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25)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225화(225/287)
두 시상자의 스몰 토크 끝에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근처에서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고, 환호성이 들렸다.
“형, 축하해!”
“축하해요!”
“빨리, 어서 올라가요.”
윤제이는 동료들의 축하와 격려를 받으면서 무대 위로 올라갔다.
“감사합니다.”
“와우.”
트로피를 건네주던 시상자는 눈앞에서 윤제이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는 앞에 있는 스탠드 마이크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시상식장에 가벼운 웃음이 흘렀다. 중앙에 선 윤제이가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박수와 환호성이 들린다. 윤제이는 좋은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저는 참 복잡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고 여러 정체성의 혼란을 받았었죠.”
시상식장이 금세 조용해졌다.
“사실 ‘엣디엔드’에서 김노아를 연기했을 때는 제 유년 시절을 참고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김노아는 저의 분신이나 다름없죠.”
사실 어떤 캐릭터든 윤제이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김노아를 연기하면서 한국인과 미국인, 동양인과 서양인의 정체성과 혼란을 담았다. 그러면서도 보편적인 갈등과 장벽을 생각했다.
그렇게 계산해서 표현한 연기는 인종차별과 성차별 그리고 성 정체성, 장애와 비장애 등 그 어떤 장벽에 대입해도 어색함이 없는 연기였다.
“이민자 혹은 인종차별 등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사회에 소외당하고 내던져진 사람들에게 제 연기가 좋은 위로가 됐길 바랍니다.”
라리아와 김노아의 로맨스는 이뤄지지 않았어도 실제로 김노아에게 공감해서 울음을 쏟아내고 위안을 받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미디어의 힘이었다.
“이 상은 저와 제 가족 그리고 제 팬들을 위해 더욱 노력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막힘없이 내뱉는 수상 소감은 마치 연설과도 같았다.
그가 무대 아래로 내려가자, 시상식이 시작하고 지금껏 듣지 못한 엄청난 환호성이 들렸다.
제임스 리드와 에밀리 로웰도 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 다른 작품의 주연이 수상했다.
하지만 화제성은 윤제이가 잡아먹었다. 아마 윤제이가 주연이었더라면 높은 확률로 주연상을 받았을 거다.
작품상에도 <엣디엔드>가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간발의 차로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래도 좋은 성과를 얻었다.
***
시상식이 끝나고 애프터 파티에 참석한 윤제이의 근처에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토크쇼 봤어요.”
“차기작 없다면 나랑 같이하지 않을래요? 같이 연기하고 싶은데······.”
“어허, 줄 서.”
저 인기도 거품일 거라 생각하지만 겉으로는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그리고 윤제이의 유명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 정말 순수하게 연기에 감탄해서 같이 작품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뒤섞였다.
‘정글이네.’
웃는 낯으로 뒤에는 칼을 갈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윤제이는 그걸 모른 척 넘겼다. 이런 보이지 않는 전쟁터도 꽤 익숙해졌다.
“JJ!”
<엣디엔드>의 제작 총괄 사샤 베르너가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서 그를 빼냈다.
“제가 좋은 시간을 방해한 건 아니죠?”
“아뇨, 구출해줘서 고마워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단순히 저를 빼내려고 데려온 거 같지는 않은데요?”
윤제이는 조용한 테라스로 자신을 이끄는 모습에 넌지시 물었다.
“우리 보스가 왔어요.”
사샤의 앞에는 머리가 반쯤 벗겨진 백인 남자가 푸근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타사 OTT가 시상식을 싹쓸이하고, 엔플릭스는 부진을 겪고 있었다. 오랜만에 나온 수상자, 그리고 세계를 집어먹은 화제성의 배우에게 직접 인사하고 싶었다.
“CEO, 사무엘 고든입니다.”
“안녕하세요.”
“수상 축하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수상자가 나온 게 얼마만인지······.”
“감사합니다. 좋은 작품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사무엘 고든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리 프로듀서 사샤가 좋은 각본을 구했다고 하던데······.”
“오, 그런가요?”
윤제이가 사샤 베르너를 흘끔 쳐다보았다. 그녀가 씨익 웃고 있었다.
이건 사무엘을 이용한 사샤의 계략이라 봐도 무방했다. 윤제이를 빨리 차기작에 묶어두고 싶은 욕심이었다. 사실 이런 욕심이야 배우로서 나쁠 건 없다.
“글쎄요, 저를 데려가시려면 웬만한 계약서로는 안 될 텐데요.”
하지만 일단 한 번은 튕겼다. 그는 돈이나 유명세에 집착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호구처럼 넘어갈 성격은 아니었다.
