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23)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223화(223/287)
문을 열고 복도에 모인 사람들을 훑어본 윤제이의 얼굴에 다들 언제 소란스러웠냐는 듯 입을 다물었다. 압도적인 것을 봤을 때의 경이로운 감정이었다.
윤제이는 분위기를 풀 겸 입꼬리를 올렸다.
“제 춤 어땠어요?”
그러자 아이고 어른이고를 다 떠나서 환호했다. 위층의 사무실을 쓰던 직원은 무슨 지진이 온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엄청 잘 추세요!”
“오빠! 진짜 팬이에요!”
“형. 저랑 사진 찍어주시면 안 돼요?”
오빠라니······ 얘네랑 나랑 나이 차이가 몇이냐. 여덟 살짜리 애도 있는 마당에.
“오빠, 형이 아니라 아저씨라고 불러야지.”
“잘생기면 다 오빠예요!”
“하하, 그래?”
애들이 활발하고 재밌다. 이러니 아이돌 연습생을 하는구나. 그는 그들을 지나쳐 이다현에게 다가갔다.
“다현 씨. 왔어요?”
“네. 슬슬 점심시간이니까 팬 미팅 팀이랑 회식하면 좋을 거 같아서요.”
“뒤에 있는 분들이 그럼······.”
윤제이와 눈이 마주친 김유희가 숨을 삼켰다.
‘꺄아아아악! 어떡해! 눈 마주쳤어! 미친, 미친!’
속으로 난리 난리를 쳤지만, 표정은 평온했다. 김유희가 악수하기 위해 오른손을 뻗었다.
“안녕하세요. 팬 미팅 총괄팀장, 김유희라고 합니다.”
“듣기로는 제 공연을 위해 모이셨다고 하던데, 다들 감사합니다.”
“뭘요, 저희가 좋아서 지원한 건데요. 저희 다 팬이에요.”
으아악! 손잡았어! 으악!
그런 김유희의 속내가 읽히는지 이다현은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윤제이는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뚝딱거리는 직원들의 모습에 웃음을 참았다. 결국 분위기를 주도한 건 윤제이와 이다현이었다.
“실장님한테 듣기로는 아직 차기작 결정 안 했다면서요?”
“아직 결정해둔 건 없어요. 신 감독님이 연말에 꼭 만나자고 하던데······.”
“신지원 감독님이요? 헉, 설마 ‘인터미션’ 속편 아니에요? 그거 작업한다는 소식 들었는데?”
“음, 그럴 수도 있죠.”
사석에서 직접 겪은 윤제이는 예상보다 더 다정하고 친절했다.
“여러분들은 요즘 어떠세요? 갑자기 팬 미팅 준비하시느라 힘들 거 같은데.”
“아뇨! 힘들지 않아요!”
긴장이 풀린 직원들이 팬 미팅을 논의했다.
“혹시 게스트는 누구누구 오는지 정했어요?”
“진행은 아마 제 동생들이 맡아줄 거 같아요. 그리고 작품 돌아보는 건 민재가 하고 싶다고 했고.”
“와, 권민재 씨요?”
“네. 사실 창민이 형이나 다은이도 하고 싶다고 하긴 했는데······ 그리고 아마 아지타토 친구들도 공연에 참여할 거 같아요.”
“우와!”
이것저것 추가하다 보니 노래와 춤이 무려 30곡 내외 정도로 늘어났고, 작품 팬을 위한 명장면 뜯어보기라든지 여러 토크까지 합하면 예상 공연 시간은 4시간이 훌쩍 넘어갈 예정이다.
“팬 미팅이 너무 늦긴 했죠. 다들 좋아하셨으면 좋겠어요.”
다들 앓는 소리를 냈다. 윤제이를 향한 덕심 하나로 모인 사람들이다. 배우가 팬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데 안 싫어할 팬 없다.
“그럼, 팬 미팅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네!”
“시상식 정복하고 오세요!”
비싼 고기에 커피와 디저트까지 얻어먹은 직원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회사로 돌아갔다.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 이렇게 산뜻할 줄이야!
“진짜 좋았다······.”
“어떻게 인성까지 좋을 수가 있지.”
윤제이가 가고도 꿈에 취한 듯 몽롱해진 그들을 붙잡은 건 김유희였다.
“자, 이럴 때가 아니라. 슬슬 공연장 정해야 해요. 다들 회의실로 모이죠.”
그리고 의욕을 불태웠다. 우리 배우가 저렇게 진심인데 우리도 열심히 해야지.
“올홀은 안 돼. 너무 작아.”
“맞아요.”
