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sappeared Genius Child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29)
사라진 아역 배우가 돌아왔다 229화(229/287)
“있어도 되니까 티켓을 줬지.”
의외로 정유건의 초대석 티켓은 윤바다가 윤제이에게 요청한 거다.
아빠에게 치대는 것보다는 내가 받아주는 게 낫지 싶었는데, 계속 받아주다 보니 친구라는 울타리 안에 어느새 정유건이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이 형은 친구가 별로 없으니 나라도 해 줘야지.’
내가 잘 이끌어줘야······ 라고 그보다 한 살 어린 윤바다가 생각했다.
기다림 끝에 모든 관객이 입장하고, 빈자리는 거의 없었다. 이윽고 공연장의 조명이 서서히 꺼졌다.
그리고 전광판에서는 이번 팬 미팅을 위해 제작한 영상물이 떴다.
“와······.”
“얼굴 미쳤다.”
큰 화면으로 보는 잘생긴 얼굴은 파괴력이 정말 셌다. 그런데, 전광판이 왜 이렇게 크지? 웬만한 콘서트보다 전광판이 더 큰 거 같다. 한예지가 고개를 기울였다.
“전광판 진짜 크지 않아요?”
“······그러게요?”
이것도 조유경의 지원이 있었다. 윤제이의 생일날 하는 첫 팬 미팅이다. 뭐든지 최고로 준비해야 한다고 엄청 큰 스크린을 준비했다.
영상물이 끝나갈 무렵 돌출 무대에 그랜드 피아노가 리프트를 타고 올라왔다. 이윽고 핀 조명이 켜지면서 피아노 의자에 앉은 윤제이가 부드럽게 연주를 시작했다.
이윽고 관객석의 중앙제어 응원봉이 동시에 켜졌다. 윤제이는 그게 은하수 같다고 생각하면서 첫 소절을 불렀다.
“이야.”
“음향에 공들여서 다행이네요.”
공연장 뒤편에서 이를 보던 김유희와 회사 직원들이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팬 미팅이라기보다는 거의 팬 콘서트에 가깝지.’
배우가 끼가 없다면 팬 참여 이벤트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팬 참여 이벤트는 불호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당사자가 아니면 지루하고 재미없다.
하지만 윤제이가 준비한 노래와 춤이 엄청 많았다. 아마 네다섯 시간을 훌쩍 넘어가게 될 것이다.
“하아······ 진짜 대박이다.”
“어떻게 저런 연주를 하면서 라이브가.”
워낙 음향도 좋고 노래와 연주 실력이 출중해서 관객석에 있는 사람들도 지루함 없이 곡에 빠져들었다.
준비한 노래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난 윤제이가 그랜드 피아노의 뚜껑을 손으로 살짝 쓸었다.
“안녕하세요.”
“꺄아아악!”
윤제이는 환호성이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와, 진짜 많은 분이 오셨네요. 사실 다 못 채울 줄 알았는데······.”
가까운 관객석에서 개인 멘트가 날아들었다. 윤제이는 그 말에 대꾸해주지는 않았다.
쌍둥이에게 공연장에서 개인 멘트 날리는 것은 같은 팬들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고, 영화의 무대 인사를 돌면서도 배우가 말하는데 눈치 없이 개인 멘트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대꾸해주면 한도 끝도 없이 한다.
“오늘 저와 함께 즐길 준비 됐나요?”
“네!”
“목소리 더 크게!”
“네에!”
윤제이는 이런 단독 무대가 처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관객들을 조련했다.
그리고 다시 곡이 시작됐다. 처음이 감미로운 곡이었으면, 이번에는 강력한 퍼포먼스의 댄스 라이브였다. 그 갭에 관객들이 소리를 질렀다.
2곡을 소화하고, 짤막한 영상물로 시간을 끌었다. 어느새 무대에는 편안한 소파가 놓였다.
“안녕하세요. 질문 코너의 진행을 맡은 권민재입니다.”
“꺄아악!”
이윽고 권민재가 관객들의 호응을 받으며 등장했다. 그리고 스태프들이 설치한 큰 메모 보드에 포스트잇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공연 전에 여러분들이 질문해 주셨던 것들을 스태프분들이 모아서 정리한 겁니다.”
“많네요.”
“많죠. 여기 한 만 명 정도 되나요? 절반만 질문하셔도 오천 명인데요. 질문이 겹치는 것은 저희가 최대한 걸러냈습니다.”
아, 중복은 걸렀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질문 넣었지. 관객석에 앉은 한예지가 탄식했다.
“첫 질문은 어떤 거 뽑으실래요?”
“민재 씨가 하나 골라주세요.”
“좋습니다. 음······ 어? 나도 이거는 진짜 궁금했는데.”
권민재가 하나를 떼서 읽었다.
“읽어볼게요. ‘오빠. 몇 개 국어 하세요?’라고 하셨습니다.”
“음.”
“나 진짜 궁금했어.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도 ‘대기업 사람들’이었잖아요?”
사실 처음 만난 것도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때가 제이 씨가 맡은 역할이 야망 있는 먼치킨이었잖아요?”