“그럼요. 최고 대우를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사무엘 고든이 신나서 어떤 대우를 해줄지 열거했지만, 윤제이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역시 쉽지 않은 사람이군.’
차라리 돈을 밝혔으면 꼬시는 게 쉬웠을 텐데······.
“좋은 시나리오라면 검토해 보겠습니다.”
“역시 쉽게는 안 넘어가시는군요. 좋습니다. 에이전시 통해서 시나리오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차후에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할지, 아니면 할리우드에서 활동해볼지 정해진 건 없지만 여지를 남겨둬서 나쁠 건 없다. 이쪽도 인맥이 정말 중요하니까.
“다음에 내 친구들을 소개해 줄게요.”
“네. 기대하겠습니다.”
그는 원로 배우인 미셸 로즈와도 연기와 관련한 짧은 대화를 나누며 친분을 쌓았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올리비아 박이 데려온 한국계 감독과 작가들도 소개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이민 2세로, 요새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들이었다.
이민자의 서러움을 녹여내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쓴 영화감독도 있었고, 한국계 히어로가 등장하는 유명 시리즈의 감독 그리고 유명 판타지 시리즈의 각본을 맡은 사람도 있었다.
“수상 소감 잘 들었습니다.”
“저는 눈가가 시큰거리던데요.”
“노아가 홀로 길바닥에 주저앉을 때 전율이 흐르던데요.”
이들은 김노아의 연기에서 이민 2세가 가진 서러움을 토해냈다. 이들의 감상평은 그 어떤 감상보다 와닿았다.
“한인 사회에서 제이 씨가 얼마나 영향력 있는지 몰라요.”
“음······ 그런가요?”
“나중에 함께 작품 할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저도요.”
이제 인맥도 쌓을 대로 쌓았고, 슬슬 돌아갈 때가 되었다. 예상보다 일찍 파티장을 나온 그를 보며 래빈이 놀랐다.
“JJ, 벌써 나왔어요?”
“네. 볼 사람은 다 봤어요.”
그렇게 숙소에 도착한 윤제이의 주머니에는 명함이 쌓여 있었다.
“형. 왔어요?”
“안 자고 있었어?”
“잠이 와야 말이지.”
한진우는 시차 적응에 실패해 며칠 사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바다는?”
“저기, 형 오는 거 기다리겠다고 버티다가 방금 잠들었어요.”
윤제이는 소파에 누워있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안았다. 그리고 그를 방에 있는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새 또 컸나.’
눈썰미가 좋은 그는 아들의 무게가 전보다 늘어난 거 같아서 윤바다의 팔다리를 살폈다. 검사해보니 성조숙증도 아니고 그냥 타고나길 발육이 좋은 거 같다.
이 대로만 성장한다면 아마 자신과 눈높이가 비슷하지 않을까. 미래를 상상하니 즐거워졌다.
아이의 몸에 이불을 덮어주자, 손길을 느낀 윤바다가 그의 손을 잡았다.
“축하해요.”
“······잘 자.”
웅얼거리며 말한 아이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윤제이는 그런 아들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바깥으로 나갔다.
핸드폰을 보니 소식을 들은 지인들의 연락이 많이 쌓여 있었다. 윤제이는 그중에서도 신지원 감독의 부재중 전화가 눈에 띄었다.
수상을 축하하려고? 글쎄······ 단순 축하해주려고 전화를 건 게 아닌 것으로 보였다. 왠지 바로 전화를 걸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윤제이는 망설임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럴 줄 알고 있었어.
신지원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전화를 받았다.
(제이 씨.)
“감독님. 전화 거셨길래.”
(아아, 수상 축하한다고 전하려고 했어요.)
“감사합니다.”
윤제이는 신지원의 목소리에서 머뭇거림을 읽었다.
“또 얘기할 거 있으시죠?”
그렇게 말하자, 수화기 너머로 한숨이 들렸다.
(사실······ 작품을 제안하려고 했어요.)
“어떤 작품인가요?”
(인터미션의 속편이요.)
사실 이다현에게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쪽 업계가 좁다 보니 가까운 지인에게 고민을 토로한 게 퍼지고 퍼졌다.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신지원이 <인터미션>의 속편을 계획 중이라는 소식을 알았다.
(가능하다면 기존 멤버 그대로 갈 예정이었거든요.)
“이번엔 어떤 내용입니까?”
(사실, ‘인터미션’이 제 자전적인 영화였잖아요?)
신지원은 윤제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인터미션’ 이후 제 상황도 폭풍 같았죠.)
“맞아요, 그때 부담된다는 말씀하셨잖아요.”
