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28)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228화(228/287)
“애는?”
“집에 있지.”
“데려와도 되는데. 우리도 조카 보고 싶어.”
“내 아들 삼촌 고모가 대체 몇 명이야. 인기 많네.”
윤제이가 입양한 윤바다에 관해서도 여러 소문이 많았다.
리딩부터 배우들의 기를 죽여놓은 윤제이, 그리고 각성한 권민재 등 배우들의 열연은 스태프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됐다.
<아버지>의 촬영이 역대급이었다고, 신인 아역 배우인 그 아이가 마지막에 정말 엄청났다고 들었다.
“얘들아. 이렇게 모여줘서 고맙다.”
“형 부탁이니 당연히 모여야지.”
“우리도 연주 실력 많이 늘었어.”
이들은 윤제이의 팬 미팅에서 아지타토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윤제이는 다들 바쁜 일이 많았을 텐데도 이렇게 모여준 동생들이 고마웠다.
“너희들도 속편 얘기 들었지?”
“어? 어. 스케쥴 조정 중이지.”
“잘됐네. 그럼, 연말부터 촬영 시작하려나?”
윤제이는 정말 자연스럽게 <인터미션>의 속편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마치 내가 안 하면 누가 하느냐는 뉘앙스였다.
이 형이 우리랑 함께할까? 불안했던 세 사람의 고민을 한 번에 날려주는 태도였다.
“왜 그렇게 봐?”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남찬희는 고개를 저었다. 큰물을 누가 정의하는 걸까. 그냥 저 형이 있는 곳이 큰물이 아닐까?
“뭐부터 맞춰볼래?”
“나 이거, ‘선셋’”
“좋아.”
윤제이는 베이스의 어깨끈을 맸다. 오랜만인데도 어색하지 않았다. 마치 몇 년간 꾸준히 연주해온 것처럼 익숙했다.
“실력 진짜 많이 늘었는데?”
“그건 우리가 할 소리인데.”
오랜만에 악기를 잡아도 변함없는 실력에 세 사람이 고개를 저었다. 이제 저 형의 천재성에는 열등감이 들지 않는다. 워낙 천상계라서 그렇다.
연주하는 내내 생각에 잠긴 강하준이 입을 열었다.
“있잖아, 형.”
“음?”
“우리 형 팬 미팅에서 말이야······.”
이어지는 말에 윤제이는 눈을 크게 떴다. 백도경과 남찬희도 좋은 제안이라고 좋아했다.
“그래도 돼?”
“감독님이랑 제작사에서 허락하면 괜찮지 않을까?”
강하준이 씨익 웃었다.
“이것만큼 좋은 무대가 어디 있어?”
***
짧은 준비 기간 끝에 드디어 팬 미팅이 다가왔다.
전날 전체 리허설을 위해 공연장을 찾은 윤제이는 돌출 무대로 향하면서 빈 객석을 쳐다보았다.
내일이면 저 자리가 꽉 찬다는 말이지? 그도 이만한 관객을 동원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임을 안다. 그래서 상상이 잘 안 갔다.
“아아, 안녕하세요. 오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돌출 무대의 중앙에 선 그가 상체를 숙여 스태프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요새 엄청난 인기를 끄는 탑 배우다. 이런 사람이 자신들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자, 다들 마음이 훈훈해져서 의욕을 끌어올렸다.
“음, 잠시만요. 마이크 볼륨 좀 내려주시겠어요?”
음향 기사는 의아했지만, 시키는 대로 했다. 이윽고 노래가 시작되자 황급히 볼륨을 더 줄여야 했다.
가수도 아니고, 뮤지컬을 한 적도 없다고 들어서 일부러 키워 놓은 건데, 쓸데없는 행동이었다.
“와, 뭐야.”
“성량 좋은데?”
공연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음색 좋은 목소리, 그리고 이런 단독 무대가 처음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동선이나 음향 등을 주도적으로 조율했다.
“아니, 댄스 라이브도 잘하네.”
“미쳤다. 누가 보면 배우 아니라 가수인 줄 알겠어.”
드라이 리허설이라 동작은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그런 모습에서도 그루브가 느껴졌다.
“오, 좋은데?”
리허설에서부터 저런 모습을 보여줬는데, 본 무대가 되면 어떨까? 음향 기사가 눈을 빛냈다.
그리고 다음 날, 팬 미팅 당일이 되었다.
배우가 팬을 가까이서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영화의 무대인사나 광고 업체가 주도하는 팬 사인회 정도나 될까?
“우와.”
윤제이의 오랜 팬이자 나름 네임드 팬인 한예지와 최민아는 새벽부터 길게 늘어선 팬 미팅 특전 수령 줄에 입을 벌렸다.
아니, 이 사람들은 언제부터 와 있었던 거지? 우리도 엄청 일찍 온 건데.
