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27)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227화(227/287)
그는 윤제이로 재데뷔하기 이전에는 제대로 본 영화나 드라마가 별로 없었다.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데뷔 이후 다른 이들의 연기는 어떨까 참고하기 위해서 마구잡이로 작품을 본 적 있는데, 주로 고전 영화가 많았다. 그리고 미셸 로즈의 연기는 뇌리에 강력하게 남아 있었다.
에미상에서 잠시 대화했을 때도 연기에 관한 철학이라든지 배울 게 많아 보였다.
하지만 래빈이 저렇게 분위기를 잡는 게 수상했다. 소문이 안 좋은 분인가? 그렇게는 안 보이던데······.
“꼭 가세요. 가능하면 오래 있다 오시고요.”
래빈은 비장한 표정으로 윤제이의 어깨를 잡았다. 사실 두 사람의 키 차이가 상당해서 마치 벽에 몸을 기대는 듯한 볼품없는 모습이긴 했다.
“미셸 로즈는······ 거의 할리우드의 큰 손이나 다름없죠.”
래빈이 느끼는 윤제이는 신기한 배우였다.
동양인 특유의 겸손이 있다가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돈이나 유명세에 초탈해 보이면서도, 주변에 꼬이는 사람들의 면면이 화려했다.
전에도 오브라이언이라는 부동산 재벌과 식사했다는 소리를 듣고 내심 놀랐었는데, 이번에는 미셸 로즈라니, 무슨 투자자 자석 같은 건가? 이러면 우리 에이전시의 존재 의의가······.
“집안도 집안인데, 인맥이 정말 좋아요. 친분을 쌓으면 더없이 좋을 겁니다. 아마 김노아의 영향력이 약해져도 좋은 배역을 소개해 줄 거예요.”
래빈은 윤제이의 차기작이 또 한국 영화라는 것에 뒤끝이 조금 있어 보였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시기인데 갑자기 한국 영화로 또 가버리다니! 그나마도 광고나 화보 같은 건 주기적으로 하자고 타협을 한 거다.
“래빈. 그건 이미 다 협의한 거잖아요.”
“아까워서 그래요, 아까워서!”
“기다렸다가 더 좋은 기회가 오겠죠.”
미셸 로즈에 관한 얘기를 듣다 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조유경과 비슷한 사람일까.
‘레스토랑 전체를 대관했나?’
약속 장소는 예약이 내후년까지 차 있다는 유명 레스토랑이었다.
윤제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주위를 살폈다. 지형지물이라든지 비상구나 화재경보기 등을 살피는 건 그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어서 와요.”
“제가 늦은 건 아니죠?”
“아니, 내가 빨리 왔어요. 오늘 자리가 기대돼서.”
“영광이네요.”
큰 원형 테이블에는 두 사람의 자리 말고도 일곱 자리나 있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집에 다녀왔습니다. 입양한 아들을 소개하러 갔거든요.”
“좋았겠네요.”
이윽고 미셸 로즈가 초대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오, 노아! 진짜 왔네요? 나는 미셸이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어요.”
“JJ라고 불러주세요.”
윤제이는 이들과 악수하며 통성명했다. 그는 이들의 이름만 들었을 뿐,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몰랐다.
‘내게 이 사람들을 소개해 주려고 한 건가?’
하지만 오가는 대화가 심상치 않았다. 문외한이 들어도 아, 이 사람들은 거물급이구나 느껴질 정도로.
미셸 로즈와 눈이 마주치자, 미셸이 은은하게 웃었다. 마치 ‘네가 짐작하는 게 맞을 거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이들의 호감을 사는 건 당신의 몫이에요.’
그 의미가 전달된 윤제이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감사를 전했다. 여기서도 인맥이 중요했다. 오히려 한국보다 더 중요하다. 미리 알아둬서 나쁠 건 없다.
“아, 이런. 너무 우리끼리 떠들었나요?”
“재밌게 들었습니다. 뭐든 연기에 참고가 되니까요.”
모르는 얘기를 해도 불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들을 관찰할 시간을 벌었다.
신상 명품을 온몸에 도배한 사람에게는 허영심이 있겠구나 짐작했다.
그리고 단어 선택이나 발음에서부터 저 사람은 영국에서 온 귀족 출신 집안이겠구나 등 그는 한 사람의 몸짓과 말투 그리고 몸에 걸치는 것들을 파악하고 성격이 어떤지에 관해 분석을 마쳤다.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결론을 마쳤다.
“연기 얘기하니까 정말 할 말이 많아요.”
할리우드나 제작사에 한 발 걸쳐있는 이들은 <엣디엔드>에서 김노아의 연기를 주목했고, 그리고 예전에 <어린이>도 감명 깊게 봤다고 말했다.
“JJ, 차기작은 정했나요?”