“그랬죠.”
“그때도 막 감독님이 요구한 외국어를 수준급으로 구사하셨거든요. 난 무슨 주크박스인 줄 알았어. 누르면 막힘없이 나와서. 그때 어떤 거 했더라?”
“영어랑 프랑스어랑 스페인어 했었죠.”
그런 때도 있었지. 이젠 진짜 몇 년 된 얘기다. 윤제이는 눈동자를 굴렸다. 내가 얼마만큼 하더라?
“음, 근데 제가 얼마나 하는지 굳이 세어본 적 없는데······.”
“오올, 굳이 세어볼 정도로 많다는 거겠죠?”
권민재의 능청에 관객들이 호응했다. 그는 연기뿐만 아니라 진행도 잘했다. 윤제이는 손가락을 접어가면서 세어봤다.
“계속 세고 계시면서 답해주세요. 어쩌다가 그렇게 많은 언어를 하게 된 거예요?”
“예전에 소속 부대를 옮기면서 언어 테스트를 봤어야 했거든요. 거기는 기본 3개 국어 이상은 수준급으로 구사해야 했거든요.”
“오. 그랬군요? 이 얘기는 다들 처음 듣죠?”
팬들이야 윤제이의 과거를 광부처럼 캐기만 했지, 이렇게 본인 오피셜이 나오는 건 처음이다. 관객들의 집중도가 올라갔다.
“그때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그리고 중국어는 뗐죠.”
“자, 일단 세 개 나왔습니다, 여기에 한국어랑 영어 추가하면 벌써 다섯 개네요? 그리고 우리 ‘출레크’에서 보여주신 적 있잖아요.”
“그럼 태국어랑 일본어도 추가해야겠네요.”
“벌써 일곱 개입니다.”
관객들의 반응이 더욱 뜨거워졌다. 진지하게 세어보던 윤제이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아랍어······ 혹시 소수민족 언어도 포함해야 하나요?”
“소수민족이요?”
대체 어디까지 가는 거야? 권민재가 당황해서 관객들을 쳐다보았다.
팬 미팅 (2)
“나 진짜 진지하게 궁금해지는데? 어디 한 번 해보세요. 자, 아랍어까지 여덟 개.”
“일단······ 러시아어, 튀르키예어, 페르시아어, 히브리어.”
“그건 소수민족 언어가 아니지 않나요?”
“아람어, 크루드어, 아르메니아어······.”
손가락을 접어가며 말하는 모습에 권민재는 웃는 낯으로 굳었다.
“뭐, 뭐?”
“음······ 그냥 웬만한 중동 쪽 언어는 어느 정도 할 수 있을걸요?”
그는 자료만 있다면, 혹은 현지에 며칠만 있다 보면 그 지역의 언어를 습득할 수 있었다.
노련한 전투원인 데다가 일일이 통역을 데리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 때문에 파견이 잦았다. 그의 파병 기록이 짧은 기간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만큼 공적도 많이 올렸고.
“허어······.”
역시 너무 과했나? 대충 얼버무린 윤제이의 모습에 권민재는 눈을 가늘게 떴다.
“더 있지?”
“음.”
“표정 보니까 더 있는데 이상하게 볼까 봐 사리는 거 같은데?”
“내 표정이 어때서?”
“느낌이 딱 그런데?”
불면증과 공황에 시달릴 때는 차라리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게 나았다. 그래서 존 도에게 자료를 부탁한 적 있었다. 언젠가는 쓰일 일이 있겠다 싶어서.
존 도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료를 전달했다. 언젠가 윤제이를 자기 팀에 영입해서 써먹기 위해 준비했던 것들이다.
근데, 얘는 어떻게 알았지? 윤제이는 표정 관리를 정말 잘하는 편이었다.
“음, 그냥 이렇게 말하는 거는 재미 없잖아요, 그렇죠?”
윤제이는 관객의 호응을 끌어냈다. 관객석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제가 한 번 여러 언어를 섞어서 말해볼 테니 여러분이 맞춰보는 건 어때요? 예매 통계 보니까 외국인 분들도 많이 오셨다고 들었는데······.”
“좋아요. 여러분 들을 준비 됐나요?”
처음에는 모두가 알아듣기 쉬운 언어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점점 못 알아듣는 게 생긴다.
권민재는 관객석을 향해 다 알겠냐고 소리 없이 물었다. 관객들도 웅성거렸다.
“여기까지입니다.”
마이크를 내려놓은 권민재는 황당하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몇 개 언어를 섞었어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솔직히 말씀하세요. 팬분들에게 멋있는 모습 보여주려고 미리 준비한 거죠? 달달 외웠죠?”
“그럴 수도 있죠.”
윤제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편할 대로 생각하라는 몸짓이었는데, 그 여유로운 태도가 오히려 말의 신빙성을 높였다.
“언어를 잘하게 되는 비결이라도 있나요?”
“글쎄요······ 제가 원래 보고 들은 거는 안 잊어요. 습득력이 빠르다고 해야 하나.”
“아, 타고났다? 그냥 단순 기억력이 좋은 거로 이게 되는 건가요?”