유년 시절 콩쿠르로 다져진 멘탈의 신지원도 이런 폭발적인 관심은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게 적은 제작비로 천만이 넘는 관객을 달성했다. 해외 성적도 정말 좋았고, 시상식을 휩쓸었다. 팬덤이 탄탄해서 아직도 아지타토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럼, 이번에도 감독님의 상황을 녹여낸 작품일까요?”
(네. 이번에는 번아웃에 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기다렸던 소식이다. <인터미션>은 그의 인생에서도 깊은 깨달음을 준 작품이다. 다시 유태혁을 연기할 수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래빈의 독촉에도 계속 차기작 결정을 미룬 것은 이 때문이었다.
(사실 전작보다는 임팩트가 약할 거예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인터미션>은 정말 신기한 영화였다. 원래는 소규모 자금, 독립 영화로 시작하려고 했던 영화다.
배우는 당시 신인인 4인방에, 손익 분기점이나 넘으면 다행이었다.
신지원은 영화의 흥행에 주연인 윤제이의 연기가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했다.
짧은 사이에 관객이 주인공에게 이입하게 만드는, 그리고 주변 배우의 몰입을 끌어내는 연기였으니까.
그리고 그 진가는 <엣디엔드>에서 드러났다. 언젠가 이렇게 파란을 일으킬 줄은 알았지만, 하필 속편을 계획할 때 터질 줄은 몰랐다.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이 드문 건 알아요. 이게 전작처럼 천만을 찍고 이러지는 않겠죠, 그래도 아지타토가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제이 씨 눈에는 성에 안 찰 거 같지만······.)
“감독님.”
(음, 아닙니다. 못 들은 척해주세요. 요즘 좋은 제안 많이 올 텐데 괜히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도 한 번 진지하게 고려를······ 예?)
“하겠다고요.”
윤제이는 불과 몇 시간 전에 에미상 현장에서 많은 제안을 받았다. 내로라하는 감독과 배우들이 그에게 좋은 제안을 건넸다.
게다가 에이전시를 통해 들어오는 작품 중에는 비중이 정말 많은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그걸 다 제쳐놓은 것이다.
(어······ 이렇게 쉽게요?)
“제가 거절할 줄 알았나요?”
신지원은 아직도 얼떨떨했다.
(아니, 거기서 인기 많으시잖아요. 좋은 제안도 많이 들어왔을 거 같은데.)
“많이 들어왔죠. 유명 원작 시리즈의 비중 있는 역할도 제안받았어요.”
좋은 제안이긴 하지만, <인터미션>의 속편만큼 좋은 제안은 아니다.
“근데 이 영화는 지금뿐이잖아요.”
신지원이 이렇게 조심스레 제안을 줄 정도면 이미 청사진은 다 나왔다는 거다. 아마 배우 섭외가 다 끝나면 내년 초에 촬영을 시작하겠지.
촬영이 겹치니 후보에 올렸던 좋은 제안 중에 아마 절반은 날아갈 거다. 그래도 상관없다.
“설마 제가 안 할 줄 알고 있던 건 아니겠죠? 실망입니다. 감독님.”
(아, 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사실 이런 제안을 주면 금방 수락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요?”
(아무래도 제이 씨의 지금 상황이 좋은 기회잖아요. 다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하던데.)
윤제이는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겠죠.”
***
예정된 스케쥴도 어느 정도 끝났고, 윤제이는 가족들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안 그래도 매니저 일이 아니라 애를 보게 하는 것이 미안했는데, 두 사람이 본가에 머무는 동안 한진우는 휴가를 보냈다.
“허어억, 형. 진짜 이래도 돼요?”
“애 봐주느라 고생했다. 네 일도 아닌데······.”
“이렇게 복지 챙겨주실 거면 오히려 좋죠. 언제든 부탁하세요. 바다 학교랑 학원 라이드도 제가 싸악.”
“됐어. 오버하지 말고 빨리 가.”
“넵! 충성!”
한진우는 황송한 얼굴로 윤제이의 보너스를 하사받고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윤제이는 윤바다와 함께 본가로 이동했다. 두 사람이 온다는 소식에 온 가족이 모이기로 했다.
“아들.”
“······.”
“바다야.”
“네!”
아이는 새로운 이름이 불리는 것에 금세 적응했다. 시험 삼아 노엘이라고 불렀는데 대답을 안 할 정도로.
“그렇게 긴장 안 해도 돼.”
“후우······ 네.”
가족들과는 영상 통화로 간간이 소통하긴 했지만,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다.
간단한 의사소통은 요즘 어플이 잘 되어 있어서 괜찮지만······ 윤바다는 미국에 오자마자 달달 외웠던 기초 영어 회화책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저기 봐봐.”
“네?”
“저기가 아빠 다니던 고등학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