“네. 아마 내년 초에 바로 촬영에 들어갈 거 같네요.”
“오, 어떤 영화인가요?”
소문으로는 그에게 좋은 제안이 쏟아진 거로 안다.
인기 원작 시리즈에서 강력한 역할로 나오는 빌런이라든지, 이제 흑인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다양한 인종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지다 보니 대대로 이어진 첩보 시리즈의 주인공 역할에도 물망에 올랐다.
“한국 작품입니다.”
“네?”
“혹시 ‘인터미션’이라는 음악 영화를 아세요?”
“아, 나 알아요. 선댄스에서 재밌게 봤었죠.”
역시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답게 운을 띄면 바로 반응이 나왔다. 아마 김노아의 연기를 보고 배우를 찾다 보니 뒤늦게 접한 사람도 있을 거다.
“그 영화에서 연주한 거 다 당신이 직접 한 건가요?”
“네. 앨범 녹음도 직접 했었죠.”
“재주가 많은데요? 어떤 악기를 다룰 수 있나요?”
“제가 볼 수 있는 것들은 다 할 줄 알아요.”
“볼 수 있는 것들요?”
“그런 게 있습니다. 나중에 한 번 보여드릴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잠시 화제가 딴 길로 샜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무튼, 그 작품의 속편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속편이라······.”
그렇다면 요새 좋은 제의가 온 것을 다 걷어차고 다시 한국으로 간다는 소리다.
김노아 신드롬이 길게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짧게 대화한 바로는 윤제이는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미적지근한 반응이 흘러나왔다.
“저도 그 영화를 재밌게 봤지만, 굳이 지금 이 시기에요?”
“저도 압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속편에 집중하고 싶네요. 그 작품은 제게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라.”
“흠, 그런가요?”
몇몇 이들은 좋은 기회가 왔는데도 잡는 것을 모르나 싶어서 조금 실망했다.
“아쉽진 않나요? 좋은 기회인데······.”
“글쎄요, 좋은 기회라는 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이 시기에 꼭 해야 하는 것도 알고요.”
윤제이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그 행동이 오히려 사람들을 빨아들였다.
“하지만 그런 기회쯤은 다음에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비행시간이 다가와서 이만 가봐야겠네요.”
“다음에 또 봅시다.”
“오늘 재밌었어요.”
“여기, 내 명함. 미국에 오면 꼭 들러주세요.”
윤제이를 먼저 보낸 미셸 로즈와 지인들은 정적에 휩싸였다.
“멍청한 건지, 아니면 따로 계획이 있는 건지.”
뚱한 얼굴의 중년 남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윤제이가 처한 상황은 정말 다시 없을 기회였다. 그걸 박차고 나간다고?
“난 오히려 마음에 들던데요.”
“왜요?”
사람과의 의리 그리고 자신이 맡은 작품과 배역에 진심이라는 소리다. 그 말에 공감한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사람이 진국이죠.”
“흠, 그건 맞아.”
“그렇게 멍청한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요? 다들 그 사람 이력 알잖아요? 살아남는 것에 도가 튼 사람이에요. 전쟁터든, 사회에서든.”
“그 말이 뭐겠어요.”
미셸 로즈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보고 맞추라는 거 아니겠어요?”
“이야, 이런. 당돌하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다들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다들 그들에게 뭔가 바라는 게 있어서 접근하는 게 대다수였으니까.
내가 그렇게 탐이 난다면 이렇게 떠보지 말고 직접 행동하라 이거다.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할 테니 그동안 더 좋은 거 가져오라는 요청이기도 하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배우긴 하죠.”
미셸 로즈는 눈을 빛냈다. 윤제이는 정말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줄 수 있다.
이것만큼 좋은 무대가 어디 있어?
서울의 한 연습실, 배우 강하준과 백도경 그리고 남찬희가 오랜만에 합주를 시작했다.
“아, 미안. 실수.”
“오랜만이라 헷갈리네.”
사실 헷갈린다는 말은 연막이나 다름없었다. <인터미션> 이후로 악기 연주에 취미를 들인 세 사람은 이제 제법 수준급의 연주를 할 수 있었다.
이들은 영화의 흥행 이후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만큼 인기도 치솟았는데, 그럴수록 이유 없이 그들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다. 친했다고 생각한 친구가 뒤에서 자신의 욕을 하는 것을 들었을 때의 기분이란.
그래서 악기 연주라는 취미는 복잡한 문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스트레스 해소처였다.
“감독님 얘기 들었지?”
연주를 마친 강하준이 말했다. 신지원이 제안한 속편을 의미했다.
“할 거야?”
“당연히 해야지.”
사실 이 세 사람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신지원의 제안을 받고 스케쥴을 조정하고 있었다. 윤제이가 가장 늦게 제안받은 것이다.