일단 줄을 선 두 사람은 기나긴 기다림 끝에 특전을 받을 수 있었다.
“이거 무슨 줄이에요?”
“저도 몰라요.”
그리고 또 무슨 줄인지도 모르는데 일단 줄을 섰다. 그리고 근처 사람들을 구경했다.
“외국인들도 많네.”
“그러니까.”
윤제이의 생일 단 하루에 여는 첫 팬 미팅, 이후 월드 투어 계획은 없다고 하니 가까운 일본, 중국에서부터 남미와 유럽권 사람들까지 팬 미팅을 위해 서울을 찾았다.
“이러니 자리가 없지.”
진짜 체조로 갔어도 다 채웠을 거 같은데? 한예지는 이 현장에 있다는 게 좋아서 가슴이 찡 울렸다.
“와, 저거 봐!”
“소속사가 이 갈고 준비했다더니 진짜네.”
공연장 근처에는 다양한 체험 부스가 있었다. 윤제이가 광고하는 업체의 부스도 있었고, 폴라로이드 경품 추첨 부스에 AR 포토 부스도 있었다.
아까 무슨 줄이었는지도 모르고 일단 섰던 줄은 AR 포토 부스였다.
안에 들어가니, 화면에는 마치 이들을 기다렸다는 듯 윤제이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와 이거 진짜 같다!”
“대박. 빨리 찍자.”
화면 속 윤제이가 마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두 사람은 그 공간에 쏙 들어가서 포즈를 취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힘들까 봐 커피차나 간식 차 등 여러 먹을거리도 있었다. 팬 미팅 관객이라면 무료로 제공됐다.
“너 무슨 질문 쓸 거야?”
“난 이거. 몇 개 국어 하는지 궁금했어.”
“오, 그럼 나도 같은 거 쓸래. 뽑을 확률이 더 높겠지?”
벽면을 이미 꽉 채운 질문 포스트잇을 남긴 두 사람은 윤제이의 사진도 없고 그냥 팬 미팅의 캘리그라피가 쓰인 밋밋한 포토월로 향했다.
다른 데는 줄이 꽉 차서 엄두가 안 났다. 그냥 여기가 줄을 선 사람이 없었다.
“포토월이 원래 이렇던가?”
“몰라. 이거라도 인증샷 찍자. 더는 줄 못 서겠어.”
삼각대를 앞에 두고 두 사람이 포즈를 취했다.
그런데 그들의 앞을 지나가던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숨을 삼키는 게 보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았다.
포토월의 양옆 벽면이 이상하게 두껍다 싶더라니, 거기서 나온 윤제이가 두 사람 사이에 서 있었던 것이다.
“······어?”
“안녕. 오랜만이지?”
기다리는 게 지루해서 나름 깜짝 이벤트로 준비한 건데, 시작부터 아는 팬이 나와서 반가웠다.
윤제이가 그들을 슬쩍 지나쳐 다시 포토월 뒤로 사라졌다. 오래 있으면 사람이 몰릴 거다.
“꺄아아아악!”
두 사람은 다시 벽면 뒤로 사라지는 윤제이에게 크게 외쳤다.
“아악! 오빠 생일 축하해요!”
아무도 관심 없었던 포토월에 간헐적으로 윤제이가 출몰한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난 사람들이 몰렸다.
팬 미팅 (1)
윤제이의 팬 미팅을 위해 달려왔던 김유희는 공연장 바깥을 돌아보다가 왔다.
“밖에 분위기 어때요?”
“진짜 좋아. 누가 보면 내한 가수가 온 줄 알겠어.”
“그 말도 어느 정도 맞는 말 아니에요?”
“그렇네?”
한국 팬들에게 최근 윤제이는 공백기나 다름없었다.
<아버지>를 찍느라 두문불출했고, 그나마 공개된 차기작은 미국의 유명 시리즈였다. 이후 해외 프로모션을 도느라 한국 행사에서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 팬들은 ‘윤제이 언제 내한하냐 보고싶다’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제이 씨.”
“네.”
“이제 포토월은 못 나가겠어요.”
한예지와 최민아 이후 세 번을 더 왔다 갔다 한 윤제이는 깜짝 놀라는 팬들의 반응을 즐겼다.
그들은 놀라면서도 그가 금방 들어갈까 봐 다급히 생일 축하한다고, 사랑한다는 말을 꺼냈다. 그 말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벌써요?”
“네. 금세 소문나서 사람이 너무 몰렸어요. 가드까지 출동했거든요.”
“이런, 괜히 나갔나요?”
“아뇨, 아뇨! 그런 정리 같은 건 우리가 할 일이죠. 신경 쓰지 마세요. 반응은 정말 좋아요.”
김유희는 SNS의 반응을 보여주며 자신의 사심을 채웠다. 옆에 다가온 윤제이가 화면을 응시했다.