하지만 윤제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아티스트가 없다. 대중과 팬덤을 동시에 잡은 배우, 일반적인 배우의 범주에서 벗어나야 했고, 그렇다고 아이돌의 기준을 잡을 수도 없다.
“그럼, 좀 높여서 평전으로 할까요?”
“적을 거 같은데······.”
4000석이 넘는 규모의 공연장도 썩 눈에 차지 않았다.
“그럼 핸드볼이나 화정은 어때요?”
“핸드볼? 괜찮지. 근데 화정은 안 돼.”
“왜요?”
“시야가 너무 구려.”
다들 이런 공연 진행에서는 베테랑이라서 여러 의견이 오갔다.
“팬 카페나 벌룬 가입 수 보면 왠지 5~6천은 너끈히 채울 거 같지 않아요?”
“게다가 일요일 하루만 할 건데 핸드볼은 좀 좁죠.”
“그럼 여기는 어때?”
“음, 거기는······.”
“다 채울 수 있을까요?”
김유희가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느낌이 좋아요. 여기로 잡죠.”
***
그렇게 윤제이의 팬 미팅 포스터가 공개됐다. 날짜는 그의 생일인 10월 4일 일요일. 장소는······.
-윤제이 팬미팅 장소 내가 잘못봤나?
배우가ㅋㅋㅋ실체를ㅋㅋ어떻게 채움?
소속사 수요 예측 실패 아니냐?
└근데 할만하니까 실체 잡은 거 아냐? 엘라인이 공연 진행한 짬바가 있는데 수요예측을 못했을리는 없고ㅇㅇ
└와 근데 배우 팬미팅을 실체에서 하는건 처음 아님?
└실체 규모가 얼마나하는데?
└└만삼천정도
└└└에반데;;
└근데 의탠딩에 시제석 제외하면 한 8-9천 될듯?
└└그래도 많다;; 배우가 공연장 최대로 채운거 3천이 안될걸?
└권민재가 올홀 이틀 꽉채우지 않음?
-윤제이 팬미팅을 실체에서 한다고?
웬만한 돌도 못채우지 않나? 내 자리는 무조건 있겠다ㅋㅋ
└아ㅋㅋ 딱기다리라고
└여유롭게 해도 될듯
첫 팬 미팅에 날짜도 무려 배우의 생일이다.
팬들은 생각보다 규모가 큰 공연장을 잡은 회사를 욕하면서도 무조건 자리를 채워 우리 배우 기죽지 않게 하자고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예매 당일, 예매 사이트의 서버가 터졌다.
-이선좌 뭐임?
└나도
└아니 미친ㅋㅋ 안들어가져ㅠㅠ
└결제에서 팅김 ㅅㅂ
└야 나 안들어가져 어떡해ㅠㅠㅠㅠ
-아니 포도알 어딨어
방금 봤는데 사라짐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난 예매성공함ㅋㅋㅋㅋㅋㅋㅋ
예상보다 더 한 인기에 결국 시야 제한석까지 풀어야 했다. 물론 시야 제한석도 금세 매진되었다.
-누가 실체 못채운다고 했냐?
여유부리다가 내자리 없잖아 ㅅㅂ
└어떡해 진짜 가고싶어ㅠㅠㅠㅠ
└실체가 아니라 체조에서 했어야 했어
└아니 배우 팬미팅이 이렇게 치열할 일이야??
윤제이, 잠실 실내체육관 팬 미팅 시제석까지 초고속 전석 매진
윤제이, 에미상 참석차 미국 출국···입양한 아들과 함께 간다
그리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윤제이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연락하라는 래빈의 메시지에 전화를 걸었다. 한진우가 그들의 짐을 찾고 있었다.
“래빈. 방금 메시지 봤습니다.”
(JJ. 잠시만요. 아직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
“네?”
(잠시 영상 통화로 전환할게요.)
화면을 보니 윤제이를 마중하러 온 래빈의 뒤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보여요?)
“뭐야.”
“설마 이거 다······.”
어쩐지 밖이 소란스럽다 싶더니, 저게 나를 보러 온 사람들 때문이라고?
(전부 당신을 보러 온 사람들이에요.)
“허.”
(자, 잠깐!)
몇몇 사람들이 김노아의 등신대까지 뽑아서 흔들고 있었다.
래빈의 휴대폰 화면을 보고 흥분한 사람들이 그의 어깨를 잡고 윤제이를 향해 사랑한다고 소리쳤다. 제리가 다급히 그들을 떼어놓았다.
(아무튼, 공항 내 경호원이 출동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이런.”
윤제이는 다급히 아이와 눈을 맞췄다.
“바다야.”
“괜찮아요.”