“여러분들 생각보다 많이, 좋아요.”
벌써 질문 하나로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관객들의 눈은 여전히 빛났다.
“그럼, 전에 랜덤 플레이 댄스를 할 때도 기억력이 좋아서?”
“네.”
“흠, 좋습니다. 다음 질문도 제가 뽑아도 될까요?”
“하세요.”
권민재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윤제이는 그 표정을 보고 약간 불안해졌다. 어, 저거. 위험한 생각하는 거 같은데.
“아까부터 이거 발견하고 뽑고 싶어 근질거렸거든요.”
전광판을 본 관객들이 환호했다. 권민재가 한 질문지를 들고 있었는데, 그 내용 때문이다.
“어떤 용사 팬분께서 네가 ‘사미챌’ 추는 거 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사미챌? 이게 뭐예요?”
“이걸 몰라요? 요즘 쿠키톡에서 한창 유행 중인데.”
권민재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보여주었다. 요새 쿠키톡이라는 짧은 영상 플랫폼에서 유행하는 ‘사랑스러워 미치겠어 챌린지’다.
“이게 뭐야?”
화면 속 사람이 몸을 배배 꼬면서 온갖 종류의 하트를 날리고 애교스러운 표정을 반복한다.
윤제이의 입에서 무심코 나오는 날것의 반응에 권민재가 웃음을 참았다.
“이걸······ 하라고요?”
“푸흐, 네.”
“여기서요?”
“네.”
윤제이의 동공이 떨리는 게 전광판 화면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됐다. 관객들이 웃다가 환호하며 그를 격려했다.
“그, 내가 하면 좀, 징그럽지 않나?”
“아니, 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여러분 들었어요?”
권민재는 진심으로 짜증을 냈다.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있다가도 희한하게 이상한 포인트에서 맥을 못 짚네.
팬들도 야유했다. 아니 이 오빠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히 겁나 좋지!
윤제이는 아마 윤바다가 있을 2층 초대석을 가리켰다.
“지금 저기, 애가······ 애가 보고 있는데.”
“으하학! 아, 나 네가 이렇게 당황한 거 처음 봐.”
권민재가 뒤로 넘어갔다. 그리고 관객들도 자지러졌다.
매체에서 보는 윤제이는 워낙 잘생기고 멋있는 사람이라 소위 말하는 간지나는 모습이 많았다.
작품 홍보 활동 아니면 예능에서 볼 수도 없고, 이렇게 흐트러진 모습은 정말 드물게 볼 수 있는 거다. 팬 중에는 좋아서 끙끙 앓는 사람도 있었다.
“여러분은 모르셨겠지만 제이가 아이한테는 무너지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거든요.”
“근데 그건 아빠라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자, 핑계 대지 마시고 빨리하세요.”
“아, 아직 못 외웠어요.”
누가 봐도 어설픈 거짓말에 웃음이 터졌다.
“아까 뭐 하나 보면 잘 따라 한다면서요?”
“아······.”
이게 업보인가.
윤제이가 한 손으로 얼굴을 덮고 고개를 숙이자, 관객석에서 격려를 빙자한 환호성이 나왔다.
“너도 네 팬 미팅에서 했었어?”
“나도 했지. 난 잘했어! 부끄럽지도 않았고! 팬분들이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그렇죠?”
“권민재! 권민재!”
관객들이 환호하며 권민재를 연호했다. 권민재가 더 하라고 부추겼다.
팬들이 좋아한다는데 그러면 해야지. 윤제이는 결국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음악 주세요!”
아주 기다렸다는 듯이 음악이 나오는 것에 윤제이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이 사람들, 미리 준비했구나.
결국 그는 손을 뻗고 동작을 시작했다.
“오, 완전 뻔뻔하게 잘하시는데요?”
권민재의 말대로 망설인 것과는 다르게 정말 잘했다. 팬들을 위해서라면 이런 것쯤은 해 줄 수 있다는, 프로다운 모습이었다.
“바다야! 보고 있니?”
“아, 진짜.”
하지만 권민재의 추임새에 결국 웃음이 터진 윤제이는 결국 무릎을 짚고 상체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음 질문 가겠습니다.”
“또 뽑았어요? 제가 뽑는 거 아니었나요?”
“이제 곤란한 건 안 뽑을게요.”
권민재는 말릴 새도 없이 질문지를 뽑았다.
“요즘 연기를 위해 배우고 있는 게 있을까요? 라고 질문 주셨습니다.”
알만한 사람들은 이 질문이 차기작에 관해 떠보는 질문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액션 스쿨을 다닌다고 대답하면 차기작이 액션이구나, 혹은 미술을 배운다고 하면 차기작에서 맡을 배역이 미술에 관련된 거구나 유추하는 거다.
아직 윤제이가 <인터미션>의 속편 출연을 확정했다는 건 알려지지 않았다. 대부분 사람은 그가 할리우드의 좋은 제안을 받아들일 줄 알고 있었다.
이 질문은 권민재도 내심 궁금해서 뽑은 거다.
“이건 아까 답변이랑 이어지는데······.”