-나 계탐 포토월에 윤제이 깜짝 등장
-반응 재밌다ㅋㅋㅋ
-와 미친 팬이랑 키차이 덩치차이 미쳤다ㅠㅠㅠ
-티켓 없는데 저기가면 윤제이 볼수있어?
윤제이는 재밌는 반응을 보며 웃었다. 어깨가 닿은 김유희는 애써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지만, 콧구멍이 미세하게 벌렁거렸다.
‘어? 근데 어떻게 향수도 안 뿌렸는데 체취가 좋지.’
예전에 한 잡지 인터뷰에서 윤제이는 향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공적인 향이 싫다고 했나? 안 좋아할 만하다. 본인 체취가 흔한 아저씨 향도 없고 거부감이 전혀 없으니 그러겠지.
대체 단점이라는 게 있는 걸까? 속으로 주접을 떨던 김유희는 묘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팀원에 큼큼, 헛기침했다.
“팀장님. 우리 이거 분류해야 해요.”
“아 맞다.”
하지만 사심을 길게 채울 시간은 없었다. 밖에 설치했던 팬들의 질문이 산더미였다.
이럴 거면 차라리 팬 카페나 벌룬에서 미리 질문을 받을 걸 그랬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공연장 내부에는 드디어 입장할 시간이 되어서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한예지와 최민아는 복도 중간에서 헤어졌다.
“이따가 끝나고 약속했던 장소로 와.”
“응.”
워낙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연석을 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매진 때문에 울면서 시야제한석도 못 잡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안녕하세요.”
“아, 네.”
“이거 좀 드실래요?”
“와.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런 공연의 묘미는 공연장에서 만난 다른 팬들과의 친목이다. 물론 지뢰 같은 사람이 있긴 했지만, 한예지의 옆에는 다행히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이 앉았다.
그러다가 공연장이 누군가의 비명으로 술렁였다.
“뭐야?”
“누구 왔나 본데?”
초대석을 받은 연예인들이 하나둘 입장하고 있었다. 비명의 주인공은 버스터였다.
“와, 벌써 사람 많네.”
“우리 형 진짜 인기 많다. 어떻게 배우가 여길 채우냐.”
그러니까 왜 우리 형이냐고. 윤도준은 형들의 말에 반박하려다가 참았다.
버스터는 요새 군백기였다. 나이가 차면 차례대로 입대했는데, 마침 휴가도 겹쳐서 귀한 휴가 중 하루를 윤제이의 팬 미팅을 보겠다고 온 거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아, 안녕하세요.”
구 엘라인 현 아스트라 소속 아이돌들이 버스터와 플라바를 보고 깍듯이 인사했다.
윤제이와 작품에서 합을 맞춘 배우들도 하나둘 입장해 자리를 잡았다.
“도련님이다.”
“어디요? 그게 보이세요?”
한예지는 옆 사람의 망원경을 빌려 초대석을 바라보았다.
윤제이는 다른 배우에 비해 팬덤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배우였다. 팬덤이 많고 목소리가 클수록 연예인의 연애라든가 결혼에 민감했다.
하지만 느닷없이 생긴 내 배우의 아들은 딱히 거부감이 없었다. 사고를 친 것도 아니고, 이미 있던 아들을 숨겼다가 공개한 것도 아니다.
영화의 배우와 아역으로 만나 인연을 키워 입양한 서사는 덕질의 한 요소였다. 팬들에게도 윤바다는 귀여움의 대상이었다.
박현아의 손을 잡고 등장한 윤바다는 초대석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네가 제이 아들이구나.”
“안녕하세요, 선배님.”
“선배? 아하하! 그냥 고모라고 불러.”
<아롱아롱>의 배우들도 있었다. 연예인이라는 프라이드가 높은 김현준은 선글라스를 쓰고 팔짱을 끼고 있었고, 박서아는 윤바다에게 말을 붙였다.
윤바다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왜, 싫어?”
“싫은 건 아니구요, 고모가 너무 많아요. 이러면 족보가······.”
“뭐? 족보? 하하! 얘 하는 소리 들었어요?”
“귀엽다 진짜.”
“어디서 이런 애를 데려왔지?”
박서아의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웃었다. 그리고 윤바다의 옆에는 정유건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내 아들도 왔네?”
“안녕하세요, 엄마.”
정유건이 이혜인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잘나가는 아역 배우답게 근처에 엄마와 아빠가 많았다.
윤바다는 조금 약은 구석이 있었다.
그는 또래 아이에게는 강했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아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약한 모습을 보였다.
보육원 출신에 고아라는 점으로 내심 위축되다가도 그걸 이용해야 했던 그의 생존 방식이 남아 있어서였다.
반대로 정유건은 같은 업게 어른들에게는 당돌한 모습을 보였고, 또래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 근데 나 여기 있어도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