아이는 아빠가 무슨 말을 할지 알아서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인천공항에서 기자 떼를 마주친 적 있어서 면역이 생겼다.
“우와.”
그렇게 공항 밖을 빠져나오기 작전이 시작되었다. 경호원이 길을 만들었고, 아이는 한진우가 안아서 윤제이의 뒤를 따라갔다.
“우리 아빠 진짜 멋있다.”
연노엘, 이젠 윤바다가 된 아이는 복잡한 사람들에 치이면서도 눈을 반짝였다. 윤제이는 공항까지 와준 사람들에게 짧더라도 팬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물 들어올 때
신지원 감독은 <인터미션>이후로 영화 두 편을 개봉했다.
손익분기점도 못 넘는 영화가 넘치는 가운데 <인터미션>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충무로의 중견 감독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인터미션>의 네 배우는 배우로서 인지도를 착착 쌓아갔다.
강하준은 로맨스 드라마의 주연을 맡았고, 그 드라마가 준수한 시청률을 거뒀다.
백도경도 장르물에서 자리를 잡았고, 남찬희는 감초 조연 역할로 다작해서 인지도가 높았다.
윤제이는 말할 것도 없다.
-신지원 또 음악영화임?
-이번 영화도 김찌맛집이다ㅋㅋ
-신지원 연출 잘하던데 음악 말고 다른 장르도 궁금하다
누군가는 신지원을 두고 한 장르밖에 못 하는, 한계가 명확한 감독이라 평했다. 누군가는 잘하는 거 더 잘하는 장점을 잘 살린 감독이라고 했다.
콩쿠르로 다져진 멘탈의 신지원은 그런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글로벌 스타 윤제이, 美 현지 공항 마비시켜
윤제이, 2026 에미상 수상 유력
할리우드 원로 배우 미셸 로즈 “윤제이 만나고 싶다” 美 에서도 ‘연예인의 연예인’
할리우드 관계자들 윤제이에게 러브콜 쇄도
그 단단한 멘탈의 신지원도 요즘 신경 쓰는 게 있었다. 바로 윤제이의 현재 상황이다.
‘김노아’가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와 감독이 찾는 배우가 되었다.
-와 공항 빼곡한거 봐 ㅁㅊ
-배우가 저렇게 공항 마비시킨거 처음이지?
화면 속 윤제이는 예상치 못한 인파에 잠시 당황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팬서비스했다. 그 모습에 현지 반응도 좋았다.
-윤제이 당분간 국내활동 안하겠지?
할리우드에서 저렇게 반응오는데
└나같아도 물들어올때 노저을듯
└국내든 해외든 차기작 좀 많이 보고 싶음
└지금 기세 진짜 좋아서 그쪽에서 쭉 활동하는것도 좋을듯
-내배우 잘되는건 좋은데
앞으로 더 못볼거같아서 좀 아쉽다ㅠㅠㅠ
한국 배우가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사례는 꽤 있었다. 하지만 꾸준히 매체에 얼굴을 알리지는 못했다.
안 그래도 동양인에게는 배역 풀이 좁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한국에서 유명한 덕에 유명 시리즈에서 괜찮은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거다. 주인공의 조력자로 잠깐 등장하거나, 죽어서 다음 시리즈에는 나오지 않는 역할이 많지만.
하지만 윤제이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반응이 많았다. 인기 시리즈에서 배역 하나 잘 연기했다고 이만한 신드롬을 일으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지원이 한숨을 쉬었다. 지금 윤제이의 상황은 더 넓은 판에 자리잡을 수 있는 전환점이나 다름없다.
그가 아는 윤제이라면 아마 자신의 차기작 제안을 정말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것이다.
유명세나 돈에 집착 안 하는 성격이고, 사람 사이의 의리를 중요시하니까. 이미 논의 중인 다른 작품을 제치고 우선으로 둘지도 모르지.
하지만, 윤제이라는 사람 자체를 응원하는 신지원은 자신의 제안이 더 큰 물로 갈 기회를 날려버릴 족쇄로 작용할까 봐 머뭇거렸다.
‘이 시기에 이런 제안을 하는 게 맞을까?’
고민하던 그는 작업 중이던 시나리오를 덮었다.
***
“와, 난리도 아니었네.”
한진우가 얼얼한 귀를 문질렀다. 아직도 공항에 모인 인파가 비명을 지르는 게 들리는 것 같았다.
“바다는 어때? 안 놀랐어?”
“놀라긴 뭘 놀라요. 우리 아빠 멋있다고 하던데.”
윤바다를 안고 있어서 아이가 무슨 말을 중얼거렸는지 다 들었다.
“아, 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