 당황해서 이영창을 불렀다.
“나이가 드니 눈물 조절을 못 하나 봐.”
스태프들은 이영창의 시선을 따라갔다. 윤제이가 있었다.
그들은 같은 현장에 있으면서 <아버지>의 내용과 그 의미를 깨달았다. 이영창이 윤제이를 아들처럼 여기고 있는 것 또한.
그들은 이영창의 어깨를 토닥였다.
“자연스러운 거예요.”
***
윤제이는 <아버지> 이후 올해 작품 스케쥴을 잡지 않았다.
<아버지>는 정말 기가 빨리는 작품이었다.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작품이고, 윤제이로서의 앞날을 응원한다는 이영창의 선물이었다.
그동안 <기억의 끈>으로 국내 시상식을 석권했고, <엣디엔드>의 행사 참여로 다시 태평양을 건넌다.
스케쥴이 많은 김에 태어난 조카를 볼 겸, 연노엘을 본가로 데려갈 겸 오래 머물 예정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국내 활동을 안 하는 건 아니었다. 그는 회사와 팬 미팅을 계획하고 있었다. 윤도화의 플라바 등 탑 아이돌을 맡아온 엘라인의 스태프들이 윤제이를 위해 붙었다.
“접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사관을 나선 윤제이는 연노엘을 데리러 가는 도중에 전화를 받았다.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올 전화는 딱 한 사람뿐이다.
“존, 오랜만이네요.”
(JJ. 소식 들었습니다. 아이를 입양한다고요?)
방금 입양 신청서를 접수했는데 어떻게 알았지? 내 행적을 계속 파악하고 있었나?
“존, 나 좀 소름 돋으려고 하는데요.”
(오, 아니에요. 마침 연락드리던 참에 한국 대사관의 연락을 받았죠.)
그게 그거 아닌가? 윤제이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들리는 말에 인상을 풀었다.
(대신 아이의 입양을 빠르게 처리해 드리죠.)
“그건 미리 감사드리죠.”
수화기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렸다.
(사실 우연히 겸사겸사 연락한 겁니다. 제이든에게 듣기로는 많이 나아졌다고 하던데······.)
“제이든은 무사합니까?”
(네. 팔팔이 LIS의 잔당을 뿌리 뽑고 있죠.)
“그거 다행이군요.”
존은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이제 평온을 되찾았습니까?)
“네.”
시원시원하게 대답하는 모습에 존 도가 웃었다. 그는 윤제이를 호시탐탐 노리는 인재로 보기도 했지만, 목숨을 구해준 은인으로 여기기도 했다.
(좋군요. 그럼, 우리 회사로 들어오는 건 어때요?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배우라는 신분이 요긴하게 쓰일 거 같은데······.)
“거절하겠습니다. 애 키워야 해요.”
(이런, 아쉽네요. 그럼 아이는 나중에 사관학교 추천 할 겁니까? 왠지 당신이 입양할 거라고 하니 범상치 않을 거 같은데······.)
“아뇨.”
윤제이는 결국 웃어버렸다. 존 도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농담임을 안다.
“곧 그쪽으로 가니 한 번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좋습니다.)
존은 평온을 되찾은 윤제이의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었다.
그와 통화를 끊자마자 저 멀리서 아이가 달려오고 있었다. 정문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존재에 얼굴이 환해져서.
“아빠!”
“아들.”
바다
학교를 마친 연노엘을 데리고 도착한 곳은 박현아의 집이었다.
연노엘이 티를 내려 하지 않았지만, 윤제이의 눈에는 다 보였다. 연노엘은 가족이 고팠고, 사랑이 고팠다. 그러니 자주 교류할 예정이다.
“저 왔어요.”
“왔니?”
주방에서 빼꼼 나온 박현아가 인자하게 웃었다. 윤제이는 벌써 풍기는 음식 냄새에 죄송스러워서 멋쩍게 웃었다.
“이러실 줄 알았으면 그냥 식당 예약할 걸 그랬어요.”
“어떻게 요리를 안 해. 그리고 내가 좋아서 하는 거야.”
윤제이와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다. 게다가 입양할 애가 온다고 했는데 당연히 뭐라도 준비해야지.
박현아는 윤제이의 뒤에서 머뭇거리는 아이를 발견했다.
“네가 노엘이구나.”