이들은 아직 윤제이가 신지원의 제안을 수락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기대를 낮춰야겠지?”
“솔직히 그때 운 엄청 좋았지.”
사실 그들에게 있어서 전편만 한 속편은 없다는 말은 중요하지 않았다.
<인터미션>은 그들의 이름을 알리게 된 작품이다. 출연했던 배우들은 절친이 되었고, 개인적으로 다시 연기해보고 싶기도 했다.
“제이 형은 할까?”
“당연히 하겠지. 그 형 없으면 우리 영화 제작도 안 될 텐데.”
“아니.”
그건 아는데······ 남찬희는 뭐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언론이나 공신력 있는 매체에서 윤제이는 정말 안 나오는 데가 없었다.
윤제이, 美 에미상 남우조연상 수상
윤제이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진출하나···유명 제작자·감독 러브콜 쇄도
윤제이, 美 유명 원작·시리즈 주연 물망
-이 기사 출처 믿을만해?
└원출처가 공신력있는 매체긴 함ㅇㅇ
└와 미친 8대 아담 터너 물망? 미쳤다ㄷㄷ
└근데 더 고스트 시리즈 요새 재미없던데
-근데 상상하니까 군침돌긴한다
내배우가 아담 터너? 이거 그냥 상플만 돌렸던거 아니냐?
└이 배우는 진짜로 해줍니다
└근데 아직 모르는거지?
└뭐든 좋으니까 좋은 소식 있으면 좋겠다ㅠㅠ
└윤제이 대박이다 작품 하나로 월클ㄷㄷ
-너넨 윤제이 헐리웃 진출 어떻게 생각함?
└pc채우기용 역할만 아니면 괜찮지 않나 경험도 되고
└동양인 병풍 역할로도 잘 안나오는거 보다가 바로 주연으로 물망오르는거는 좋음
인종의 다양함을 추구하는 할리우드가 동양인 배우의 일자리를 늘렸다는 소식에서부터 유명 제작자와 감독이 SNS나 인터뷰에서 윤제이를 섭외하고 싶다고 의사를 자주 드러내기도 했다.
가장 놀란 건 인기 첩보 시리즈의 동양인 최초 주인공으로도 물망에 올랐다는 소식이었다.
“도경, 너는 뭐 들은 거 없냐?”
“없지. 같은 소속사라고 모든 일정을 다 아는 건 아니잖아.”
백도경이 어깨에 멘 기타를 내려놓고는 말했다.
“근데 아직 정해진 건 없을걸?”
“엥? 왜?”
“우리 대표님이 그 형 엄청 좋아하거든. 그냥 형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말만 하라고 벼르고 있다나.”
백도경이 허허 웃었다. 그의 소속사가 아스트라와 합병하고 그에게 제안 오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다 좋은 작품이었다.
그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그 형한테 쩔쩔매는 모습은 참 새로웠다.
“근데 그건 방치 아니야?”
“방치는 아니고······ 뭐 하나 하고 싶다 하면 엄청나게 밀어주실걸?”
“대박이네.”
강하준이 입맛을 다셨다. 드럼 스틱을 가지고 놀던 남찬희가 나지막이 말했다.
“난 솔직히 형이 이번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는데.”
“야!”
강하준이 배신당한 표정으로 남찬희를 쳐다보았다. 그 살벌한 눈빛에 남찬희가 손사래를 쳤다.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당연히 함께하길 바란다. 근데 굳이 지금 이 시기여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윤제이는 더 큰 물에서 놀 수 있다. 지금 있는 기회들을 잡고 <인터미션>의 속편이야 내년이나 내후년으로 미뤄도 괜찮지 않나?
남찬희는 윤제이가 막상 안 한다면 아쉬울 게 많은 입장이지만, 그래도 윤제이라는 친한 형의 커리어를 위해서라면 그게 옳은 길인 것 같다.
‘딱히 내년 내후년으로 미뤄도 티는 안 날 거 같고.’
윤제이는 타고난 유전자가 좋은지 아니면 운동 같은 관리를 꾸준히 해서인지 <인터미션>을 찍었을 때와 별반 다르지도 않았다.
“내가 뭘 해?”
그때, 뒤에서 섬뜩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다들 몸을 흠칫 떨었다.
“형!”
“아, 기척 좀 내고 와!”
깜짝 놀랐던 세 사람은 벌떡 일어나서 윤제이를 맞이했다.
“잘 지냈어?”
“상 받은 거 축하해.”
“공항에서 바로 온 거야?”
반가운 얼굴로 자신을 반기는 모습이 무슨 시골 개 보는 것 같아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솔직히 비중 면이나 인기로 보나 우리 형이 주연상은 압살할 텐데.”
“그만 띄워.”
윤제이는 웃으며 남찬희의 어깨를 툭 밀었다. 강하준은 윤제이의 뒤를 흘끔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