“아, 안녕하세요!”
고개를 푹 숙인 연노엘은 너무 긴장해서 넘어질 뻔했다. 그 어깨를 잡아준 박현아가 입을 열었다.
“안녕, 나는······.”
박현아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생각을 했다.
윤제이는 처음 만나자마자 스스럼없이 어머니라 불렀다. 그리고 친아버지에 관한 얘기를 나눈 이후로 많이 가까워졌다.
하지만 제 자식들과는 다르게 피가 아예 섞이지 않았다. 내가 할머니라고 불러도 괜찮다고 얘기를 해도 되나?
“아들, 할머니라고 부르면 돼.”
“아······.”
고민을 박살 내는 한 마디에 박현아가 맥없는 소리를 냈다. 윤제이는 오히려 박현아의 반응에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왜 그러세요? 설마 벌써 할머니라 불리는 게 싫으신 건······?”
“아니! 아냐!”
싫은 게 아니다. 오히려 좋았다. 다 큰 아들도 받아들였는데, 손자라고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먼저 손을 내민 거 같아서 심장이 기분 좋게 뛰었다.
‘실제로 보니 더 분위기가······.’
드라마 작가인 박현아도 배우를 보는 눈이 있었다. 주변 시선을 빨아들이는 깊은 눈동자, 잘생기기도 했는데 차분해서 제법 탐이 나는 아이다.
게다가 연노엘은 이제 막 영화를 한 편 찍었을 뿐인데 업계에서 유명했다.
그 이영창이 발굴하고 윤제이가 아이와 함께 살며 연기 지도를 했다. 게다가 입양까지 결정했다고 한다.
‘지금 집필 중인 차기작 아역으로 캐스팅할까?’
벌써 아역 배우 캐스팅 순위에서 정유건과 경쟁할 정도다. 박현아는 그런 아이의 할머니 자격이 되었으니 캐스팅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빠 왔어?”
“형!”
“오랜만이다.”
주방에서 요리를 도와주던 쌍둥이가 튀어나왔다. 윤제이는 제게 달려드는 변함 없는 동생들을 보며 웃었다.
성인 두 명이 몸무게를 실어 포옹하는데도 미동 없는 윤제이는 그들을 떼어내고 연노엘을 소개했다.
“너희 조카야. 아들, 아빠 동생들.”
“안녕하세요.”
연노엘은 머뭇거리다가 삼촌, 고모라는 호칭을 내뱉었다.
연노엘을 보자마자 갑자기 조용해진 쌍둥이가 호칭을 듣고 몸을 움찔했다. 연노엘은 자기가 무슨 실수를 했나 싶어서 눈치만 살폈다.
“어······.”
바닥에 무릎을 찧은 쌍둥이는 호들갑을 떨며 무릎걸음으로 연노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아이의 어깨를 잡고, 말랑말랑한 볼을 살짝 꼬집었다.
“조카! 조카다!”
“어떡해! 귀여워!”
“······?”
윤도준과 윤도화의 주접에 연노엘이 어리둥절해서 제 아빠를 올려다보았다.
윤제이는 그저 웃었다. 대체 애가 누구인지. 그래도 저렇게 호들갑을 떨어야 아이의 긴장이 확 풀릴 것 같다.
“애가 형 닮았는데?”
“맞아. 벌써 눈빛 뭐야. 크면 장난 아니겠는데?”
“얘들아. 애 곤란하게 하지 말고 밥이나 먹자.”
두 사람의 주접을 박현아가 제지했다. 연노엘은 윤제이를 닮았다는 말이 좋아서 볼이 발그레해졌다. 그 모습에 쌍둥이가 눈빛으로 대화했다.
‘어떡하지? 진짜 귀여운데?’
‘내 말이.’
사실 격하게 아이를 환영한 것은 의도된 주접이기도 했다.
윤제이는 아이의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여덟 살이면 주변 상황을 다 아는 나이다.
그 나이 되도록 계속 시설에 있었다고 했으니 아이가 어색할까 봐 먼저 철없는 삼촌과 고모를 연출한 거다.
물론 윤제이는 쌍둥이의 모습이 평소와 다름없다고 생각했지만.
“노엘아, 맛있니?”
“마히써요.”
“진짜 잘 먹네. 설마 억지로 먹는 거 아니지?”
“원래도 먹성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